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51화 (51/201)

〈 51화 〉 그 말.. 어딘가 익숙하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51. 그 말.. 어딘가 익숙하네..

부 탑주 마이클을 자리에 앉히고 다시 말을 이었다.

"물론 무상은 아닙니다.

마탑에서 만들어지는 아티팩트를 다른 곳에

팔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독점은 발전이 아니라

퇴보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대신 제가 말하는 물량은

꼭 확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즉. 소리 증폭 아티팩트 열 개를

제가 원한다면 우선 열 개부터 저에게 판매하고

나머지는 몇 개를 만들어 몇 개를 팔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단, 제가 가지는 아티팩의 값은 시세의 반으로 할 것이며,

제가 아닌 다른 곳에 판 아티팩트의 판매 금액의

1할을 받았으면 합니다.

"헉!"

부 탑주와 대화하는 동안 상황이 어려운 마탑을

잘 활용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달 천 개의 금화보다 1할의 수익이 더 적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매달 천 개의 금화가 그냥 나가는 것보다

일부가 돌아오는 쪽이 훨씬 이익이다.

선조님들이 남겨주신 유산이

아직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남아있지만

내 손에 나가는 금화들이 한 개, 두 개가 아닌

천 개, 만 개이며, 성벽 공사가 시작되면

더 많은 자금이 나갈 것이고, 병사까지 양성하면

그때는 나가는 자금이 셀 수 없어진다.

마탑에 투자하는 것은 분명 계획에 없던 일이지만,

천 개의 금화를 투자해 단 한 개의 금화, 아니

한 개의 동화라도 이익이 난다면 좋은 것이고,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마법 가문인 테슬린 가문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이건.. 저 혼자 판단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탑주님은 언제 오십니까?"

"일주일 이상은 걸릴 듯합니다."

"그럼 제가 다음 주 휴일에 다시 방문하도록 하죠.

저도 일주일 정도 성도에 없을 테니까요.

그전에.. 저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과

마법사 고용에 관한 것,

그리고 저와 저의 가문에 관한 것을 비밀로 하겠다는

마법 계약서는 작성하셔도 되겠습니까?"

"아! 네! 그렇게 하죠!"

"이제 올렉이란 마법사를 만나볼까요?"

"당장 부르겠습니다!"

올렉.

이제 막 4서클에 진입한 38살의 남자와

몇 마디 나누지 않고 바로 계약했다.

빨리 결정을 내린 첫 번째 이유는

상당히 높은 급여를 들었음에도

그것에 들떠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마탑을 떠나고 난 후,

힘들어질 탑주와 부 탑주를 걱정하는 그의 마음이었다.

좀처럼 마음이 움직이지 않던 그에게

앞으로의 마탑에 대해 이야기해 준 뒤에야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

모든 항목이 작성된 마법 계약서를 작성하고

성도 집으로 올렉과 함께 돌아오는 길.

"도련님께서 마탑에 그렇게까지 하신 이유를

아직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차차 알게 되실 겁니다."

올렉의 심성이 좋은 것과는 별개로

아직 내 사람이 아니라 고용된 상태였기에

바이올렛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말해 줄 수 없었다.

"차차 알게된다라.. 그렇군요."

올레 또한 자신의 처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집으로 들어와 올렉에게 이렇다 할 설명 없이

바로 텔레포트 아티팩트를 이용해

다시 라이거 영지로 돌아왔다.

"허.. 텔레포트 아티팩트라니.."

올렉을 가족들에게 인사시키는 일까지는 내가 했지만

이후의 일은 총관과 메이에게 맡기고

다시 성도 집으로 돌아왔다.

책상에 앉아 마법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 휴가가 5일 남았으니.. 괜찮겠지?"

마법에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면서도

부전공으로 마법 학부를 선택한 것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내가 마법을 수련해 성취를 이루는 것이 아닌

페페 가문을 타고 올라가면 언젠가 부딪혀야 하는

테슬린 가문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마법이란 것이 무엇이며,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었고,

다른 하나는

마법에 대한 필요성은 알고 있었기에

다른 부전공을 선택해 헛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마법 학부를 선택해 혼자서 배우고, 혼자서 실험했을 때의

위험 부담을 줄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마법에 관한 것은 조금 천천히 가자는 생각이

마린다를 만나고, 바이올렛의 재능을 알게 되었으며,

마탑을 다녀온 뒤 부정적인 생각이

조금 희석되어서 그런지 바뀌었다.

아공간에서 그동안 보지 않았던 마법 책을 꺼내

첫 장을 펼쳤다.

*

카온이 마법 책을 읽기 시작한 시간.

서스는 인상을 잔뜩 구긴 채 마린다 앞에 앉아 있었다.

