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오늘 끝냅시다! 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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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오늘 끝냅시다! 네?
카온이 수련장 바닥에 앉아 무언가를 진지하고 고민하던 시간,
마법 학부 1학년 교실은 한 남학생의 발언으로
정적에 쌓여있었다.
"콜레르 지금 뭐라고 했지?"
교수의 물음에 콜레르란 이름의 남학생은
자리에서 일어나 똑같이 물었다.
"소드 익스퍼트를 이기려면
마법사의 경지는 어느 정도 되어야 합니까?"
"흔히 소드 익스퍼트를 5서클 마법사와 비교하지만,
그것을 잘못된 것이다.
마법사의 최고 경지가 6서클이고 검을 쓰는 자의
최고 경지가 마스터이기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4서클만 되어도 소드 익스퍼트를 제압할 수 있으며,
3서클이라도 서클과 마법을 능숙하게 사용하면
익스퍼트와 상대할 수 있다.
이는 대륙의 전쟁사가 말해주고 있다."
대륙 전쟁사만 본다면 교수의 말이 맞을지 모르나
그때의 마법과 지금의 마법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일라인 왕국이 건국될 천 년 전만 해도
마법이라는 것은 오로지 강함만 추구했지만
천 년이 지난 지금은 강함보다는 안전과 활용에
중점을 주고 있었기에 지금은 소드 익스퍼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서클이라는 공식이 맞았다.
소드 익스퍼트와 목숨을 건 전투를 해보지도 않은 교수가
저렇게 자신 있게 말하는 것은
오로지 마법사라는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럼 1서클인 제가 카온을 이기는 방법은 없는 것입니까?"
"네가 만드는 실드로는 카온은 검을 막을 수 없다.
즉, 접근을 허용하는 순간 너의 패배지.
그래서 승과 패만 따졌을 때는 패에 가깝지.
그러나.. 접근만 허용하지 않는다면 비록 1서클이라도
마법사를 상대한 적 없는 카온이라면
매직 미사일을 따끔한 맛은 보여 줄 수는 있겠지."
"교수님! 카온에게 결투 서열전을 신청하고 싶습니다!
교수님 말씀처럼 제가 질 확률이 높습니다.
아니.. 지겠지요.
하지만! 카온의 그 거만함에
매직 미사일을 박아버리고 싶습니다!"
콜레르가 본인이 카온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러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카온이 마법 학부 교실을 다녀간 이후,
마법 학부 학생들 사이에서 카온에 대한 이미지가
급격히 나빠졌다.
모두가 카온이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마법 학부 수업을 들으러 왔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는 마법을 우습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콜레르는 부족하지만 카온과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법 학부의 중심이 되고자 했다.
또한, 다른 학부 파벌 소속 자제들이
카온에 의해 흔들리고 있을 때,
나서서 대적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귀족파에서 좋게 볼 것이고, 졸업 후 테슬린 가문으로
가는 길이 열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네. 의지는 잘 알겠다.
하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니 교수회의를 통해 답을 주겠다."
카온에게 도전하겠다는 이가 1학년이 아닌 3학년이고,
3학년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2서클이었다면
서열전에 도전하는 것은 학생들의 자유이니
응원해 줬겠지만 1서클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교수 회의를 열겠다는 교수의 말을
자신의 안전이 걱정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마법 학부의 자존심이라 것을 몰랐던 콜레르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전의를 불태웠다.
교수 회의는 뜻밖에 간단히 끝이 났다.
특히 국왕파에서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만약 카온이 마법사와의 대결에서 약점을 드러낸다면
마린다 급의 학생을 이용해
무예의 서열 1위 자리를 가져오겠다는 이유였다.
*
에르제가 급히 달려와 전한 소식에
마법 학부 연무장에 도착했다.
"음? 생각보다 사람이 적은데?"
올해 들어 첫 전투 서열전이라는 것 치고는
구경하는 인원이 너무 적었다.
"수업 중이라 그런가?"
특히, 다른 학부 학생들은 보이지 않고
마법 학부 학생들만 있다는 것이 이상했다.
