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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26화 (126/201)

〈 126화 〉 백성들에게 저들의 심판을 맡긴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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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백성들에게 저들의 심판을 맡긴다!

교황청의 알현장.

원래라면 내가 앉은 이 의자의 주인인 자와

그의 가족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자와 비슷한 크기의 힘이 느껴지는 남자.

늘어진 살 때문에 얼굴과 목이 가까워진 남자.

신의 첫 번째 종이라 자칭하고

신의 이름으로 온갖 만행을 저지를 남자.

신성한 교황의 자리를 피로 오른 남자.

바윌 교황이 네 명 중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신성한 교황청을 피로 물들이다니!

이 무슨 무례한 짓이요!"

"신성한 교황의 자리를

피로 물들인 자는 그대가 아닌가?"

"헛소리! 나는 정당한 후계자였고!

당당히 교황에 올랐어!"

정당한 후계자는 맞다.

초대 교황이 `신성력을 가진 자 중에서

가장 많은 신성력을 가진 이가 다음 교황이다` 라고

말했으니 신성력을 가진 이들 중 한 명인 그는

정당한 후계자가 맞다.

하지만 오러나 마나와 같이 신성력 또한

피에서 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장 강했던 신성력을 지녔던 초대 교황의 핏줄들은

스스로가 말하고 다니는 신이 내려 주신 힘을

신이 필요한 곳에 사용한 것이 아닌,

왕국의 왕, 제국의 황제처럼

교황을 절대 권력으로 만든 것에 사용했으며

백성들을 위하고 구원한다는 사명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권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런저런 이유를 떠나서 신성력을 가지고 있으니

정당한 후계자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당당히 교황에 올랐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당당히라.. 당당히..

고작 그대의 몸속에 담겨있는 그 힘으로?"

"뭐..뭐?"

"네 몸속의 신성력은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손에 피를 묻힌 죄인가?

그것도 아니면.. 술과 사치, 향락의 결과인가?"

교황, 성자, 교주 중

가장 많은 신성력이 느껴진 자는 교주였다.

물론 초대 교황의 피를 이어받았고,

이랬든 저랬든 교황의 자리에 올랐으니

즉위 당시에는 상당한 신성력의 소유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상당한` 의 범위가

어떻게 낮아졌는지 알고 있다.

뛰어난 신성력의 자질을 가진 이들의 제거.

그 속에 권력보다 백성을 먼저 생각했던

`마음속 성녀` 이자 자신과 피를 나눈 이도 있었다.

역대 최악의 교황은

역대 최약의 신성력 소유자였던 것이었다.

그런 주제에 당당함을 말하고 있다.

그런 주제에 자기 신성력을 키우고,

백성들을 돌보는 것이 아닌,

교황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물론,

범죄까지 저질렀다.

키워야 할 신성력 대신 살을 찌우고,

보살펴야 할 백성 대신 창고에 빛나는 것을 쌓고

기도 대신 술을 마셨으며,

백성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대신

여자를 어루만진 결과가 자신의 쥐꼬리만 한 신성력을

간파당해 놀라고 있는 교황이다.

즉위부터 내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지금까지

`당당함`은 교황에 해당하지 않았다.

"대답이 없군.

아.. 꼴에 자존심이 있어서 대답을 못 하는 것이군.

리아."

"네. 주군."

"내가 저놈과 대화를 더 나눌 필요가 있을까?"

"없을 듯합니다.

서부 베로니카 백작이나 저 교황은 같은 부류입니다.

아무리 진실을 말하고 죄를 밝혀도

진실을 인정하고 죄를 뉘우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논리로 모두를 위함이었다고 말할 뿐입니다.

교황의 죄는 죄를 지은 교황만 모를 뿐.

밖에서 교황청의 벽을 허물고 있는

백성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힘이 없어

벌을 내릴 수 없었던 백성들 대신,

주군께서 저들을 벌하시고 백성들의 바람을

하루라도 빨리 들어주심이 좋을 듯 합니다."

내가 싫었던 것이 이것이었다.

제국 연회 이후 각 왕국의 움직임이 변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신성국보다

나의 영지와 나의 백성들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의 죄가 밝혀진 이상 무시할 수 없고,

신성국 백성들의 바람을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교황과의 언쟁이 짜증 났다.

