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41화 (141/201)

〈 141화 〉 라이거 영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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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라이거 영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카온이 대공작이 된 이후 딱 3개월만 허락된

남부와 서부로의 왕국 백성들의 이주.

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첩자를 심고 싶었던 왕실과 테슬린 공작,

제국과의 전쟁을 준비 중인

두 왕국뿐만이 아니었다.

"후작님. 줄이 상당히 빨리 줄어들고 있는데..

일하는 자들의 능력이 좋을 걸까요?

아니면 사람이 너무 많아 대충하는 걸까요?"

"글쎄.. 둘 중 무엇이 되었든, 문제구나.

능력이 좋다는 것은 말 그대로

저들이 능력이 좋다고 생각해도 되지만..

이 정도로 일 처리가 빠르다는 것은

이번 일이 단순히 라이거 영지의

인구를 늘리는 일이 아닌

예전부터 준비한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지.."

"그렇군요!

미리 준비된 계획에 미리 훈련된 자들이면!"

"그리고 대충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발걸음이 헛될 수 있을지 모르지.."

바렌 수아르 후작

카이젠 제국의 후작 바렌 수아르는 제국 연회 이후

카온을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라이거 영지의 문은 굳게 닫혀있었고,

신성국을 정벌했다는 소식에 찾아가려 했지만

신성국의 국경 또한 봉쇄되어있었다.

당당히 제국의 귀족으로 만나고 싶다는

서신이나 통신을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과 별개로

카온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나뉘어 있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자신을 도와줄 인물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고,

두 왕국이 제국을 노리고,

일라인 왕국의 테슬린 가문이 군수물자를

모으고 있다는 정보를 받은 상황에서

라이거 가문의 움직임만은 판단할 수 없었다.

지금은 정보가 끊긴지 오래되었지만

일라인 왕국 남부에서만 들리던

카온과 라이거 가문에 대한 긍정적 정보와

그 외 지역에서 아직도 활발하게

수집되고 있는 부정적 정보.

제국의 황제가 `무능`의 표본이라고 못 박은

제이슨이 왕이 되는 것에 지지한 카온,

그리고 독립이라도 하듯 백성들의 이주를 제외한

모든 것에 선을 그어버린 카온.

수아르 후작은 더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딱 3개월만 `사람`에 한해서 영

지를 개방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호위 겸 집사 한 명만 데리고

일라인 왕국 남부로 행했다.

"카온 대공이 만나주지 않고..

만나주더라도 그 또한 제국을 침략하는 이들 중

한 명일 것이 걱정됩니다.."

"황제께서는 대륙 전체가 덤벼도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시지만..

글쎄.. 두 왕국은 어찌어찌 막아도 라이거 가문이..

특히 카온 대공이 참전하면 제국은 힘들어져..

뭐.. 솔직히 어찌 되었든

이번 일이 유일한 기회라는 것은 변함없지."

"그렇네요..

3개월 뒤 문을 닫아버리면 라이거 가문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도움을 요청한 기회도 없을 테니까요."

"곧 우리 차례군.

후작이라 부르면 안 돼."

후작과 시종은 자신의 차례에서

제국 최고의 기술자가 만든

위조 명패를 꺼내 관문의 기사에게 건넸다.

"저에게 주실 필요 없습니다.

아래에 준비된 마나석에 명패를 올려주면 됩니다."

사람이 아닌 마나석이 확인하는 명패라는 것에

후작은 당황했지만,

최대한 침착하게 명패를 올려놓았다.

마나석에 붉은빛이 나오자 기사는

후작을 바라보았다.

먼저 입을 여는 것이 자신이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임을 알기에

기사의 눈빛을 받으면서도 입을 꾹 닫았다.

눈빛을 거둔 기사는 짧은 한숨을 쉰 뒤,

옆에 놓여있던 종이 한 장을 들었다.

"대공 각하의 명에 따라

마나석에 붉은빛이 나타난 두 분께 읽어드리겠습니다.

`이 마나석은 위조 명패를 확인하는 장치다.