안내받은 대기실에서 이름이 불리길 기다리고 있는데
마린다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저보고 카온 후배님 마음 좀 흔들어 놓으라고 하더군요."
"엥?"
"마법사들은 흥분하면 마나를 컨트롤 하기 힘들어요.
기사들도 그렇다고 들었고요."
"아.. 크크 내 속을 긁어 오러를 불안정하게 해라?
아이고.. 배려가 넘쳐 어찌 할 바를 모르겠네. 크크"
나는 믜비우스의 고리 때문에
아무리 흥분해도 오러가 날뛸 일이 없다.
"아! 한가지 물어보죠.
도전 한 놈이 마법 학부라 네가 있는 건 이해가 가는데..
다른 학부 학생들이 없는 건 수업 때문입니까?
수업을 그렇게 열심히 듣는 애들이 아닌데 말이지.."
"마법 학부 자존심 때문이에요.
교수, 다른 마법 학부 학생도, 심지어는 참여하는 학생도
카온 후배님에게 이길 생각은 없어요.
학생은 그냥 잘난척하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고..
교수들과 마법 학부 학생들은
후배님이 마법사를 어떻게 상대하는지..
마법사에게는 약점이 없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예요."
"크크 이제 이해했습니다.
돌아가서 물어보면 같잖은 결투를 신청받아
열 받았다고 전해줘 주세요 크크"
"후배님은 마법사와 상대해 본 적 있나요?"
"없습니다.
그런데.. 고작 1서클이라면서도? 크크"
마린다가 돌아가고 얼마 후 기다렸다는 듯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연무장 중앙에 서자 처음 본 것이 확실한데
마치 원수 보듯 보며 올라오는 상대가 눈에 들어왔다.
"카온! 왜 손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이냐?"
"크크 야. 이름이.. 음.. 뭐. 어쨌든.
너 고작 1서클이라며?
아카데미 아니, 나에게 관심 있는 사람들이
내가 소드 익스퍼트라는 것을 아는데..
익스퍼트가 1서클을 상대하면서 검을 쓴다?
익스퍼트 망신시킬 일 있냐?"
"무시하는 것이냐?!"
"크크 야. 진정해. 워워..
흥분하면 마나 컨트롤 하기 힘들다면서? 워워."
가만히 지켜보던 심판을 맡은 교수가 사이로 끼어들었다.
"카온. 진짜 검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냐?
아니면 네가 가진 아공간에서 꺼내려는 것이냐?"
"크크 이 심판 교수님도 웃기네..
아공간에서 꺼내는 것이
제 작전이면 어쩌려고 물어보는 것이죠?
하.. 개판도 이런 개판이..
좋아요. 아공간에서 꺼낼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검은 물론 쇠붙이 하나 쓰지 않을 겁니다.
교수님 덕분에 저놈 진정된 것 같은데 시작하죠?"
콜레르와 내가 일정한 거리를 벌리자 심판이 동전을 던졌다.
그리고 동전이 떨어지는 순간 콜레르의 주문이 시작되었지만,
"마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나를 보호.."
퍽!
마력을 담은 다리로 순식간에 콜레를 향해 다가간 후
그의 뒤통수를 후려친 덕분에,
"으악!"
콜레르는 시동어를 말하기는커녕 주문도 마치지 못했다.
"어이~ 자냐? 크크
운동 좀 해라 운동 좀!
거 뒤통수 한 대 맞았다고 뻗어버리냐 재미없게. 쯧쯧.."
다시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와 심판을 바라봤다.
"뭐해요? 설마 저놈을 죽어야 대결이 끝이 납니까?"
"카..카온. 승.."
나는 연무장 주변에서 대결을 지켜보던
교수들과 학생들을 일부러 보지 않았다.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뻔했고
그 뻔한 얼굴을 보면 웃음이 터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
"하.. 저 미친놈.."
"뭐가 어떻게 된 건가요?"
"뭐가 어떻게 되기는,
카온이 저 마법 학부 학생의
뒤통수를 후려갈겨서 이긴 거지.."
