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칠흑 기사단의 단장 리아에게 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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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칠흑 기사단의 단장 리아에게 명한다!
신성국의 아침이 어느 때와 달리 시끄러웠다.
교황청을 나서는 푸른 망토와
붉은 망토를 두른 성기사들은
하루를 시작하는 백성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두 기사단이 함께 움직이는 건 오랜만인데?"
"전쟁이 터진 건 아닌 것 같은데.."
어느 남자의 말에 친구로 보이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답했다.
붉은 기사단과 푸른 기사단이
동시에 움직이는 경우는 전쟁이나 반역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전쟁이나 반역이 일어났다는 말은 듣지 못했고,
둘 중 하나라고 하더라도
두 기사단을 따르는 병사들은 한 명도 없었다.
"잠깐.. 어?! 성기사들이 향하는 곳이
성자님의 신전이 있는 곳인데?"
누군가의 말에 대화를 나누던 두 남자는 물론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성기사단의 행렬을 지켜보던 이들 대부분은
현 교황이 부임했을 당시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현 교황이 어떻게
교황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경험하거나 부모로부터,
또는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과거야
자신들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피로 물든 교황 자리라 할지라도
당시 교황의 두 아들 간의 권력 다툼에
백성들의 희생이 없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마음속 성녀라 불렸던 여인이
싸늘한 시체로 돌아왔다는 것이 당시 어른들의
교황청 믿음이 깨진 계기가 되었다면,
지금 거리에 나와 성기사들이 향하는 곳을
바라보는 청년 대부분과 장년들은
교황의 부임 이후 더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것에
교황청에 대한 반감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자라는 인물이 나타났다.
신성국의 백성들은 희망을 품고 그에게 열광했다.
신과 교황이 아닌 성자의 이름으로 기도를 올리고
그의 은혜와 자비를 받기를 소원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성자가 세상에 나오고
채 1년도 되지 않아 깨져버렸다.
처음에는 신성국을 돌아다니며
신성력을 펼치더니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의 신전에서 나오지 않았다.
한 번씩 신선에서 나오는 날이면
몰려드는 신자들을 귀찮아했고,
치료가 필요한 이들의 우선순위는
얼마나 기부금을 많이 내느냐에 따라 달라졌다.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멀리서 찾아와
제발 치료해 달라며 부탁하던 남자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순위가 밀려났고
결국 하루를 채 버티지 못한 어머니는
성자의 손 한번 잡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성자를 향해 살인자라고,
무슨 성자냐며 소리치던 남자는 어느 날,
날카로운 검에 목이 베인 채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발견되었다.
이 사건이 성자에 대한 백성들의 믿음이 사라진 계기였다.
"이제 교황이 성자를 잡아가나?"
"성자는 무슨! 개새끼지!"
"아니지! 돈밖에 모르는 개새끼지!"
"교황님이나 성자님이나 똑같은데..
그래도 둘보다 하나만 있는 게 낫지."
"우리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가 봐.
다들 성자님의 신전으로 가는데?"
"우리도 가보자!"
*
신전 창문으로 은색 갑옷에
붉고 푸른 망토를 두른 백여 명의 기사들이
이곳으로 향하는 모습이 보였다.
"리아. 우리 잡으러 오는가 보다."
"백성들까지 모여드는 것 같습니다."
"아직 칠흑 기사단이 왔다는 소식은 못들었을니..
우리 둘뿐이라고 생각했을텐데.."
"잡으러 왔든, 싸우러 왔든, 인원이 많군요."
"성자나 교주가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테니까."
성자나 교주의 신성력은
익스퍼트 급의 신성력이이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들이 당했고
우리가 그 이상의 실력이라는 것은 알 것이다.
"리아. 교황이 우리 둘 중 하나의 실력은
형편없다고 생각하나 봐."
"지금까지 그래 왔듯 저를 무시하는 것이겠지요."
백여 명의 성기사 중에 익스퍼트 급의 성기사가
몇 명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고작 이런 인원으로
나와 리아를 상대하러 오는 것이 가소로웠다.
"일단 뭐라고 말하는지 들어 봐야겠지?
그래야 죽일지 살릴지 정할 수 있을 테니.."
우리는 성자와 교주를 앞세워
성기사들을 맞이하러 내려갔다.
신전을 등지고 선 나와 리아,
그리고 묶인 채 끌려 나와
무릎을 꿇고 있는 성자와 교주.
내 앞에 선 칠흑 기사들과
그들보다 한발 앞으로 나와 있는 카시오스와 아담.
