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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32화 (132/201)

〈 132화 〉 후작님의 힘이 되어줄 마법사일지도 모르죠.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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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후작님의 힘이 되어줄 마법사일지도 모르죠.

베로니카 후작의 본진까지 영지의 경계를

넘는 것을 확인한 펠리스 라이거 백작은

라이거 기사단의 단장 아키를 불렀다.

"아키."

"네. 주군."

"난 말이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전장에 서리라고는 생각 못 했어."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펠리스는

자신을 기사라고 말하기 부끄러웠다.

가문의 연공법과 악에 받친 수련,

매년 행해지는 몬스터 토벌이

그를 익스퍼트의 경지에 이르게 했지만,

영지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사랑하는 이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무능한 남편이자, 가주였고, 군주이며 기사였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오히려는 저는 망가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주군께서 들으시면 기분 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의 눈을 뜨게 해 준 분은 카온 도련님이셨습니다."

"기분 나쁘기는 무슨.. 나도 마찬가지일세."

"주군. 적이 곧 목표지점에 도착합니다."

"나폴레이 책사."

"네. 백작님."

"그대가 적이 아니라 다행이군."

"주군이 아니었다면

저는 훗날 벌어질 일라인 왕국의 분쟁 속에서

보이지 않아도 도망치지도 못하는 자였을 겁니다."

나폴레이가 카온을 주군으로 모시지 않았어도

그와 라이거 가문이 전장에서 만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하하 그런가?"

이제는 기운을 감출 필요 없다는 듯

펠리스의 몸에서 오러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총사령관 펠리스 라이거의 오러 방출.

서부 군과 라이거 군의

본격적인 충돌의 시작이었다.

"제1군 나를 따르라!"

"제2군 나와 함께 동으로 간다!"

서부 군의 서쪽을 노리는 라이거 제1군의 선두에는

펠리스가 라이거 백작이,

동쪽을 노리는 제2군의 선두에는

아키 기사단이 있었다.

"군의 허리가 끊기면 후작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아! 아샤 총관님!"

호위 기사들에 의해 서부 군과

라이거 군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고 받던

나폴레이의 귓가에 같은 주군을 모시는

아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원래 라이거 가문이

선두에 서기를 좋아하는 걸까요..

아니면 우리 주군의 영향을 받은 걸까요?"

"음.. 처음 질문의 답부터 하자면..

제 바람은 후작이 죽음을 각오하고

끝까지 싸우는 것이지만..

후작은 군의 허리가 조금이라도 밀리면

후퇴할 겁니다."

"후퇴라.."

"그냥 항복하기에는 후작이라는 작위와

서부 대표라는 지휘, 그

리고 서부 연합군의 총사령관이란 것..

무엇보다.. 후작의 뒤에 있는 누군가에게 말할

변명이 필요하니까요."

"응? 책사님의 말이 더 어려워졌는걸요?"

기사와 기사들이 부딪혔다.

검과 검이 부딪혔다.

온갖 색의 오러가 상대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죽이려는 자의 외침과

죽는 자의 비명이 점점 커진다.

누군가는 살려달라 애원하고,

누군가는 죽여달라 소리친다.

도망치는 누군가의 발아래로

동료 기사의 목이 떨어지고,

놀람에 잠시 멈춘 순간,

그의 목까지 떨어져 나가고 있다.

서부 군 중앙.

베로니카 후작 군을 제외한

서부 가문 군 1만 5천이

라이거 1군 5천과 2군 5천에 의해 무너지고 있다.

이런 전장 속에서 아샤와 나폴레이의 대화는

평온하기만 했다.

"후작이 우리 군의 수를 알고도 경계를 넘었다면

이유는 두 가지 뿐입니다.

하나는 자존심."

"그 자존심 때문에 주신의 품에 자리가 없겠군요."

"우리는 같은 평민들은 그들을 `귀족`이라 부르죠.

라이거 가문과 라이거 가문을 따르는

몇몇 귀족들에는 죄송하지만.."

"호호호 라이거 가문도 주군도 같은 `귀족`이었다면..

우리가 지금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일도 없었겠죠.

다른 하나는 뭔가요?

"후작 뒤에 있는 자의 명령입니다."

"둘 중 하나겠군요."

아샤가 생각하는 두 명이 누군지

나폴레이는 짐작했다.

