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화 〉 둘 다 싫어서 저놈 응원하는거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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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둘 다 싫어서 저놈 응원하는거지..
오후에 있을 준결승 2차전.
A조에서 결승에 오른 이가
3학년이자 아카데미 수호단 소속 단원이고,
내 상대가 수호단의 단장인 메튜라는 것은,
준결승 2차전이 결승전과 다름없었다.
그런 준결승 2차전을 위해
기숙사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생각지도 못한 이가 찾아왔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의 경지가 높더구나."
"제 정보는.. 누군가에 의해 막혀 제대로 된 것이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고..
저 또한 제 경지에 대해서는 말 한 적 없으니까요."
"누군가에 의해 막혔다라.. 하긴..
네 정보가 정확히 파악되었다면 서열전에서
이런 짓 따위는 하지 않았겠지."
기숙사의 내 방은 찾아온 도미니크 교수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요? 크크
아뇨. 했을 겁니다. 왜냐고요?
그들에게 제 경지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들어갔다한들..
저들이 과연 믿었을까요?
저들은 힘이 있는 자들이며 가진 것이 많은 자들이고..
스스로를 뛰어나고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자들입니다.
그런 자들이 자신의 가문보다 못한 가문에서..
그것도 그동안 눈칫밥 먹던 카온이
소드 나이트에 올랐다는 정보만으로..
아이쿠! 했을까요? 크크"
도미니크 교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마 저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저의 가문이 기사 가문이기에 핏줄이 어떻고 하면서
소드 나이트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고.작 소드 나이트에 오른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들만의 지식과 경험의 한계가 거기까지이니까요."
"너의 경지가 그렇지 않다는 말로 들리는구나."
"저는 한 번도 제 경지를 일부러 속인 적 없습니다.
단지 그 정도로 실력발휘를 할 일이 없었을 뿐이죠."
"말해 줄 수 있겠나?"
"실력을 숨기지 않는다는 것과..
내 입으로 적인지 아군인지 모를 이에게
먼저 말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아카데미를 그만둘 생각이면
라이거 영지로 가라고 했을 만큼
도미니크 교수는 괜찮은 사람이기에
이런 대화가 서열전에 나눈 대화였다면
내가 소드 나이트가 아니라 소드 익스퍼트라는 것 정도는
말해줬을지 모른다.
지금 와서 나의 경지를 어떤지 물어보는 것에
교수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지 모르나,
나로서는
`너의 실력이 어떨지 모르지만 내가 도와주겠다` 가 아닌,
`너의 실력을 확인했으니 내가 도와주겠다.` 로 들렸다.
교수가 라이거 가문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고,
아카데미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과거다.
지금 내가 적어도 소드 나이트라는 것이
아카데미 전체에 밝혀진 것은 현재다.
아카데미를 그만두고 라이거 영지에서 일을 하며
나로 인해 영광을 되찾는 것을 지켜보는
미래는 환영한다.
하지만 나를 이용해 자신의 미래를 바꿔보려는 것은
내가 용납할 수 없다.
이런 내 마음을 하나도 빠짐없이 그대로 이야기했다.
"저는 사람을 잘 믿지 못합니다.
표정을 보니 그럴 의도는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의도였다면.. 라이거 영지로 오라고 한 말은
지금까지 제 입에서 나온 말 중
가장 후회를 남길 말일 겁니다."
"절대 그런 의도는 아니였다만..
나도 말주변이 없어 그렇게 들렸다면 사과하지..
미안하다."
"아닙니다. 제 심사가 꼬여있어 그럴 뿐입니다."
내가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읽는 능력은 없지만
교수의 눈빛과 말에는 거짓이 없어 보였다.
"그들도 서열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분명 메튜의 실력이 뛰어나고,
그것을 알기에 자신하고 있겠지..
그러나.. 자신만 하고 있지 않을 거야."
"크크. 당연히 그렇겠죠."
"메튜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메튜라는 자가 걱정되는 겁니까?"
도미니크 교수는 방에 들어온 이후 한 번도
나에게 팔이 잘려나간 다기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다음 상대인 메튜라는 이름을 꺼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메튜 파비친코.
그는 일라인 왕국 동부
온천 도시인 `올반` 바로 아래 영지를
다스리는 파비친코 자작 가문의 아들이였다.
파비친코 가문은 대대로 테슬린 공작 가문을
주군으로 모시는 기사 가문이였으나,
테슬린 가문이 또 다른 기사 가문인 파실리온 가문을
점점 중히 여기면서 중심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그럼 서열전에 참가할 이유가.."
"메튜가 서열전 전에 와서 이런 말을 했어..
가문이 처한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다 떠나서 기사가 되고 싶다고..
