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 〉 카온 라이거 대공의 결혼을 명한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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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카온 라이거 대공의 결혼은 명한다.
라이거 가문의 모든 영지를 되찾고
영지를 넓혔으며,
독립과 공국의 왕에 가까운 대공작이 되었다.
쇼페라 가문의 의지를 이은 자와 인연을 맺고
가문의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 두 가지 만으로도 필립 라이거 시조님과
사사 쇼페라 시조님은
내가 주신의 품으로 가는 날 수고했다면
안아 주실 것이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가문과 영지의 부흥과
세상에 쇼페라라는 성에 다시 나오는 것이
과연 두 시조님이 진정 바라는 것일까.
그리고 후손들의 잘못과 무능으로
천년의 왕국이 무너지고,
가문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유진 일라인님과 피토 테슬린님은 어떤 마음일까.
과연 `네 기둥` 가문이 원하는 결과가 이것일까.
확신할 수는 없지는 아니라는 생각이 강했다.
감히 판단하건대 이상일지 모르지만,
네 분의 시조들은 처음이 그러했듯
지금의 `네 기둥` 가문이 하나가 되어
새로운 천년의 역사를 이끌어 가기를 바랄 것이다.
같은 위치의 `네 기둥` 가문이지만
분명 이끌 누군가가 필요하다.
성군의 자질을 잃어버린 일라인 가문,
탐욕적으로 왕관을 노리는 테슬린 가문,
이제야 다시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는 쇼페라 가문,
두 번째로 사라지게 될 `네 기둥` 가문 중
하나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고 있는 라이거 가문.
천 년 전 유진 일라인님이 그랬듯,
지금은 내가 이들을 벌하고, 인도해야 한다.
하지만 말로 벌하고,
말로 그들을 반성하게 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면 결국 남는 것은 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왕국을 계획했고
지금 처음으로 그 뜻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나도 지금보다 더 단단해져야겠구나."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어머니.
저는 어머니께서 제 옆에 계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지난 삶에서는 이미 돌아가셨을 어머니.
이미 그 시점은 넘어섰고,
그때보다 더 강건하신 모습으로 살아계시지만,
나는 어머니의 행복 이상 바라는 것은 없다.
"그래.. 고맙구나.. 아들..
언제 너의 뜻을 밝힐 생각이니?"
"즉위식 이후
중요 가신들만 모아 놓고 밝힐 생각입니다."
어머니께서 내 방을 나가고
리아와 에르제를 동시에 불렀다.
"둘을 같이 부른 건.. 그게..
후.. 난 돌려 말하는 것도 싫어하고..
숨기는 것도, 거짓말하는 것도, 싫어 해.."
지금까지 내가 두 여인에게
품었던 감정과 지금의 마음,
그래서 어떻게 생각했고,
심지어는 메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까지
모두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주.주군?"
"카온님.."
오랜만에 보는 당황하는 리아와
내 이름을 부른 후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에르제.
"아름답고 화려한..
무엇보다 유일한 청혼이 아니라서 미안해.."
"카온님."
"응?"
"솔직히 저는 아카데미 때부터
카온님을 연모해 왔어요."
당시 나는 살기 바빴고, 이겨 내기 바빴기에
나를 향한 에르제의 마음을
은인에 대한 감사로 생각하고 넘겼다.
"그리고 지금은 그 마음에 더 커졌으면 커졌지,
작아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런 제 마음을 카온님께 표현하기에는
저 자신이 너무 초라했고.. 카온님과 라이거 가문에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리아님처럼 카온님의 등 뒤를 지켜 줄 수도 없고..
바이올렛처럼 마나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죠.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 어떤 걸림돌이 되지 않는 것처럼
전장을 지휘하는 나폴레이님 같은
지혜와 능력도 없어요.
다른 총관부 사람들보다 조금 낫다고 생각했던
발로 뛰는 것도 이제는
저만의 장점이 아니게 되었죠."
지금 라이거 가문의 총관부 사람 중에는
책상머리에 앉아 서류만 검토하고
아버지나 나의 허락을 받는 자는 없었다.
