〈 36화 〉 허리 숙여 용서를 구할 것입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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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허리 숙여 용서를 구할 것입니다!
아들 카온이 `약속`을 위해
남쪽 구역으로 간다며 나간 후,
펠리스 라이거 백작은 집무실 책상에 앉아
아들이 놓고 간 금화 주머니를 멍하게 보고 있었다.
"그래.. 이것이 맞아.."
페페 가문의 손에서 벗어나는 것.
카온에 의해 방식과 결과는 달라졌지만
펠리스 자신도 바랬던 것이기도 했다.
"내가 너무 이상적인 꿈만 꾸었구나.."
펠리스는 페페 가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비록 정략에 의한 결혼이었지만,
이자벨 부인과 둘 사이에서 태어난 호리페가
20살이 되면 샤를 부인과 카온, 프레시아의 안전을
조건으로 걸어 후계자로 세우려 했다.
아이젝이야 검술에 재능이 있었고,
호페가 영주가 되면 기사단장이 되겠다고 늘 말했으니
그 아이 또한 걱정이 없었다.
호리페가 후계자 수업을 하는 동안
자신은 민생을 안정시키고, 산업을 발전시켜
페페 가문에서 빌린 돈을 갚아나가고,
영지에 안정이 찾아오면 백작의 자리에서 물러나
샤를과 함께 여생을 보내려 했다.
지금의 카온이 들었다면 어이없었을
정말 이상만 가득한 꿈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이상 가득한 꿈을 꾸는 동안,
가장 가까이 있었으며 오랫동안 함께 했고 믿었던
케인의 손에 의해 독을 마셨고,
케인의 행적을 추적하던 중 이자벨 부인이 나왔기에
이자벨 부인 또한 독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계자라 생각했던 호리페의 인성이 드러나
도망치듯 영지를 떠났다.
또한, 검의 천재라 믿었으며 항상 웃고 있던 아이젝은
여색을 탐하고 호리페가 휘청하는 순간 야심을 드러냈다.
카온과 아들을 따르는 칠흑 기사들에 의해
기사단 전력이 반으로 줄었고,
이번 일을 통해 총관부과 집사부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빠져나갈지 가름할 수 없었다.
모든 진실을 알게 해주고 모든 일에 중심이 되었던
아들 카온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무능함이라 생각한 펠리스가
깊은 한숨을 쉬자 노크와 함께 이자벨 부인이 들어왔다.
"아버지께 다 들었어요.
당신의 뜻인가요?"
"내 뜻을 떠나서 다 들었다면 알 것 아니오.
그 많은 돈을 이달 말까지 달라니.. 가능하다 보시오?"
"그럼 별채의 것들을 내보내면 되지 않았나요?"
"부인!"
"왜요? 제가 틀린 말 했나요?
라이거 가문이 페페 가문의 자금을 쓴 것은 사실이잖아요?
그 자금이 얼마가 되었든, 아버지께서 얼마나 급했으면
딸이 안 주인으로 있는 가문에게
그렇게 빨리 갚으라고 요청했겠냐고요?
아버지도 그 어려운 말을 하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빈손으로 돌아가기 그러니까
두 번째 제안을 한 거라고요.
첫 번째가 힘들면 두 번째를 받았어야죠."
펠리스는 완전히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이자벨을 보자 헛웃음이 나왔다.
"사람이란게.. 궁지에 몰리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어려운 일에 처해봐야 그 본성이 나온다고 하더니.."
이제 16살인 카온을 보기가 아버지로서 너무 부끄러웠다.
아들이 깔아 놓은 판 위를 걷는다는 것도
너무나 부끄러웠다.
아들은 사람의 목을 베어 가며 앞으로 나가려 하는데,
자신은 이런저런 걱정에 앞서 페페 가문과
여전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면
부끄러운 정도가 아니라 아버지로서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 카온에 의해 페페 가문의 손에서 벗어났다.
아들 카온에 의해 모든 사실을 알았다.
아들 카온이 움츠렸던 날개를 펴주었다.
"이제 내가 뭘 해야 할지 확실히 알겠어.."
"뭐요?!"
아들 카온이 펴준 날개를 힘차게 날갯짓해 날아 오르는 것.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라
이거 영지를 두루두루 살피며
영지와 영지민을 위해 살아가는 것.
이것이 이제부터 자신이 할 일이라 펠리스는 생각했다.
"부인께서도 이 모든 일을 부인의 생각대로 해석하니
나도 그러겠소.
어려움에 자금을 빌린 것은 조상들과 내가 한 일이니
마땅히 그 책임을 다해야 할은 맞소.