"네년이 나에게 거짓된 정보를 주었던 거이냐?"

"거짓된 정보라니 무슨 말인가요?"

마린다가 선배이고 서스가 후배이면서도

서스는 말을 낮추고 마린다는 말을 높이는 것이

둘 사이에서는 자연스러웠다.

"카온 그놈이 성도 주변 영지를 돌아본다 하지 않았더냐?"

"네.

자기들끼리 그렇게 대화하는 걸 듣고 그대로 말했지요."

"그럼 어찌 그놈이 나오지 않은 것이며!

어찌 그놈의 집 근처에서 놈이 보였던 것이냐?"

"카온이 성도 밖으로 나가고 안 나가고는

그 사람 마음이지 왜 그것을

제게 따지시는지 이해할 수 없네요.

찾아와서 보고나 들은 것이 없냐고 물은 것은 서스님이고,

보고 들은 그대로 말해 준 것인데 뭐가 잘못이라는 거죠?"

"하.."

마린다가 잘못했다며, 죄송하다며

숙이고 들어왔다면 화라도 풀렸을 텐데

화풀이 상대인 마린다가 당당하게 나가니

더이상 뭐라 하지도 못하고 한숨만 내 쉬었다.

서스도 마린다에게 따질 일은 아니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그 정보 하나 때문에

그의 주머니에서 나간 돈이 만만치 않았다.

카온이 성도 밖으로 나간다는 정보를 듣고

서스는 성도의 용병 길드 소속이지만

불법적인 일을 하는 용병들과

암살 길드에 카온의 제거를 동시에 의뢰했다.

하지만 이들을 고용하는 비용만 날렸을 뿐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래.. 사람 마음은 언제나 변하는 것이지..

정보를 준 너에게 화풀이 한 것 사과하지.."

"괜찮아요."

"그나저나 그놈이 옆 기숙사에 살지 않고

에르제 년이 사는 것이 확실하더군."

"에르제가 서열전에 그런 행동을 했는데

카온 입장에서는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겠죠.

대 놓고 카온 편을 들었는데..

에르제의 가문은 괜찮은지 몰라..

저 같으며 이때다 싶어 마법을 날렸을 텐데. 호호"

"그년 언니의 남편이 왕실에서 일하는 귀족이라

왕자님이 알아봤는데 그 집에서 오히려 난리였다더군.

카온 그놈과 붙어 다니면서 동생 망쳤다면서..

저 기숙사에 들어오면서 가문과 연을 끊고

알아서 살겠다는 쪽지까지 써 놓고 나왔데.

시녀나 호위는 뭐..

워낙 어려서부터 함께 했다는 이들이라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온 것이고.

왕자님도 나도 에르제 독단적인 행동을 두고

가문을 탓할 수는 없잖아?

이참에 약점 하나 잡고 있는 것도 나름 괜찮고."

마린다는 카온의 치밀함에 속으로 엄청 놀랐다.

카온이 일부러 자신의 기숙사를 내어 주었고,

그녀 또한 실드 아티팩트에 보호 받고 있어

안전할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에르제의 가문이 마린다로서는 걱정되어

돌려 물어본 것이었다.

하지만 마린다의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카온의 준비는 철저했다.

그리고 마린다는 자신이 겪고 알게 된 에르제가

절대 그럴 여자가 아니란 것을 서스에게 말하지 않았다.

"에르제.. 에르제.. 그년을 죽이면 카온이 흔들릴까.."

잔인하지만 멍청한 생각을 하는 서스를 향해

마린다가 속으로 혀를 찼다.

"서스님. 제 생각을 말해도 될까요?"

"해봐."

"에르제의 가문은 모르겠지만, 에르제는

국왕파나 귀족파의 눈 밖에 난 것이나 다름없어요."

"당연하지! 그것도 카온놈과 붙어 먹은 년이지!"

"네. 모두가 알고 있듯, 카온의 사람이죠.

문제는 바로 카온의 사람이라는 것이 문제라는 겁니다.

카온이 에르제를 위해 기숙사를 내주었음에도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한 번씩 오는 것도 아니죠.

그녀의 안전이 걱정되었다면 과연 그럴 수 있겠어요?"

"아! 서열전에서 보여줬던 실드가 펼쳐지는 물건!"

"네. 아직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카온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분명 작동하고 있을 거예요."

마린다의 말처럼 카온은 이미 설치해 놓은 상태였으며

이것은 마린다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범위 실드가 펼쳐지는 물건.. 일종의 아티팩트겠죠.

그런 흔하지 않은 아티팩트를

에르제가 머물 기숙사에서 설치했어요.

그런 그가 에르제의 몸을 보호해줄

실드 아티팩트를 주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죠."