각 지역의 영지민은 그 지역의 영주성에서

발급한 명패를 소지하며 명패는 각 지역마다

다른 성격의 마나의 잔재가 존재한다.

마나석에 붉은빛이 나타났다는 것은

`영주의 허가`도 받지 않은 위조 명패라는 뜻이다.

하지만! 라이거 영지의 영주

카온 라이거는 그대들을 환영한다.

위조라는 것이 억울하거든 언제든

라이거 성으로 오라.` 이상입니다.

라이거 영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구호소로 가셔서 지급품을 받아 가시길 바랍니다."

후작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기사의 `다음` 이라는 말에 밀려나듯

관문을 통과한 후작이 휘청거리자

급하게 후작을 부축한 집사가

그늘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마탑!"

챙겨온 물을 먹고 정신을 차린 후작이 내뱉은

첫마디였다.

"마탑요?"

"그래 마탑.. 이정도로 마법을 발전시켰다니..

그래.. 그래서 라이거 가문과 영지에 대한 정보가

새어 나오지 못했던 거야.."

후작 본인도 영주이기에

영지민들의 명패에 찍어주는 인장에

마법 처리가 되어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 마법 처리는 과거 귀족들 간의

자존심이 걸린 유흥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단순한 인장에서

소지자가 죽으면 불에 타는 마법이 새겨진 인장,

잘 깨지지 않도록 단단하게 하는 마법이 새겨진 인장,

심지어는 관문에 결계를 치고 허락된 자만이

들어올 수 있는 마법이 새겨진 인장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때는 마법이 유행하고

뛰어난 마법사들이 존재했던 시절이라 가능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각 가문의 마법사가

자신의 마나를 담거나, 마법사를 고용할 수 없는

귀족들은 마탑에 의뢰해

영지민들에게 나눠주는 명패가 아닌

인장이 대를 거듭해도 상하지 하는 마법을 새겼다.

일라인 왕국에서는 테슬린 가문과

아비게일 가문을 제외한 각 가문의 속한 마법사들은

마탑에 자신의 고유 마나와

이름이 등록된 마법사들이었고,

인장에 마법에 새긴 자는 마탑주과 부마탑주였다.

카온이 교역을 중단하면서

훗날을 위해 마탑에 의했던 것.

일라인 왕국의 모든 영지의 명패에 새겨진

마나를 분석하고, 각 영지의 구분은 물론

위조까지 구별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는 거였다.

이 장치는 개발되자마자

페트로가 감지하지 못한 첩자를 잡아내며

문이 닫힌 라이거 영지에

단 한 명의 첩자도 남지 않게 했다.

개량에 개량을 걸친 장치가

후작과 집사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영상구`라는

새로운 마법 장치와 함께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이다.

"그런데.. 후.. 아니 형님..

만약에 영주가 주도한 첩자라면

정식 인장도 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집사의 있을 수 있는 질문에 후작의 머릿속에

기사가 읽어주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마나석에 붉은빛이 나타났다는 것은

`영주의 허가`도 받지 않은`

유독 강조된 `영주의 허가`라는 말에 후작은

카온이 그에 대한 대비책도

생각해 놓았음을 확신했다.

그 대비책이 바로 `영상구`였다.

관문을 통과하는 모든 이들의 얼굴을

`영상구`가 찍는다.

마나석이 읽은 정보와 영성구의 얼굴 정보는

마탑으로 전송되고

마탑에서는 영지 각각으로 분류한다.

분류된 자료는 옆방에 있는

페트로의 정보 조직원들에게 전달되고,

조직원들은 왕국 곳곳에 파견된

하위 조직원들에게 전파한다.

하위 조직원들은

영상구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는 장치를 들고

전송된 인물의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판단한다.

이것이 후작이 관문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영상구의 역할이자, 어떤 방식인지는 모른 채

확신만 했던 대비책이었다.

후작은 카온 대공의 자신감에 소름이 돋았다.

"뭐든 해봐라.. 어차피 손바닥 위다.. 인가..? 하.."