눈물로 살려달라고 호소하든, 신의 이름을 운운하든

교황과 그 가족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

카시오스에서 눈빛을 보내고 교황에게 물었다.

"진정 그대는 교황으로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가?"

"없다!"

쉭! 컥! 툭.

교황이 자신 있게 없다고 말하는 순간

카시오스는 교황의 두 아들 중 하나를 향해

몸을 움직였고 짧은 말만 남기고 그의 목이 떨어졌다.

"꺄아아아!"

"나오니!"

"헉!"

교황 부인의 비명과 교황,

남은 아들의 목소리가 겹쳐졌다.

이름을 들었지만 기억하지 않은 교황 아들.

그는 성자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인간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살인자!"

"그대의 신분을 그대가 스스로 부르는 것인가?

다음 질문은 답을 잘해야 할 것이야.

그대를 제외한 남은 목숨이 둘이니."

교황이 뭔가를 외치는 것보다

내 말이 이어지는 것이 더 빨랐다.

"그대는 그대의 힘으로 살린 자들이 많은가?

아니면 죽인 자들이 많은가?"

"왜 내가 네놈의 질문을 답을 해야 하며!

이 잔인하고 포악한 짓을 당장 멈추고

신과 대륙의 법에 따르라!"

"아버지!"

툭.

"꺄아아아아악 아들! 아들!"

자기 죽음을 예감한 남은 아들과

빛이 꺼진 눈빛의 아들 목을 본

교황 부인의 비명이 이어졌다.

"네놈! 네놈! 이 악마 같은 놈!

신이 너를 분명 벌할 것이다!"

처음 죽은 아들이 교주들과 손잡고

온갖 범죄들을 저지르며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면,

뒤에 죽은 아들은 교황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빈민 구제와 노예 해방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끌어보았다.

그것이 전부였다면 내가 영지로 돌아간 후

신성국을 맡겼겠지만,

그는 도와주겠다며 모은 이들을 숲속 사냥터로 이끌고

그들은 인간 사냥감이 되었다.

열이든, 백이든 살아남는 자는 오로지 한 명.

그 한 명을 돈과 협박으로 입을 막은 후

자신의 사병으로 삼았다.

"주신께서 나를 벌하신다면 기꺼이 받을 것이다.

나의 벌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대는 다시 내 질문에 답하라.

그대가 마시는 술의 색과

그대가 몸을 담그는 물의 색은 무엇인가?"

"뭔 개소리야!"

소리치는 교황과 달리

교황 부인의 얼굴은 잿빛으로 물들었다.

툭.

몇몇 교주들의 인신매매.

사라지고 팔린 고아들 중

아직 이성과의 경험이 없는 여자들 대부분은

교황 부인의 손에 들어갔다.

신을 모시는 자이면서 백성의 눈물보다

자신의 미모와 몸매에 더 많았던,

교황의 부인이라는 것을 떠나서 신성력을 지닌 이로써

백성들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 대신

권력과 힘으로 여성들의 생명을 빼앗고,

그들의 피를 마시고 그들의 피로 목욕을 했던,

신성국의 가장 아름답고 신성한 교황청 안에서

대륙이 경멸하는 흑마법사들조차도

손가락질한다는 방법으로 근거도 결과도 없는,

오로지 자기만족만을 위해

여성들을 죽였던 교황 부인의 목이 떨어졌다.

자기 부인의 목이 떨어지자 `죄가 없다.` `당당하다`

`신의 이름으로` 등을 외치던 교황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죽음 앞에서

끝까지 죄가 없다고 말할 뻔뻔함도, 당당함도 없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목숨만큼은.. 살려만 주십시오!"

쿵쿵쿵.

"고개를 들라."

바닥을 머리고 박으며

용서를 구하던 교황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얼굴에는 그의 피인지

그의 가족들의 피인지 모를 끈적함이 가득했다.

"어차피 남은 목숨은 너 하나.

그리고 남은 질문도 하나..

그대의 답에 따라 어떻게 되었는지 봤을 것이다.

그럼 질문하지.

그대는 왜 도망갔는가?"

"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제국으로 도망쳐 부당함을 밝히고

도움을 구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카온 라이거님과.. 라이거 가문에 죄를 묻고..

배상금과 리아 기사를 받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대의 말대로라면 나는 침략자인데..

