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57화 (57/201)

〈 57화 〉 이롭고 슬기롭게 만들겠어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57. 이롭고 슬기롭게 만들겠어요.

"카온님이 꼬맹이들과 어울린 시간이 고작 몇 달이지만

그 시간도 너무 길었던 걸까요?"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군.

자네의 입에서 그 가문이 나올 것이란 생각을 전혀 못 했어."

단주는 지금까지의 나와 달리

표정과 행동을 감추지 못한 것을 지적한 것이었다.

다시 자리에 앉자 단주가 식어버린 차를 교체했다.

"솔직히 제 입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다 초대 단주님의 뜻이죠.

카온님께서 정보료로 많은 금화를 주셨기 때문에

알려드리는 정보가 아니었습니다."

"왜 두 가문에게만 진실한 정보를 알려주라고 했지?"

"그것은 저도 모릅니다.

아니.. 초대 단주님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모른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저희 `킬`에서는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노력했었죠."

이 정보 조직의 이름이 `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라이거 가문과 쇼페라 가문이

`네 기둥`가문이라는 것이 의문을 풀기 위한 핵심이었죠.

네 기둥 가문 중 일라인은 여전히 왕실 가문이고..

테슬린 가문은 유일한 공작 가문이죠.

하지만 똑같은 공작 가문이었던 쇼페라 가문은

4대를 넘기지 못하고 흑마법을 사용했다하여

공작임에도 귀족 명부에서 사라지다 못해

가문 자체가 사라져버렸죠.

그리고 라이거 가문은 카온님께서 더 잘 아실 거고요."

`네 기둥` 가문의 시조님들과 만났을 때

사사님 가문에 대한 것은 말하지 않아

건국 이후 정확히 어떤 작위를 받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예상했던 것과 같이 공작위를 받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새롭고 가치 있는 정보들을 확실히 기억하기 위해

단주의 말에 집중했다.

"저희는 왜 상인 가문이 흑마법으로 망했는지,

그리고 왜 라이거 가문이 기울어져 갔는지에 대해 집

중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 어떤 증거도 자료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증거도 자료도 없다.?"

"네. 뭔가 비슷하지 않나요?"

"아!"

"네. 동부의 참상이 두 왕국과 두 가문에 의해 지워졌듯,

쇼페라와 라이거 가문에 대한 것도

누군가에 의해 지워졌다는 것입니다.

그 누군가는 그만큼의 힘이 있는 존재겠지요..

이러한 것들을 초대 단주님은 알고 계셨을 겁니다.

그리고 훗날 카온님 같은 사람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셨겠요.."

초대 단주의 무덤이 파내

그에게 물어볼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사라져버린 정보를 더 묻는다 한들 나올 일도 아니었기에

쇼페라 가문에 대한 것은 일단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머릿속을 스치고 어떤 생각이 지나갔다.

"설마.."

아베르와 자페이 가문에 대한 정보를 내려놓고

샤핑과 차르나 가문에 대한 정보를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다.

"역시!"

"네.. 왕실에서 자페이 가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얼마 후,

피오네 왕국의 차르나 가문이

일라인 왕국에서 활동을 시작했죠."

자페이 가문을 통해

테슬린 가문이 포이든 왕국과 손을 잡았다면,

왕실은 차르나 가문을 통해

피오네 왕국과 손을 잡을 것이었다.

"테슬린이 자페이 가문.. 더

정확히는 포이든 왕국의 자금으로

마법사를 양성하고 아티팩트들을 만들고 있다면,

왕실은 차르나 가문에게 두 왕국과의 독점권을 주고

차르나 가문에서 준 자금으로 사치 생활을 하고 있죠."

"그것 뿐만이 아니야.. 오히려 이쪽이 더 큰 문제야."

나는 서류 한 장을 단주 쪽으로 밀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듯

읽지도 않고 말을 잇는 단주였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이 이상은 제 의견을 말하기 곤란하군요..

두 가문의 후손이 찾아와 정보를 원하면

진실한 정보를 주는 것과 그때까지 알게 된

두 가문의 정보를 주는 것까지가

`킬`의 단주인 저에게 허락된 일이었습니다."

"하.. 그냥 모르는 척하고

나에게도 알려주지 않았어도 되었음에도

진실한 정보를 내어주고,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이 정보조직의 불문율임에도

말해 줘서 고마워."

"정보를 다루는 저희 신분이 천할 뿐..

신분이 천하다 하여 몇 대를 이어온 의무를 버릴 만큼

무책임한 것은 아닙니다."