카이젠 제국이 대륙의 주인이라며 자만하는 동안,

포이든 왕국과 피오네 왕국이

땅따먹기에 열을 올리는 동안,

일라인 왕국이 썩어가는 동안,

유일하게 라이거 영지만 발전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그 기사도 명패 상으로

평민인 우리에게 말을 놓지 않았지.."

"그러네요!"

"우리 같은 귀족도 올 수 있다는 것까지

예상했단 말이군.."

"다른 영지에서 찾아오신 분이죠?"

헛웃음을 내보이던 후작의 곁으로

귀족이라 하기에는 부족하고, 평민이라고 하기는

너무 좋은 옷을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그렇습니다."

"바쁘다고 안내 안 해 주실 기사님들이 아닌데..

여기 이렇게 있지 말고 어서

구호소로 가셔서 정착 자금과 물품을 받으세요."

"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제가 안내 할 테니 따라오세요."

먼저 다가온 친절은

의심부터 하라고 배운 후작이지만

남자의 맑은 눈동자에 자리에서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저기.. 몇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얼마든지요.

이제 우리 대공님의 백성 아닙니까!

새로운 영지민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공님을 모시는 우리의 역할이죠!

이런 것밖에 해드리지는 못해 죄송하지만.. 하하하"

남자의 말속에 충성과 존경이 가득했다.

"말씀하는 걸로 보니 평민같은데.. 입고 있는 옷은.."

"아! 다른 지역에서는 감

히 입지도 못하는 재질의 옷이죠? 하하

이 모든 것이 다 우리 대공님과

라이거 가문의 은혜입니다.

라이거 영지에는 남녀노소의 차별이 없습니다.

뭐.. 차이는 있을 수 있겠죠.

아무래도 힘이라던가

섬세함이라던가 연륜이라던가..

이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후작은 남자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놀람만 더해지는 것 같았다.

라이거 영지민들은

남자이기 때문에, 여자이기 때문에

어른이기 때문에, 아이이기 때문에 같은

`때문에`가 존재하지 않았다.

성별과 나이를 떠나서

모두가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고,

각자 능력에 따라 세분되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들이 직업을 얻어도

급여나 복지에서 `차이`만 있을 뿐,

`차별`은 없었다.

후작이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카온 대공의 동생이 만들었고,

다른 영지에는 존재하지 않는

`노동법`이라는 것이었다.

이주 백성들에게 지급되는

물품 중에 있다는 말과 함께 전해 들은 노동법은

당장 자기 영지에 실행시키고 싶은 정도였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일을 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일을 해야 할 경우 그 시간이 정해져 있고,

아이 본인이 원하면 그 시간은 늘어날 수 있다.

단, 절대 강요해서도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라이거 영지의 그 누구도

아이들에게 일을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일을 시키고 싶을까,

어느 아이가 훌륭한 교육 시설을 마다하고

일을 하고 싶을까.

그 내용을 떠나서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라는 존재에게 결정권을 준

자체가 놀라웠다.

각 상점, 상단마다 급여의 차이는 인정하면서

고용인들이 받을 수 있는

한 달에 얼마, 하루에 얼마가 아닌

시간당 얼마라는 최저 임금을 정해 놓고 있었다.

후작은 이 설명을 들으며

`놀고먹어도 영지법이 보장하니

돈을 받을 수 있지 않나?`라는 의문을 품었지만

이어지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넘어

입까지 벌렸다.

"처음에는 놀고먹어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천재 공녀님께서

고용주에게 권한을 주셨죠.

일도 하지 않으면서 급여를 받으려는 자를 신고하면

그동안 받았던 급여를 토해내게 하고,

토해내지 못하면 가문의 사업에 투입해

일을 하게 한 뒤, 그 일당이나 급여를

고용주에게 지급한다!

이러면서 공녀님이 하신 말씀이 뭔 줄 아세요? 캬~!

`일하고자 찾아간 것은 본인의 선택이다!

본인의 선택에 책임을 지지 않고

성실히 일하는 자들에게 피해가 되었다면

이는 죄이다.`"

과함과 현명함의 경계에 있는 조치였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남자의 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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