카온에게 전투 서열전 소식을 전해 준 에르제와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관계없는 마법 학부 쪽으로 향하는
에르제를 보고 따라온 알크의 대화였다.
"왜 검을 안 들고 있나 했다.."
"저렇게 이겨버리면 마법 학부 학생들의
화만 더 키우는 거 아닌가요?"
"학생들은 물론 마법 학부 교수들도 난리 치겠지..
그냥 진 것도 아니고.. 완전히 개무시를 당했으니..
역시 일 키우는 것에는 선수야.. 선수.."
알크의 말처럼 일은 점점 커지다 못해
아카데미 마법 학부 전체의 일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를 진화 하기 위해 다시 교수 회의가 열렸다.
"망신! 이런 망신이 없습니다!"
"맞습니다! 더 나은 실력의 학생을 내보내야 합니다!"
"서열전은 교수가 어떻게 할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 귀족파에서 지혜의 서열을 가져갔다고
그렇게 쉽게 말하는 겁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
"됐습니다! 무조건 다른 학생을 내보내야 해요!
서열전을 떠나서! 카온 그놈의 약점도 발견 못 했어요!"
"그럼 마법 학부 학생 중에 가장 실력이 뛰어난
마린다를 내보내는 건 어떨까요?"
"그것 좋은 생각이네요!"
"글쎄요..
마린다가 3서클이라지만 혹시나 져버리면 큰일입니다."
"꼭 질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만약에! 혹시나! 말입니다! 그럼 교수님이 답을 내 보세요!"
"마린다를 출전시키는 것은 국왕파가 허용할 수 없습니다."
"하.. 좋습니다! 져도 되는! 하지만 카온의 약점을
파악할만한 실력을 갖춘 녀석이 있습니다!"
학생의 참여를 강력히 주장했던 교수가 꺼낸 카드는
마린다에 이어 지혜의 서열 2위이자
2서클인 3학년 케빈 알레스타였다.
이런 교수들의 움직임보다 먼저 행동에 옮긴 이들이 있었다.
"교수님! 마법 학부 2학년 나노 세바스가
카온에게 결투 서열전을 신청했습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와 외치는 학생의 말에
교수들은 일어나 다시 연무장으로 향했다.
*
다시 찾은 마법 학부 연무장.
"오호! 역시 소문이 빠른 곳이야. 크크"
콜레르를 상대하고 두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소문이 퍼진 것인지 연무장 주변에
다른 학부 학생들의 모습도 보였다.
간단히 마실만한 것 하나 주지 않는 대기실보다
밖에 더 시원해 연무장 중앙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이번 상대인 듯한 학생이 올라왔다.
"이번에도 건방지게 검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냐?"
"누구냐 너?"
"뭐?"
"너는 나를 알지만 나는 너를 몰라.
콜레라인가 콜라인가는 미리 알려줘서 누군지 알았는데
이번에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말 안 해 주더라고."
"마법 학부 2학년 나노 세바스다."
"2학년이고.. 3서클은 아닐테고.."
내가 알기로는 학생 중에 3서클은 마린다 밖에 없었다.
"2서클."
"크크 난 익스퍼트."
"검을 쓰지 않을 것이냐고 물었다."
"왜? 쓰지 않겠다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지랄 하려고?
크크 안 쓸 거니까 걱정 마."
심판이 올라오고 나서야 대화가 끊겼다.
던져진 동전이 땅에 떨어지자
나노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주문이 끝나고 시동어가 외쳐지길
기다려 주었다.
"마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근본의 힘으로 적을 공격하라.
매직 미사일!"
내가 마법 책을 읽을 때마다
책을 접을까 생각했던 것이 바로 주문이었다.
"하.. 읽는 것도 간지러웠는데..
막상 들으니까 내가 말한 것도 아닌데 부끄럽네.."
나를 향해 날아오는 반투명의 마나 줄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2서클의 매직 미사일은 생각보다 빠르군."
펑!
내가 살짝 피하자 목표를 잃어버린 마법이
벽에 부딪히며 사라졌다.
