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42화 (42/201)

〈 42화 〉 뭐가 되는 거지?(일부 수정)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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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뭐가 되는 거지?

사람이라는 것이 힘든 상황에 놓이면

긍정적인 생가보다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더 많이 떠오른다.

내가 자금이 있고, 칠흑 기사단이 있으며,

실력이 어느 정도라 말하며 도와준다 해도

에르제로서는 내가 자금이 있어도

한계가 있다고 여길 것이며,

20명이란 기사의 수가 적다고 느낄 것이고,

나 혼자 무엇을 어떻게 하겠냐 여길 것이다.

에르제가 위험을 감수하고

나를 찾아와 의견을 묻는 것에 대해서는

마법 계약서까지 작성하면서

폴리아리스 가문의 상황을 인지시키고,

그에 따른 내 생각을 말해주는 것까지다.

때문에, 어쩌면 적이 될지 모르는 이에게

내 모든 것을 말해 줄 필요가 없다.

생각을 마친듯한 에르제가 고개를 들었다.

"적이 아닌 존재가 아닌 친구가 될 수는 없나요?"

전혀 생각지 못했던 답이자 물음.

"카온님과 라이거 가문이 그런 선택을 하신다면

저는 둘째치고 가문으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몇 없어요.

아버지께서 들으시면 뭐라고 말씀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카온님과 라이거 가문의 손을 잡고 싶어요."

"아카데미부터 시작해 페페 가문,

파실리온 가문의 압박이 있을 텐데요?

나와 친하다는 이유로

두 가문에서 암살자가 올 수도 있습니다.

페페 가문은 반드시 그럴 것이고요."

"알아요.

저뿐만 아니라 가문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거..

2년..에서 3년.. 가문도 저도 버텨 보겠어요.

아니, 버틸게요.

그리고.. 아카데미.. 이곳은 배움의 장이 아니에요..

또 다른 정치판일 뿐이죠.

귀족파니 국왕파니 그건 어른들의 문제지

학생들의 문제가 아니에요.

귀족파와 국왕파의 거리를 좁혀야 하는

후 세대들이 먼저 더 거리를 두려 하죠.

이건.. 아카데미가 아니에요..

귀족파와 어울리고..

수장이라 자칭하는 파실리온 가문에 놀아날 바에,

혼자인 게 나아요.

그..그리고.. 친..친구가 되어주시면 혼자도 아니고.."

얼굴을 붉히는 에르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떤 생각으로 어떤 결론을 내리고

나와 라이거 가문과 손을 잡겠다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나는 페페 가문뿐만 아니라

파실리온 가문과의 전쟁에서도 이길 생각이기에

에르제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구도 라이거 가문이

승리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에르제의 판단은 명백한 오판이었다.

`친구라.. 나쁘지 않네..`

그녀가 꺼낸 친구라는 명분.

이 `친구`라는 것이 가문과 가문을 떠나서

나라는 개인이 에르제와 폴리아리스 가문을 도와줄 것이다.

"좋습니다. 친구 하죠."

이제는 가문의 자제로서가 아닌 친구로서의 에르제다.

친구로서 조금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로 마음 먹었다.

아공간에서 실드의 반지 하나와 실드의 벨트 두 개를 꺼냈다.

"친구가 된 기념으로 드리는 겁니다.

실드가 중첩된 반지는 에르제님이 착용하시고

실드의 벨트는 벨라님과 마들린님이 작용하세요."

"이..이건.."

"2, 3년을 벌기 위해서는 파티에 참여하는 것이 낫습니다.

대신, 저도 그 파티에 참여해

자연스럽게 에르제님께 접근하겠습니다.

혼자 온 것을 알면 서스는 강제로라도

자신의 옆에 에르제님을 두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파티에서 이루어진 파트너인 제가 있다면

보는 이들이 많은 곳에서 그러지 못하겠죠.

그전에 제가 등장하는 순간 파티의 분위기는 이상해지고

서스가 에르제님에게 쏟을 신경을 저에게 쏟겠지만요."

"그렇게까지.."

"분명 파티가 끝나면 서스는 내가 파티에 왔다는 것과

에르제님과 친분이 닿았다는 것을 가문에 알릴 겁니다.

그리고 어떤 답이든 오겠죠.

