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 일라인 왕국의 왕이 될 왕자를 생각해 보십시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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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
일라인 왕국의 왕이 될 왕자를 생각해 보십시오.
체스터의 미소가 짙어졌다.
"하지만 그것이 끝입니다."
"끝이다..?"
"네. 라이거 가문과 카온이 바라는 것은 영
지와 영지민들의 안전입니다.
페페도, 마노도, 파실리온도
그들이 먼저 라이거 가문을 건드렸지
라이거 가문이 먼저 욕심내지 않았습니다."
"결국 라이거가 이겼고!
결국 남부가 라이거로 통합되었어!"
"하.. 알페온 도련님..
지금은 과거가 어땠었다,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같은 말들을 할 때가 아닙니다."
"감히! 그대가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것인가?!"
체스터는 답답했다.
알페온 테슬린.
테슬린 가문의 후계자이자
어릴적 자신의 주군도 이루지 못한
6서클 마법사의 자질을 가졌기에
성인도 되기 전, 후계자에 오르며 추앙받던 남자.
하지만 순수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마법을
정치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연구하고 탐구해야 할 마법으로
사람을 벌레보다 쉽게 죽였던 남자.
체스터도 테슬린 공작가 사람이다.
여기까지는 아직 괜찮았다.
주군인 테슬린 공작이 건제하고 자신도 있으니
공작의 후계자가 아닌 왕세자가 되고,
`왕세자`란 무게를 견뎌야 한다며
충분히 통제하고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문제는 카온에 대한 열등감이
알페온의 마음에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백작과 공작 가문이지만 둘 다 `네 기둥` 가문이다.
검의 카온 라이거와 마법의 알페온 테슬린.
대외적으로 소드 익스퍼트라 알려진 카온 라이거와,
아직 4서클의 실마리도 찾지 못한
3서클의 알페온 테슬린.
페페 영지를 되찾고,
마노 영지까지 되찾는 과정에서
파실리온 영지까지 차지하고
지금에 와서는 남부를 통합해버린 카온 라이거와,
공작 가문의 후계자로서
다른 가문의 충성을 받기는커녕,
자신의 이모인 왕비와 암묵적 동맹 관계였던
페이트 후작 가문에 의해 동부의 일부가
왕실로 돌아서 버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알페온 테슬린.
휴대구로 부를 쌓고 마탑까지 안은 카온 라이거와,
카온의 사업 제안을 차버리고,
손에 넣고 싶었던 마탑까지 빼앗긴 알페온 테슬린.
카온이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그리는 동안
알페온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현재를
살고 있을 뿐이었다.
성장이 멈춘 도련님, 열등감에 사로잡힌 도련님,
현재를 보지 못하고,
미래를 계획하지 못하는 후계자를 보는 것이
안타까움에서 답답함으로 변한 체스터였다.
"네! 가르치는 것입니다.
제가 며칠 전 말하지 않았습니까!
어제와 오늘이 같은 평온한 시절이 아닙니다!
어제는 신성국에 영원히 존재할 것 같은
신성국의 깃발이 꽂혀있었지만!
오늘은 라이거 가문의 괴물 같은 독수리가
걸려있단 말입니다!"
"신..성국..에.."
"알페온. 그만 닥치거라.
후.. 체스터 알페온은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말해보라."
과거와 현재보다 미래가 더 중요했던 테슬린 공작은
체스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제발 희망이기를 바랬다.
"네. 주군. 다시 한번 말하자면,
라이거 가문이 원하는 것은 영지도,
왕관도 아닌 가문의 안전과 평화입니다."
"그렇군.."
아들과 책사의 언쟁이 이어지는 동안
책사의 말을 돌이켜 보던
공작은 짧은 답을 내놓았다.
"즉. 그들은 건드리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럼 남은 문제는 두 왕국과 일라인 왕실입니다."
"그렇지."
"두 왕국이 손을 잡았다는 것을 인정하십시오."
"인정..하라고?"
"네. 조금 솔직해지겠습니다.
사실 주군께서도 왕관을 쓰신 이후에
포이든 왕국에게 영원히 그 땅을
내어주실 생각은 아니지 않았습니까?
어차피 훗날에 적이 되고
서로 견제해야 할 사이입니다."
"음.."
짧은 신음이었지만 공작은 긍정했다.