메튜의 마음을 알았는지
테슬린 가문에서 메튜가 이번 서열전에서
우승한다면 졸업 후,
바로 테슬린 가문의 부 기사 단장 자리를 주고
파비친코 가문 또한 테슬린에서 확실히 밀어주겠다고.."
"하.."
좋은 쪽으로는 하나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메튜는 도구이자 장기 말일 뿐이다.
19살에 공작 가문의 부 기사단장이라는
엄청난 혜택 뒤에,
서열전에서 참여하지 않으면 또는,
참여해서 우승하지 않으면 메튜는 물론 가문까지
무사하지 못할 것이란 뜻이 숨어있었다.
메튜나 파비친코 가문에서는
우승 이전에 참가는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었다.
"모두가 메튜를 귀족파로 알고 있지만..
그는 귀족파고 국왕파고 다 싫어했어..
서스의 오른팔이라는 메튜가 수련을 이유로
파티 같은 것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지..
메튜는.. 아카데미 수호단 만이라도
자신의 힘으로 바꾸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 것마저 다 날아간 셈이지.."
메튜의 사정도, 도미니크 교수가
메튜를 걱정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그러나 과정이 어떻고, 이유가 어떻든,
메튜가 에르제처럼 직접 도움을 청한 것이 아닌 이상
내가 그와 그의 가문을 도울 명분도 이유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압박이든, 자발적인 선택이든
메튜는 귀족파의 뜻에 따라 나와 상대한다는 것이다.
"그가 나를 죽이고자 한다면
저도 그를 죽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가 어떻든지 상관없습니다.
저와 페페 가문, 저와 파실리온 가문,
어쩌면 저와 테슬린 가문까지..
어차피 서로 검을 겨누어야 하는 사이입니다.
저로서는 성장한 메튜보다 지금의 메튜를
처리하는 것이 이익입니다."
체념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도미니크 교수가 일어났다.
"서열전에 다기스를 향해 했던 말.. 내 심장을 옥죄더군..
우승을 바라네."
"감사합니다."
교수가 나가고 휴식을 취한 나는
결승이나 다름없는 경기를 치르기 위해 방을 나섰다.
"카온님.."
기숙사 입구에서 나를 부르는 에르제.
"기다렸던 거야?"
"네.. 힘내세요.."
"크크. 걱정 마."
에르제의 눈앞에 그녀가 선물해준
전장의 팔찌를 보여주고 연무장으로 향했다.
지혜의 서열전이 끝난 생태였기에 오전의 경기보다
더 많은 사람이 관람석에 차지하고 있었다.
어김없이 성을 뺀 이름으로
나를 소개하는 사회자의 외침에 연무장 중앙에 서자
먼저 나와 있던 메튜가 사회자를 불렀다.
"소리 증폭 아티팩트를 꺼 주지?"
"어? 그게.. 위에서.."
"내가 책임질 테니 꺼 줘."
"그래.. 알겠어.."
사회를 맡은 3학년 학생이
아타팩트의 작동을 멈추는 것을 확인한 메튜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카온.. 아니 카온 라이거.
네가 저번 대결에서 했던 말.. 감명 깊었다..
허락도 없이 네 가문에 대해 알아본 것은 미리 사과하지..
네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모르나.. 지금의 아카데미는..
너나 네 가문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곳이 아니야.."
"그래서?"
"차라리 너에게 큰 뜻이 있다면 아카데미를 나가
가문이 있는 남부에서부터
지지 기반을 쌓는 것이 어떨까 싶다."
"크크크 할 말은 그게 끝이야?"
"너희 재능이 아까워 하는 말이니..
서열전을 포기하는 것이 어떤가?"
"하.. 진짜.. 이봐요. 심판님. 시작 안 합니까?"
"메튜. 더는 시간을 줄 수 없다."
"카온 라이거. 후회하지 말아라."
"다들 귀족인거 티내나.. 뭔 말들이 그렇게 많아?"
결국, 심판을 맡은 교수는
메튜의 동의 없이 시작을 알리는 동전을 던졌다.
메튜의 검에서 넘실거리는 오러.
나도 검에 마력을 담았다.
얼마나 실력에 자신이 있었으면
마치 다 이긴 듯, 그리고 훈계하듯
말한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메튜와
몇 번의 검을 나누었다.
*
에르제는 대결이 시작되자 두 손을 모아
카온이 무사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기도가
뒤에 앉은 이들의 대화가 들리기 시작하며 깨졌다.
"넌 누가 이길 것 같냐?"
"당연히 귀족파니까 메튜 선배를 응원하긴 하는데..
저 카온이란 놈이 이겼으면 좋겠다."
"나도 국왕파에 속해 있지만 카산과 같은 생각이야."