아무리 무리한 요구라도
그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는 것도 인정하오.
허나! 내 힘이 부족하고 내가 무능하여
카온이 대신 그 금액을 지급했소.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
가문이 진 빚을 모두 갚았다는 것이 결론이요."
"결국. 페페 가문과 저 이자벨..
그리고 장자인 호리페가 아닌!
천한 피가 흐르는 샤를과 카온을 선택한 것이군요."
"여전히 부인의 생각대로 판단한 것이 맞다고 믿는다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않을 것 아니오?"
"당신의 행동과 말을 생각해 보세요!
어떻게 제가 믿겠어요?!"
눈물까지 글썽이며 소리치는 이자벨을
무심하게 쳐다보는 펠리스.
"내가.. 참 오랫동안 알 수 없는 독을 마시고 있었어.."
이자벨의 눈빛이 순간 흔들리는 것을
펠리스가 놓치지 않았다.
"올해 토벌이 있기전..
점점 굳어가는 오러 홀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
이곳 영주성에서 유일하게 나만 마시는 차에서
독이 나왔고.. 그 독 해독하고
이번 토벌까지 무사히 마치게 된 것이..
카온이 준 해독제 덕분이였지.."
"독이라니요?"
되묻는 이사벨이였지만 펠리스는 그녀의 표정에서
걱정과 놀람이 아닌 당황을 엿볼 수 있었다.
"유일하게.. 나만 마시는 차..
그리고 그동안 한 번도 그 맛이 변하지 않은 차..
그 향과 맛을 낼 줄 아는 케인..
영주성 그 누구보다 나와 오랫동안 함께했던 케인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참 많은 생각과 그에 따른 경우의 수들이 생각나더이다..
허나. 심증만 있을 뿐..
독과 관련된 모든 이들을 벌할 수 있는 물증이 없더군..
내가 쓰러지면 많은 것을 얻는 쪽과
내가 쓰러지지 않게 해독제를 준 쪽,
부인이라면 어느 쪽을 더 믿을 수 있겠소."
펠리스는 일부러 독이라는 주제를 꺼내
이자벨 부인을 떠보았으며
연관이 있다는 것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확인하고
자신 또한 부인을 믿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서로서로 믿지 못하니 어쩔 수 없군요.
저도 아버지와 함께 돌아가겠어요.
물론 카온 그놈이 아이젝을 위협할지 모르니
데리고 갈 거고요."
"그렇게 하시오."
"분명히 말하겠어요.
아버지도 그렇게 말했지만, 페페 가문이
더 이상 라이거 가문을 도와주지 않을 거예요.
또한, 호리페나 아이젝도 라이거 가문의 피를 이은
아이라는 것 명심해요."
이자벨은 이제는 적에 가까운 사이지만,
두 아들이 라이거의 피를 이었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라이거 가문의 가주가 되어도 문제없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이자벨이 나가고 이번에는 집사장 케인이 들어왔다.
"이자벨 백작 부인께서 짐을 챙기고 계십니다."
"이미 끝난 이야기다."
"페페 자작님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나에게 주는 마지막 충고인가?"
숙였던 고개를 천천히는 드는 케인.
"물증은 없었다지만 심증을 충분하셨을 텐데
왜 저에게 캐묻지 않으셨습니까?"
"자네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지 모르나..
나는 지금까지 자네를 벗이자 가족으로 생각했어.
어둠 같은 현실 속에서도 자네가 따라주는 차 한잔..
술 한잔이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었지..
캐물어 물증이 나온다 한들 무엇이 변하겠는가..
자네의 마음이 나를 떠났고 나는 이미 독을 마셨는데..
그대가 어떤 마음을 품고 차를 다렸고..
그 차를 내어주었으며.. 초가 타며 비추는 빛에
술을 따라줬는지 모르나..
그것이 나에게는 위로가 되었고.. 또
한 그 모든 것이 내 탓이기에 묻지 않았네."
"제가 이자벨 부인을 따라나서면
호리페 도련님을 모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 집무실에서 차를 따르게 되겠죠."
"그것이 자네와 나의 운명이라면 이제는 정이 아니라
운명에 모든 것을 맡겨야 하지 않겠나."
"이 은혜는 언젠가 갚는 날이 있을 겁니다."
케인이 허리를 깊게 숙이고 밖으로 나가자
펠리스의 볼을 타고 눈물이 흘렀다.
"그대는.. 은혜라 생각했고..
갚아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어.."
자신에게 독을 먹인 이유 듣는 순간
더 비참해질 것 같아 묻지 않았다.