테슬린 공작과 왕비가 손을 잡았고,

공작이 회군과 항복을 명했다는 것을

둘은 모르고 있었기에 나눌 수 있는 대화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처음 움직인 것은 분명 누

군가의 명령 때문이었을 겁니다.

후작이 아무리 라이거 가문과 주군을 싫어해도

이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겠죠.

문제는 출전 이후입니다.

백작님이 10만의 군을 이끌고

나타날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겠죠.

6만 대 10만.. 호기로운 자들 입에서

`한 번 해볼 만 해`라는 말이 나올 수 있는 차이죠.

그런데 도망을 간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겁니다.

뒤에 나올 소문들도 신경 쓰였을 테고요."

"죽느냐 사느냐가 중요하지, 소문은 무슨!"

쇼페라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우선 목표가

`살아남기` 였던 아샤는 이해되지 않았다.

"`귀족`이니까요."

"거참.. 그 말이 더 와닿으니까 짜증 나네요."

"싸워보지도 않고 항복했다.

싸우다가 후퇴했다.

싸우다가 후퇴했고, 항전하다 결국 항복했다.

후작 자신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세 번째가 가장 선처를 바랄 수 있는 핑계죠."

"제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앞뒤가 다르고..

가장 위선적인 사람이네요.. 후작은.."

"서부 군 선두.. 그러니까..

병사들 진영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우리 9만의 병사들이 깔끔하게 포위하고 있답니다.

저는 책사님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주군께서는 병사들의 경험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나중에 책사님이 문책당하지 않으시겠어요?

나폴레이는 본 적 없지만,

예전 징집되어 몬스터 토벌에 끌려가던

라이거 병사와 같은 모습을 한

서부 군 병사들이 마음에 걸려 나폴레이는

책사의 권한으로 작전을 일부 변경했었다.

"주군이라면 이해해 주실 겁니다.

전투 경험과 실전이 중요하지..

학살이 목표가 아니었으니까요.."

"하긴. 주군이니까요."

동과 서에서 출발한 라이거 1군과 2군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

"듣기로는 베로니카 후작의 전 병력이

우리 영지로 향했다는데..

그렇지 않은 모양이네요."

10대 중반의 여자가

10대 후반의 여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여기 민심이 페트로의 정보보다 더 안 좋았나 봐."

두 명의 여자는 남부 몬스터 숲에서 수련을 마친 후,

또 다른 수련 장소인 서부 사막으로 향하던 도중

라이거 영지의 정보 조직

`소리 샘`의 단주로부터 연락받고 사막이 아닌

베로니카 후작령,

정확히는 베로니카 영주성으로 이동했다.

`소리 샘`의 단주 페트로는 현재 후작령의 상황과

서부 군의 남부 침략 소식을 알려 준 뒤,

서부가 어수선하고 특히, 베로니카 영지는

민란의 조짐이 보이니,

가능하면 가지 않을 것을 권했다.

페트로의 조언이 있었음에도 두

여자가 특히 조심하라는 베로니카 영지로 들어와

영주성까지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카온에게 도움이 되는 것.

베로니카 영지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왜 페트로가 조심하라고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을 향해 쏟아지는 적대감.

특히, 남자들의 적대감은

순간의 말이나 행동의 실수가

피를 볼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

차라리 수련을 위해 돌아다니는 동안

도적이나 왈패들이 보였던

추악한 시선이 더 나을 정도였다.

하룻밤을 보냈던 숙소의 주인을 통해

적대감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아름다운 모양의 꽃들이 피워내는

향기로움 가득한 꽃밭.

그 아름다움이 자기 눈을 멀게 하고,

그 향기로움 속에 독인 있는지도 모르고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에 취해

스스로 절벽을 향해가는 베로니카 후작과

그녀의 추종자들 모습에 두 여자는

같은 여자임에도 고개를 저으며 혀를 찼다.

그래도 영주라고

영지 내의 분위기를 모르는 것이 아니었는지

영주성의 경계가 삼엄했다.

"일단 들어가 보자.

주인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게 조금 그렇지만..

먼저 허락도 없이 남의 구역에 들어온 건

저쪽이니까 상관없겠지?"

"네. 언니."

그녀들의 발걸음이 영주성 내부로 향하는 것이

당연히 허락되지 않았다.

"이곳은 베로니카 후작님의 영주성이다."

입구를 지키는 기사,

두 명의 여기사에 의해 제지되었다.

