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건국 이념이자, 정치 이념이고, 교육 이념이었으니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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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건국 이념이자, 정치 이념이고, 교육 이념이었으니까.
"라이거 가문이 백작 가문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가난하고 힘이 없는 가문이었지만
영지민들을 위한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에르제도 자신의 가문 또한 영지민들의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주군께서 움직이기 전과 후는 확실히 틀려요."
"다르다가 아니라.. 틀리다 라는 건가요?"
"네. 그동안 나왔던 정책들은 말은 영지을 위하여,
영지민들을 위하여라고 하면서
실제로 영지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없었죠."
"뭔가.. 알 것 같아요..
아버지도 고민 끝에 무언가를 추진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결과가 좋지 않아 실망하실 때가 종종 있었어요.."
"귀족들이 아무리 영지민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그들은 결국 귀족이고, 귀족의 틀 안에서 생각하죠.
좋은 집에 살면서, 좋은 음식을 먹으며, 좋은 옷을 입고
다른 이들의 시중을 받는 귀족이,
비가 오면 물이 새는 것을 경험하지 못했고,
작은 고기조각 하나 들어가지 않은 스프를
먹어 본 적 없으며,
새 옷의 꿈일 뿐, 빨고 빨아,
닳고 닳을 때 까지 입어 본 적도 없는 것은 당연하고,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신분의 이유로
배움의 기회를 박탈당한 경험도 없었던..
그런 귀족들이 회의 테이블에 앉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영지민을 위한 정책을 의논하고 거기서 나온 결과를
무지한 영지민들에게 `똑똑하고 잘났으며 귀족인 우리가
너희들을 위해 만든 정책이다.`라며
강요를 넘어 지키지 않을 벌하기까지 하죠."
"아.."
"귀족이라는 틀에 갇혀있으면
절대 천민들을 위한 정책은 나오지 못해요.
남부 개발에 참여하시는 동안 만큼은
귀족이 생각하는 천민들이 바라는 것이 아닌,
천민들이 생각하고, 천민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해요."
리아는 귀족들에게 금화 하나는
술집 종업원의 팁 정도일지 모르나
천민들에게는 세상 전부일지 모른다는 말과 함께
카온이 천민 구역에서 한 말들과 행동들을 이야기해줬다.
"주군의 시작은 작지만 따뜻한 빵과 함께였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뒤돌아서는 리아를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은 같은 충격에 잡지 못했다.
그런 에르제 곁으로 카온이 다가왔다.
"리아와 무슨 대화를 나눴길래 표정이 그래?"
"카온님. 귀족이란 뭐죠?"
"응? 귀족?
부모 잘 만나 호의호식하고, 더 가지려고 하는 것만 알지
가진 것을 나누고 베푸는 법을 모르는 존재.
책상머리의 논리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존재.
권리만 외칠 줄 알 뿐 책임감은 없는 존재.
영지민들이 웃어주는 것이
진짜 좋아서 웃어준다고 착각하는 머저리 같은 존재.
솔직히 그렇잖아?
너나 나나 부모님이 귀족이니
태어나자마자 귀족이 된 것이지
나는 검술을 인정받아 귀족의 작위를 받은 것도 아니고,
너는 뛰어난 머리를 인정받아 작위를 받은 것도 아니지.
온갖 이유로 세금을 걷으면서 그 돈으로 사치만 할 줄 알지
정작 영지민들을 위해 쓰는 건 없잖아?
아! 한 번씩 쓰긴 쓰는구나.
그러면 뭐해.
다시 더 많은 세금이나 곡식 등으로 거둬들이는데..
영지민들이 고개를 조아리고 찬양하는 것은
존경해서가 아니라 살고 싶어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일 뿐이야."
"저 먼저 들어가 볼게요!"
*
뒤 돌아가는 에르제의 두 손은
피가 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꽉 쥐어져 있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에르제 너라면 잘해 낼 거야."
"에르제가 먼저 들어가 보겠다고 인사하더구나."
"어려서 그런지 변화가 빠르다고 할지..
발전이 빠르다고 할지.."
"너와 동갑이다만?"
"하하하 그렇네요.