"라이거 가문이 그만큼 돈이 있는 가문이 아니야."

"그렇겠죠. 저도 들어서 알고 있어요.

하지만 가능성은 분명히 있죠. 아니 크겠죠.

서스님도 그 부분은 인정하시는 것 같은데요?"

"하.. 그래.. 그래서?"

서스도 가능성 부분에서는 카온에게 당한 것이

한둘이 아니라 인정했다.

"다 떠나서 만약에 에르제를 죽였다고 쳐요.

과연 카온만 흔들릴까요?

카온 주변에 사람이 에르제뿐이라

그녀가 마치 큰 존재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고작 남작의, 그것도 서스님 가문 아래에 있는

가문의 삼녀일 뿐이죠.

검을 들고 설치는 것도 아니고,

마법을 쓰는 것도 아닌 그냥 평범한 남작가의 삼녀요.

그리고 그녀의 언니는 서스님과 약혼의 말까지

오갔다는 것을 파티에 참여한 이들은 알고 있죠.

그런 그녀가 죽어봐요.

과연 서스님을 따르는 귀족파가 진심으로 따를까요?"

마린다는 교묘하게 알크의 존재를 숨기며

에르제를 죽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내가 죽였는지 국왕파에서 죽였는지 어떻게 알아?!"

"카온 때문에 가장 손해를 본 것이 서스님이라는 것을

두 파벌뿐만 아니라 중립이나 평민들도 알고 있어요."

"하.. 씨발..젠장.."

서스는 카온과 서열전을 통해 잃은 것이 너무 많았다.

파티에서의 일로 에르제를 자신의 시녀처럼

부리려 했던 계획이 틀어진 것을 시작으로

서열전을 카온이 차지하면서 왕자와의 관계가 어긋났고,

그것을 다시 맞추기 위해 왕자와 협의 중이며,

카온을 제거하기 위해 날린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것보다 가장 큰 손해는

메튜의 오러 폭발의 원인에

서스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귀족파 자제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즉. 에르제에게 손대면 손댈수록

서스님이 더 곤란해질 뿐이라는 거죠.

그리고.. 이제 아카데미 안에서는

카온을 어떻게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시잖아요?"

"젠장!"

벌떡 일어나 나가버리는 서스의 등을 바라보는

마린다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서스.. 행동도.. 생각도 너무 어려..

넌 카온의 상대가 아니야."

*

일주일의 휴가가 금방 지나갔다.

서열 1위의 혜택 중 하나인 수업 자율화를 이용해

장교 학부 수업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부전공인 마법 학부 수업을

조금 더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교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내가 진짜로 수업에 참가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는지

마법 학부 1학년 학생들의 눈에는

놀람과 의아함이 뿐만 아니라

이해 할 수 없는 분노까지 보였다.

그리고 마법 학부 1학년 교수는 적의까지 드러냈다.

"카온 라이거.

무예의 서열 1위라 마법이 우습게 느껴지나?"

말하는 교수의 손에는 불길이 일렁이기까지 했다.

"우습게 본다라..

만약 그랬다면 기사 학부 수업처럼 신경도 쓰지 않겠지요.

교수님 손에 있는 마법이 저를 향하면..

그 마법을 제 검으로 벨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 보고 싶기는 하네요."

교수의 마법에 의해

내가 상처라도 입으면 좋아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교수가 학생을 공격하는 것은 범죄에 해당했기에

교수가 나에게 마법을 날리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 내가 교수라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도록.

네가 서열 1위가 되면서 일부 교수들이

너에게 교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의미가 없다가 아니라 하지 않겠다가 맞는 말 아닙니까?"

"그 교수 중 한 명이 나다."

내 말을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는 교수였다.

"교수님.

솔직히 저희도 카온과 같이 수업 듣는 것이 싫습니다.

마법 학부는 마나의 축복을 받은 이만이 허락된 곳입니다.

마나가 아닌 오러를 쓰는 카온이 마법 수업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마법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만약 카온이 마법 수업을 받는다면

저는 학부 변경 신청을 하겠습니다."

금발의 남학생이 손을 들어 말을 하자

교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들었지?

너 하나 때문에 많은 학생이 피해를 보는 것 같은데?"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슥 둘러 보았다.

"다 같은 생각이야?"

고개를 돌리는 학생들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크크크. 그래 그럼. 내가 나가지.

제가 나가죠. 교수님."

교실 문을 벗어나는 순간

누군가의 탄식이 들렸지만 무시했다.

서열전 이후 아카데미 내에서 두 파벌의 힘이 많이 줄었고

파벌에 속해 있던 학생들의 생각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이 변하는 것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내 생각과 많이 달랐다.