"에? 아리스 너도?"
귀족파 귀족 자제들 간의 대화에 국
왕파 귀족 자제가 끼어든 대화.
서로 으르렁거리던 정치 학부 학생들이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에르제는 이상했다.
"파울로 너도 마찬가지 아냐?
솔직히.. 카온이 한 말 중에 틀린 말이 없잖아?
나 진짜 부끄러워 죽는 줄 알았어.
귀족파니 국왕파니 하면서 정치질에 어울리는 것도
웃기지 않아?"
"맞아. 나도 쪽팔리더라..
누구는 수업을 마치고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나는 파티에 참여해 작위를 받은 귀족이 아닌
귀족 자제의 눈치나 보고 있고.."
"너희들은 남자라 눈치만 보지?
나는 여자라 더러운 시선도 받아야 해."
"카산은 저놈이 우승하면 아카데미가 바뀔 것 같아서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야?"
"두 파에 동시에 찍힌 저놈이 우승한다고 뭐가 바뀌겠냐?
그냥 귀족파나 국왕파 둘 다 싫어서 저놈 응원하는거지.."
"하긴.. 우승해도 무슨 변화가 있겠냐.. 쯧쯧.."
이들이 나눈 대화의 결론과 다른 생각을 하는 에르제였다.
자신이 카온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뒤에 앉은 이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카온이 꿈꾸고 걷고자 하는 길을 알고 있는 에르제는
카온이라면 분명 썩어가고 있는 아카데미를
변화시킬 것으로 생각했다.
카온을 주제로 다른 대화를 하는 이들이 있었다.
"서스. 카온 놈의 검에 실린 오러가 오래가는 것 같은데?"
"왕자님. 아직까지는 예상 범위 안입니다.
그리고 증폭제의 효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하"
"그래? 음.. 아무튼,
지혜의 서열전은 자네가 가져갔어.
우승자의 입에서 새로운 교칙도 나왔고."
지혜의 서열전에서 우승한 자는
마법 학부 3학년 마린다 엘리자베였다.
엘리자베 가문은 가문 자체의 능력보다
테슬린 가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가문으로 유명했다.
테슬린 가문의 지원을 바탕으로
어릴 때부터 자제들의 능력에 따른 교육을 하고,
오로지 능력에 맞는 교육에 집중시켜
데슬린 가문에 필요한 인물을 양성하는 가문이기도 했다.
마나에 재능이 있는 마린다는
어릴 때부터 마법사로서의 교육만 받았고,
아카데미 졸업 이후에는
테슬린 마법단에 들어가는 것이 확실했다.
지혜의 서열전에 우승한 마린다는
테슬린 가문의의 뜻에 따라
마법 학부 학생들이 졸업 할 때, 학생들에 대한
왕실이나 귀족의 접촉을 금하며,
마법 학부 학생들의 진로는 학생이
직접 아카데미에 신청한다. 라는 새로운 교칙을 선언했다.
이와 같은 교칙은 이미 있었지만,
새로운 교칙에는 `왕실` 이라는 단어가 첨가되었다.
언뜻 보면 왕실이나 귀족들이
힘으로 학생들을 위협해 데리고 가는 것을
막기 위한 규칙 같지만
실제로는 모든 귀족파를 다스리는
마법 가문인 테슬린 가문에서 유능한 마법사들을
독점하기 위함이었다.
"두 서열전을 나눠 가지자는 뜻에 동의했어.
그리고 하나는 계획대로 귀족파에서 가져갔지.
그리고 다른 하나를 우리가 가져가기 위해
판도 깔고, 네 생각에 따랐어.
하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지.."
"우승하는 것이 귀족파 소속이지만
그 권한을 왕자님께 드린다는
마법 계약서까지 작성했습니다."
"만약.. 진짜 만에 하나..
우리가 서열전 하나를 가져가지 못하면..
오늘처럼 웃으며 대화를 나누지는 못할 것이야."
"왕자님! 메튜의 검이!"
"큭큭큭 메튜가 확실히 검에 재능이 있나 봅니다.
아.. 이렇게 되면 버리기 아까운 패였습니다. 하하하"
국왕파에 속한 이가 놀라고 서스가 크게 웃은 이유는
메튜의 검에서 소드 익스퍼트의 상징인
오러의 색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
분명 서스든 국왕파든 수작을 부렸을 것인데
메튜와 20여 분이 넘는 합을 나누는 동안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순간,
메튜의 눈동자가 붉게 변하며 그의 검에
오러의 색이 나타났다.
"하.. 오러 증폭제였어?"
붉어진 눈, 이는 메튜가 증폭된 오러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오러 증폭제의 부작용 중 하나가
섭취한 사람이 오러를 다스리지 못하면 사고력이 떨어진다.
