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43화 (43/201)

〈 43화 〉 재밌어.. 재밌게 썩었어..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43. 재밌어.. 재밌게 썩었어..

서스의 파티를 망쳐버리고 다음 날.

하루라도 본가에 다녀올까 했지만,

왠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가지 않았다.

수련장 바닥에 앉아

내일부터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내가 수련하는 동안만큼은

한 번도 수련장을 찾지 않던 헤르니스가 수련장을 찾았다.

"헤르니스?"

"제가 방해했나요?"

"아닙니다.

잡생각하고 있었고 그렇지 않아도 들어가려고 했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에르제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에르제가? 흠.."

서둘러 수련장을 나와 거실로 가보니

에르제와 벨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꺄악!"

"아.."

에르제의 짧은 비명을 듣고야

내가 상의를 벗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짝!

"도련님! 어서 들어가서 씻고 옷 입고 나오세요!"

등이 얼얼한 채 내 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오늘 처음 알았지만 헤르니스의 손은 상당히 매웠다.

"미안.. 내가 수련하고 있었다는 걸 잠시 잊었어.."

다른 생각을 한다고 잊은 것도 있지만,

고용한 사람들과도 상당히 친해져 수련 후에는

상의를 벗고 돌아다니는 게 습관이 된 것도 있었다.

"괜..괜찮아요."

"얼굴이 좀 붉은 거 말고는 괜찮아 보이네.

어제 형부나 언니가 뭐라고 하지 않든?"

"형부는 힘이 없어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하시고..

언니는 이렇게 된 것이 오히려 잘 됐다고 했어요."

"잘 돼?"

"네. 파티 전에 상의 했을때는 언니도 걱정 많았는데..

파실리온과 페페 가문 사이에 끼여 눈치만 보는 게

영지민들에게도 못하는 짓이라며..

작위도 낮도 영지도 작지만,

이참에 만만하게 볼 가문이 아니란 걸 알려줘야 한다며..

그리고 정 안되면 영지민들과 영주일가의 목숨을 보장받고

영지를 어디든 주면 된다고.."

"현명하다고 해야할지.. 대범하다고 해야할지.. 하.하.하"

"언니가 중간이 없는 성격이라.."

"아무튼, 너무 부정적인 분위기느 아닌 것 같아 다행이네.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에르제가 작은 상자 하나를 내 쪽으로 밀었다.

딸깍.

물의 색을 닮은 실 여려 가닥이 꼬여있는 팔찌가 들어있었다.

"카온님. 내일부터 진행되는 서열전에 참여하실 거죠?"

"그렇긴 한데.."

한 번도 에르제에게 서열전에 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다.

말했더라도 `전장을 팔찌`를

에르제에게 받을 거란 생각도 못 했다.

전장의 팔찌.

영지전이 활발하던 시절,

일라인 왕국 남부에서 유행하던 `전장의 팔찌`는

전쟁에 참여하는 남편, 아들, 연인들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여성들이 남자들에게 선물하는 일종의 부적 같은 것이었다.

아티팩트처럼 특별한 힘이 담겨있는 것이 아닌

그 특별한 힘보다 더욱 소중한 염원과 기도가 담겨 있는

팔찌이기도 했다.

"파티에서의 도움.. 실드의 반지.. 그리고 드레스..

심지어 저와 벨라, 마들린의 목숨까지..

너무 저만 받았어요..

물론 카온님이 베풀어 주신 은혜에

보답하기는 너무나 초라한 것이지만..

그리고.. 서열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분명.. 다치시겠죠.. 분명.. 위험하시겠죠..

제.. 기도가 조금이라도..

카온님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말을 끝내고 고개를 푹 숙이는 에르제.

전쟁과 아카데미 서열전은 차이가 크다.

하지만 개인의 능력으로 최종 승자에게 즉,

서열 1위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크다는 것과

서열에 따라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달라진다는 점은

전쟁과 닮았다.

서열전을 내가 치르는 하나의 전쟁이 생각하고

팔찌를 준비한 에르제의 마음이 고마웠다.

나는 왼쪽 팔을 에르제에게 내밀었다.

"전장의 팔찌는 선물한 사람이 채워주는 거야."

"네? 네!"

떨리는 손으로 팔찌를 채워주는 에르제.

"내가 서열전에 나갈 거라는 건 어떻게 알았어?"

"정치 학부에는 가문의 후계자들이 많아

부전공으로 기사 학부 수업을 듣는 신청한 이들이 많아요."

아카데미에는 부전공 시스템이 존재했다.

