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3화 〉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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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행복합니다!
마린다는 오로지 후작의 영주성 위로만 드리우는
검은 구름을 보고 바이올렛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짐작했다.
5서클의 마법 중에 자연 현상인 번개를 닮은
`라이트닝`이라는 마법이있다.
다른 공격 마법들을 2서클,
3서클의 경지에서 배우고 사용하는 반면,
라이트닝 마법이 5서클에서야 펼칠 수 있는 이유는
5서클에서야 행할 수 있는 `중첩` 때문이었다.
융합은 마법사들끼리 창조의 마법이라고도 불렀다.
한 손에는 파이어볼을,
다른 한 손에는 워터볼을 들고
두 개를 합치면 결과는 둘 중 하나가 나온다.
극과 극이 만나 같은 사람이 만들어낸 마법임에도
둘 중 더 큰 힘을 가진 마법에 따라
불이 꺼지고 물의 흔적이 남거나
물이 다 증발하거나가 첫 번째.
두 번째는 뛰어난 마나 운영 능력으로
두 마법의 힘을 같게 만들어
끓은 워터볼을 만들어 내거나.
하지만 뜨거운 불과 물이 만나 만들어낸
끓는 워터볼도 `물`이라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외에도 불과 흙은 단단한 `흙`,
물과 흙은 단순한 진흙,
바람과 불은 더 빠른 `불 마법`,
바람과 물은 더 빠른 `물 마법`일 뿐이었다.
예측 가능한 마법,
그리고 두 개의 시동어가 필요한 마법이었기에
중첩된 하나의 마법이 아닌 따로 만들어진
두 개의 마법이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었다.
그러나 라이트닝 마법은
라이트 마법과 폭발 마법,
물 마법, 바람 마법이 합쳐진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마법이었다.
불, 물, 흙의 폭발은 살상의 능력을 가지지만,
빛의 마법인 라이트닝 마법에
폭발 마법을 중첩할 경우
너무 가까이서 빛의 폭발을 맞으면
눈은 멀지라도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았다.
라이트닝 마법의 발견은 정말 우연이었다.
빛의 폭발 때문에 연구에
방해된다는 다른 마법사들 때문에
마탑이 아닌 작은 산은 찾은 마법사는
어떤 원리인지는 모르나 계곡이 있는 곳에서
빛을 폭발할 때 마법에 스파크가 튄다는 것을 알았다.
뭔가를 느낀 마법사는 마탑의
자기 연구실에 틀어박혔다.
빛과 폭발, 물의 중첩에 성공한 그는
빛의 폭발을 연구한다며 무시하던
다른 마법사들을 모아놓고 새로운 마법을 선보였다.
생명이 있는 것을 대신해
나무로 만든 대상을 두고 마법을 펼친 결과.
빛이 터지며 지지직하는 스파트가 튀었고
빛의 범위에 있는 나무들에 그을음이 생겼다.
공격 마법으로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여전히 살상력이 없다는 주변의 평가.
하지만 그는 이에 굴하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마나량의 한계 때문에
광범위에 큰 피해를 줄 수 없다면,
한 명, 한 명에게 집중된 마법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가설을 세웠고
결국, 바람의 마법까지 중첩한 결과.
힘의 분산을 막는 대신
폭발과 동시에 바람 마법이 작동하게 만들어
위에서 아래로 내리 꽂는
빛의 줄기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네 가지의 마법의 중첩, 그리고 마나의 한계 때문에
딱 한 번의 사용이라면
딱 한 명의 목숨을 빼앗을 힘은 되었지만,
세 번까지는 상대방을 기절 시키는 정도이고
그 이상은 찌릿함을 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계곡에서 처음 발생한 스파크가 일어난
원인을 연구하던 중 노환으로 세상을 떠나고,
후대에 와서 그의 업적을 인정한 마법사들이
아직 이름도 짓지 못한 마법에
그의 이름을 딴 `닝`을 붙여
`라이트닝`라는 마법이 생겨났다.
