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 〉 죽음을 각오했다는 것으로 알겠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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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죽음을 각오했다는 것으로 알겠다.
먼저 말을 건 것과 달리 한참 동안 다른 말이 없던 알크가
다시 입을 연 것은 첫 번째 대결이 끝나고 난 후였다.
"미안하다."
진지한 표정의 알크를 보니
그의 사과가 진심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왜 그가 사과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응? 네가 나에게 사과할 일이 있었던가?"
"베르트 교수님이 왜 그랬는지..
왜 다른 동기들이 너를 따돌리는지..
처음에는 관심 없었어.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네가 평민이기에 교수들이며 동기들이
기를 죽이는 것으로 생각했고..
네가 귀족이란 것을 알게 된 후에도
교수들과 동기들이 그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
그 이유가 당연히 너라고 생각했고.."
따돌림을 당한다는 것.
겉으로 봤을 때는 따돌리는 이들이 무조건 잘못했고,
따돌림을 당하는 이들은 피해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회라는 것이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판단 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물론 따돌림의 행위가 폭력이나 모욕,
인격에 관련된 것이라면 이유야 어떻든
따돌리는 이들이 가해자 맞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진실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이들이 피해자라 말하는 이가
입만 열만 욕과 음담패설이고, 사람을 무시하는 이였고
그런 이에게 주의를 주고 말렸음에도 듣지 않자
다른 이들이 멀리하는 것이라면 따돌림을 당하는 이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따돌림의 원인이
나라고 생각한 알크도 이해가 갔다.
"그런 거라면 괜찮아.
입학시험 때부터 알고 있었고 신경 쓰지 않으니까."
"그랬군.. 너는 신경 자체를 쓰지 않았던 거였어..
아무튼, 사과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다."
"그래. 사과는 받을게."
알크의 너무 진지한 모습에 괜찮다며 넘길 수만은 없었다.
"내가 귀족파와 국왕파의 공공의 적이자
그들이 생각하는 쓰레기라는 것을 알 텐데?"
나와 대화를 하는 것도,
나와 가까이 있는 것도 좋을 것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렇겠지.. 하지만 이건 아니야..
입학식 날 이후 고민 많이 했어.
과연 지금의 아카테미가 내가 생각하던 곳이 맞는가..
고작 이주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내가 검을 수련하고,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것이 아닌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는 파티에 참여해 술을 마시며
다른 가문과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는가..
입학시험에서 너에게 쓰러진 이들처럼
네가 실력이 좋거나 운이 좋다고..
그냥 그렇게 넘기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일까..
그러는 와중에 누군가의 압박이 왔지.."
"압박이라.."
"나도.. 장교 학부 학생들도..
어쩌면 가문에서도 어쩌지 못할 압박..
제퍼트 왕자님 측과 서스 측에서 장교 학부 1학년은
서열전에 참가하지 말라고 전달했어."
"참가 인원을 보니 장교 학부뿐만이 아닌 것 같은데? 크크"
검을 사용하는 자가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마법 학부 학생들도 없었다.
"맞아. 서스 혼자였다면 말이 나왔을텐데.. 왕자님까지..
아무튼, 그때 이후 생각이 정리되었지..
이곳 아카데미는 학교가 아니었어.. 작은 정치판이야.."
"크크크 그나마 빨리 알게 된 걸 축하한다."
"앞으로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너처럼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너만큼 대범하지도 않고.. 고작 남작가에 불가한 내가
아카데미를 바꾸고 싶어 소리칠 수도 없어."
왕족이 국왕파의 수장이고,
공작을 뒷배로 두고 있는 백작가가
귀족파의 수장으로 있는 아카데미에서
남작의 자제인 알크가 불만의 소리를 내뱉는다면
알크가 자퇴를 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너에게는 꼭 사과하고 싶었어.."
"자퇴라도 하려고?"
"정치판에 끼여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바에
가문으로 돌아가 기사들과 수련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
다행히 후계자인 형님과 나이 차이도 많고 사이도 좋거든."
알크는 호리페와 아이젝과 반대로
형제들과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사이로 보였다.
"알크..자.."
"알크 자브레."
"자브레..자브레..
아! 서부에서 건축으로 유명한 가문이구나?"
"우리 가문을 알고 있었어?"
자브레 남작 가문.
리아가 기사가 되고자 향했던 베로니카 영지에서
조금더 서쪽에 있는 가문이었으며,
서부 사막의 흙과 돌을 이용한 건축 기술이
뛰어난 가문이기도 했다.
"혹시.. 성벽 공사 같은 것도 하냐?"
"응? 뭐?"