워낙 배울 것이 많은 장교 학부를

부전공으로 선택하는 이들은 없었지만,

정치 학부인 학생 중 가문이 검을 중시한다면 기사 학부를,

상업을 중시한다면 상업 학부를

부전공으로 선택하는 이들이 있었다.

서스가 나의 목을 벨 당시,

회색의 오러 브레이드를 뿜었던 것도

후계자이기 때문에 정치 학부를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가문인 파실리온이 검의 가문이고,

서스 자신도 정치적 배움보다 검을 우선 했기 때문이다.

"다음 주부터는 부전공 수업도 병행하죠..

정치 학부가 서스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서스님이 기사 학부를 부전공을 선택해서 인지..

정치 학부 내에서 서열전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카온님이도 참가하지 않을까..하고.."

서열전.

일라인 왕국의 초대 왕이자 아카데미의 초대 교장인

유진 일리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유진님이 만들어 놓은 것 중

유일하게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었다.

서열전은 두 분야로 진행되며 무한경쟁이다.

학년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고

최종 우승을 한 두명에게는 엄청난 혜택이 주어진다.

우선 분야에서는 무예와 지혜으로 나누어졌다.

무예, 즉 장교, 기사 학부뿐만 아니라 검이나

창, 마법, 격투술 등 모든 무예에 관련된 학생들이 참여하는

무예의 서열전.

지혜, 정치 학부와 상업 학부가 주로 참가하고

지식에 자신 있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지혜의 서열전.

이 두 가지로 나누어졌다.

또한, 서열전은 공식 서열전과

결투 서열전으로 구분할 수 있었는데,

공식 서열전은 서열 1위가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거나, 졸업한 경우였으며

올해는 서열 1위였던 자가 졸업하면서

공식 서열전이 열리게 됐다.

결투 서열전은 서열의 순위를 걸고

정식 결투를 통해 서열을 올릴 수 있는 방식이며

이 같은 방식은 칠흑 기사단의

단장을 뽑고 유지하는 방식과 비슷했다.

서열 1위의 혜택 중 가장 큰 것은

왕국법을 어기지 않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해치지 않는 한에서

아카데미 규칙 하나를 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혜택은 처음에는 학생들의 권리와

부패한 교수의 처벌 등 올바른 곳에 쓰였으나

시대가 흐르고 아카데미가 귀족파와 왕국파의

또 다른 정치판이 되면서 어느 파에서 1위가 나오냐에 따라

그 파에 유리한 쓸데없는 규칙들이 생겨나기도 했다.

그래서 서열 1위에 오른 이들이 자기 생각이 아닌

각 파벌의 의견을 따르는 혜택보다

또 다른 혜택인 전용 기숙사를 가지는 것을

더 기뻐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용 기숙사에는

집사나 시녀는 물론 호위까지 둘 수 있었고,

서열 1위가 지정한 한 명에 한해서 같이

거주하는 것까지 가능했다.

이는 아카데미에서 귀족 생활을 할 수 있음을 뜻했고,

자신의 우군을 바로 옆에 두면서

권력을 더 단단하게 할 수 있음을 뜻하기도 했다.

나는 이러한 서열전,

정확히 말해서 무예의 서열전에 참가하는 것이다.

"에르제는 참가하지 않아?"

"네. 전 참가하지 않아요..

무예의 서열전은 교수들이 심판만 보지만..

지혜의 서열전은 심사를 하니까.. 지금의 아카데미에서는

무예의 서열전 만큼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하.. 그놈의 정치.."

이상하리만치 무예의 서열 1위가 귀족파라면,

지혜의 서열이 1위가 국왕파고,

또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싶은 것에 이런 이유도 있었다.

"고마워. 너라도 응원해준다고 생각하니 힘이 난다."

"네.."

또다시 고개를 푹 숙이는 에르제.

*

카온과 에르제가 대화를 나누는 그 시간,

서스는 통신구 앞에 앉았다.

"영주성을 연결해."

"네. 도련님."

파실리온 가문에 고용된 마법사가 마나를 주입하자

통신구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일리인 왕국의 파실리온 백작 가문입니다.

"파실리온 가문의 서스 도련님의 요청으로

백작님과 통신을 원합니다."

-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통신구는 오러 사용자도 이용 가능했지만,

통신을 위한 오러 사용은 쓸데없이 오러를 소비한다 여겼고

극비 사항이거나 긴급 상황이 아닌 이상 잘 사용하지 않았다.

- 서스더냐?

"네. 아버지."

- 업무 중이었으니 짧게 말하거라."

서스는 에르제가 자신의 파트너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을 시작으로

카온과의 만남과 파티에서의 일들을 보고 했다.

- 한심한 놈..

"아버지?"