이때부터 중첩의 마법은
창조의 마법이라는 말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었다.
라이트닝 마법, 자연 현상인 번개를 닮았다 해서 번
개 마법이라 불리는 이 마법은 5서클 중에서도
상위와 하위를 나누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영주성 위로 만들어진
먹구름 곳곳이 스파크가 튀며 번쩍이고 있었다.
라이트링 마법의 상징인 스파크과 번쩍임.
4서클의 바이올렛은 그 누구도 만들어내지 못한
거대한 라이트닝 마법을 펼친 것은 아니었다.
마린다와 함께한 수련 도중
바이올렛은 자연적인 번개를 본 적 있었다.
그리고 의문을 품었다.
"언니. 번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죠?"
"번개? 글쎄.. 번개를 닮은 마법은 이론도 알고
한 명 정도는 기절 시킬 정도로 쓸 수 있는데..
신의 분노라고 하는 저 번개는 모르겠어.
가뭄, 폭풍, 폭설, 폭우..
그리고 저 번개는 신의 영역이 아닐까?"
마린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바이올렛은 의문을 멈추지 않았다.
먹구름은 구름이었다.
그럼 구름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라는
궁금증을 시작으로 수련하는 동안
구름을 끊임없이 관찰했다.
"언니.. 저 왠지 구름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연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랑스러운 동생의 말에
마린다는 어이없어하는 것이 아닌 격려를 건넸다.
그리고 마린다는 경악했다.
실패할 것을 알고 응원이 아닌 격려를 했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보란 듯이 구름을 만들어냈다.
입을 벌리고 멍하게 만들어진 구름을
보고 있는 마린다는
바이올렛의 설명을 듣고 주저앉고 말았다.
구름이 있는 곳과 없는 곳, 적은 곳과 많은 곳의
지형과 주변을 연구하고
그 차이점에서 구름을 만들기 위한
필수요건을 찾았으며,
그것을 마법으로 구연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마린다는
바이올렛이 단순한 마법사가 아닌
이 시대의 새로운 선구자임을 깨달았다.
구름이 먹구름이 된 원인은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기어코 바이올렛은 먹구름까지 만들어냈다.
먹구름에 왜 스파크가 튀고 번쩍이지는 모른다.
왜 먹구름이 모이면 신의 노성이라는 천둥이 치고,
신의 분노라는 번개가 내리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결국,
인간의 몸으로 마법의 힘을 빌려 자연을 만들어냈다.
딱 한 번 자신의 한계라며 보여줬던 광범위 마법이
바로 이 영주성 위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감히.. 감시.. 제 도련님을 모욕하시는 겁니까..?"
쿠르르릉 쾅! 번쩍!
마치 바이올렛의 감정에 응답하듯
먹구름이 으르렁거리더니굉음을 내며
영주성 부지 어디론가 빛의 줄기가 떨어졌다.
큰 소리와 어디론가 떨어진 빛의 줄기.
이어서 들리는 폭발음과 사람들의 비명.
"감히 제 주군을 모욕하시는 겁니까?"
영주성의 하늘이 울기 시작했다.
"신..신의 분..노? 어째서.. 왜.."
바이올렛의 마법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한
관문을 지키는 두 여기사는이 현상이
신이 분노했기 때문이라고 여기며 떨기 시작했다.
"저년들 때문이야! 신성한 영주성에
저년들이 들어가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두 기사 중 하나인 피샤가 검을 꺼내 들고 외쳤다.
바이올렛의 마법이라는 것을 모르는
두 명의 입장에서는 신의 분노가
마린다와 바이올렛에게 있는 것이 당연했다.
베로니카 영지,
특히 영주성은 베로니카 후작을 따르는 이들에게서는
신성한 곳이었다.
신이 굽어살피지 않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위한 곳,
남성들의 억압에서 벗어나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기회를 준 곳,
여자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는 곳.