알크 입장에서는 엄청 뜬금없는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의 계획대로라면 몬스터 숲을 방어하는
남부를 가로지르는 성벽 공사도 곧 시행되어야 한다.
"성벽 공사 같은 것도 하냐고."
"응.. 하긴 하는데.."
"이번 주 주말에 시간있냐?"
"있긴 있는데.. 왜?"
"왜긴 왜야. 자브레 가문에 의뢰 좀 하려는 거지."
"어..그래.."
"크크. 어? 저 둘이 처음부터 붙는 건가.."
연무장에는 기사 학부 1학년 두 명이 올라와
서로를 노려보고 이었다.
"오른쪽이 국왕파, 왼쪽이 귀족파 소속이야.."
"두 파에서 압박했다면.. 저들은 왜 참가한 거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소문으로는 저 둘이 기사 학부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데..
파를 떠나서 서로 라이벌 의식도 강하다고 하더라고..
왕자님이 서스에게 내기를 걸었나 봐."
"내기? 둘 중에 누가 이기냐를 놓고?"
"응. 소문으로는..
지는 쪽이 이기는 쪽의 파티에 모든 비용을 내고
파티에서 잔 심부름한다더라고.."
"크크크 역시. 애들 장난이네.
왕자나 서스나 지더라도
자기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문지기를 할 것도 아니면서.. 쯧.."
아직 A조의 대결이 하나 남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려고?"
"응. 볼 것도 없었네..
사과도 좋지만.. 누가 와서 왜 나와 같이 있냐고 물어보면
솔직하게 말하지 말고,
카온 따위가 왜 서열전에 나왔냐고 따졌다고 해.
그래야 너도 자브레 가문도 무사할 테니까.
간다.
토요일 아침에 아카데미 입구에 있으면 사람을 보낼게."
"어? 응.. 그래.."
알크 자브레.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의지도 있어 보이고, 나쁘지 않았다.
다음 날 치러진 B조 첫 번째 대결.
나의 어떤 모습이 보고 싶어 모였는지 모르지만
수많은 학생과 교수들이 관람석을 차지했다.
그런 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상대에게 적당히 맞고 주며 승리를 가져왔다.
그 날 저녁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찾아온
에르제와 나눴던 대화를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괜찮아요? 다친 곳은 없어요?"
"크크 전혀. 보는 눈이 많아서 그냥 놀아 준거야.
귀족파든 왕족파든..
내가 바닥에 구르는 모습을 보고 싶어 왔을 텐데
단번에 이겨버리면 재미없잖아?
아슬아슬하게 이겨야 다음에 또 기대하고 오지 않겠어?
크크"
에르제에게 말했듯,
2차전과 3차전도 상대를 아슬아슬하게 이겼다.
특히 3차전에서는 두 파가 더욱 기대할 수 있도록
작은 상처도 일부러 입었다.
이렇게 올라온 준결승.
A조는 준결승이라는 말이 맞고,
한 번만 더 이기면 결승에 오르지만 나는 아니었다.
준결승 1차전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준결승을 준비를 위해 대기실에서 앉아있으니
3차전부터 올래 온 사회자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고 있는 참가자입니다!
카온!"
역시나 내 이름 뒤에 성은 없었다.
연무장 중앙에서니 사회자가 상대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네! 카온은 상대는! 무적! 아카데미 수호단 소속이며!
수호단의 부 단장인 3학년! 다기스 팔레스틴!"
팔레스틴이란 성까지 붙여가며 소개한
다기스의 얼굴이 낯익었다.
입학식 날, 나를 평민이라 단정하고,
천한 눈빛 운운하던 수호단의 단원이었다.
"내가 그 눈빛은 고치라고 했을 텐데?"
사회자가 착용하고 있는 소리 증폭 아티팩트가
아직 켜져 있는 것을 알고 한 행동.
나도 그에 어울려 주기로 했다.
"크크크. 단순히 이름만 듣고
평민이라 단정했던 선배님이시군요.
제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으십니까? 아이고..
이럴 어쩌죠? 나도 네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는데?"
"이제 선배에게 반말까지?
너를 불쌍히 여길 마음마저 사라지게 하는구나."
"크크크 아.. 웃겨.. 불쌍 같은 소리 하네.
선배? 선배는 무슨.. 지랄.
아카데미에 선배 대접받을 만한 선배가 있냐? 응?
너희들은 선배고 후배고 없잖아?
먼저 입학한 순서가 아닌,
가문의 작위로 선후배 따지는 거 아니었어?
팔레스틴이라..
어디 촌구석에 박힌 가문이지 모르지만, 고작 자작 아니야?
