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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30화 (130/201)

〈 130화 〉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닙니까?(소제목 변경)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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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닙니까?

귀족들은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언어, 수학, 문학, 예절을 기본으로

검술, 마법, 정치, 법, 상업, 전략, 영지 경영, 등.

그리고 자신의 신분과 위치에 맞는

교육에 중점을 두기도 하고,

가문의 성향에 따라 조금 더 고차원적인

교육을 받거나 교육 자체를 없애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내 앞에 있는 왕비의 친가인

테슬린 가문은 대대로 마법 가문이다.

기시단을 운영해야 하는 가주나 후계자들은

그들을 이끌기 위해 검술을 익히지만,

그 비중은 딱 기사단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뿐이다.

대신, 그들은 압도적으로 마법 수련에 집중한다.

또 다른 예로 서부 유일의 우호 가문인

자브레 가문은 상업과 건축,

폴리아리스 가문의 경우에는

라이거 가문이 남부를 통합하기 전까지는

주변 영지의 상황 때문에 정치와 외교에 중점을 두었다.

이렇게 공통된 교육에 집중의 교육으로 바뀌어도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고 유지해야 하는 것이

귀족들에게는 있었다.

겉으로 보이는 예절과

겉으로 보이지 않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방법.

자신의 신분과 장소를 망각한 부적절한 예절은

내일 뜨는 해를 보지 못하게 하기도 한다.

잘 숨긴 감정은 자신의 목숨과

영지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예외가 있는 법이다.

내 앞에 앉은 왕비는 기본 교육은 물론,

집중 교육, 예절, 감정 숨김이 필요 없었다.

말을 하고 글을 쓸 수 있으니 언어는 배웠다.

왕비라는 지위가 있으니 어느 정도 예절은 알 것이다.

"풉"

내가, 우리가, 백성들이 아는 일반적인 왕비와

지금의 왕비에게서 오는 괴리감에 웃음이 난다.

새어 나온 웃음에 눈가가 떨리고 움찔하는 왕비.

그녀는 고작 그 정도일 뿐이다.

고작 그 정도로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왔다.

유일한 공작 가문의 딸,

왕비가 되고 아들을 낳은 후 확고해진 지위.

그녀가 사는 세상에서는

수학은 학자들이 하는 것이고

그녀가 직접 계산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백 명이 비판한 작품이라도

그녀가 손뼉이라도 한번 치고, 눈물이라도 흘리면

그 작품이 곧 올해 최고의 작품이 되었기에,

예를 올리는 자가 아니라 예를 받는 자였고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예도 가치가 없어졌기에,

즉결 처형될 자라도 그녀 한 마디면

웃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기에,

하녀에게 `드레스를 맞추겠다.`라는 말을 전하면

왕국의 모든 의복 점의 주인을

부를 수 있는 위치였기에,

왕국의 경영은 자신이 아닌 왕과 대신들,

각 영지의 귀족들이 하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그 어떤 감정의 숨김도 필요 없다.

그런 그녀였기에.

제국에서의 그때처럼

지금도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말을 꺼내려고 입을 열려고 하는지

다 알 수 있었다.

"저를 보고자 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신성국에 있어야 할 제가 어떻게

지금 여기 있는지 궁금한 것이 아니었습니까?"

움찔하는 왕비를 보고 피식 웃고는 찻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왕비님답지 않게 말 돌리지 말고

저에게 해야 할 말이 있지 않습니까?"

왕비가 무슨 말을 하든 상관없었다.

단지, 나폴레이의 가설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쾅!

"감히! 어머니와 내가 허락하지 않았거늘!

어찌 네 놈이 여기 있단 말이냐!"

집무실 문을 박차고 들어온 제이슨 왕자가 소리쳤다.

"제이슨!"

"저렇게 멍청해서야.."

왕비의 말과 내 말이 겹쳤다.

신성국과 서부 군을 떠나서

제이슨이 왕위에 오르려면 남부의 지지도 필요하다.

남부는 곧 라이거 가문이고

자신이 왕이 될 수 있는 귀족 회의를 앞두고

남부의 대표가 아닌 남부의 전부인 가문의 후계자에게

가식으로라도 웃으며 손을 내밀지 못할망정

소리치는 차기 왕을 보니 어이가 없다.

`왕으로 만들 생각도 없지만..`

"무슨 수로 성도까지 왔는지 모르지만!"

왕비가 해야 할 말을 대신 한 것은 고맙기는 했다.

"너의 그 오만함은 오늘로써 끝이다!"

"오만함이라.."

"대륙의 중재자인 신성국을 침략하고!

주신의 첫 번째 종과!

