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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25화 (125/201)

〈 125화 〉 누굴 걱정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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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누굴 걱정한다는 거지?

흰색 바탕에 연한 노란색이

곳곳에 어울려진 교황청 건물.

이를 보호 하듯 높게 솟은 벽.

그리고 주신 포르테님 앞에

무릎 꿇은 사람들이 그려진 관문.

일부러 산책하듯 천천히 도착했지만,

그 흔한 관문을 지키는 병사나 기사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와 굳게 닫힌 관문의 대치에

수많은 신성국의 백성들이 나와 있음에도

주변이 쥐 죽은 듯 고요했다.

하지만 고요한 것은 높은 벽의 바깥 뿐,

안쪽은 수많은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리아. 저들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백성들이 전투에 휩쓸릴 것이 걱정되어서일 것 같아?"

"그런 것을 걱정할 줄 아는 자였다면

주군께서 지금 이곳에 있지 않으실 겁니다."

"카시오스."

담 너머의 사람들도 들으라는 듯

계속 성자와 교주의 죄를 외치고 있던

카시오스가 마차 위에서 뛰어내려 다가왔다.

"네. 주군."

"열 명을 제외한 칠흑 기사들을 데리고

교황청을 포위해라.

이미 도망친 자들은 어쩔 수 없지만,

쥐새끼들의 대장들은 아직 남아있을 것이다."

"충!"

벽 안쪽에서 성자 이상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으나

우리를 내부로 끌어들여 포위해 놓고

싸우겠다는 작전을 펼치는 교황이라면

이미 도망쳤거나 도망칠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텔레포트 게이트였다.

결국 도망을 선택한 교황이 교황청 밖으로 나오면

그의 흔적을 쫓아 잡을 수 있겠지만

제국이나 다른 왕국으로 도망친다면

당장 잡기는 힘들어진다.

"주군. 관문이 열립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교황청에

라이거 가문의 깃발을 꽂고 생각하기로 하고

천천히 열리는 관문을 바라봤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리던 관문이

완전히 다 열렸음에도 누구 하나

관문 밖으로 나오는 이가 없었으며,

벽 안쪽에서 느껴지던 기운들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아담."

작은 목소리에도 뒤에 있던 아담이 빠르게 뛰어왔다.

"네! 주군!"

"나와 리아가 들어가면

그 누구도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게 하라."

"충!"

`둘만 갈 것이냐`, `위험하다` 따위의 말은 없었다.

나와 리아는 동시에 아공간에서 검을 꺼냈다.

그리고 동시에 리아의 검에는 새하얀 오러가,

나의 검에는 검붉은 마력이 씌워졌다.

"리아. 가자.

카오스. 너는 아담을 도와."

"네. 주군."

푸릉!"

두려움 따위는 보이지 않는 리아와

맡겨만 달라고 말하는 듯한

애마 카오스를 보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리아와 나는 우리가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열린 관문을 향해 걸었고

벽의 안쪽에 들어서자마자

열릴 때와 다르게 순식간에 관문이 닫혔다.

*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두 명씩 조를 이뤄 사라지고,

카온과 리아만 들어가자마자

굳게 닫혀버린 관문을 본 카샴이

기겁하며 관문을 향해 달렸다.

"안 됩니다!"

"멈춰라!"

카샴의 발과 외침을 막은 것은

카온의 명을 받은 아담이었다.

"어찌 두 분만 보낸단 말입니까?!

기사님께서 모시는 주군 아닙니까?

함정입니다! 함정이란 말입니다!

신성국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교황도!

교황청만 지키는 흰 기사단도!

수백의 병사들도 저 안에 있단 말입니다!"

카샴은 카온 일행들과

교황을 중심으로 한 교황청과의 전투는 예상했다.

카온과 리아의 무위를 모르는 것도 아니고

교황청의 남은 전력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평지 전투와 산악 지대의 전투가 다르듯,

전면전과 공성전도 다르다.

