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제 부인으로 맞이할 생각입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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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제 부인으로 맞이할 생각입니다.
이어지는 회의에서
그동안 문을 닫았던 교역에 대해 결정 났다.
테슬린 공작과 합의 한 3개월 간의
백성 이주가 끝나면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
원래는 서부를 장악하는 순간,
다른 지역과 교역을 다시 시작해
원한만 서부의 발전을 계획했었다.
중앙과 북부, 동부는 우리가 교역을 중단한 것에
괘씸죄를 물어 거래를 중단하거나
라이거 가문을 상대로
교역을 중단할 처지가 아니었다.
남부로 이동하며
왕실과 동부로부터 자유로워진 마탑은
마음의 여유와 풍부해진 자원으로
휴대구를 한 단계 발전시켰지만,
우리가 교역을 중단함으로써
남부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발전된 휴대구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샤라아` 지역의 곡식과 광석,
이제는 몬스터의 씨가 말라버린
몬스터 숲의 목재 또한 일라인 왕국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 하는 물품이었고,
서부의 모래와 건축 기술을 우리가 장악하게 되었으니
그들은 화를 속으로 삼키고
우리의 교역 재개를 환영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개방할 교역을
백성들이 이주하는 3개월 뒤로 미룬 이유는
정치적 이유가 아니고
단순히 골탕을 먹이고 싶어서였다.
우리야 교역을 재개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다른 이들은 모른다.
특히, 왕실과 테슬린 가문은 이 기회를 이용해
첩자를 심어 놓을 계획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첩자를 선별해야 하고,
그들의 신분을 위장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자금도 필요하다.
더군다나 거의 독립에 가까운 형태의 영지가 되었고,
언제 교역을 재개할지 미지수이기에
선별에 특별히 신경 써야 했다.
무엇보다 단 한 번의 3개월 기간만 존재했다.
이런 노력 끝에 첩자를 심은 순간
교역이 완전히 개방된다면 선별도 어쩔 수 없고,
자금도 어쩔 수 없고, 고민도 어쩔 수 없지만,
상당히 허무할 것이다.
게다가 교역을 재개하는 순간 페트로를 통해
현재 대공성의 상황과 마탑, 휴대구, 교육,
서부까지 통합한 라이거 영지의 사정과
핵심 귀족들의 정보를 흘릴 예정이다.
이 말은 즉, 투입된 첩자들이
할 일이 없어진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당분간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다면
움직이고, 새로운 사업을 할 계획이 없다.
첩자들의 보고를 받고 또 한 번 허무한 표정을 지을
그들을 상상하는 재미를 느끼는 것.
고작 이런 이유가 3개월을 미룬 이유였다.
똑똑똑
회의 내용을 속으로 생각하며 웃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 아들.
"어머니? 들어오세요."
어머니와 함께
메이가 찻잔을 준비해 들어오는 모습에
단순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찾아오신 게
아닌 것 같았다.
"영원히 벗어 나지 못할 것 같던 별채에서 벗어 나
가문이 날개를 달고 이제는 대공작 가문이 되었네?"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중심을 잃지 않으셨고,
어머니는 강하고 단단해지셨기 때문입니다."
"그이도, 나도, 가문 전체가 변화하고
강해진 건 다 네 덕분이란다."
"감사합니다."
어머니의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이도 나도 가문과 영지에 위기가 닥치면
가장 앞장서서 적들과 싸울 각오를 하고 있단다.
하지만 새로운 라이거 가문은
새로운 인물들이 이끌어 가야 하지 않겠니?
그리고 높게 날아 오를수록
많은 이들을 눈으로 담을 수 있겠지만..
많은 이들을 보기 위해 높이 올라간 거리만큼
너의 외로움도 깊어질 거란다.."
어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이고,
했어야만 했던 일들을 처리하는 동안,
영지민들과 어울리던 나는 라이거 가문의 가신들과
적이라고 단정한 일부 권력자들과 어울리게 되었고
일단 어느 정도 정리된 지금
나와 대화를 나눌 만한 존재는 몇 명 되지 않는다.
물론 영지민들은 나를 환영하고
나도 그들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갈 수 있지만
이제는 함께 이겨내는 사이가 아닌,
내가 지키고 보살펴야 할 존재로서의
의미가 더 강했다.