- 아직 너의 정 부인이 될 여식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폴리아리스 가문과 정식으로 약혼이 이뤄진 것도 아니다.

너의 무지 때문에 약혼건 만큼은

폴리아리스 가문에게 주도권이 넘어갔어!

"어차피.."

- 그만! 폴리아리스의 계집에게는 관심을 두지 말거라.

네가 설칠수록 나만 곤란해질 것 같구나

"네.."

- 카온이라.. 라이거 가문이 그렇게 나오는 것인가..

아니면 그놈의 독단인가.. 이 문제는

페페 가문과 상의 후 답을 줄 것이니 기다리거라.

"네. 아버지."

이후 통신구에서는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상대 쪽 마나의 흐름이 끊겼습니다. 도련님."

"수고했다."

금화 한 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나오며

서스가 중얼거렸다.

"서열전에서 만큼은.. 반드시.."

서스도 카온이 이미 장교 학부 1학년

전원을 쓰러뜨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자신도 직접 상대해 카온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었다.

서스는 이번 서열전에서 자신을 대신해줄

귀족파 3학년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스와 통신을 마친

파실리온 가문의 가주 레테나 파실리온 백작은

아들과의 통신을 끊고 바로 페페 가문으로 통신을 넣었다.

"자작. 혹시 나에게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소?"

- 숨기다는 무슨 말씀이십니까? 백작님.

파실리온 백작은 아들에게 들었던 카온에 대해 이야기했다.

"왜 내가 라이거 가문의 카온이란 놈에 대한 것을

자작이 아닌 아들의 입에서.. 그것도 계획과는 반대의 것을..

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들어야 했냐는 것이오.

- 뭔가 착오가 있었을 겁니다!

"착오? 내 아들이 거짓이라고 고했다?"

- 그런 것이 아니라

제가 파악한 카온은 그런 능력이 없는 놈입니다.

아직은 모든 것을 밝힐 수 없는 페페 자작이였다.

"하.. 라이거 가문에 그대의 딸이 제 1 부인으로 있고,

그대가 나에게 충성을 맹세하였기에

라이거 가문에 대한 정보를 그대에게 맡겼소.

내 아직은 그대를 믿으나,

또다시 이런 정보가 다른 곳에서 먼저 들린다면..

나는 라이거 가문에 다시 첩자를 심을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모든 비용은 그대의 가문이 감당해야겠지.

나에게 두 번이라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오.

라이거 가문을 압박해 카온 놈을 무릎을

서스 앞에 꿇리시오."

- 네. 백작 각하.

각하라는 칭호는 후작 이상이 사용하는 칭호였지만

파실리온 백작이 후작을 넘어

공작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페페 자작은

일부러 그 칭호를 사용하며 경계를 낮추려 했다.

레테나 파실리온은 페페 가문에서 폴리아리스 가문에게

약혼을 제안했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아직 정보가 들어 온 것만 없을 뿐

이미 페페 가문과 라이거 가문에

첩자를 보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미 끝나 버린 약혼이지만 그것을 따지지 않고,

이미 정보를 모으고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은 것은

페페 가문의 행동이 괘씸하나,

정확한 물증도 없고 아직 본격적으로

파실리온 가문을 향해 이를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방적으로 끊겨버린 통신구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쉬는 페페 자작.

"젠장! 카온.. 카온.. 카오오온!"

페페 자작은 라이거 가문의 영주성을 방문해

카온을 만난 이후, 라이거 가문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심어 놓은 첩자를 통해 알았다.

페페 가문이 장악하고 있던

동쪽 상업 구역은 상업 길드 지부가 들어섰고,

낮아진 세율에 북부 농업 구역 또한 활기를 찾았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남부 천민 구역이었다.

어디서 그런 많은 자금이 생겼는지

그 출처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천민 주거 지역에는 집과 도로가 정비되고 있으며

공사에 참여하는 천민들에게

조만간 일당이 지급될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었다.

또한, 환락가는 허가 없이 영업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불법이 이뤄지는 곳은 기사단이 파견되어 건물을 허물고

불법을 저지른 자는 영지법에 따라

엄하게 다스려지고 있었다.

이러한 겉으로 보이는 것들에 대한 정보는

비교적 정확하게 들어오고 있었으나,

문제는 영주성 내부의 정보와

특히 카온에 관한 정보에 대해서는

들어오더라도 무엇이 진실인지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라이거 영지에 대한 첩자를 더 풀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자신만큼이나 라이거 영지를 탐내는 파실리온 가문이였기에

토벌에서부터 오늘까지의 정보를 있는 그대로

파실리온 가문에 전달할 수도 없었다.