"헤이라스 왕비님과 손을 잡으소서.
주군께서 왜 왕비님께 손을 내밀지 못하는지 압니다."
동생인 헤이라스를 정치적 이유로
왕비에 자리에 앉히고,
지원해준 친가의 지원이라고는
공작 가문이라는 이름뿐이었다.
그녀가 공작 가문이라는 것을 이용하는 대신
공작은 그녀를 수없이 이용했다.
지금에 와서는 왕실과 테슬린 가문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 아닌,
왕비, 즉 자기 동생과 등을 돌린 것과 같았다.
한쪽이 죽는 순간에 와서야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관계가
지금의 공작과 헤이라스였다.
그런데 유일한 믿을만한 자가
왕비와 손을 잡으라고 말하고 있다.
"사이좋은 남매가 되라는 것이 아닙니다.
왕비님은 제이슨 왕자를 왕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그래서 세력을 키웠고 제라드 전하까지
유폐에 가깝게 가둬둔 상태입니다.
귀족 회의 때 주군께서 `네 기둥` 가문의 하나로
지지해 주시는 겁니다."
"말도 안 됩니다!"
"너는 닥치라고 하지 않았냐!"
"아..버지.."
"체스터. 그 이유가 합당해야 할 것이야.
그대가 나와 가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 않을 테니."
"주군. 지금 왕비님과
페이트 후작 가문을 보시면 안 됩니다.
왕비님의 계획대로 일라인 왕국의 왕이 될
왕자를 생각해 보십시오."
왕비가 왕으로 올리고자 하는 인물.
제이슨 왕자.
그가 어떤 인물인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테슬린 공작은 벌떡 일어났다.
욕심이 많은 만큼 멍청하다.
돈을 밝히는 것만큼 돈에 대해 모른다.
왕권에 대한 욕심은 있지만,
왕이 될 준비를 하지 않는 자.
돈을 쓸 줄만 알았지,
동화 하나 스스로 벌어보지 못한 자.
여자만 밝힐 줄 알았지,
아들인 알페온 보다 더 백성들을 벌레 취급하는 자.
어차피 그가 다스리는 왕국은 망한다.
자신은 왕과 왕국을 더 흔들 힘이 있다.
체스터의 말대로 라이거 가문은 왕관에 욕심이 없다.
건드리지만 않으면 된다.
그냥 그렇게 자신들만의 세상에서 살게 두면 된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왕국을 유일한 공작은 자신뿐이다.
무지한 왕이 왕국을 좀먹고, 그 왕을 앉힌 것이 왕비다.
그 둘을 끌어내리는 것은
무력으로 왕관을 차지하기보다 쉽다.
하지만 그전에 반드시 먼저 되어야 할 것이 있다.
주군인 테슬린 공작의 눈빛이
시시각각 변하다가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느낀
체스터는 살짝 고개를 숙인 뒤 입을 열었다.
"두 왕국 또한 쉽습니다.
포이든과 피오네 왕국이 손을 잡았습니다.
그들이 일라인 왕국 땅과
카이젠 제국의 땅 중 어느 곳을 더 탐낼까요?
포이든 왕은 주군을 배신했습니다.
피오네 왕은 제라드 왕이
그 지경이 되는 것을 보고만 있었죠.
둘 다 빚을 진 것과 다름없습니다."
"너그럽게 넘기고 우리가 그 왕국들을 지원한다면?"
"맞습니다. 주군.
일라인 왕국의 대표로 언제나 그랬듯
테슬린 가문이 앞장서시면 됩니다.
승전국 중 하나의 자격으로 제국의 영토가 아닌
불가침 동맹을 맺으시는 겁니다."
"그렇군..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어!"
"네. 그럼 이제 하나 남았습니다."
"하나?"
"네. 페이트 후작 가문입니다.
두 왕비가 손을 잡은 이상 페이트 후작 가문에게
왕권에 준하는 거래를 했을 겁니다."
"그렇지."
공작도 알고 있었다.
제퍼트 왕자가 있는 상황에서
으르렁거리던 더 왕비가 손을 잡았다는 것은
서로 간의 큰 거래가 있었을 것이다.
왕이 된 왕자와 그렇지 못한 왕자.