영지민들과 거리를 좁히는 것과 동시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긍정도 부정도 못 하는 귀족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갈수록 충신도 늘어나겠지만,
간신도 늘어난다.
충신과 간신 사이의 괴리감과
이로써 생기는 사람에 대한 불신,
그리고 자신의 권력을 노리는 자들과
죽으면 모든 것을 잃은 다는 불안감이
스스로 벽을 치고 온전히 사람을 믿지 못하게 한다.
"네가 쉴 수 있는 존재,
그리고 네가 쉼터가 되어줄 존재..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기쁨도 눈물도
함께 나눌 이가 필요하지 않겠니?"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어떤 며느리를 바라십니까?"
"귀족? 아니면 가문에 도움이 되는 집안의 여인?
그것도 아니면 대공작의 지위에 맞는
왕실의 왕녀나 다른 왕국의 왕녀 또는
후작 이상 가문의 여식?
나도 그이도 이런 것들이
다 부질없다는 걸 안단다.
우리 아들이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우리 아들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
서로서로 장점을 살려주고 단점을 보완하며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여인이라면
신분과 외모, 능력을 떠나서
기쁘게 며느리로 맞이할 거란다.
어머니는 가문에 도움이 되는
정략적인 여인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나도 대공비의 자리를 비워둘 생각이 없었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확인한 이상
그녀들이 기다림에 지치게 하기 싫었다.
"어머니.
번 승작에서 두 명의 빠졌다는 걸 아십니까?"
"그래.. 안 그래도 네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랬다고
결론 낸 모양이지만 다들 리아와 에르제에게
어떠한 보상도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겼어."
리아와 에르제.
나와 함께 중요한 곳곳을 누비는 리아와
나에게 힘이 되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가족들만큼이나 내 안위를 걱정하는
에르제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주군인 나를 향한 충심과
생명과 가문의 은인에 대한 마음이라고
여기며 그녀들의 마음을 부정했다.
그리고 두 명의 부인을 두는 것이
귀족 사회에서 흠이 되지 않음에도
가까이로는 라이거 가문부터, 멀리로는 왕실까지
어머니의 말씀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고 경험한 나로서는 부정적이었다.
나 자신도 리아와 에르제를 생각하면
마음이 간질간질했음에도
불안한 왕국과 언제든 전장으로 변할 수 있는
대륙의 정세에 나는 물론 가문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기사와 가신이라는 짐 위에 과거에는 백작 부인,
이제는 대공비라는 짐까지 짊어지게 하기 싫었다.
이런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나에게
메이가 전해준 말을 다소 충격적이었다.
`도련님..
모두를 위한 것이 진짜 모두를 위하는 건가요?`
`응?`
`리아 단장님은
도련님께 충성 이상의 마음이 있으면서도
모두를 위해 도련님의 배필은
에르제 아가씨가 되어야 한다고 해요.
그리고 에르제 아가씨는 도련님의 옆자리는
누구도 아닌 리아 단장님이 어울린다고 했어요.
또한 도련님도 가문과 그 두 분을 위해
감정을 숨기셨고요.
나폴레이님이 그랬어요.
세 명이 힘이 합쳐 가장 완벽한
라이거 가문을 만들 수 있는데 아무도 바라지 않은
희생과 포기를 선택하려 한다고요.`
리아와 에르제가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몰랐고
가신들이 우리들의 분위기를 읽고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자기 행복을 희생하며 했던 배려가
자신은 물론 서로의 행복까지 망치는 짓을
하고 있었던 거였다.
비로소 깨닫고, 비로소 내 마음을 완전히 인정했다.
사랑이란 감정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언제든 등을 맡기를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리아가 영원히 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뒤를 걱정하지 않게 해 줄 존재이자
돌아온 나를 아무런 사심 없이 안아줄
존재로 에르제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이기적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내 행복이고,
리아와 에르제가 바라는 행복의 형태라면
나는 그 이기심을 채우고 싶다.
"저는 리아와 에르제를
제 부인으로 맞이할 생각입니다."
"어머!"
그동안 가졌던 마음과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래! 메이가 말 잘했구나!