그런데 어머니 곁에 계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샤를도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 꽤 마셨어.
메이가 방으로 데리고 갔다."
"틈틈이 연락을 드릴 걸 그랬습니다.."
"이번 토벌에서는 샤를의 옆에 있어 주어라."
토벌에서 어머니 옆에 있으라는 말은
토벌에 참여하지 말하는 뜻이었다.
"네? 영지전에 생각보다 빨리 끝나서
토벌에 참여할 생각이었는데요?"
"그래.. 그게 문제야.
60명의 기사로 7천의 군의 박살 냈지.
지금이 영지전의 시대였더라도 역사에 남을 일이야.
그런 너와 칠흑 기사들을 보는
나와 라이거 기사단은 어떤 마음이겠어?
솔직히 질투도 나고 부럽기도 해."
"그래서 토벌을 아버지와
라이거 기사단으로 치르겠다는 말씀입니까?"
"나도 한 명의 기사고 기사이기 이전이 아버지다.
아들에게 뒤처져서야 되겠느냐?"
말씀은 이렇게 하셨지만
나와 칠흑 기사단에게 휴식과 여유를 주기 위함이며
또다시 피로 물들 곳으로
나를 보내야 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읽으시고
하시는 말이라 순수히 아버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아! 이번 몬스터 침략 일은 12월 23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내일 각 마을로 출발할 거야"
"딱 맞춰 가거나,
늦어서 작년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보다 낫죠.
어머니가 또 걱정하시겠네요."
"내가 샤를을 옆에 있는 것보다 낫지 않겠어? 하하"
"아버지도 참.."
다음 날.
아버지는 방패의 마을로, 아키 단장은 검의 마을로,
아버지의 호위 기사지만 이번 토벌에서
3군을 맡은 기사 아랍은 창의 마을로
각각 기사 20명과 훈련된 병사 500을 나눠 이동했다.
"음.. 리아 우린 뭘 하지?"
"바이올렛에게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주군께서 숙제를 주신 것도 있고,
바이올렛이 토벌에 참여하고 싶어 했지만
백작님께서 거절해 우울해 하고 있다고 합니다."
"토벌에 참여하겠다고 아버지 집무실에 쳐들어갈 정도로
바이올렛도 많이 변했어 그렇지? 가보자"
"네. 주군."
바이올렛이 수련하는 마법 연무장.
"바이!"
"도련님.."
"하하하 뭘 그렇게 풀이 죽어있어?"
"토벌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워요.."
바이올렛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내년에는 나와 함께 가자.
나도 이번에는 참여하지 말라고 하더라."
"진짜요?
진짜 내년에는 도련님과 같이 갈 수 있는 거예요?"
"그래. 그러니까 기운 내.
대신 방해된다 싶으면 마을 창고에 가둬버릴 테니까
수련 열심히 해야 해."
"네! 열심히 할게요!"
"내가 내준 숙제는 풀었어?"
"답이고라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마법사들은 호기심이 많은 존재라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그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경지를 올리는 것을 우선시하는 듯해요.
경지가 올라야 새로운 마법을 배우고,
연구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경지를 올린다는 것이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이 아니라
몇 년, 몇십 년 걸리는 일이죠."
"몇 년, 몇십 년 동안 내가 쏜 매직 미사일 같은 마법을
연구하면 되는 거 아냐?"
"맞아요. 하지만 그러지 못했죠.
아니 그러지 않았어요.
바다를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에게 도련님 같은 분이
`세상에 바다는 없다` 라고 말하면
저는 평생 바다는 없다고 믿고 살 것이고
혹시나 진짜 바다를 본다고 해도
그것이 바다인지 모르고 지나칠 거예요."
"마법사들의 스승에 또 그 스승이
`매직 미사일은 이것뿐이다.` 라고 했기에
그것이 끝인 줄 알았다?"
"맞아요! 그것이 끝이라는 고정관념이 첫 번째 이유이고
저도 스승님에게 현재 마법사들의 사정을 듣고
생각한 것이지만.. 두 번째는 연구 자금의 압박과
성공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작은 탓에
몸과 마음에 여유가 없지 않았나 싶어요."