일반적인 전쟁에서 문을 걸어 잠근

성을 공격하는 군의 병력은 성을 지키는 병력의

3배 이상이 되어야 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이런 면에서 카온과 그 일행들의 전력은

교황청 전력의 3배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카온과 리아 둘만이라면 상황은 달랐다.

- 쳐라!

관문 안쪽에서 카온과 리아의 목소리가 아닌

외침이 들리자 카샴은 급해졌다.

"다른 기사님들은 어디 가신 겁니까?

왜 기사님들은 카온님을 돕지 않는 겁니까?!"

"주군의 명이다."

태평한 아담의 표정과 말에 카샴은 화가 났다.

"어찌 그렇게 태평하십니까!?

카온님과 여기사님이 걱정도 안 되십니까!?

기사님의 주군이 걱정되지 않냐는 말입니다!"

- 으아아악!

-살려줘!

안쪽에서 들리는 비명이 아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아까 성자인지 나발인지의 신전에서

주군께 무릎을 꿇은 자이군.

걱정? 누굴 걱정한다는 거지?

저렇게 비명을 지르고

살려달라는 놈들을 걱정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저런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었을 놈들을 걱정해야 하는 건가?

설마.. 주군과 단장님을 걱정하는 건 아니지?"

"당연히.."

"푸하하하 좋아. 그대가 우리 주군을

생각하는 마음이 기특해서 말해 줄게.

그대 말한 검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은 칠흑 기사라 불러.

칠흑 기사들이 속해있는 기사단인 칠흑 기사단은

오로지 주군의 명에만 따르지.

그리고 칠흑 기사단 전원 소드 익스퍼트야."

"그런데 왜!"

카샴은 아담의 마지막 말에 더 화가 났다.

신성력도, 오러도, 마나도 없는 카샴이었지만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가 얼마나 높은 경지이며

얼마나 큰 전력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런 전력의 대부분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눈앞에 보이는 열 명은 관문만 지키고 있는 것이

이해되지 않은 만큼 화도 났다.

"우리 리아 단장님은 말이야..

카시오스 형님이나 나를 포함한 기사단 전원이 덤벼도

단장님의 옷에 검이 닿지도 못해."

눈이 엄청나게 커지며 놀라는 카샴의 모습에

아담이 크게 웃었다.

벽 안쪽 상황이 궁금해 숨죽인 채 다가오는 일부 백성들,

카온과 칠흑 기사단의 행렬을 지켜보던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어떤 기도를 올리는 백성들.

벽 안쪽에서 간간이 들리는 비명과

검과 검이 부딪히는 소리.

아담의 웃음소리는

지금의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 말이야.."

웃음을 뚝 하고 지운 아담이 말을 이었다.

"단장님과 우리가 전원 덤벼도

작은 상처 하나 남기지 못하는 분이 우리 주군이야."

"헉!"

이제야 카샴은 눈앞 기사의 태평함이 이해가 갔다.

성자가 희롱했다는 여기사 한 명이

정확한 수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어림잡아 50명이 넘은 검은 갑옷,

아니 칠흑 기사단 이상의 전력이며,

자신과 반 교황 단체, 고통받은 신성국 백성들의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카온은

여기사 이상이었다.

한 마디로 일당백, 그 이상의 전력이란 말이었다.

"사실.. 주군이나 단장님 혼자도

이 정도 전력이면 충분한데.."

아담의 말은 불과 몇 분 만에

다시 열리는 관문 때문에 끝맺지 못했다.

관문이 열리고 걸어 나오는 단 한 명.

붉은 피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쓴 리아가

아담을 향해 걸어왔다.

완전히 갈무리된 오러지만

이제 막 전투를 마친 마스터 특유의 중압감에

아담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고,

익스퍼트 경지의 기사마저 긴장하게 하는 기운에

카샴은 온몸이 떨리는 것은 물론,

지금 이 순간이 마치 죽음 직전의 순간이라고 느꼈다.

"아담."

"네!"

"성자와 교주를 가두고 정리해라."

피로 물든 단장이 말한 정리는 하나밖에 없었다.

"네!"

아담이 남은 관문을 지키고 있던

열 명의 칠흑 기사들을 모아 관문 안쪽으로 들어가자

리아의 눈에 벌벌 떨고 있는 카샴이 보였다.