힘없는 백성들을 버리고?"

"왕의 핏줄이 중요하듯! 교황인 저와 저의 핏줄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신의 이름으로..!"

"그만!"

살고 싶어 진실을 말하는 와중에도

교황이라는 권력과 `신의 이름`이라는 말이 가지는 힘,

그리고 백성들은 어찌 되어도 상관없다는

그의 뿌리 깊은 사상이 역겨웠다.

"카시오스!"

"네! 주군."

"아무래도 저놈의 목숨은 내가 것이 아닌 것 같다.

무너진 벽의 잔해 위에

성자와 교주! 저 교황을 나무에 묶어라!

신성국의 백성들에게 저들의 심판을 맡긴다!

또한 저 셋의 목도 내걸어 죽음을 알려라!"

"충!"

"솔직히 말했습니다!

살려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교황의 외침을 무시하고 리아를 불렀다.

"리아!"

"네. 주군."

"교황청의 깃발을 내리고

라이거 가문의 깃발과 칠흑 기사단의 깃발을 꽂아

신성국이 사라졌음을 선포하라!"

"충!"

"무슨 말이냐! 신성국의 멸망이라니!

감히 인간인 네놈이 무슨 자격으로

신성국의 존망을 논한단 말인가!"

"아담!"

"네! 주군!"

"칠흑 기사단을 이끌고

신성국 내 모든 신전을 장악하라!

교황과 성자의 잘못을 알렸음에도

저항하는 자는 죽이고

투항하는 자들은 모두 이곳으로 압송하라!

죄의 유무는 내가 직접 판단하겠다!"

"충!"

리아와 카시오스, 아담이 나가고

나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의자에 박힌 보석들이면

수천의 백성은 굶어 죽지 않겠군."

교황만의 앉을 수 있는 유일한 의자.

아공간에서 검을 거네 반으로 자른 뒤

알현실을 벗어났다.

*

교황과 그의 가족들이 카온 앞에 무릎 꿇은 순간

라이거 영지에서는 펠리스 라이거를 중심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부인과

안절부절못하는 에르제를 향해

펠리스 라이거 백작이 입을 열었다.

"부인.. 몸이 상할까 걱정이오..

에르제. 너도 좀 쉬는 것은 좋을 듯싶구나."

"괜찮습니다.."

"여보.. 왜 아직 연락이 없을까요..

연락을 못 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 놓인 건 아니겠지요?"

"카온이지 않소. 텔레포트 마법도 있고,

리아 단장이 가진 텔레포트 아티펙트도 있소."

"그렇지요? 우리 카온이.. 리아 단장이.."

"샤를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에르제님도 좋지 않은 생각은 이제 그만하시지요."

나폴레이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신성국의 전력은 세월이 지날수록 점점 약해졌습니다.

신성력을 지닌 기사만 채용했기에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실력 또한 진화가 아닌 퇴보했습니다.

그런 신성국의 전력이 현 교황에 와서는

사치의 이유로 더 줄었지요.

주군께서는 최대한 빨리 그곳을 정리하시려 할 겁니다."

"그렇지. 연회가 끝나자마자 일이 벌어졌으니"

제국 연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성자가 리아를 모욕하기 전

카온에게서 들어 알고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바로 라어거 영지로 돌아와

대륙의 정세를 살피는 회의를 해야 했지만

성자의 만행을 시작으로

교주, 교황의 죄를 알아버렸던 것이다.

"전투는 반드시 주군의 것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영토가 작은 신성국일지라도

주군과 칠흑 기사단만으로 정리하기 힘들죠.

아마 지금쯤 교황의 처분이 끝나고

민심과 다른 죄인들을 색출한다고

바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라도.. 가서 도와주고 싶어요.."

"주군께서 에르제님의 마음을 아시면 좋아하실 겁니다."

희망적인 말들로 조금 진정된 에르제의 말에

나폴레이는 작게 미소 지었다.

"주군의 승리는 확실합니다.

승리를 가지고 오실 주군을 위해 저희가 할 일은

제라드 왕의 폐위가 안건으로 올라온

귀족 회의에 대해 의논하고.."

나폴레이의 말이 이어지는 가운데

샤를의 통신구가 빛을 깜빡였다.

- 어머니 접니다.

샤를의 떨리는 손에 쥐어진 통신구에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은 카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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