걸음을 멈춘 두 여자는 쓰고 있던

로브의 머리 부분을 벗었다.

고작 두 명이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았던 여기사들은

로브를 벗고 드러난 상대의 모습에

완전히 긴장을 내려놓았다.

"여성분이셨군요.

요즘 무례한 것들이 설치고 다녀

예민한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언니라고 `불렸던` 여자는 어이가 없었다.

단지 얼굴을 드러냈을 뿐인데

기사들의 경계심이 풀렸다.

"영주성의 관문을 지키는 자로서 당연한 거죠."

"역시 여성분이라 그런지 이해심이 좋군요."

기사의 답에 이번에는 언니라고 `불렀던` 여자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관문을 지키는 자로서

너무 경계심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꼼을

여자라서 이해심이 좋다고 해석하는 기사가

이해되지 않았다.

"영주성을 방문한 목적이 무엇인가요?

지금 후작님께서는

남부의 고통받는 영지민들을 구하고,

여성과 아이들을 억압하는 라이거 가문을

벌하기 위해 자리를 비우셨답니다.

머무시는 숙소와 성함을 알려주시면

후작님께서 돌아오시면 약속을 잡으실 수 있게

도와드리겠습니다."

"후작님께서는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들이나,

평민들도 만나 주시나요?"

"그럼요! 후작님께 직접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여성분들이 많답니다.

다른 영지의 귀족분들도 찾아오시기도 하죠.

바쁜 후작님이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

많은 시간을 내어드리지는 못하지만

후작님께서는 여성분들의 방문을

언제나 환영한답니다."

기사의 답을 들은 10대 후반의 여자가 미소를 보이자

그 미소에 화답하듯 기사도 미소 지었다.

"그렇군요.

아! 제 이름과 목적을 말씀해 달라고 하셨죠?"

"네. 말씀해주신 방문 목적이 다른 분과 같다면

같이 자리를 마련하기도 하거든요."

"저는 라이거 영지에 새로운 뿌리를 내린

마탑 소속 마법사 마린다예요."

"라이거.. 영지..? 마탑..?"

기사가 되물었지만,

그에 대한 답 대신 10대 중반의 여자가 입을 열었다.

"저는 라이거 가문의 후계자이신

카온 라이거님을 모시고 있는 시녀이자,

마린다 스승님과 같은 마탑 소속 마법사

바이올렛이라고 합니다."

수련 도중 소식을 듣고 카온에게 도움이 되고자

베로니카 영지를 찾은 두 여자는

카온과 아카데미에서 인연을 맺고

거래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마린다와

노예에서 시작해 시녀가 되고 이제는

마린다와 함께 마탑의 새로운 중심이 된

바이올렛이었다.

입을 살짝 벌리고 멍해진 기사를 향해

마린다가 피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방문 목적은 베로니카 후작과 영주성 조사?"

적이라는 것을 감지한 기사가 정신을 차리고

검을 뽑으려 했으나

옆에 있던 다른 기사가 그녀를 말렸다.

"피샤. 마법사라지만 아직 어린 여성분이세요.

그리고.. 어쩌면 후작님의 힘이 되어줄

마법사일지도 모르죠.

그런 분들에게 검을 겨누는 건 좋지 않아요."

"후작님께 도움?"

"생각해 보세요.

마탑이 왕국의 중심이 성도에서

남부로 왜 이동했겠어요.

피샤도 가지고 있는 휴대구를 라이거 가문과

마탑이 손을 잡고 만들었잖아요.

분명 라이거 가문이 돈으로 협박했을 거예요."

"하?"

마린다가 어이없어했지만, 아직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사는 아주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라이거 가문에 협박당한 마법사..

심지어 더 어린 이 여성분은

여자를 무시하는 카온 라이거의 시녀예요.

후작님은 분명히 두 여성분을

구원하고자 하실 거예요.

제가 이분들을 안내하죠.

후작님께서도 좋아하실 거예요.

아름다운 영주성과 우리의 복지와

생활을 경험하시면 영주님의 은혜와

깊은 뜻도 모르고 발악하는 몇몇 영지민들은 물론,

라이거 가문과 카온 라이거의 부정함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혹시 아나요.

후작님에게 반해 후작님과 영지,

여성들을 위한 마법만 써 줄지."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 마린다와 달리

바이올렛의 분노는 참지 못하고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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