독을 먹인 존재이기는 하나 유일한 벗이었고
또 다른 가족이었기에 펠리스의 마음은
더욱 찢어지는 것 같았다.
술을 가져오라 명에 술병을 들고 들어온 이가
총관 이카인이였다.
"자네도 나에게 마지막을 고하러 왔는가?"
"결국.. 케인 집사장은 페페 가문을 택했군요.."
술잔에 술을 따르며 총관이 말을 이었다.
"토벌 전.. 카온 도련님이 집사부 사람의 목을 들고
총관부를 찾아왔었지요.."
이카인은 땅을 파며 느꼈던 모든 것을
펠리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채를 나서기 전 총관부에 오셔서
상당한 양의 금화를 주시고 가셨습니다."
"금화를?"
"네. 집사장이 떠날 것을 알고 계셨는지
집사부를 제 부인에게 맡기며..
집사부와 총관부의 인원을 선발하라 하셨습니다.
물론.. 메턴강의 은혜를 입은 자여야 하며..
마법 계약서까지 작성하시라 하셨죠.."
심지어 그 내용도 적어 주시고 가셨습니다.."
"하.. 그대의 어깨가 무겁겠군.."
"눈이 멀고 귀가 멀었던 제 잘못이지요.."
"책상 위에 카온이 두고 간 금화가 있다..
가져가서 필요한 곳에 쓰도록 하라."
"도련님께서 올바르게 집행한 금액에 한하여
다시 보충해 준다고 하니 괜찮습니다.
그리고 도련님께서 백작님께서 자책하시거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니 날갯짓은
스스로 하셔야 한다고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총관의 말을 들은 펠리스가
갑자기 서랍에서 가위를 꺼내더니
라이거 가문의 또 다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백작님! 주군!"
"가주로서! 영주로서! 그리고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부끄럽지 않을 때가 올 때 까지!
나는 머리를 기르지 않을 것이다!"
펠리스의 독기어린 외침에 총관 이카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었다.
"깊고 넓은 충심으로 모시겠습니다!"
펠리스에게는 피가 끓는 순간이였으며,
총관 이카인의 눈과 귀가 완전히 열리는 순간이기도 했다.
*
토벌 이후 남부 구역 개발과 함께 진행하고 있던 일을
실행하기 위해 `필라`의 서부 지역이자
선별한 노예들과 만나던 곳이며,
이자벨 부인이 만행을 저질렀던 곳에 도착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세워진 거대한 비석 네 개를 등지고
많은 사람이 각자 품에 무언가를 안고 있거나
손에 날카로운 것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리먼이 준비한 단상에 오르자
나를 알고 있는 이들이 바닥에 엎드리자,
어리둥절하게 서 있던 이들도 따라 엎드렸다.
"나는 라이거 가문의 둘째 카온 라이거다.
모두 일어나 고개를 들라!"
꽤 많은 사람들이었고 눈치만 보고 있던 터라
모두가 일어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번 토벌에서 희생한 이들의 가족도 있을 것이고,
그 가족들에게 들어 이곳에 온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대들을 이곳에 모이게 한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나는 그동안 토벌에서 희생된 징집병들의 유가족들을 향해
허리를 깊게 숙였다.
"미안합니다..
라이거 가문의 힘이 없어! 라이거 가문이 어리석어!
그동안 여러분의 아픔을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모르는 척했습니다!
가문을 원망하고! 저를 원망하십시오!"
지난 삶이 끝나고 들려온 소리와 흐느낌과 닮은
지금의 울음 소리에 숙였던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허리를 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이제는! 여러분의 아픔을 볼 것입니다!
이제는! 여러분의 아픔을 품을 것입니다!
이제는! 이 땅과 이 땅에 사는 이들을 위해
죽어간 이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뒤에 있는 비석 아래! 가족의 유골이 담긴 함을 묻고!
비석에 자랑스러운 아버지이자 아들들의
이름을 새기십시오!
저는 매년 봄이 오면 이곳을 찾아
라이거 영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릴 것입니다!
저 또한 이곳에 묻혀! 먼저 가신 분들을 찾아
그들에게도 허리 숙여 용서를 구할 것입니다!"
짝짝짝
짝짝짝짝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박수 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그리고 한 명 씩 바닥에 엎드리기 시작하더니
모두가 엎드렸고,
나도 그들을 향해 다시 한 번 허리를 숙였다.
사람들이 각자 해당하는 비석 쪽으로 이동하고
각 마을의 대표가 나에게 다가왔다.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메턴강의 은혜를 입었으며 창의 마을의 대표인
크롬벨이 라이거 가문의 카온 도련님께 인사 올립니다."