그런 신성한 곳에 후작이
가장 추하고 악질적인 존재로 지정한
카온 라이거의 개가 찾아왔다.
그래서 신성한 곳을 더럽히려는
두 마법사 때문에 신이 화가 났다.
하지만 자신들만의 가치관에 빠진 것도 모자라
신성시하는 이들의 크나큰 착각일 뿐이었다.
"마탑의 이동이
라이거 가문의 협박 때문이라고 하셨나요?
아니요! 힘을 잃어가고
비루한 마탑이라고 무시하던 왕실과 귀족들!
마법 가문이라는 테슬린 가문이 마탑이 성공하니
마탑 마법사들을 힘으로 고용하려 하고!
마탑의 부를 욕심 내더군요!
라이거 가문이 마탑을 협박한 것이 아니라!
라이거 가문이 마탑을 보호하는 겁니다!"
또다시 영주성 하늘에 빛의 줄기가 뻗어져 나왔다.
"도련님이 여자를 무시한다고 했습니까?
아니요! 도련님은 여자라고! 천하다고!
심지어 노예들도 무시하지 않습니다!
저는! 천민보다 못한 노예 출신이며!
도련님께서 직접 노예 신분에서 해방해 주셨으며!
도련님의 도움으로 제 능력을 발견하고!
도련님의 도움으로 마법사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게 이용하는 거야!"
"그럼 도련님이 저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노예를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겁니까?"
"그건! 당연히 신분제..!"
자기 말이 이상하다고 여긴 피샤가 급히 입을 닫았다.
여성을 위하는 사상.
하지만 자신들의 사상을 인정하지 않는 여성들을
배척하는 사상.
그리고 신분제라는 사회 속에서
노예 여성은 노예라는 이유로 보지 않았던 사상.
돈과 권력, 억지가 만들어낸 사상에는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허점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행복이라 했습니까?
저는 여자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지금 행복합니다!"
바이올렛이 손짓을 한번 하자 기사들 발 앞에
라이트닝 마법이 쏟아졌다.
4서클의 바이올렛이 5서클의 마법을 쓸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
5서클의 탑주도 가늠하지 못하는 바이올렛의
광대한 마나량 덕분이었다.
4서클이 만들어낸 5서클의 마법이라
완벽하지는 않으나 위협하기에는 충분했다.
"그건 행복이 아니냐!"
완벽히 다른 가치관으로부터
귀와 마음이 닫힌 피샤와 다른 여기사는
라이트닝 마법이 어떤 마법사가
펼칠 수 있는지도 모른 채 검을 꺼내 들고 달려들었다.
"하.. 어쩜 이렇게 멍청한지.. 아이스 체인."
마린다는 한 번의 시동어로
바이올렛에게 달려들던 여기사들의 발을 묶었다.
"마법이라니! 정정당당히..!"
"어머! 정정당당? 이봐요. 멍청이들.
그쪽은 기사고 우리는 마법사야.
정정당당? 우리가 검을 들고 싸우는 것이
너희들이 생각하는 정정당당이야?
우와.. 어쩜 이렇게 이기적이지?"
마린다의 개입 덕분에 조금 진정한 바이올렛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언니. 그냥 조금 시끄럽더라도 빨리 끝내고 가요.
조금만 더 이런 것들과 대화를 나눴다가는
일주일 전에 먹은 것까지 입으로 나올 것 같아요."
"엥? 우리 바이가 그러면 안 되지!
빨리 끝내고 가자!"
남부 귀족 연합 모임에서
카온이 속도를 조절하며 썼던 아이스 체인과 달리
전혀 힘 조절을 할 생각이 없던 마린다라
두 여기사는 이미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다.
관문을 완전히 통과한 바이올렛이 손가락을 튕겼다.
작은 흙 구슬이 얼어붙은 기사들에게 날아가고
얼음 동상 두 개가 깨지는 것을 시작으로
바이올렛이 쌓아 올릴 수많은 공훈 중
첫 번째가 시작되었다.