그리고 신전을 등지고 서 있는 우리를
바라보는 성기사들.
"카온 라이거와 기사 리아는 교황님의 명을 받..!"
성기사 중 가장 앞에 나와 있던 성기사의 말은
이름이과 `명`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부터
사나워지기 시작한 칠흑 기사단의 기세에 의해
끝맺지 못했다.
잠시 기세에 눌렀던 성기사가
신성력을 뿜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교황님의 명을 받든 나를 가로막는 그대들 또한 죄인!
허가 없이 신성국에 들어 온 죄!
신성한 성자님의 신전을 점령한 죄!
신의 아들이신 성자님과 신의 종인 교주를
인질로 삼은 죄!
신성한 신성국에서 갑옷을 입고 검을 찼으며!
자신을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교황님의 명을 전하러 온 우리를 향해
흉흉한 기세를 펼친 죄!
순순히 포박을 받으면
그대들이 숨 쉬는 시간이 늘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면 신성국의 검인 붉은 기사단의 단장!
라바로프의 이름으로 처단하겠다!"
짝짝짝
라바로프라는 이름을 가진 기사단장의
지랄 같은 말을 향해 박수를 쳐 췄다.
성자와 교주를 강제로 일으켜 한 발 내딛자
칠흑 기사들이 양옆으로 갈라져 길을 내줬다.
"성자님!"
"감히!"
"당장 풀지 못할까?!"
"신에 대한 모독이다!"
성기사들 사이에서 온갖 말이 나왔지만
다 무시하고 둘을 다시 무릎을 꿇렸다.
뫼비우스 고리를 활성화 시키고
천천히 회전시키며 목에 마력을 집중했다.
눈앞에 있는 성기사들이
잘 들을 수 있게 하려는 배려가 아니라
다고 오지는 못하지만, 점점 모여드는
신성국의 백성들이 잘 들을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일라인 왕국 라이거 가문의 후계자!
카온 라이거다!
허가 없이 들어 온 것이 아니라!
성자와 교주의 추악한 죄를 밝히고
보상을 받으러 왔다!"
"성자님과 교주님의 죄라니! 말을 삼가라!
죄가 있다 한들 신의 아들이신 성자님을
벌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주신 포르테님 뿐이며!
교주님께 죄가 있다면
그를 벌하는 것은 교황님의 권한이지
그대의 권한이 아니다!"
"성자는 제국에서 나의 기사인 리아에게
여성으로서의 수치는 물론!
한 주군을 모시고 있는 충성스러운 기사로서도
모욕을 당했다!
나의 기사를 모욕한 것은 주군인 나를 모욕한 것!
이 대륙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가문의 후계자로서! 성자 본인과!
성자의 칭호를 내린 신성국에 죄를 묻고자 한다!"
*
성자와 성기사들의 대립과
결국에 성자가 성기사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왔던 백성들 눈에 경악이 물들었다.
"저게 무슨 말이야?"
"일라인 왕국의 라이거 가문.. 라이거.."
"지금은 힘을 잃었지만
일라인 왕국을 건국했던 가문이잖아!"
"아! 그런데 그 가문의 후계자가 왜.."
"야! 귓구멍이 막혔냐?
성자가 자신의 기사를 모욕했다잖아!
여자로서 수치를 줬다고 하는 거보니까
여기사인가 보네."
"그럼! 성자가 여자를 희롱했단 말이야? 설마.."
"그 소문이 진짜였나..?
두 남자의 대화에 다른 남자가 끼어들었다.
"소문이요?"
"국경 마을 소리아에 내 친구가 있는데..
그놈도 자기 친구가 술기운에 한 말이라고는 하는데.."
"영감님 좀 시원하게 말해보세요."
"성자님이 신전에서 나오기 전..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때에
그 마을에서 하루를 보냈는데
친구의 친구의 딸이 시중을 들었나 봐."
"아니.. 성자님을 모시는 사람도 있는데.. 굳이.."
"그러게 말이야.. 아무튼, 밤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던 딸이 아침에서도 돌아왔다더군.
그런데.. 성자가 마을을 떠나고 얼마 후
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헉!"
"그게 끝이 아니야.
이틀인가 뒤에 신전에서 나왔다면서
평생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할 정도의 돈을 주더라더군."
"받았답니까?"
"아니. 피로 물든 속옷을 본 아비가 그 돈을 받겠는가!
돌려주니 한마디 하고 떠났다고 하더군.
