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42화 (142/201)

〈 142화 〉 라이거 가문은 도울 의사가 있습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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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라이거 가문은 도울 의사가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에요.

`추가 지급` 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고용주들에게 전파하고 그 권한도 고용주에게 줬죠.

처음에는 고용주들이 반대했어요."

"추가 지급이라면.. 급여에 더 준다는 말일테니.."

"맞아요.

일정 급여만 주면 남는 것은 고용주의 몫인데

고용인들에게 더 주라니 반대했던 거죠.

하지만 이것도 공녀님의 말씀이 맞았어요!"

프레시아는 반대했던 고용주에게 알겠노라 하면서

본인이 직접 의류 상점을 개업해

추가 지급을 시행했다.

고객에게 한 달 동안

가장 많은 칭찬을 받은 직원에게 얼마,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낸 이에게 얼마,

가장 바느질 솜씨가 뛰어난 이에게 얼마,

이런 식으로 크지 않은 금액을

급여 날에 추가 지급했다.

생돈만 나간다는 반대했던 고용주들의 말과 다르게

직원들 간의 경쟁심리는

업무와 능력의 숙련도를 높이게 했으며

금액을 떠나서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에

고용주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이 생겨났다.

향상된 능력과 자부심은 더 큰 수익을 불렀고,

이는 상점의 번성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

"지금은 각자 금액은 다르지만, 모

두가 추가 지급을 하고 있죠. 하하

이 옷도 추가 지급 받은 돈을 모아 산 옷입니다.

물론, 다른 영지에서는 추가 지급된 돈을 모았다고

살 수 있을 정도의 천은 아니지만,

라이거 영지에서 생산된 천이고

라이거 영지에서 생산된 모든 것들은

영지민들이 싸게 살 수 있거든요."

"그..럼.. 농업이나 축산업 같은 것은

라이거 영지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상업은 평민들이 부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철광이나 목재, 농업과 축산업의 소유권과

가격 결정의 권한은 영주에게 있었고,

그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평민 중에서도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거나,

천민들이 일급을 받고 일하고

급여가 없는 농노들이 주로 일하고 있어서

개인 재산을 늘리기 힘들었다.

"아! 그건 대공님이 백작 가문의

후계자 시절에 하신 단 하나의 말씀을 듣고

라이거 영지의 또 다른 자랑! 천재 중의 천재!

보이지 않는 눈으로 세상 모든 것을 내다보며!

그의 두뇌는 일만 대군과도 같다는

우리 책사님이 시행하셨죠!"

"그.. 단 하나의 말씀이 무엇입니까?"

"`저 농지를 일구는 것이 영지민이고,

저 가축을 키우는 것도 영지민이니

그 주인 또한 영지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죠!

하하하 엄청나지 않습니까? 대단하지 않습니까?"

자랑스럽게 웃는 라이거 영지의

원래 영지민인 남자와 달리

후작은 충격에 그 자리에서 우뚝 걸음을 멈췄다.

"하하하. 그렇게 놀라시는 것도 이해해요.

아! 다 왔네요. 라이거 영지에 오신 걸 환영해요!"

"감사합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후작이 힘겹게

고마움을 표하고 구호소 안으로 들어갔다.

구호소에서 나온 후작은 자기 손에 들린

정착 자금이 들어있는 금화 주머니와

라이거 영지에 대한 안내서와

우선 지켜야 할 영지법이 적힌 종이 몇 장,

일주일간 영지 내 어떤 식당에서도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증표와,

같은 일주일간 숙박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증표를 내려다보며 허망하게 웃었다.

"힘없는 평민들에게 이렇게 큰돈을 주면

어쩌자는 걸까요.."

"둘 중 하나겠지..

이곳 사람들은 이주민들의

정착금 따위에는 관심없거나..

정착금을 노리는 이들이 있어도

이주민들을 안전하게 지킬 자신이 있거나.."

"아마 두 번째 인 것 같습니다."

집사의 표정과 말투가 변했다.

후작과 집사는 전사라 불리는 제국의 서부인이었고

둘 다 오러 소유자였다.

구호소를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기운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일반인들에게는 보호자이겠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감시자겠지.

의식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행동하게.