*
첫 번째 전투에서 후퇴한 베로니카 후작은
자신의 막사에서 빛이 꺼진 통신구를 던지며
분노를 표출했다.
대패도 이런 대패가 없었다.
좌우에서 들이닥친 라이거 군은 무시무시했다.
다양한 색이 씌워진 검들이
춤을 추며 아군의 목을 베었고,
기사의 갑옷 대신 가죽 갑옷을 입은
작은 체구의 남자들로 이루어진 기마병들의
움직임은 눈을 쫓기도 힘들었다.
라이거 군의 병사들 또한
수만이 한 명인 듯 움직이는 장관을 만들어 냈으며
그들이 뿜어내는 기세는
진형의 후미에 있던 후작을 소름 돋게 했다.
하지만 자신의 군대는 어때했는가.
후작의 오른팔, 왼팔을 자처하던
베로니카 기사단의 두 기사 단장이
적 기사들이 거리를 좁혀오자
내린 명령은 `자신을 보호하라.` 였다.
그 명령을 들은 서부 귀족 군의 기사들과 병사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후작이 내린 첫 번째 명령인 `여기사를 우선 할 것`과
맞서 싸우거나 항복이라는
선택지를 두고 고민해야 했다.
하지만 라이거 기사단은
그들에게 고민의 시간을 길게 주지 않았다.
여기사의 보호와 맞서 싸움을 고민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 그들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베로니카 기사단의 두 단장은 명령에 따라
도망칠 길을 내어준 일부 병사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먼저 후퇴한 베로니카 후작과
합류 할 수 있었으나,두 단장이 떠나고
뒤늦게 항복한 일부를 제외하고
좌우의 서부 귀족 군은 전멸했다.
그래도 서부 귀족 군은 전투를 치르기도 했고,
단장은 `보호하라.` `길을 열어라.` 라는 것뿐이지만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병사들은 라이거 병사들에게 포위되는 순간
창을 내려놓으며 항복을 택했다.
"이래서 남자는 안 되는 거야!"
병사들이 창을 한번 휘둘러 보지도 않고 항복한 이유는
의지와 투지가 약한 남자라서가 아니었다.
가장 선두에서,
가장 죽을 확률이 높은 병사들에게 후작은
그동안 여자를 무시하고 학대한 남자들에게
가죽 갑옷도, 음식도 아깝다며 하루에
식은 죽 한 그릇만 제공했고,
그들에게 주어진 병장기라고는 창 한 자루 뿐이었다.
남자라서가 아니라 사람이기에
싸울 의지도 힘도 없었던 것이었다.
자신의 그릇된 사상이 만들어낸
최악의 명령인지도 모르는 후작은
패배의 원인을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남자 기사들과 병사들의 탓으로 돌렸다.
대패까지는 아니지만, 패배의 경우도 생각했던 후작이라
패배의 원인을 기사들과 병사들에게 돌리고 나서야
그 분노를 조금 삭일 수 있었지만,
통신구까지 박살 낸 분노는 다른 곳에 있었다.
- 베로니카 가문이
서부를 대표하는 가문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서부를 대표하는 가문일 뿐이지
우리에게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은 없습니다.
라이거 가문의 욕심으로 시작된 침략을 막는 전쟁,
라이거 가문의 잘못을 벌하기 위한 전쟁이라면
저희도 기쁜 마음으로
후작님의 요청을 받아들였을 것이나,
이번 전쟁은 남부의 평화를 깨는
불명예스러운 침략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후작님의 요청을 거절합니다.
지원군 요청이 거절당했다.
`저는`이 아닌 `우리`란 표현을 쓰며 거절했다.
"주군!"
도망쳐온 기사 단장 한 명이
사색이 되어 후작을 부르며 들어왔다.
"뭐야?!"
"베로니카 성이.. 영주성이 함락당했습니다."
"으아아아악!"
어떻게, 누가, 왜, 라는 것을 듣기도 전에
악을 지르는 베로니카 후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