난 백작 가문이니까 내가 선배인가? 크하하하"
"이 새끼.. 명을 제촉하는구나.."
"초대 국왕께서 배움을 중요시하며 아카데미 내에서만큼은
귀족과 평민을 차이를 두지 않는다 하였건만!
교수나 학생들이 서로를 부를 ,때
이름에 성까지 붙여가며 신분을 구분하고!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은 어린 것들이
벌써 국왕파니 귀족파니하며 정치질이나 하고 있으며!
능력으로! 실력으로! 인성으로 존경받아야 할
선배라는 작자들이 모범은 보이지 못할망정
먼저 꼬리를 흔들고 있으니! 선배들을 보고 배워야 하는
후배들 또한 같은 짓을 하는 것이야!"
소리 증폭 아티팩트에 나의 마력까지 더해서
연무장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넌 죽어야겠다."
다기스의 검에 오러가 실렸다.
검 전체에 오러가 실렸다는 것은
적어도 오러 나이트 경지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아카데미 3학년, 즉 18살에 오러 나이트.
상당히 빠른 성취이기에 그가 비릿한 미소를
나에게 보내는 것도 이해가 갔다.
"죽음이란 단어를 입에 담았다는 것은
너도 죽음을 각오했다는 것으로 알겠다."
뫼비우스 고리를 천천히 회전시키며
딱 오러 나이트 수준의 마력만 검에 실었다.
"어..어찌.. 네가.."
"왜. 네가 검에 오러를 씌우는 것 당연하고
내가 하면 안 되는 것이였냐?"
"이 새끼.. 반드시 죽인다!"
쾅! 쾅! 쾅!
검과 함께 나의 마력과
다기스의 오러가 부딪혀 엄청난 소리가 났다.
쾅! 쾅! 쾅!
다시 몇 번의 합을 주고받은 후,
급히 거리를 벌리는 다기스.
그의 검에는 더이상 오러의 흔적이 없었다.
소드 나이트의 경지에 오른 것은 맞지만,
그가 오러의 검을 유지하기 위한 오러의 양은
많지 않았던 것이었다.
"크크크 고작 그 정도로 그렇게 잘난 척 했어?"
나도 고리의 회전을 멈췄다.
"아직 안 끝났잖아? 덤벼."
"죽어어어!"
나에게 달려드는 다기스의 외침은 이기기 위해
기합을 넣는 것이 아니라, 악에 받친 것 뿐이었다.
흥분한 상태에서 무작정 휘두르는 검을 피하고
다기스가 검을 쥐고 있던 오른팔을 베어버렸다.
"으아아악!"
팔이 떨어져 나갔다는 현실과 이로 인해 처음 겪는 아픔.
다기스가 바닥에 주저앉아 지른 비명이
연무장을 가득 채웠다.
고통스러워하는 다기스의 목을 베려는 순간
심판의 외침이 들렸다.
"그만! 그만! 멈춰!"
"저놈이 저를 죽이겠다가 달려들 때는 팔짱을 끼고 있더니..
제가 저놈을 죽이려 하는 순간 말린 이유가 뭡니까?"
들어 올려진 채로 멈췄던 검을 내리며
심판을 맡은 교수에게 물었다.
"내가 심판을 맡은 대결에서
목숨을 잃은 이가 나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교수님의 생각이 서열전의 가치보다
더 중요하다는 겁니까?
과거 치열했던 서열전에서 죽었던
이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목숨을 걸 정도로 가치 있는 서열전을
교수님 한 명의 생각으로 망친 기분이 어떻습니까?
그동안 서열전에서 죽은 학생들을 명예를 중요시하며
서열전에서 죽은 아들의 죽음을!
가문의 명예라 여겼던 귀족들은 뭐가 되는 겁니까?
저놈은 교수님 때문에 살았습니다.
그러나 저놈은 기사로서는 죽은 겁니다.
한 명의 기사를 꿈꾸던 학생을 죽인 기분이 어떻습니까?"
"..."
"왜 답이 없으십니까?
하긴.. 아카데미의 뿌리부터 썩었는데
그런 것들을 생각해 본 적이 없겠죠.
다음 저의 대결에서는..
교수님이 심판을 맡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다기스를 의무실로 보내기 위해
들것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멈춰!"
아직도 비명을 지르는 다기스의 목에 검을 겨눴다.
"저 교수는 너를 살리고 싶어 하는군..
살아는 있으나 더 이상 너에게 기사의 길을 없을 것이다.
항복하겠는가?"
"졌어! 졌다고! 씨발! 졌으니까 빨리 치료!"