서열전 우승 당일, 알크와의 대화에서처럼

어떤 목적으로든 나에게 다가오는 이들이 있을 거란 예상이

휴가 복귀 첫날부터 보기 좋게 틀려버렸다.

생각은 있지만 다가오지 못하는 이,

교수의 말과 금발 학생의 말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개를 돌렸던 이,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고작 16살의 학생일 뿐이라

가문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었을 것이다.

아쉬움 따위보다는 훗날 저들의 표정이 궁금했고,

저들이 무슨 핑계를 대며 다가올지 궁금했다.

햇살이 좋아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데

머리 위로 그림자가 생겼다.

"공격하지 않는 걸 보니 적의는 없는 것 같은데.. 누구지?"

"메튜 파비친코."

"엥?"

의외의 인물에 고개를 들었다.

"도미니크 교수님께 다 들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휴가라고 하더군."

"크크 됐어. 아직 너를 살린 것이 잘한 것인지..

확신이 들지 않으니까."

만약 서스의 머리는 둘째치고,

검술과 검에 대한 마음이 메튜 정도였다면

나에게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휴식을 하는 시간은

주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메튜의 검에 대한 가능성이 컸고,

훗날 적이 되어 내 앞을 막는 자가 있다면

서스가 아닌 메튜가 아닐까 했다.

"서스와 왕자가 병실로 찾아왔었다.

왕자는 서스의 말을 믿고 나를 지켜본 것을

자기가 살아오는 동안 가장 병신같은 짓이라 했고..

서스는 차라리 너를 끌어안고 같이 죽었다면

나의 가문은 더 발전 했을 거라 하더군."

"하.. 괜찮냐?"

나도 이 말을 내뱉고 순간 당황했다.

두 사람의 지독함에 이용당한 메튜가

순간 안쓰럽게 느껴져 그 마음의 소리가

머리를 거치지 않고 바로 나온 듯했다.

"만약 그 말이 그들의 입에서 나왔다면

내 생각이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

"크크"

"나는 아카데미를 그만둘 생각이다."

"기사가 되고 싶은 거 아냐?

뭐.. 꼭 아카데미를 나와야 기사가 되는 건 아니지만.."

일반 기사와는 다르게 귀족의 자제가 기사가 될 경우

아카데미 졸업 여부가 중요하게 여겨졌다.

아카데미를 졸업하지 않은 호리페의 경우를 예로 들면,

본가인 라이거 가문이나 외가인 페페 가문의

기사가 될 수 있지만,

왕실이나 다른 대 귀족의 기사가 될 수 없었다.

"가문으로 돌아갈 생각도 없다."

"하?"

"퇴원하고 성도 별장에 가니 통신구가 울리더군..

서스가 준 포션을 먹고 내가 죽을 뻔한 덕분에

파실리온 가문을 압박할 수 있겠다며..

테슬린 가문에서도 위로금을 보내왔다는 것이

통신의 전부였지."

가족이라는 존재의 입에서 아들의 걱정이 아닌

다른 말이 먼저 나왔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순간 메튜의 가정에 이자벨 부인 같은

사람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교수님도 모르는 사실이지만..

나는 파비친코 가문의 장남이지만 양자야.

그리고 배가 다른 형제가 두 명이나 더 있지."

첫째 부인 사이에서 아이가 없어

양자로 메튜를 들였지만,

재혼한 여성 사이에서 아들이 둘이나 태어나면서

메튜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것이다.

"하.. 서스가 왜 오러 증폭제를

거부감 없이 썼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네.."

서스나, 파실리온, 테슬린, 심지어 메튜의 가문인

파비친코 가문에서도 메튜는 죽어도 상관없고,

나랑 같이 죽으면 더 좋은 존재일 뿐이었다.

"진짜.. 괜찮냐?"

"내가 잘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고..

내가 말을 잘 들으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지..

하지만 모든 것이..

나 혼자만의 생각이고 발악이었던 거였어."

"그 말.. 어딘가 익숙하네.. 쯧.

뭐. 네 결정에 내가 뭐라 할 처지는 아니까..

참고로 남부 쪽으로는 가지 마라.

몇 년 안에 난리가 날 거니까.

동부에는 너희 가문이 있어 안 갈 테니 서부뿐이네 크크"

"네가 살려준 목숨.. 은혜는 잊지 않겠다."

"잊어도 돼.

그냥 다 잊고 메튜 파비친고가 아닌 그냥 메튜로 잘 살아."

계속 여기에 있었다가는 오지랖을 부릴 것 같아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검이 아닌 마법 수련을 위해

에르제가 사용하고 있는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카온은 자신의 등 뒤에서 메튜가 자신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