"아.. 미안하군.

이건 내 힘으로 갈무리되는 것이 아니라서 말이지."

"괜..괜찮습니다.. 고..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모든 영광은 주군의 몫이다."

"아.."

카샴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충직하고 강한 기사를 보자

카온은 신이 인간을 위해 내려주신 진짜 신의 아들이며

그를 지키는 여기사는 신의 힘이며 신의 검처럼 보여다.

신의 검 앞에 한낱 인간인 자신이 입을 연다는 것조차

불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카샴의 모습을

다르게 해석한 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오랫동안 교황청의 몰락을 바래왔다 했지?

피 웅덩이가 생긴 현장은 힘들 테니

저 높은 벽은 그대들과

백성들의 손으로 허물어보는 것이 어떤가?"

교황은커녕 성기사들에게 조차 이길 수 없어

어둠 속에서 자신들만의 싸움을 해왔다.

벽을 허무는 것.

어둠에서 밝음으로 나가는 시작이며,

교황청의 몰락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일이었다.

"하겠습니다!

기회와 영광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벽을 이루는 돌들이

그대들의 발아래 있기를 기대하지."

리아는 이 말을 끝으로 카온이 있는

교황청 내부를 향해 다시 들어갔다.

*

- 쿵

사라져버린 교황의 집무실에 앉아있는데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창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뭔가를 들고

벽을 부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음.. 아담이 저런 생각을 했을리는 없고..

리아의 작품인가?"

점점 더 많아지는 소리,

그래서 불규칙하고 시끄러워지는 소리.

하지만 그 어떤 음악 소리보다 아름답게 들렸다.

"주군."

"잘했다. 리아."

"감사합니다."

"교황도 교황의 부인과 두 아들만 없더군."

"혹시 텔레포트입니까?"

전투를 마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와 보니

사람의 기운이 모여있는 곳이 느껴졌다.

검에 마력을 씌워 그곳의 문을 열었지만

교황이 아닌 체념한 듯 허공을 바라보는

몇몇 신관들과 떨고 있는 시녀들과 집사들만 있었다.

그들에게 가두는 의미의 실드 마법을 펼친 뒤

텔레포트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갔지만

게이트에는 마나의 잔류가 없었다.

"게이트는 아니야.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처음 예상과 다르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게이트를 사용 못하고,

우리가 교황청에 당도하기 전 도망친 것이다.

"카시오스가 곧 잡아 오겠군요."

체력을 향상하게 시키는 오러가 아닌

신성력을 가진 이들이기에 운 좋게 신성국의 성도를

빠져나갔더라도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다.

체력 보존을 위해 신성력을 사용하면 할수록 더 좋았다.

"주군.. 신관들과 시녀, 시종들은

왜 도망치지 않았답니까?"

"게이트를 확인하고 와서 물어보니.. 어이가 없더라."

교황은 자신과 두 아들도

전투에 참여해 달라는 신관들의 목을 베었다.

교황은 도망칠 거면

자신들도 데리고 가달라는 신관들에게

신의 첫 번째 종과 핏줄을 지키라는 명령을

신의 이름으로 내렸다.

교황은 지금까지

신성국과 교황청을 위해 일한 이들을 버렸다.

여기까지였으면 그들에게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조금은 불쌍한 마음이 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교황이 떠나고 버림받은 신관들은

신성력 하나 없는 시녀와 집사들에게

검도 아닌 아무 무기나 쥐게 하고

자신들이 도망칠 시간을 벌게 하라고 명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고 생각한 시녀와 집사들은

신관들이 쥐여줬던 무기를 그들에게 겨눴고

이들의 바치는 댓가로

우리에게 살려달라고 빌어볼 계획이었다.

"여기에는 파실리온의 시녀들도,

남부 귀족 연합의 가베스 같은 자가 없군요."

리아의 말처럼

가주와 가문의 흔들림 속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참고 견디던 파실리온의 시녀들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영지민을 살려달라던

가베스 같은 충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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