안면이 있던 창의 마을 크롬벨을 시작으로
방패의 마을 다이슨, 검의 마을 라노프까지 예를 올렸다.
"도련님 제일 끝에 있는 비석은 무엇입니까?"
크롬벨의 물음에 사람들이 붐비는 다른 비석과 달리
홀로 있는 비석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비석들이 서 있는 곳.. 그대들도 알 것이다.
한 여자의 그릇된 자식 사랑에서 시작한 비극이 있는 땅이
이곳이지.. 저 비석은 그때 희생된 이들을 위한 비석이야..
아직.. 그 유가족뿐만 아니라 그 일로 인해
메턴강의 은혜와 등을 돌린 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서.."
"도련님.."
"다들 그런 눈으로 볼 것 없어.
이제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야.
내가 하려는 일 들 중 가장 먼저 한 일이 저 비석에
희생한 이들의 이름을 새기는 일일 뿐이지..
리먼!"
"네! 주군."
"각 마을 대표들은 잘 듣게.
나는 다음 달 아카데미 입학을 위해 이곳을 떠나.
여기 있는 리먼이 내 일을 대신해 줄 거야."
"일이라는 것이.."
"이곳부터 시작해 창의 마을을 지나 방패의 마을까지..
다시 방패의 마을을 지나 검의 마을까지..
그리고 그 끝인 페페 자작령의 경계를 잇는
저 성벽을 모두 부수할 것이야."
"헉!"
"이런.."
"보수에서 끝나지 않을거야.
일부는 변경 공사를 할 것이고 일부는
지형을 이용해 더욱 침입이 어렵게 만들 생각이지..
상당한 기간이 소모되는 일이지만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인부를 고용해 그 기간 또한 줄일 셈이야."
눈빛을 반짝이는 이들을 향해 씨익 웃었다.
"자네들이 따라주지 않아도 무조건 난 할 거야.
하지만 자네들이 따라주면 더욱 효과적일 것 같은데?"
"저 크롬벨!
토벌 당시 도련님의 모습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창의 마을을 도련님의 뜻에 따릅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크크 그럼 이것부터 좀 도와주지?"
아공간에서 금화 주머니 넷을 꺼내
리먼과 마을 대표들에게 건넸다.
"헉! 금..화가.."
"지금까지 유가족들에게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
하.. 희생의 갚을 돈으로 계산한다는 것이.. 좀 그렇지만..
아무튼.. 보상이라기 보다.. 뭐랄까.. 위로라고 할까..
위로도 돈으로 하는 게 좀 그렇긴 한데.."
"주군.."
"응?"
"주군의 마음을 마을 대표도..
그리고 유가족들도 알 것입니다."
"큼.. 한 가정당 금과 50개씩 나눠줘.
리아! 가자!"
"네. 주군."
왠지 모르게 미안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해
리아와 함께 영주성을 돌아가기 위해 말에 올랐다.
"카오스야.. 왜 이리 민망하냐?"
푸릉?
"크크 아니다."
솔직히 이곳에 오기 전에 가문에 대한 원망으로
영지민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걱정과는 달리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왔고,
그들의 입을 통해 이곳이 전해질 것이다.
비록 오지 못한 이들에게는 허리 숙여 사과하지 못했지만,
매년 이곳을 찾아 비석에 술을 따를 생각이기에
언젠가는 진심이 전해지리라 믿었다.
희생당한 이들과 그의 유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위로 받기 위해 한 내 이기적인 행동과 말에
오히려 내가 더 많은 것을 얻는지도 모르겠다.
"주군."
"응?"
"아카데미에 가시면 얼마에 한 번씩 오시는 겁니까?"
"크크 일주일에 한 번? 늦어도 이주에 한번?"
눈이 커지며 놀라는 리아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말을 타고 쉬지 않고 달리면 이주,
마차로 이동하면 한 달 가까이 걸리는 곳이
왕이 거주하는 성도인 `일라인`,
그 `일라인`에 있는 것이 아카데미였기에
일주일에 한 번씩 온다는 말에 리
아가 놀라는 것은 당연했다.
"리아.
내가 영주성과 시작의 요새를 어떻게 왔다 갔다 했어?"
"아! 텔레포터 아티팩트!"
"크크."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병사가 양성되는 것도
내 손으로 시작하고 싶지만,
아카데미가 시작하는 3월까지 텔레포터 없이
이동해야 했기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군에 관한 것은 아버지에게 맡기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