"이 정보들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이 시간부로 모든 정보는 폐기됩니다.

카온님께서 이곳에 오셔서 얻어간 정보는

국왕파와 귀족파에 속한 가문을 알고 싶어 왔다.로

기록될 겁니다."

나는 천 개의 금화가 든 주머니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모든 자료를 아공간에 넣으며 일어섰다.

"내 죽음에 대한 기록이 너의 손에 쓰였으면 좋겠군."

단주는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지만 내 말의 의미는

`살아라. 그리고 지켜봐라.` 였다.

작은 미소를 보이는 단주를 뒤로하고 술집을 나왔다.

다음 날.

새벽 시간을 이용해 에르제의 언니와 형부를 몰래 만나

에르제의 자퇴를 알리고,

누군가 에르제의 행방을 물어봤을 때를 대비해

이에 관한 것까지 알려 주었다.

그리고 다시 다음 날.

상업 길드의 정리한 아샤가 합류했고,

고용인 셋과 내 말인 카오스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라어거 영지로 가기 위해 내 방에 모였다.

"카온님. 카오스는 그냥 두고 가시는 건가요?"

"아냐. 이틀 뒤에 데리러 올 거야.

난 다시 성도로 와서 카오스와 함께 이곳을 벗어났다가

따라붙는 놈들의 눈을 피해

카오스와 함께 다시 라이거 영지로 돌아 갈 거야."

"더 헷갈리게 하시겠다는 거군요."

"응. 이제 가자.

간다고 통신구로 연락 놨으니까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내 마력이 텔레포트 아티팩트에 스며드는 순간 빛이 번쩍였다.

이동이 끝나자 살짝 휘청이는 에르제를 마들린이 부축했다.

"아가씨 괜찮아요?"

"마들린은 괜찮나요? 전 어지럽네요.."

"에르제.

눈을 감고 숨을 크게 쉬었다가 천천히 눈을 떠서 멀리 봐.

그럼 조금 괜찮아 질 거야."

"네.. 카온님.."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이가 에르제뿐만이 아니라

진정되기를 기다려 주었다.

잠시 뒤 안정을 찾은 이들을

부모님께 소개해드리기 위해 방문을 열자.

"칠흑 기사단의 단장 리아가 주군께 인사 올립니다."

어김없이 리아가 제일 먼저 반겨주었다.

"리아. 살이 좀 빠졌네?"

"백작님께서 대련을 요청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서.."

"아.. 너무 아름다워.."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에르제가 가슴 위에 두 주먹을 올리고

리아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인원이 좀 많으니까 인사는

아버지 집무실에 가서 하자."

"네. 주군."

"다들 리아 얼굴 그만 보고 따라와.

리아는 어머니를 모시고 와죠.

아! 총관님과 기사단장님도 같이."

"네. 주군."

리아가 먼저 요청한 이들을 부르기 위해 떠나고

우리도 집무실로 향하고 있는데

에르제가 내 소매를 잡아당겼다.

"응?"

"제가 잘 못 들었나 했는데..

조금 전에 여성분.. 기사단의 단장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 칠흑 기사단의 단장이야.

경지는 나와 같은 소드 익스퍼트."

"헉!"

이 놀람의 소리는 에르제가 아니라

벨라에게서 나온 소리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해줄게."

"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집무실에 모든 사람이 모였다.

아버지의 옆에는 어머니가 앉으셨고,

아버지를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나와 에르제 일행, 아샤가 앉았으며

오른쪽에는 이카인 총관과 아키 기사 단장, 리아가 앉았다.

각자의 소개가 끝나고 어머니의 시선이

에르제에게 꽂혀있는 것이 신경 쓰였지만

일단 접어두고 입을 열었다.

"총관님. 아샤를 부탁합니다.

아카데미 출신이라는 것은 이제 별 의미 없으니 넘어가고

처음 만난 순간부터 욕심이 났던 인재입니다."

"오! 도련님이 욕심을 보일 정도면

여간 뛰어난 것이 아닐 텐데요."

"상업 길드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을 만큼

여러 방면에서 뛰어난 인재입니다.

그리고 아키 단장님은 벨라의 수련을 봐주세요."

"손에 박힌 굳은살을 보니..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군요."

벨라는 원래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지만

나를 만난 이후 손이 몇 번이 찢어질 만큼

더 수련에 매진했었다.

"기사지만 연공법이나 검술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아직 오러 홀을 열지 못했고, 검술 또한 미흡합니다.