주신의 아들인 성자를 죽인 죄!

이것 만으로도 네 놈은 열 번 죽어 마땅하다!"

이렇게 말하는 왕자가

주신 포르테님을 믿는 것은 맞다.

하지만 신전에 기부 한 번 한 적 없고,

알량한 신성력은 자신이 가진 마나에 못 미치는

미천한 힘이라 말하고 다녔으며,

제라드 왕이 신전을 탄압할 때마다

가장 앞장섰던 것이 바로 저 왕자다.

"왕비님. 왕비님도 제이슨 왕자와 같은 생각입니까?"

아들이 온 것이 그녀에게 힘이 되었을까.

왕자가 아닌 왕이 와도 변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왕비의 눈에 힘이 들어왔다.

"네. 맞아요.

라이거 가문은 대륙의 모든 이들의

원망을 살 짓을 했어요.

그대의 기사가 희롱을 당한 것이 원인이라고 하더군요.

사과받고 보상받았으면 될 일을 피로 얼룩지게 하고,

신성한 깃발을 짓밟았어요.

신의 종과, 신의 아들을 죽인 죄.

그대의 목숨을 구명한 길이 없네요."

"빌어라! 내 앞에 무릎 꿇어 빌고

내가 왕이 되는 것을 도와라!

내가 왕이 되면 일라인 왕국의 이름으로

그대를 보호하고, 내가 직접 도탄에 빠진

신성국으로 가서 일라인 왕국민이 된 것을 축하하고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준다고 약속하겠다!"

나폴레이의 말이 점점 맞아들어갔다.

신성국의 영토를 차지하고 싶은

그의 욕심을 들은 것도 나름의 수확이다.

왕비의 반응으로 보아 둘은

이미 의논한 상태로 보아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거기 까지.

다음에 나오는 왕자의 말에 내가 아닌 왕비가 놀랐다.

"그래도 답이 없느냐?

그래! 하하하 내가 너의 머리를 땅에 닿게 해주지!

지금 베로니카 후작이 지휘하는

서부군 6만이 남부로 향하고 있다!"

"제이슨!"

"어머니. 뭐 어떻습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계획대로 해야지요.

이놈은 여기 있고 지금 왕성은

왕실 기사단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이놈의 잘난 계집과

징그러운 검은 기사들은 신성국에 있지요.

꼬락서니를 보니 쉬지 않고 달려온 것 같은데

서부 군 소식을 알았겠습니까?

아! 저놈이 만든 휴대구 때문에

소식을 들었을 수도 있겠군요. 상관있습니까?

저놈은 신성국을 침략하고

성자과 교황을 죽인 죄인이고!

검은 기사들이 없는 라이거 가문은

한번 붙어 볼 만하지요."

비릿하게 웃은 제이슨이

비어있는 의자에 앉으며 다리를 꼬았다.

"서부 군 6만과 라이거 군이 붙으면 볼만 할 겁니다.

이번에는 일방적인 학살이 아니라

양쪽 다 엄청난 사상자가 나오겠군요.

바로 저놈 하나가 무릎을 꿇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나폴레이의 가설이 맞아떨어졌다.

"리아는 교황청을 정리하고 있고..

내 기사들은 신정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부 군.. 6만이라.. 게다가

저는 왕실 기사단에 포위되어 있군요."

*

헤이리스 왕비는 카온의 말에 자신감이 생겼다.

아들은 여기사 리아를 계집이라 칭하고

공포의 기사단을 징그럽다고 표현했지만

헤이라스 왕비는 아니었다.

그녀는 카온보다 리아가,

왕실 기사단보다 카온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그 기사단이 더 무서웠다.

그래서 그들이 없는 지금이

다시없을 기회라 생각했던 거였다.

카온이 방문하고 지금까지

그들이 일라인 왕국으로 오고 있다는

연락은 받지 못했지만,

카온 처럼 눈을 피해 오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지우지 않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카온은

절대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누구보다 거짓을 말하는 것을 싫어했고

자신에게 향하는 거짓도 증오했다.

그런 카온이 직접 그들이 아직 신성국에 있음을 말했다.

카온은 자신의 눈앞에 있으며,

그들이 보이면 자신이 무엇을 하든

먼저 보고하라고 지시했던 급보도 없었다.

"라이거 가문은 제국은 물론

다른 왕국의 서신과 주신 포르테님을 믿는

대륙의 백성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을 거예요.

신성국을 손에서 놓고,

그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외로운 싸움이 될 거예요.

그대가 태어나고 자란..

특히 `네 기둥` 가문의 사람으로서

일라인 왕실의 품이 필요할 것 같군요.