서스가 받은 답이 최악일 경우를 대비한 것이

이 반지와 벨트입니다."

"아.."

"에르제님께서는

아직 언니와 약혼이 성사되지 않았음에도

언니 대신 오른쪽에 서라고 한 것에 모욕을 느꼈으나,

파실리온 가문이 주체하는 파티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가문에 해가 될까 봐 혼자 참여한 것이고,

파티에서 처음으로 나와 만났다. 라고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폴리아리스 남작님께 서신을 보내시면서

언니가 걱정되니, 적어도 서스의 제 1 부인이 될 여인과

약혼 또는 결혼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언니의 약혼을 미뤄달라,

아니면 적어도 서스가 아카데미를 졸업할 때까지만이라도

미루는 것이 어떻겠냐라는 말을 덧붙이세요.

서스라는 철없는 놈의 생각 없는 행동에

두 딸이 동시에 모욕을 당한 것을 아시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서스 파실리온은 파티에 참여한 것과

에르제에게 접근한 내 행동을 파악하느라

시간을 허비할 것이고,

파실리온 가문은 폴리아리스 가문에서

약혼을 미루고자 한 이유를 파악하고,

그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페페 자작을 불러 물어볼 것이다.

하지만, 라이거 가문과 페페 가문 사이의 일을

보고 하지 않은 자작이 정확한 답을 줄 일이 없기에

점점 더 꼬여 갈 것이다.

통신구가 허락되지 않은 아카데미고,

성도에 마련된 가문의 저택에서 통신구를 이용한다고 해도

일의 진상을 파악하고 결론 내리기까지는

며칠은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결론을 내라고 행동에 나서기 전

내가 먼저 움직여 또다시 혼란을 줄 생각이다.

"저희들까지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아가씨를 위해 불편하신 자리까지 나가시게 되어

죄송스럽고 또 감사합니다.."

반지를 매만지며 눈가가 촉촉한 에르제 대신

마들린이 입을 열었다.

"가장 힘든 결정을 한 것은 에르제님입니다.

그리고 제 유일한 친구의 부탁이고,

친구의 안전과 친구를 모시는 분들의 안전입니다.

당연한 것이지요."

"도련님.."

"아! 에르제님.."

"에르제! 에르제님 말고.. 그냥 에르제라 불러 주세요."

에르제가 고개를 들더니 외치듯 말했다.

"크크 네. 그러죠. 그럼 저도 그냥 카온이라 부르세요."

"그건.. 천천히.."

"크크크 편한 대로 해.

아무튼 마들린님.. 아니 이제는 마들린이라 불러야겠군."

마들린이 모시는 에르제에게 말을 놓는데

시녀에게 높일 수 없었다.

"네. 저도 그것이 편합니다."

"내일 에르제가 입고갈 드레스는 있어?"

"혹시 몰라 가져 온 것이 있긴 한데..

성도 귀족들이 입는 것과 많이 달라서

조금 걱정이긴 합니다."

"마들린!"

"아가씨. 저는 이것도 걱정이었답니다.."

"크크 아직 문을 연 곳이 있을 겁니다.

맞춤은 아니더라도 유행에 맞는 옷을 입어야겠죠.

제가 골라 드리고 싶지만, 오늘은 아닐 것 같으니

이것으로 파티에 참석하는 그 어떤 귀족의 여식보다

아름답게 꾸며주세요."

아공간에서 금화 백 개짜리 주머니를 꺼내

마들린에게 건넸다.

"어머! 이렇게 많이.."

"저에게 있어 지금은 유일한 친구이며 첫 친구입니다.

친구의 사교계 첫 데뷔를 축하는 의미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에르제도 남작 가문이고 에르제가 휴일에 거주하는 집도

언니가 시집간 자작가의 집이라

드레스 정도는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에르제가 친구인 것도 있지만,

그녀의 존재와 폴리아리스 가문이

나에게 가져다주는 이점이 금화 백 개의 가치보다 더 크다.

에르제 일행이 나가고 한 시간 후,

나도 파티복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이렇게 입학하고 휴일에 라이거 영지로

텔레포트 해서 가지 못해 이번 휴일에 가려고 했던 계획이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마련한 주택으로 가는 길에 만난

에르제에 의해 틀어졌다.