왕이 되지 못한 왕자를 달래기 위해서는
공작 이상의 작위와 영토를
내어주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테슬린 공작의 미간이 좁아졌다.
남부는 포기했다.
남은 것은 서부와 북부.
라이거 가문이
통합된 남부의 영토를 가지고 있는 이상.
페이트 후작과 왕자는
그 이상의 영토와 권한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서부가 이미 귀족들이
각자 나름대로 자리 잡았고,
대표 가문인 베로니카 가문도 있다.
그렇다면 내어줄 곳은 북부뿐인데 북부를 내어주면
일라인 왕실의 실질적인 힘이 닿는 곳은 줄어든다.
즉. 왕권의 약화를 가져온다는 뜻이었다.
무엇보다 북과 남.
위아래로 거대한 세력에 둘러싸이는 것이 싫었다.
"주군. 라이거 가문은 분명
일라인 왕국의 귀족입니다.
그리고 라이거 가문의 깃발이 꽂힌 새
로운 영토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라이거 가문은 `네 기둥` 가문이면서도..
남부를 통합한 대귀족이면서도 아직 백작입니다.
라이거 가문을 공작으로 승작시키고,
자치권을 내어주는 대신
신성국을 받아 페이트 후작에게 주면 됩니다.
충분히 공국을 세우고도 남을 영토지요."
두 눈이 번쩍 뜨인 테슬린 공작이 체스터를 끌어안았다.
"그대가 있어 다행이야!"
"미래를 위한다지만..
왕비에게 고개를 숙이시게 해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니야! 아니야! 대의를 위해서는
한발 물러날 줄도 알아야지!
나는 고개를 숙이지만,
훗날에는 그들이 나에게 무릎을 꿇을 것이야!"
"현명하십니다. 주군."
"체스터! 당장 성도로 갈 준비를 해라."
"명을 받습니다."
성도로 가기 위해 공작과 책사가 집무실을 벗어나자
남은 것은 가신에게 쓴소리 듣고,
아버지에게 질책받은 아폴론뿐이었다.
"젠장!"
짜증 나고 화가 난 아폴론이었지만
책사의 계획은 완벽했다.
"하지만.. 뭐.."
계획대로 아버지는 왕이 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음 왕은 자신이 된다.
카온에 대한 열등감이 조금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욕심의 싹이 자라기 시작하는 아폴론이었다.
*
테슬린 공작이 만나고자 한 인물.
헤이라스 왕비는 맞은 편에서
피 묻은 갑옷을 입고 차를 마시는 인물로 인해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왕성, 아니 일라인 왕국에
있으면 안 되는 인물이 나타났다.
그가 텔레포트 게이트 사용한다는 말도 없었다.
그가 일라인 왕국으로 말을 타고
달리고 있다는 소식도 없었다.
그는 지금 신성국에 있어야 했다.
그가 들이닥치기 얼마 전,
신성국의 교황이 백성들의 돌팔매질에 의해
숨을 거뒀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소식을 빠르게 접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발명한 통신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신성국 각지로 떠나는 칠흑 기사단 소식도 들었다.
첩자의 말에 따르면 신전을 장악하기 위함이라 했다.
그가 교황청을 나오는 모습은 없다고 했다.
그래서 당연히 혼란스러울 민심을 위해
그 여기사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래서 급하게 서부군을 움직이게 했다.
건방지게 베로니카 후작이 조건을 걸었지만
왕실의 돈을 쓰는 것도 아니고
후작의 망상을 응원하는 것뿐이라 허락했다.
베로니카 후작의 건방짐을 눈감아 줄 만큼
카온과 그의 기사들이 없는 지금이
라이거 가문을 압박할 수 있는 기회였다.
대륙의 중재자인 신성국에 깃발을 꽂아
비난의 대상의 될 그를 도와준다는 것과
서부의 군사적 움직임을 막아주겠다는 것으로
자기 아들이 왕위에 오르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라이거 가문의 찬성표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계획의 중심이 되는 그.
카온 라이거가 피 묻은 검붉은 갑옷을 입고 나타났다.
만나지 않으려 했다.
서둘러 서부 군을 이끄는
후작에게 연락해 회군하라 명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네 기둥` 가문의 명예를 이용해
그녀가 휴대구를 들기 전,
이제는 자신의 집무실이 되어버린
왕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