그리고.. 서부 군.. 베로니카 후작은

제 남편에게 충성했죠.

그런 제 남편은 저의 뜻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죠.

라이거 가문은 영지민들을 아끼고 사랑한다죠?

일라인 왕국의 왕이 될

제 아들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면

지금 당장 군을 돌리게 할 수 있어요."

교황과 성자를 포함한 신성국을 이끄는 인물들이

그동안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해도

백성들은 망국의 백성이 되었고,

망국의 백성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는

대륙인이라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왕비가 생각하는 라이거 가문과

앞장선 카온에 대한 비난은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라이거 군이 서부 군을 막는다 해도 서부나

라어거 가문에 엄청난 사상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카온이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라 생각했다.

가문의 비난을 피하고

영지민과 병사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무릎을 꿇는 것.

하지만 카온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도 아들인 제이슨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비난이라.. 제가 비난받을 짓을 했다면

겸허하게 받아야겠지요.

신성국 백성들에게 누군가처럼 돌팔매를 맞든,

꽃잎을 받든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일라인 왕국의 품이요?"

카온의 눈빛이 변했을 뿐인데

헤이라스 왕비의 몸은 떨리기 시작했다.

"일라인 왕국이 라아거 가문에 내어 준 품은..

우리 가문의 4대째까지가 아니었습니까?

품을 내어주는 대신 채찍을 휘두르고..

채찍이 지겨워지니 무시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품이라.. 말하고도

스스로 웃기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까?"

카온이 찻잔을 드는 것조차

헤아라스 왕비에게는 공포로 다가왔다.

"서부 군.. 6만이라.. 그렇군요..

고작 6만의 병력은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겁니까?

저와 리아, 칠흑 기사단이 없으면

6만의 군이면 위협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헤이라스 왕비는 급하게 실행한 계획이라

베로니카 후작에게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이를 요구했을 뿐,

6만의 군사가 어느 정도인지,

라이거 가문의 병력이 얼마인지 몰랐다.

생각 같아서는 그냥 많이,

더 많은 병사가 남부로 향했으면 했지만,

진짜 전투할 것도 아니고

영지민들을 인질로 위협만 할 것이기에

6만의 병력도 충분하다는 아들의 말을 믿었다.

"그렇지요..

저나 라이거 가문은 영지민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절대 부정할 수 없죠.

그래서 그런지..

영지민 스스로가 병사가 되기를 자처했습니다.

병사가 된 이들이 그러더군요.

라이거 영지를 목숨 바쳐 지키고 싶은 것은

영주 일가만 아니다..

메턴강의 은혜를 입은 자들은

스스로 영지를 지켜야 한다..

영지와 영지민들을 위해 노력하는 라이거 가문과..

가문의 보호 아래 웃으며 자랄 아이들을 위해

영지를 탐하려고 하는 자들은 용서할 수 없다..

도망치거나 숨는 것은 쉽다..

하지만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고통스럽다..

그러나.. 내가 지금 창을 들지 않으면

내 가족, 내 아이들은.."

카온은 말을 잠시 멈춘 것뿐이지만

헤이라스 왕비는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이런 기분은 왕비의 옆에 앉아있는

제이슨 왕자도 똑같이 느꼈다.

제이슨 왕자는 두려움을 쫓기 위해

급히 몸에 마나를 둘렀지만

이미 침투된 공포까지 지우지 못했다.

"내 가족. 내 아이들은. 도망치거나 숨지도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는 것이 아닌.

진짜 죽는다고.

그래서 나는 창을 든다고.

그렇게 말하더군요."

"그래서! 그렇게나 영지와 영지민들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싶은가!

네놈이 한 번만 고개를 숙이면

그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

"제이슨 왕자.

그대는 그럴 각오도 없이 서부 군을 움직였는가?

차라리 위협하고 싶었다면 왕실 군과

중앙 귀족들의 군을 움직였어야 했어."

그러지 못한 이유를

이 자리에 앉아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랬다면 유진 일라인 초대 전하의 핏줄을

전부 죽이지 않기 위해 무릎은 꿇지 않더라도

왕자가 왕위에 오르는 것은 찬성했을지 모르지."

"그건!"

"이미 엎질러진 물 아닙니까? 왕비님?"

"..."

헤이라스 왕비는 아무 말도 할 수 않았다.

아니, 지금 그녀는 마나를 몸에 두른 왕자와 달리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기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서부 군이 남부로 고작 6만의 군사를 이끌고

침.략.하고 있군요."

"침략..이라..니.. 단지.."

"아니죠."

힘겹게 침략이 아닌 위협을 할 생각일 뿐이었다고

말하려 한 왕비의 말은 카온에게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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