*

드레스를 구경하고 사는 동안

멍하게 반지만 보고 있던 에르제에게 마들린이 물었다.

"아가씨.. 카온님의 말씀과 폴리아리스 가문의 상황이라면..

현재로써는 분명 페페 가문이나

파실리온 가문이 유리합니다."

"나도 알아요. 하지만..

내가 왜 마들린의 말을 듣자마자 카온님에게 달려왔는지..

그리고 왜 페페 가문이나 남부 패자인 파실리온 가문보다

카온님이 크게 느껴고..

그런 그가 라이거 가문을 남부를 넘어 왕국 전체를

집어삼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모르겠어요.."

"아가씨.. 누가 듣겠어요."

말소리를 줄여 주의를 시키는 마들린이였다.

"머리는 나의 안전과 가문을 위해 카온님을 멀리 해야 하고,

전쟁이 일어나고 파실리온 가문과 우리 가문이 손을 잡는다면

페페는 물론 라이거 가문도 이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하지만.. 가슴이.. 마음이..

카온님 옆에 바짝 붙어 있어야 살 수 있다고 외쳤어요.."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벨라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 벨라."

"저는 솔직히 카온님 무섭습니다..

아가씨 앞에서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고작 16살이 남자입니다.

청년이 아닌 소년에 가까운 나이죠..

그런 카온님의 검술은.. 단 한 번 밖에 보지 못했지만

지독하게 잔인했습니다."

"잔인?"

"네. 오로지 생명을 죽이기 위한 검에 가까웠죠..

제가 오러 홀도 열지 못한 기사에 불과하기에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공간에.. 아가씨께 주신 실드 반지와..

저와 마들린님에게 주신 실드 벨트.."

"아! 그러고 보니.. 얼떨결에 받았지만.. 가격이.."

"네.. 친구라는 이유로, 친구를 모신다는 이유로

쉽게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거죠..

이것만 따졌을 때 16살의 남자가

가름할 수 없을 정도의 실력과 자금을 가지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감추려 하지도 않았어요..

카온님의 뒤에 뭐가 있을지..

무엇을 숨기고 있을지 전혀 예상되지 않아 무섭습니다."

에르제는 마들린의 의문에 정확한 답을 주진 못했지만,

그녀가 의문을 가지는 이유도,

벨라가 가지는 두려움도 이해가 갔다.

하지만 처음 성도에 도착해 헤어진 이후

카온이란 이름만 나오면 두근거리는

자신의 심장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았으며 그 답도 찾지 못했다.

*

토요일 저녁 7시.

어제 구매한 파티복을 입고

성도 파실리온 백작가의 별장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어느 가문이신가요?"

들어가려는 나를 자연스럽게 막아선 또래의 남자.

집사복이 아닌 파티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아

파실리온 가문의 집사가 아니라

파티에 참석한 귀족의 자제일 것이다.

파실리온 가문의 개.

즉, 내가 서스의 명을 받고 파티에 참여했다면

내가 해야 했을 역할이었다.

"라이거 백작가의 카온 라이거입니다."

"헉. 안..안으로 드시지요..

라이거 백작가의 카온 라이거님 입장하십니다."

내 가문을 알고 놀라는 것을보니

자작 이하의 가문 자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열어주는 문을 통과하자 일제히 나에게 꽂히는 시선들.

누구는 놀라움이고, 누구는 의아함이며

누구는 비웃음이었다.

이들 중 가장 표정 변화가 다양했던 것은

역시 서스 파실리온이였다.

황당해 했다가, 비릿하게 웃었다가,

주변 사람들과 잠시 귓속말을 하며 심각해졌다가

다시 올라간 입꼬리와 함께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야~ 이게 누구야? 카온 아냐?

오라고 할 때는 안 온다고 하더니 웬일로?"

모두를 주목시키겠다는 듯 큰 소리로 말하는 서스.

나도 모두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네가 그냥 오라고 했어?

문지기 시키려고 오라고 한 거 아니었어?"

"크하하 그렇게 들렸어? 에고.. 이거 미안하게 됐네?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말이지 하하하

그래그래. 암. 그렇지..

라이거 가문도 남부의 귀족이 왕국파에 가까운 가문이라도

파실리온 가문이 주체하는 파티에 참여할 수 있지 암.