그건 배려가 아니야.
그리고 그런 희생은 필요하지 않고
그 누구도 바라지 않아.
솔직히 모두가 예상하였어.
너의 옆자리는 리아나 에르제 둘 중 하나이거나
둘 다의 자리가 될 거라고.
그리고 당연히 모두가 둘 다를 바랬지."
"리아는 대공비가 되어도 전쟁이 일어나면
저와 함께하려고 할 겁니다.
당연히 말려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것이 라이의 바람이라면 들어줄 생각입니다.
리아아 대공비가 되면 라이거 군의
전권을 그녀에게 줄까 합니다."
"가문의 안주인이 사교계가 아닌 전장을 누비고,
안 살림의 전권이 아닌 군의 전권을 가진다는 것이
말로는 어색한데 그 사람이
리아라면 말이 달라지지."
"에르제에게는 어머니께서 관리하시는 아카데미와
프레시아가 총괄하는 휴대구 사업을 제외한
모든 영지 관리 권한을 줄 겁니다."
어머니께서는 무릎을 작게 탁하고 치셨다.
"그래. 에르제는 잘해 낼거야.
그 아이는 남부 개발 사업부터 함께했고
서류와 보고가 아닌
직접 발로 뛰며 일을 배운 아이잖니.
아! 남부 개발의 경험, 샤라아 지역의 개발 경험,
라리스 지역의 개발과 통합의 경험까지
가지고 있구나!"
전혀 상반된 권력의 전권 이양.
"하지만 무엇보다 리아와 에르제는
자신보다 너를 먼저 생각하고."
각자 다른 성격의 큰 힘을 가졌음에도
그녀들이 지닌 같은 마음.
나의 행복과 그녀들의 마음,
어쩌면 그녀들의 행복과
나의 이기심이 합쳐진 결과였다.
"뭐..
두 아가씨께서 제 마음을 받아 주셔야겠지만요."
"흠.. 하긴.. 우리 아들이..
리아의 미모에 비하면.. 좀.."
"네?"
"그리고..
에르제의 넓은 마음에 비한면 아들은.. 흠.."
"네? 하하하. 많이 부족한 저를 결혼 시키기 위해
어머니께서 힘 좀 써서야겠습니다?"
"어머! 결혼을 네가 하지 내가 하니?
노력해 보렴~"
어머니의 말이 맞았다.
서로의 마음은 알지만 노력해야 한다.
그녀들의 포기했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참! 프레시아에 대한 말들은 없던가요?"
아마 리아와 에르제만큼
프레시아에 대한 말들도 나왔을 것이다.
대공작의 여동생,
쉽게 말해 프레시아는 귀족 가문의 영애에서
왕녀의 대우를 받는 존재가 되었다.
"아직은 말로 내뱉는 사람은 없단다.
분명 누군가는 겁도 없이
우리 딸을 정치적 이용 가치로 생각할 거야.
남부는 너의 무서움을 알기에
속으로만 생각할 뿐이겠지만 서부는 아니잖니."
"아직도 여자를 그런 존재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서
베로니카 후작 같은 사람이 나오는 겁니다..
운이 좋아 나에게 인정받고 기사 단장이 된 리아,
천운으로 인연을 맺고 자신은 물론
가문까지 발전한 에르제,
이제 곧 쇼페라의 성을 달고 나올 아샤까지
그녀들의 능력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
이런 식으로 제 후광 탓만 하는 인간들이 있겠죠.
뭐.. 그런 놈들에게 휘둘릴 생각도 없지만요.
어머니는 프레시아가
어떤 여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나는 너도 프레시아도 마찬가지 란다.
가문이 바라는 행복한 삶이 아닌
본인이 바라는 행복한 삶은 사는 것."
"프레시아는 천재입니다.
고작 14살의 아이가 영지법을 정리하고 마법사들과
연구원들의 틈에서 휴대구 사업을 이끌고 있죠.
저는 프레시아에게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일라인 왕국의 중심인 중부의 모든 영지가
프레시아에게 적당할 것 같습니다."
"카온?!"
아직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았던 목표를
처음으로 어머니께 내보인 것이기에
어머니의 놀람과 당황은 당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