검을 거두고 다기스에게 등을 돌려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
일라인 왕국의 제 2 왕자 제퍼드 일라인은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마주 앉아있는
서스 파실리온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스. 참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왕자님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걱정할 게 없다?"
"네.
카온 그 놈이 소드 나이트였다 사실을
몰랐던 것은 분명 제 실수입니다.
하지만 오후에 진행되는 그놈의 상대도 소드 나이트입니다.
그리고 카온은 15살까지 눈칫밥 먹으며 살았다지만
가문이 라이거라면 이해할 수 있는 범위죠."
"하긴.. 기사 가문이니.."
카온의 실력을 핏줄의 힘이라 생각하는 둘이었다.
"네. 즉 소드 나이트에 올랐어도 얼마 되지 않았을 겁니다.
또한, 이번 대결에서 오러와 체력을 많이 사용했죠."
"음.. 그래도 뭐가 불안한데?"
무예의 서열전은 국왕파에서,
지혜의 서열전은 귀족파에서 가져가기로
서로 합의가 된 상태였다.
지혜의 서열전은 둘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어
걱정이 없었지만,
만에 하나 카온이 무예의 서열전에서 우승한다면
두 파간의 거래가 복잡해졌다.
"이것이 승리를 가져다줄 겁니다."
서스는 병 하나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오러 증폭제입니다."
"오호?"
오러 증폭제.
오러를 다루는 것이 능숙한 자가 사용하면 한 시간가량
자신의 오러 한계치를 넘기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포션의 한 종류였다.
하지만 오러를 다루는 것에
능숙하지 못한 자가 사용할 경우,
넘치는 오러를 주체하지 못하고 오러 폭발을 유발하는
위험한 포션이기도 했다.
"자칫하다간 병신이 될 수도 있는데?"
"메튜가 병신이 되는 건 아깝지만..
메튜가 병신이 될 정도면
카온 그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되겠지요.
메튜를 대신 할 자는 다시 키우면 그만이니까요.
그만큼 왕자님께 승리를 안겨드리겠다는
제 의지 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그래. 그렇지.
메튜는 여럿이 될 수 있지만,
카온 그놈은 라이거 가문에 오로지 한 명 뿐이지.
큭큭큭"
제퍼드 왕자와 서스가 잔인하면서도 무서운 말을 하는 동안
지혜의 서열전이 열리고 있는 강당에는
정치 학부 학생들 사이에서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하.. 야.. 이건 진짜 아니다.."
"뭐.. 아니면 어쩌겠냐.. 왕자님과 서스님의 뜻인데.."
"그럼 죽으라 공부해도 왕자님이 졸업하기 전까지는
서열전을 참여할 의미가 없네?"
"왕자님이 졸업한다고 달라지겠냐?"
"이번에는 마법 학부에서 지혜의 서열전을 가져가겠네."
"근데.. 마법하면 테슬린 공작 가문아냐?"
"마법 학부.. 특히 저 선배가 우승하면
테슬린 가문으로 가겠지.
저 선배 가문이 테슬린 가문에 충성하는 가문이잖아."
"아.. 너도 귀족파지?"
"내가 귀족파냐? 가문이 귀족파지.."
"하긴 뭐..
저쪽은 우리보다 더 분위기 안 좋은데?"
"그렇겠지.. 국왕파는 왕자님이 참여는 하되,
알아서 떨어지라고 했다잖아."
"이런 생각이 든다..
귀족파든 국왕파든..
어차피 한 곳에 들어야 하는 것 인정하겠는데..
좀..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솔직히 왕실의 힘이 커지면 귀족들이 살기 힘들고..
귀족의 힘이 커지면 힘이 하나로 뭉치기 힘드니
왕국에 안정을 찾기 힘들고..
적당한 견제는 좋은데..
어른도 아닌 우리가.. 사회도 아닌 아카데미에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야!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마.
너나 나 같은 힘없는 가문은 그대로 끝장이야."
"그걸 아니까 이렇게 조용히 이야기하는 거지.. 쳇..
아.. 누가 아카데미 좀 뒤집어 줬으면 좋겠다.."
"그런 놈이 나온다 해도 많아야 18살이다.
나온 놈도 그렇고, 그놈의 가문도 위험해지는데
누가 나서겠냐?"
"그러니까.. 꿈 같은 이야기지.. 젠장."
이런 대화들은 귀족파 귀족 자제들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더 심각하고 직설적인 대화는
국왕파에서 나오고 있었다.
두 파의 수장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두 수장의 욕심으로 인해 그들을 따르는
귀족 자제들 사이에서 불만의 씨앗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