그렇고 말고. 하하하"

왕국파에서 무시당하니 귀족파에라도 끼여볼까 해서

온 것 아니냐고 돌려 말하는 서스였다.

"왕국파고.. 귀족파고..

무슨 애들 소꿉놀이 하는 것도 아니고.. 유치하게.."

"뭐?"

표정이 변한 것은 서스 뿐만이 아니었다.

"내 말이 틀렸어? 귀족의 작위를 받은 것도 아니고..

고작 귀족의 자제일 뿐인 것들이

국왕파네 귀족파네하며 편 가르기 하는 거..

그게 소꿉놀이가 아니고 뭐지?

너는 아빠인가? 크크

그리고 네 옆이 이 여자는 예비 엄마고?

아이고.. 결혼도 하지 않은 부부 사이에서

웬 아들 딸들이 이렇게 많지?"

"왕국파에서 받아주지 않으니

너도 귀족파의 그늘에 들어오려고 온 거 아냐?"

"지랄. 다들 국왕파니 귀족파니 하는데

누가 귀족파고 누가 왕국파인지 알고 싶어서 온 것뿐이야.

나만 그런 의도로 온 게 아닌 거 너도 알잖아?

정식 초청장도 없는 이런 파티에 온 자들이

전부 귀족파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카데미 학생들이 주체하는 파티는 보

통 정식 초청장이 없는 파티다.

이는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진다.

다른 세력이나 중립 세력을 자신의 세력으로 끌어 들리는 것.

여기에 모인 아카데미 학생들이 졸업하고 후계자가 되거나

가문을 위해 일 하는 때 왕국파와 귀족파의 균형이

바뀌게 될지 모른다는 것도 의미했다.

"너의 말을 귀족파와는 선을 긋겠다고 해석해도 되는 것이냐?"

"말은 바로 하자.

나와 귀족파. 선을 먼저 그은 것은 내가 아니야.

너와 귀족파지. 안 그래?"

한참을 노려보는 서스.

"뭐. 라이거 가문을 잇는 것은 네가 아닐 테니.

그럼 얼마나 잘 즐기다 가는지 지켜보지."

이곳이 파티장이 아니었다면

서스가 저런 식으로 자리를 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파실리온이라는 가문의 이름을 언급하며

라이거 가문을 깎아내렸을 것이나 보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자신은 가문의 힘으로 찍어누르는데

국왕파에서 포용의 정책을 펼친다면,

아직은 어린 귀족 자제들이 지금은 힘이 굴복할지라도

훗날 포용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었다.

계속해서 가문의 이름으로 압박하는 모습을

염탐하러 온 왕국파 귀족들에게 보여서

좋을 것이 없었던 것이었다.

서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웃었다.

벌써부터 정치노름이나 하려는 모습이 가소로울 뿐이었다.

배치된 음료 잔을 들고

불안한 모습으로 나와 서스를 바라보고 있던

에르제 곁으로 다가갔다.

"내가 오기 전에 별일 없었어?"

"서스님의 옆에 있는 여자는 북부 자작 가문의 영애예요."

"북부 자작이라면..

콘도라스 가문이나 브리튼 가문 중 하나겠군."

"정식 소개가 아니라 서스님이 알려준 것이라.."

"괜찮아. 중요한 게 아니니까."

"네. 제가 들어오자마자

저 영애를 왼쪽에 두고 다가와 오른편에 서라고 했어요.

그래서 카온님이 알려주신 대로 말했죠..

그러니 잘 생각해 보라면서 떠나자마자

카온님이 오신거예요."

"이제부터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서스가 다시 와서 뭐라 해도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

"네.. 카온님."

예상대로 서스가 우리 쪽을 향해 걸어왔다.

"서스에게 중요한 여인일지..

파실리온 가문에 중요한 여인인지 모르나..

북부의 영애가 중요한 여인임은 확실한 것 같아."

계속 옆을 지키던 영애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다가오는 서스였다.

"무슨 수작이지?"

"내가 뭘 했다고 다짜고짜 수작이란 단어를 쓰는 거지?"

"에르제 폴리아리스는 나의 파트너다."

"전 아직 서스님의 오른편에 서겠다고 답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카온의 파트너가 되겠다?