남은 가족의 목숨이 아깝다면
죽을 때까지 입을 닫으라고."
"이런! 미친!"
소문이 진실의 옷을 입는 순간이었다.
- 아세카이 신관! 올레라스 신관!
카노 신관! 나포탈린 교주!
잠시 멈췄던 카온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들의 대화가 끊겼다.
"저 이름들은 왜.."
"나포탈린 교주는 저기 꿇고 있는 교주잖아?"
- 이들은! 제국은 물론!
다른 왕국의 고아들을 입양해 준다는 말로 현혹해
귀족의 노리갯감이나 상단의 일꾼으로 팔아넘겼다!"
"저..저런..!"
- 성자는 이를 알게 되었음에도! 바로잡지 아니했으며!
이것을 약점으로 잡아
각 신전에서는 기부금을 뒤로 받았고!
신관들에게는 매달 상납까지 받았다!
"하.. 어찌 신을 모시는 자들이.."
"저런 개새끼들!"
- 증인도! 증거도 없는 단지 너의 외침일 뿐이다!
성기사의 말에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그래.. 소문일 뿐이고.. 증거도 없잖아.."
"그 여인이 험한 꼴 당했어도..
성자님이 했다는 증거도 없고..
마을 남자에게 당했을 수도 있는.."
"야! 조용! 교주가 일어났다!"
백성들의 눈에 카온이
교주의 머리채를 잡고 일으켜 세우는 모습이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인 교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저는.. 제국 신전의 교주..
교주의 고백.
솔직하게 말하면
살려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은 고백.
솔직하면 솔직할수록 죄가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을 고백이 이어졌다.
교주의 고백과 증언이 끝나 분노하고 역겨워하는 백성들.
그리고 이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백성들.
"어?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아?"
"그렇지? 왜 교주.. 아니 저 새끼의 말이 잘 들리지?"
"그러보니.. 처음부터 이상했어..
아무리 서로 대치하고 있다지만..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데..
성기사들이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아."
"그렇네.. 성자님도 교주님 상태가 저런데.."
"처음에는 몰라도 지금은
우리가 쫓겨나고도 남았을 시간인데.."
이들이 모를 수밖에 없었다.
카온은 신전에서 나오자마자
칠흑 기사들과 성기사들의 무력 충돌을 대비해
백성들이 모여 있는 곳곳마다
광범위 실드 마법을 펼쳐 놓았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면
보이지 않는 막에 막혀
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겠지만
칠흑 기사단과 성기사단의 대치부터 시작해
카온의 등장, 무릎 꿇은 성자과 교주,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에 놀라 아무도 자리를
뜨지 않았기에 지금에서야 이상함을 느낀 것이다.
교주의 말이 잘 들렸던 것도
백성들은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교주의 입 앞에는 확성 아티펙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내 손에 들린 것이 증거요!
그대들이 인정하고 임명한 교주가 증인이다!
나! 카온 라이거가 명한다! 리아!
- 충!
검은색 갑옷에 검은색 망토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붉은 망토를 걸친 여기사가
카온 앞에서 섰다.
"저.. 기사가.."
"여 여기사가.."
성자에게 수치와 모욕을 당했다는 리아가
앞으로 나오자 웅성거림이 더욱 심해졌다.
- 칠흑 기사단의 단장 리아에게 명한다!
"단..단장?"
"아까 엄청난 기세를 내 뿜던 기사들의 단장이라고?"
- 그대가 받은 모욕은 나에 대한 모욕!
나를 모욕한 것들을 주인이라고 여기는
모든 것들을 세상에서 지워라!
- 충!
리아가 기세를 뿜기 시작하자 칠흑 기사단도
억누르고 있던 기세를 한꺼번에 방출했다.
끼익끼익-
"뭐야? 무슨 소리야?"
리아와 칠흑 기사단이 내 뿜는 기세에
카온의 실드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 나를 모욕한 것은 나의 가문의 모욕!
나와 가문을 모욕한 신성국을 세상에서 지운다!
이것이 내가 받아갈 보상이다!
유리가 갈리고 금이 가는 소리가
멈추자마자 들리는 카온의 외침에
백성들은 도망치기 시작했고,
이제야 자신들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갇혀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성기사들을 향해 뛰어가는 리아와
이를 보고 전투 준비에 들어간 성기사단.
성기사들의 노란 신성력과
각각 생이 다른 오러를 검에 씌운 칠흑 기사단.
이를 본 백성들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무릎을 꿇으며
주신께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