정확한 답에는 정치적, 권력적 이유도 있지만
바이올렛에게는 아직 어려운 것이라
지금의 답만으로도 아주 훌륭했다.
"아주 훌륭해! 내가 바라는 답 이상인걸?"
"정말요? 휴.. 다행이다."
"그럼 휘어지는 매직 미사일까지 가능해?"
"아뇨.."
"정답을 말했으니 선물을 줘야겠네?
바이. 마법을 쓸 때 주문을 외우지?"
"네. 4서클 이하는
주문을 외우고 시동어를 말하는 것이 좋다고.."
"맞아. 그럼 왜 주문이라는 것이 나왔을까?"
"네? 에?"
과녁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매직 미사일."
펑!
정확히 과녁을 맞히고 터지는 매직 미사일.
"이 마법의 주문은?"
"마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근본의 힘으로 적을 공격하라.요."
"마법사들은 이 주문을 외우면서 머릿속으로는
바늘 모양을 떠 올릴 거야. 그렇지?"
"네. 맞아요.
`마나의 이름으로` 라는 말에
외부의 마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고
`근본의 힘`이라 말에는 형
체가 없는 마나가 형체 갖추는 힘이 있으며
`적을 공격하라.` 라는 말에
매직 미사일의 모습이 바늘 모양이 된다고 했어요."
"그럼 이건 어떨까? 나도 주문을 외워볼게."
다시 과녁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리아는 검을 쓰는 기사이고
바이는 마법을 쓰는 마법사이다. 매직 미사일."
펑!
어김없이 정확히 과녁을 맞히고 폭발하는 매직 미사일이었다.
"주문이.."
"주문에는,
더 정확히 그 말들 속에 그런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마법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더 선명하게 그리는 수단일 뿐이야.
파이어 볼 주문을 예로 들면 더 쉽게 이해 될 거야.
마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마나는 불이 되어 적을 태워라. 가 주문인데
기사들이 기합을 넣듯
`마나의 이름으로 명한다.` 라는 말로 힘을 내고
`마나는 불이 되어` 라는 말로 불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적을 태워라.` 라는 말로
활활 타는 것을 불의 마법을 형상화하는 것뿐이야."
"아! 주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머릿속으로 그리는 것이
중요한 거군요?"
"정답.
시동어를 말하기 전 머릿속에 마법을 정확히 그리는 것.
그것이 핵심이야."
"잠시만요!"
바이올렛이 과녁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매직 미사일. 매직 미사일!"
바이올렛은 두 번의 매직 미사일을 외쳤지만
하나의 마법만 과녁을 향해 날아갔다.
"됐다!"
"하하하. 설마 처음 말한 매직 미사일이란 말을 하며
머릿속으로 그리고, 두 번째는 시동어?"
"네! 됐어요!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어요!"
"그럼 이번에는 휘어볼래?"
"네!"
과녁으로 손을 뻗은 바이올렛을 마법을 외치는 대신
눈을 감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휘어진다.. 휘어지는다.. 오른쪽으로 휘어진다.."
눈을 번쩍 뜬 바이올렛이 매직 미사일을 쏘았다.
"휘어져라!"
펑!
과녁을 맞힌 폭발음이 아니었다.
과녁 바로 앞에서 살짝 휘어진 바이올렛의 매직 미사일이
뒤의 벽에 부딪히며 터진 폭발음이었다.
"됐다.. 휘어졌어..
도련님! 됐어요! 휘어졌어요! 진짜 됐어요!"
"되네?"
한 번에 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던 내가
더 놀라지 않았나 싶다.
"도련님 덕분이에요! 도련님이 보여 주셨기 때문에
그것을 그대로 머릿속에 그렸어요!
단 한 번 본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바이올렛의 재능에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와.. 리아나 너나 재능이 엄청나구나..
잘했어! 바이! 정말 훌륭해!"
"헤헤 칭찬받았다~"
털썩.
"바이올렛!"
해맑게 웃는 모습 그대로 쓰러지려는 바이올렛을 안았다.
"주군!"
"괜찮아. 지금 바이올렛 경지에는 조금 무리가 되었을 거야.