그 시작이 자신이고,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모르는
에르제는 말을 이었다.
"이런 저보다 마스터의 경지이면서
누구보다 카온님을 생각하고.."
잠깐의 침묵 사이에 에르제가
어떤 말을 감췄는지 알 것 같았다.
"아름다우며 가문에 도움이 될 리아님이
카온님의 옆자리로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에르제님."
리아가 울먹이는 에르제의 손을 잡았다.
"저는 주군의 옆자리는
당연히 에르제님이라 생각했습니다.
주군도 라이거 가문도 저나 칠흑 기사단,
가문의 사람들에게는 귀족과 평민의 벽을
두지 않으시지만..
귀족 사회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저는 평민이죠. 물론,
마스터이기에 백작 이상의 작위를 인정받습니다."
"그러니 상관없지 않나요..?"
"상관없지 않습니다.
저는 검과 주군에 대한 충성밖에 없습니다.
물론..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지만
주군을 감히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저는 주군이 주신 능력으로
주군께 힘이 되어 드리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저의 행복이라 여겼습니다.
주군의 옆자리는 주군의 마음을 사랑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여인의 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하고 힘이 되어준다는 것을
모르는 리아가 말을 이었다.
"그런 존재를 저는 에르제님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니에요. 리아님이!"
*
미안한 마음과 함께 청혼 한 카온을 앞에 두고
리아와 에르제가 서로 상대를 칭찬하던 그 시각.
테슬린 공작은 포이든 왕을 만나고 있었다.
"공작이 영원히 우리 왕국을
찾아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저를 만나 주지 않는 것은 물론,
테슬린의 피가 흐르는
왕비님을 내치실 줄 알았습니다."
"테슬린의 피가 흐르지만 포이든의 성을 쓰고 있지.
무엇보다 그녀는 자기 몸에
테슬린의 피가 흐르는 것을 싫어해."
"그렇군요."
테슬린 공작은 몸에 흐르는 피를 부정하는
테슬린의 핏줄에게 감정을 소모하기 싫어
짧은 답으로 찾아온 이유가 그것이 아님을 표현했다.
"먼저 테슬린 가문에
등을 돌린 것은 포이든 왕국입니다.
아니, 더 정확히는 전하이시지요."
"이제 와서 부정할 생각은 없네."
너무 당당한 포이든 왕의 태도에
테슬린 공작의 미간이 좁아졌다.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을 희생하는 것.
그대가 모르지는 않겠지."
공작은 몇백 년이 이어진 동맹을
작은 것으로 치부하는 포이든 왕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그가 말했듯,
큰 것을 얻기 위해 지금은 작은 것을
포기해야 할 때라 여기며 속으로 화를 삼켰다.
"설마 희생에 대한 보상이 없을 만큼
전하의 그릇이 작지 않으시지요."
포이든 왕 또한 공작의 말에 겨우 화를 삭였다.
몇백 년을 이어져 오던 동맹을 일방적으로 깬 것은
자신과 포이든 왕국에게는 대의일지 모르나
신의 적인 부분에서는 분명 문제였다.
그리고 피오네 왕국은 육로를 통해,
포이든 왕국은 해상을 통해
제국으로 향한다는 것에 합의한 시점에서
숨거나 회군하기 힘든 해상에서 일라인 왕국 군,
특히 불만을 가진 테슬린 군을 만나면
진군부터 힘들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보상이라.. 그렇지. 무엇을 바라는가?"
"그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확인?"
"두 왕국의 검이 향하는 곳이 제국입니까?
아니면 일라인 왕국입니까?"
"일라인 왕국이라면?"
"온 힘을 다해 막아야겠지요.
필요하다면 제국의 속국이 될지라도
그들의 도움을 받을 생각입니다."
"하하하 그래? 제국이라면?"
"배신의 보상으로 두 왕국이 제국으로 향할 때
일라인 왕국이 두 왕국과 함께
참전하는 것을 허락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포이든 왕은 공작의 생각을 읽어보려는 듯
한참을 바라만 봤다.
"참전.. 참전이라.. 동맹국으로 참전이라..
일라인 왕국.. 아니,
그대가 바라는 것이 제국의 영토인가?"