하지만 모시는 자를 위하는 마음과

검에 대한 노력은 제가 보장 합니다."

"케인. 에르제 영애가 허락하면

라이거 기사단의 오러 홀을 열어주어라."

라이거 가문의 수습 기사가 아닌,

그것도 다른 가문의 기사를 위해

가문 기사단의 오러 홀을 열어주라는 아버지의 말에

예전 같았으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안된다고 했을 이들이

지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미소 짓기까지 했다.

"백..백작님?"

"에르제 영애.

영애가 서열전 당시 카온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연무장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을 들었어.

그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면 돼."

"에르제. 아카데미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내가 벨라에게 연공법을 알려주고

라이거 기사단의 오러 홀을 만들어주려 했어."

칠흑 기사단의 연공법을 가르쳐 줄 것인지,

라이거 기사단의 연공법을 가르쳐 줄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분명 칠흑 기사단의 연공법과 검술이 더 뛰어나지만

벨라는 칠흑 기사단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아닌

에르제와 함께 해야 했고,

이는 칠흑 기사단과 맞지 않는다 판단해

라이거 기사단의 연공법으로 결정한 상태였다.

"에르제. 벨라의 눈빛을 보면 거절하기 힘들겠는데?"

"저보다는 벨라의 의사가 중요해요."

"아가씨. 저는 더 강해지고 싶습니다.

더 강해져서 아가씨를 더욱 안전하게 모시고 싶습니다!"

"벨라.. 미안해요.. 그리고 고마워요.

제가 허락해야 가능한 거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허락하겠어요."

에르제는 자신의 가문이 힘이 없어

제대로 된 연공법이나 검술을 알려줄 수 없어 미안한 것이고

부족한 가문의 삼녀인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벨라의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을 것이다.

"아! 그리고 에르제의 시녀 마들린은

능력도 경력도 시녀장 급이니

총관님께서 시녀장님과 의논해서

급여나 복지를 결정해 주세요."

"카온님. 저는 괜찮습니다.

제가 라이거 가문의 시녀도 아니고.."

"마들린 시녀. 카온의 말대로 하세요.

사람이란 말이죠..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예요.

지금까지는 에르제 영애와 관련된 현실에

적응하고 견딜 수 있었어요.

특히 마들린 같은 유모라면 특히 더 그랬겠죠.

하지만 얼마가 될지 몰라도 당분간 에르제 영애는

이 라이거 영지에서 지내야 하죠.

즉. 그 환경이 바뀐 것이에요.

폴리아리스 가문의 시녀의 급여가 얼마인지는 몰라요.

하지만 라이거 가문 시녀의 급여가

카온 덕분에 공작가 시녀의 급여를 넘어섰어요.

마들린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게 되겠죠.

그리고 마들린의 심성이 곱고 이해심이 많다고 해도

작은 원망의 씨앗이 자라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어요.

그런 것이 사람이니까요.

작은 것 하나에 마음에 불만이 쌓이고..

그 작은 불만으로 등을 돌리는 것이 사람이니까요.

카온이나 저는 누구보다 그런 것을 잘 알아요."

"어머니 말이 맞아.

그렇다고 마들린의 충성을

돈으로 평가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어머니도 마들린을 인정하는 것이고,

에르제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니까."

"카온님..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너무 과분한 대우라.."

"에르제도 괜찮지?"

"저는 죄송한 마음뿐이라.."

"됐어. 그럼. 끝.

음.. 에르제 미안한데.. 지금부터 이야기는 가문의 이야기라.."

"아! 네! 나가 있을게요! 그..그런데.. 어디에.."

"리아. 에르제와 마들린, 벨라를 별채 손님 방으로 안내해주고

메이에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달라고 해."

"네. 주군."

리아가 에르제 일행을 데리고 나가자

집무실에는 부모님과 나, 총관과 기사 단장,

그리고 새롭게 총관부에 합류한 아샤만 남았다.

"카온! 에르제 참 괜찮은 아이더구나."

"똑똑하면서도 어딘가 어수룩하고..

용기 있으면서도 또 겁이 많은 친구지만

착하고 괜찮은 아이입니다."

"호호호 우리 아들~"

뒤에 이어질 말들이 예상이 가기에 어머니의 말을 잘랐다.

"어머니. 지금은 여자를 생각할 때가 아니라서요."

"칫. 누굴 닮아서 그럴까?"

"제가 누구를 닮겠습니까. 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어머! 네 아버지는 그렇게.."

"부인!"

"하하하 아직 저 어립니다.