사고력이 떨어져 행동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섭취 전 가졌던 생각대로만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즉. 메튜가 지금 검을 휘두르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증폭제의 부작용이었다.
"젠장.. 하필이면.. 색이.. 맑냐.."
메튜가 휘두르는 검을 피하면서 한숨이 나왔다.
오러의 색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서스가 나의 목을 벨 때 검에 물들었던 색은 회색,
리아의 색은 흰색,
아버지와 아키 단장의 색은 푸른색.
지금 나에게 검을 휘두르는 메튜는 녹색.
마음이 탁할수록, 살인을 즐길수록
오러의 색은 무채색에 가깝고
진정한 기사의 길을 걷는 자들은 각자 색은 다르지만,
유채색에 가까웠다.
만약 메튜의 검에 실린 오러가 탁했다면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생각과 도미니크 교수의 생각이 어떻든
메튜의 본질과 검에는 악이 있으며,
언젠가 분명 드러날 악의였기에
망설임 없이 몫을 베었을 것이다.
하지만 메튜의 검은 녹색의 일렁거리고 있었다.
가문의 문제는 둘째치고, 미래의 문제는 접어두고라도
정도를 걷는 메튜라면 우선 그의 몸에서
오러 폭발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했다.
이 선택이 나에게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메튜와 그이 가문의 상황 속에서도
비록 증폭제에 의해 나타난 색이지만,
맑은 색의 오러를 가진 메튜를 귀족파에 따른다는 이유로
죽이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에이 씨.. 몰라.. 내가 더 강해 지면 되지 뭐."
메튜를 살려주면 훗날 그와 다시 검을 겨눠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메튜보다 강해지면 그만이었다.
우선 살리고 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뫼비우스 고리의 회전을 높였다.
번쩍임과 동시에 검붉은 오러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일단 저 성가신 검부터!"
두 다리에 마력을 집중하고 메튜를 향해 뛰어들었다.
쾅! 쾅!
다기스 때와는 차원이 다른 소리가 연무장에 울렸다.
"메튜! 정신 차려!"
쾅! 쾅! 쾅!
"왜 안 깨지고 지랄이야! 새끼야! 정신 차리라고!"
꽝!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버린 메튜의 검.
움찔하는 메튜의 복부를
마력을 담은 주먹으로 가격하자 메튜의 무릎이 꿇렸다.
나는 들고 있던 검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메튜의 뒤로 이동해 그의 등에 손을 가져갔다.
점점 빨라지는 뫼비우스의 고리.
"씨발! 정신 좀 차리라고!"
심판을 맡은 교수가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오지 마! 다가오면 이 새끼 죽게 그냥 두고
너부터 죽여버릴 테니까!"
교수가 도와주기 위해 다가온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이 상황을 이용해
나와 메튜, 모두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어떤 마음이든 지금은 방해자일 뿐이다.
"마카리 교수! 당장 내려가시오!"
도미니크 교수의 외침.
"젠장.. 빨리도 온다.."
그리도 들리는 또 다른 외침.
"아카데미 수호단은 뭘 하는 거야?!
너희 단장을 저놈이 죽이려 하고 있다!"
오러 증폭제를 메튜에게 준 서스는
나의 행동이 의미하는 바를 알 것이다.
분명 오러 폭발을 막으려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저런 말을 한다는 것.
나의 손이 메튜의 등에 닿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서스가
오러 폭발을 막는 과정에서 무방비 할 수밖에 없는 나를
제거하려는 수작이었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연무장으로 뛰어오는 수호 단원들.
"아니야! 죽이려는 게 아니라고!"
도미니크 교수의 외침 따윈 소용없었다.
"엥? 너는 왜 뛰어오니?"
내 눈에 들어온 것은
10명이 조금 넘는 수호 단원만이 아니었다.
눈물을 흘리며 수호 단원과 반대편에서 뛰어오는
에르제의 모습도 보였다.
"크크 넌 울지마라. 우니까 못생겨 보여."
"으으윽.."
"정신이 좀 드냐? 조금만 참아라"
다급한 주변과 달리 여유가 있었던 것은
조금전에 아공간에서 꺼낸 아티팩트 때문이었다.
야영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실드의 장벽 아티팩트를 가동했다.
소드 유저가 대부분인 수호 단원들의 검을
얼마나 버텨 줄지 모르지만
메튜의 오러 폭발을 막을 정도의 시간을 벌어 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크크 그냥 아티팩트라면 못 믿었겠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아티팩트도 아니었고
무려 시조님의 비밀 공간에 있었던 아티팩트였다.
아티팩트 자체를 믿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사용했을 시조님을 믿는 것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