포이든 왕은 무능한 왕실이 생각하고
대변인으로 공작을 보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왕실의 생각입니다."
당연히 왕실의 생각이 아닌
테슬린 공작의 생각이었고,
포이든 왕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리고 승전국의 보상으로 바라는 것은
영토가 아니라 일라인 왕국에 대한
두 왕국의 불가침 조약과 평화 협정입니다."
포이든 왕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두 왕국의 비밀 협약에는
일라인 왕국의 점령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주인이 바뀐 제국의 영토를
안정시키는 것에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신성국을 품은 일라인 왕국이
죽기 살기로 도발하지 않는다면
두 왕국도 이득이다.
포이든 왕은 일단 긍정에 무게를 두고
확신을 위해 생각에 잠겼다.
일라인 왕국에서 가장 위협적이던 라이거 가문이
건드리지 않으면 물지 않겠다는 뜻과 함께
독립에 가까운 형태로 왕실에서 떨어져 나갔다.
일라인 왕실과 테슬린 가문이
얼마나 왕국을 하나로 단합하게 하고,
강하게 만드냐가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자
포이든 왕은 속으로 웃었다.
제라드 왕보다 더 무능한 제이슨이 왕이 되었다.
그는 무능함 이상으로 고집이 있고,
능력도 없었으면서 야망만 크다.
제이슨이 왕으로 있는 한 아무리 공작이 노력해도
일라인 왕국에는 발전이란 없다.
일라인 왕국이 발전해도 상관없다.
자신이 이끄는 포이든 왕국은
내륙과 해상의 영토를 지닌
강한 왕국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때가 오면 피오네 왕국과 협력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일라인 왕국을 삼키면 된다.
불가침 조약과 동맹 따위는 깨기 위해 있는 것이고,
조약을 깼다고 항의할 사람들은
목이 잘리면 말하지 못할 것이다.
라이거 가문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건드리지 않으면 물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일라인 왕실과 테슬린 가문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곳이 라이거 가문이다.
고작 일라인 왕국의 남부와 서부의 땅 따위다.
차라지 영지를 인정해주고
강대국의 이름으로 공국으로 만들어
휴대구 같은 기술력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
왕국으로서 이익이었다.
"좋다. 단!
동맹국이지만 작전권은 없다."
즉. 이번 제국 침략에서
일라인 왕국은 장기 말일 뿐이라는 거였다.
"바라지도 않았습니다."
장기 말 취급이면 그에 맞는 병사들을 보내면 되고
두 왕국이 제국을 점령하기만 하면 되기에
테슬린 공작도 상관없었다.
*
나는 오랜만에 찾은 여유를 최악으로 방해받고 있다.
지금 라이거 영지는 온통 축제 분위기이며
대공성은 그 분위기의 원인이라
나를 제외한 모두가 바쁘다.
서로 칭찬하던 리아와 에르제는
그러고 있는 본인들도 웃겼는지
내가 아닌 서로를 껴안고 울고 웃으며
부족한 나의 청혼을 받아들였다.
즉위식과 결혼식을 동시에 준비해야 하는 어머니는
더욱 바빠지셨다.
아버지와 나는 바쁜 어머니를 위해
뭔가 도울 것이 없나 어슬렁거리다
오히려 방해된다면 쫓겨났다.
덕분이라고 하기에는 어머니와
대공비가 될 두 여인에게는 미안하지만,
나폴레이와 대륙의 정세를 논하고,
동생 프레시아와 사업 논의를 핑계로 차를 마시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휴대구가 보급된 이후
잘 울리지 않던 통신구가 아니었다면,
통신을 보내는 곳이
왕실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정중하게 만남을 청한다는 왕실의 뜻을 전하는
통신 마법사의 말에,
또 어떤 헛소리를 이제는 왕의 이름으로 할까 궁금해
왕성을 찾았다.
역시 제이슨 왕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헛소리도 아닌 개소리를 하며 나를 만족 시켜주고 있다.
"왕실와 대공가를 위해 내 누이인 로즈 일라인과
카온 라이거 대공의 결혼을 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