페페 자작은 파실리온 백작이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에게 라이거 가문의 정보를 맡기지 않고

나름의 첩자를 보낼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빠르든, 늦든 모든 사실을 알게 되리라는 것도 예상했다.

빨리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늦게,

늦게 알게 된다면 더 늦게 알게 하고,

그 사이 라이거 가문과의 영지전을 준비하는 것.

이것이 자작으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분명.. 군을.. 병사를.. 양성하고 있을거야..

그 증거라도 반드시 얻어야 해.."

영지전의 명분이자 마노 남작의 협력을 넣을 수 있는

그 증거를 찾아오라 명하기 위해 자작은 통신실을 벗어났다.

남부의 패자라는 자부심과 백작을 넘어 보고자 하는

욕심만 넘치는 파실리온 가문의 안일함과,

라이거 영지를 집어삼키고 더 나가가

남부의 패자가 되고자 하는 페페 가문에게는 조급함이

카온의 생각대로 두 가문을 움직이게 했다.

*

월요일 아침.

아카데미 입구를 통과해 간 곳은 교실이 아니라

기사 학부의 연무장이였다.

"음?"

무예의 서열전을 구경하기 위해 나온 학생들이

연무장 입구를 기준으로 맞은 편 중앙의 외쪽에는

제퍼트 왕자를 중심으로 한 국왕파가,

오른쪽에는 서스를 중심으로 한 귀족파가 자리했고,

입구의 좌우로는 중립파라 생각되는 일부와

대다수의 평민들이 관람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내가 의아한 부분은 연무장이 잘 보이는 중앙을

두 파가 차지 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서열전에 참가하는 인원이

생각보다 적었다는 것이다.

기사 학부의 1학년 만해도 90명의 학생이 있고

기사 학부 전체 학생이 아카데미 학생의 3분의 1이나 된다.

기사 학부와 더불어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하는 장교 학부도

전체로 따지만 150여 명이 된다.

이들 중 서열전에 의미를 두지 않거나,

출전도 전에 포기하는 학생이 서열전마다 있지만

이번 서열전에 참가하는 학생의 수는

생각과 달리 너무나 적었다.

심지어 나에게 이를 갈고 있을 서스도

연무장 안쪽이 아닌 관람석에 앉아 있었다.

작년 2학년 중에서 유일하게 상위 서열이라 불리는

10위 중 9위에 올랐던 남자이자, 3학년에 오르며

`아카데미 수호단`의 단장이 된 메튜 파비친코를 비롯해,

같은 수호단 소속이며 입학식 날 나에게 시비를 걸었던 남자와

지나칠 정도로 제퍼트 왕자쪽이 있는 곳으로 예를 갖추는

몇몇 이들이 섞여 총 18명인 3학년.

무언가 불만 가득하거나 아니꼽다는 표정의 2학년 10명.

기사 학부 소속으로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두 명과

장교 학부의 유일한 참가자인 나까지 1학년 3명이 전부였다.

고작 31명만 참가한 서열전의 어색함 속에서도

교장은 꿋꿋이 개회사를 하고 있었다.

"이상 개회사를 마치며 대진표를 공개하겠다."

교장의 개회사가 끝나고 공개된 대진표.

메튜 파비친코는 전 서열 9위라는 전적으로

준결승까지 부전승으로 올라갔으며

나는 B조 첫 번째 경기이자,

1차 토너먼트 9번째 대결에 배정됐다.

B조 첫 번째 경기.

준결승까지 가더라도 결승에 오르기 위해서는

부전승으로 오른 페튜 파비친코를 이겨야 하는

가장 불리한 조건의 위치였다.

"크크크 승패에 조작을 못하니.. 이런 식으로? 하여간..

아카데미도 재밌어.. 재밌게 썩었어.."

준결승에서 체력을 충분한 메튜를 이기고 결승에 올라가면

나는 하루도 채 되지 않는 시간만 쉬고

다음 날 경기를 치르지만,

결승에 오른 A조의 다른 선수는

하루 이상을 쉬고 경기를 하는 샘이었다.

그렇다고 B조에서 쉽게 준결승까지 오르게 하는

대진표도 아니었다.

B조 15명 중 나를 제외한 14명이 3학년들이었다.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인지 몰라도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진짜 한심하네.."

오늘은 A조의 1차 토너먼트가 있는 날이라

참가자의 실력도 볼 겸 관중석에 올랐다.

"대진표가 화려하던데?"

"알크?"

입학식에서 베르트에 의해 내 상대로 처음 지목되었다가

기절했던 장교 학부 B반 학생인

알크 자브레가 옆에 앉더니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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