네 언니와 내가 약혼자가 될 것이고,

가문과 가문은 혈연으로 맺어지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야."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게 가문 가문.. 시끄럽네 진짜..

두 가문의 문제는 가문에서 알아서 하고..

그나저나 파트너라.. 그것도 괘찮네.

파티에 파트너가 없으면 또 섭섭하긴 하지..

그러고 보니 아직 정식으로 인사를 하지 않았네요.

저는 라이거 백작가의 카온 라이거입니다.

에르제님도 아직 파트너가 없으시면

이번 파티에 한해서 저와 파트너가 되는 건 어떠신지요."

"카온 라이거! 분명히 내가 말하지 않았나!?

에르제는 내 파트너다!"

서스는 지금 자신의 것을

내가 뺏어가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파실리온 백작가의 후계자라는 것이,

남부의 패자가 파실리온 가문이라는 것이,

아카데미 귀족파의 수장이라는 것이,

에르제의 언니와 약혼의 말이 가문끼리 오가고 있다는 것이,

가문끼리 혈연으로 맺어져도 파실리온 가문이

폴리아리스 가문의 위에 있다는 생각이,

언젠가 자신이 파실리온 백작이 되면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는 생각이,

에르제가 자신의 약혼자가 아닌 그녀의 동생임에도

자신의 소유라 여기며,

지금 이 상황을 자신의 것을 내가 뺏어가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직 어리다는 것이 이런 것에서 바로 드러났다.

그렇게 생각한다 하더라도 어른 흉내를 내고 싶고,

귀족 흉내를 내고 싶었다면

말과 표정을 관리했어야 했다.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높아진 음성에 모두의 시선이 주목되었다.

"서스 파실리온.

나도 두 가문의 일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네가 말하지 않았어?

약혼자가 아니라 약혼의 말이 가문 사이에 오가고 있다고.

혈연 사이로 맺어진 것이 아니라 맺어질 거라고.

아직 약혼이 성사된 것도 아니고..

혈연으로 묶인 것도 아니며..

심지어 약혼의 당사자도 아니야.

게다가 너는 이미 파트너까지 너의 왼.편.에. 두고 있는데..

에르제님이 너의 오른편에서면 에르제님은 뭐가 되며

폴리아리스 가문은 뭐가 되는 거지?"

파실리온 가문의 눈치를 봐야 하는 가문의 딸인 에르제가

쉽게 하지 못했던 말.

속으로 몇 번이고 따지고 화를 내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또 다른 화가 되어 돌아올까 봐

눈물과 함께 참았던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말이 되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귀족이며

말도 안 되는 논리지만

가문에 힘이 없으면 따라야 하는 것도 귀족이었다.

"그리고.

혼자 온 내가 혼자 있는 귀족 영애에게

파트너 신청한 것이 뭐가 잘 못이지?

그리고 아직 성인도 되지 않는 네가,

아직 귀족의 작위도 받지 않은 네가

양쪽에 파트너를 둔다는 것이 좀 어이없다고 생각하지 않나?"

파실리온 가문과 폴리아리스 가문 사이의 일을 몰랐던

자제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나를 노려보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오늘 너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돌아올지 지켜봐라."

돌아서다 못해 2층으로 올라가 버리는 서스.

그런 그를 몇 명의 자제들이 따라 올라갔다.

"너무 제가 받기만 한 것 같아요.."

에르제도 자신이 이번 일에 중심이 되었던 것은 맞지만

나와 파트너가 되어 다른 귀족 자제들의 눈총을 받는

존재가 아닌, 서스가 꾸미고 내가 밝혀버린

피해자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어젯밤부터 파티장에 오는 동안 생각한 방법 중,

가장 에르제와 폴리아리스 가문에

피해가 덜 가는 방법이었다.

"괜찮아. 서스든 파실리온이든,

페페든 그들의 관심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이 더 나아.

따라 올라간 녀석들 얼굴 봤지?"

"네.."

"그놈들 외에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아직 완전한 귀족파가 아니니까

너에게 다가온다면 무조건 밀어내지 않아도 될 거야.

에르제는 고개만 끄덕일 뿐 다른 말은 없었다.

주체자가 빠져버린 파티.

더이상 파티가 유지될 수 없었다.

파실리온 가문이 주체한 올해 첫 파티는

시작된 지 고작 한 시간 만에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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