일단 나는 방에 데려다줄 테니까
리아 너는 올렉이게 가서 일주일 정도
바이가 마법 수련을 하지 못하게 하라고 전해줘."
"네. 주군."
바이올렛을 방 침대에 눕혀 놓고 나오니
리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올렉이 물어보지 않든?"
"주군의 명령이라 했습니다."
"응?"
"아직 주군께서는 올렉을 주군의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하하 역시 리아야.
나도 바이의 책상에 말하지 말라고 적어 놓고 왔어."
이번에 발걸음은 옮긴 곳은
라이거 아카데미 건설 현장이었다.
"자브레 가문에게 의뢰하길 잘했어.
생각보다 공사가 빠르네."
"정말 모든 교육 비용을 무료로 하실 생각입니까?"
"아니.
전부 무료로 하는 것은 우리도 영지민들도 좋지 않아.
왕실 아카데미와 달리 이곳은 총 5년 과정의 종합 학교와
3년 과정의 전문학교로 나눌 거야.
내가 무료로 하는 것은
11살부터 15살까지만 들어올 수 있는 종합 학부뿐이야.
기본적인 글과 계산, 역사와 상식 등을 가르쳐 주면서
돈을 받을 수는 없어.
하지만 문화, 상업, 검술, 마법, 정치, 농업
이렇게 여섯 학부로 나누어지는 전문학교는 다르지."
"영지민들에게 부담되지 않겠습니까?"
"나나 귀족의 입장이 아닌 그들의 경제적 상황을 생각하면
딱 1년만 아끼면 되는 돈이야.
먹지도 쓰지도 말란 말은 아니야.
그렇다고 하루에 세 끼 먹을 거
두 끼 먹으라는 소리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끼 정도 돈을 일 년간 모으면
되는 돈 정도일 뿐이지.
그것도 입학할 때 한 번에 내라는 것도 아니고
3년간 나눠서 내는 거니까."
"아!"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리아는
말속에 숨의 의미를 파악한 것 같았다.
학생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에게도
스스로 선택하게 한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 끼만큼의 돈을 1년간 모아
자식들에게 배움을 기회를 줄 것인가,
아니면 지금의 삶과 현실에 만족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잘 될 거야.
일라인 왕국 이전, 이 땅이 제국의 영토이기 이전,
이 대륙에 라이거 영지만 한 왕국들이 즐비하던 시대
어느 나라의 건국 이념이자, 정치 이념이고,
교육 이념이었으니까."
조금 더 설명해 달라는 눈빛의 리아를 향해
살짝 웃어 보였다.
"지금은 그 나라의 역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먼 옛날 지금의 일라인 왕국의 북부 쪽의 백성들은
한 남자를 신의 아들이라 여기며 따랐고,
그 남자 역시 지금은 주신 포르테님이나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전해져.
하지만 그 남자는 큰 힘을 권력이나 부를 위해 사용하지 않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나라를 세웠어.
그 이념을 바탕으로 법을 만들고, 정치를 펼쳤으며
그 이념을 바탕으로 무지했던 백성들을 교육하기 시작했지.
그렇게 시작된 역사가 무려
2천 년이 이어졌다고 전해지고 있어."
"2천년.."
"비록 다른 나라에 의해 멸망했지만
수많은 나라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진 그 시대에
2천 년 동안 존재했던 나라의 이념인 거야.
귀족들 입맛대로 나라를 운영하고,
귀족들 입맛대로 아카데미를 주무르는 지금보다
훨씬 낫지 않아?"
"왜 그런 역사는 점점 사라지고 잊혀지는 걸까요.."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귀족들이고,
그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배가 부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
성도의 정보조직 `킬`에 의해
조금 더 복잡한 원인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
모든 것이 욕심 때문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리아 토벌이 시작되기 되면 페페 군이 움직일 거야."
페페 군이 쳐들어온다면
라이거 군이 토벌을 마치는 순간이 가장 유력했다.
"나는 이번에 페페라는 성을 역사에서 지울 생각이야."
"모든 것이 주군의 뜻대로."
개발 상황을 보기 위해 남부로 가려다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와
리아에게 앞으로의 작전을 설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