"미치겠네.. 야! 왜 놀라고 지랄이야 지랄이!
그럼 내가 맞을 줄 알았냐?"
"이 새끼가! 마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마나는 불이 되어 적을 태워라. 파이어 볼!"
"병신.."
나는 다리에 마력을 집중하고
나노가 쏜 파이어 볼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몸을 살짝 비틀어 피하자
뜨거운 열기만 나에게 전해졌다.
나의 움직임은 파이이 볼을 피한 것이 다가 아니었다.
속도 그대로 나노에게 다가가,
퍽!
나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실드! 안 배웠어?
실드를 펼치지 않을 정도로 마법에 자신이 있었던 거야?
아님.. 그냥.. 멍청한 건가? 쯧쯧..
이래서 조금만 오냐오냐 해 주면
기본을 잊어버린단 말이지.. 쯧쯧.."
"카..카온.. 승."
"잠시만요.. 하.. 이봐! 그리고 이봐요!
왔다 갔다 하기도 귀찮고..
표정들을 보아하니 또 누군가가 대결 신청을 할 것 같은데
오늘 끝냅시다! 네?
저 대기실에 있을 테니 알아서들 작전 짜시고!
결정되면 불러줘요. 딱 한 시간 기다려 줄게요."
대기실에 들어가자마자
에르제와 알크, 마린다가 따라 들어왔다.
"카온님 괜찮아요?"
"미친놈아!"
에르제와 알크의 말이 겹쳤다.
"응. 괜찮아. 그리고 미친놈이라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음.. 다음 상대가 누구일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끝나면 중대 발표를 하겠음!"
"난 안 들을래!"
"크크. 에르제 너도 안들을 거야?"
"전 들을래요."
"다음 상대가 마린다님이라면 어쩌려고 그래?
마린다님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럼 결국 너도 검을 써야 할 것이고..
그럼.. 둘 중에 누군가는.."
"크크크 알크. 걱정 마. 절대 마린다님은 아니야."
그리고 아직 나의 약점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마린다를 내보낸다 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고,
지기라도 한다면 자존심 문제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카온 후배님의 말이 맞아요.
저도 혹시나 저를 찾지 않을까 했는데
불려 간 것은 제가 아닌 3학년 케빈이었어요."
"마린다님.. 그.. 케..케빈이라는 선배님..
실력은 어떤가요?"
에르제의 떨리는 음성을 듣는 순간
다음 상대의 실력이 걱정되는 것 보다
폴리아리스 가문이 떠올라 고개를 살짝 돌렸다.
"2서클이기는 한데.. 나노와는 달리.. 음..
3서클 직전의 2서클이라 원소 마법 사용이 능숙해요.
파이어 볼 같은 경우에는
시동어 하나로 두까지 생성할 수 있고요."
"카온! 듣고 있어?"
"어? 어. 괜찮아. 크크"
마린다가 뭐라고 한 것 같았지만
다른 생각을 하느라 듣지 못했다.
벌컥!
"카온. 나오도록.
헉! 마린다 선배님이 여긴 어떻게.."
"마법사를 능멸하고 마법을 우습게 보는 카온에게
따지러 왔어.
왜? 내가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거야?"
"아..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카온!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마법사를 능멸한 일은 기필코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지랄! 쉬려고 했더니 와서 쉬지도 못했네! 쳇!
누가 와서 떠드는 바람에 쉬지 못했다고
10분만 쉬었다가 나갈 테니 기다리라고 해.
그 정도 할 수 있잖아? 안 그래?"
"10분이다!"
"알았어! 좀 나가!"
나를 데리러 왔던 학생과 마린다가 나가자
알크가 크게 숨을 쉬었다.
"와..씨.. 누가 보면 둘이 철천지원수라 생각하겠네.."
"크크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지."
그렇게 10분이 지나고 연무장으로 나가보니
조금 전보다 더 많은 학생이 모여 있었다.
"크크크. 잘 봐둬. 아카데미에서 마지막 내 모습이니까."
지금까지 뫼비우스 고리를 활성화만 시켰던 것과 달리
천천히 회전시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