그리고 벌여 놓은 일들도 많고 앞으로 벌일 일도 많고요.

천천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카온. 앞으로 벌릴 일이라는 말이 나는 신경 쓰이는 구나."

앞으로의 일 중에서 가장 급한 것은

페페 가문의 검이 어디로 향하는지 파악하는 것과

그 검의 끝이 라이거 가문이든,

폴리아리스 가문이든 향하는 날

그것을 대비하고 막는 일이다.

하지만 어미니가 있는 자리라 언급할 수 없었다.

대신 어머니가 주도하고

아샤가 도울 수 있는 일을 말하기로 했다.

"어머니. 뭔가 하고 싶은 일은 없으십니까?"

"나? 음.. 오래전부터 생각하던 일은 있지.

난 말이지.. 뭐든 배우고 싶었어.

글을 배우고 싶어 글을 배우니까 책을 읽고 싶어졌어.

내가 태어날 때부터 귀족이 아니라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몰라..

책을 읽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면서..

많은 사람이 글을 읽을 줄 알고 책을 통해

지식을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어머니의 이런 마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어 꺼낸 말이었다.

"그럼. 어머니.

라이거 영지의 영지민들을 대상으로

작은 아카데미를 운영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카온 도련님!"

"총관님 생각이 맞습니다.

저는 평민, 천민 할 것 없이 성인들은 원하는 이들에게,

아이들은 의무적으로 글을 가르칠 생각입니다.

배움이 귀족과 일부 평민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저희 귀족들은 똑똑한 평민이 나오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됩니다.

평민 출신 리아가 실력이 좋기에 귀족인 아버지가 수련하고,

리아의 살이 빠질 정도로 대련을 신청하고 있습니다.

노예 출신 기사들의 실력을 따라가기 위해

평민 출신 기사들이 매일 땀을 흘립니다.

즉. 똑똑한 평민이 나오면 그 평민보다

더 똑똑해지기 위해 노력하면 됩니다.

너무 똑똑한 평민이 나와 그보다 똑똑해질 수 없다면

베풀면 됩니다.

베풀고 또 베풀어 그 똑똑한 평민이

귀족을 존경하게 하고 충성하게 하여 내 옆에,

가문에 두면 됩니다."

"훌륭한 생각이지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죠. 아무도 모릅니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행동하고 움직여야죠.

최악의 결과가 나오면 접고

다시 원래대로 돌리면 되는 것이고,

가능성이 보이면 개선해서

그 가능성을 더 높이면 되는 것이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그것을 잘 유지하면 되는 것이죠.

결과는 모르지만

이 일을 가장 잘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이며

어머니를 가장 잘 보필할 수 있는 사람은

아샤라는 것은 확신합니다."

"여보!"

"부인. 절대 무리하면 안 되오."

"네!"

"아샤. 꼭 좋은 결실을 보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실패도 다음을 위한 거름이 될 거니까.

하지만 실패를 걱정할 시간에 한 번 더 평민들을 만나보고

실패를 걱정할 시간에 조금 더 뛰어다니면

성공에 대한 답이 보일 거야.

귀족이니, 평민이니, 천민이니, 더 나가아 노예이니

이 딴 것은 신경 쓰지 말고,

오로지 어떻게 하면 라이거 영지의 모든 영지민들이

글을 읽을 수 있을까만 생각해."

"네! 주군!"

"주군?"

"아! 호호호 도련님. 계속 리아님이 도련님을

주군으로 부르던 것이 기억에 남아서. 호호"

아버지 입에서 예상하지 못한 말이 나왔다.

"아샤. 카온을 주군으로 모시고 싶다면 그렇게 해."

내가 아샤를 데리고 온 곳은 맞지만,

아샤가 충성 맹세를 하고,

주군으로 모셔야 하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가문의 후계자를 주군으로 모시는 것.

다음 세대를 위해 필요한 일이 아닐까?"

후계자 선언은 페페 가문과의 일이 끝나고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아버지?"

"따로 이야기하자꾸나. 하하"

총관과 기사 단장의 표정에서도

아버지의 의도를 읽을 수 없었다.

"음.. 제가 맡은 일의 목표를 정했어요!"

이제는 어머니께서 나서 분위기를 돌리려고 하셨다.

"목표 말이오?"

"네. 글을 쓰는 것을 시작으로

라이거 영지의 모든 사람을 이롭고 슬기롭게 만들겠어요."

"하하하 부인의 의지가 대단하오! 하하하"

나도 어머니의 뜻과 목표를 응원하며 같이 웃었지만

속으로는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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