오늘은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고

내일 라이거 대공성이있는 곳으로 가지."

"네."

다음날 후작은 라이거 영지 곳곳으로

이주민들을 호송하는 마차를 타고

대공성이 있는 도시로 `필라`로 이동했다.

`필라`에 도착한 후작은

3개월만 외부에 개방한다는 라이거 아카데미와

과거 천민 구역이었다는 `필라`의 남부를 둘러보고

자연스럽게 사람의 왕래가 적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작이 입을 열었다.

"나는 카이젠 제국의 바렌 수아르 후작이오.

예의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카온 라이거 대공작님을 뵙고 싶소."

기다리던 대답 대신 후작의 발 앞에

작은 봉투 하나가 떨어졌다.

후작은 봉투 속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 바렌 수아르 후작.

제국 연회 때 그대의 눈빛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소.

뒷장에 찍힌 인장을 보여 준다면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오.

그대와의 만남을 기원하지.

카온 라이거 >

"하하하하!"

단 며칠 만에 왕국민도 아닌

제국민인 자신의 정체를 알아냈다.

게다가 자신은 일라인 왕국의 귀족도 아니었다.

만약 제국에 다른 왕국의 귀족이

작정하고 평민으로 위장해 들어온다면

제국은 얼마 만에 그의 소속과 신분을

확인할 수 있을까.

장담하건대 그 귀족이 첩자 노릇 하다가 들키기까지,

자신이 어느 왕국의 누구라고 밝히기 전까지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주군..?"

"대공성으로 가자."

안내받아 들어온 대공성 접견실에서도

밖의 공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올 때도 보았지만 무슨 공사를 하는 것인가?"

차 시중 준비를 끝내 놓고 이 성의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시녀에게 후작이 물었다.

"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거처를 공사 중입니다. 후작."

후작의 질문에 대한 답이 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오는

카온의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 카온의 들어 오는 순간

접견실에 공사의 소음이 사라졌다.

*

제국의 후작이 왔다는 소식에

접견실로 향해 문 앞에서 서자

후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굳이 숨길 일도 아니라 문을 열고 들어가며 답했다.

"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거처를 공사 중입니다. 후작."

"카이젠 제국의 후작 바렌 수아르가

라이거 가문의 카온 라이거 대공작님께 인사 올립니다."

"라이거 가문의 카온 라이거가 카이젠 제국의

바렌 수아르 후작님께 인사 올립니다.

일단 앉으시지요."

나와 후작이 자리에 앉자

대기하고 있던 시녀가 차를 따랐다.

"지금 공사하고 있는 곳은.. 어머니와 저,

그리고 동생이 힘든 시기를 보냈던 곳이지요.

저는 두 분과 함께 본채에서 생활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은 그렇지 않으신가 봅니다."

"대공께서 결혼을 앞두고 계시기에

그러시는 것이겠지요."

별채였던 건물이 라이거 가문이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시점에

가문의 연회장이 되었었다.

그리고 지금 연회장은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거주하실 공간과, 다과회는 물론 작은 연회까지

열 수 있는 공간이있는 건물로 변하고 있다.

또한, 정원을 사이에 두고 별채의 맞은편에는

대공가에 어울리는 연회장이 새롭게 건설 중이었다.

"저를 만나고 싶으셨다고요?"

제국의 후작이 평민으로 신분을 속여

영지 내로 들어왔다는 것은

나와 가문에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첩자 노릇을 해도 이제 2개월 뒤면

라이거 영지의 문을 활짝 열 계획이라 소용없고,

영지민들을 상대로 분탕질을 해도

그 누구도 아닌 라이거 영지민이기에 소용없었다.

문제는 후작이 어떤 형태와 마음으로

라이거 영지로 들어왔냐가 아니라,

왜 나를 만나고 싶냐였다.

"편하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제 욕을 하든, 라이거 영지의 정책들에 대해

훈계를 하시든, 일라인 왕국은 물론 제이슨 왕의

욕을 하든 저는 제 뜻을 굽힐 생각이 없으니

상관없습니다.

라이거 가문의 명예를 걸로 이 자리에서 있었던

일과 말은 함구하겠습니다."

후작이 찾아온 이유를 대충 알 것 같아

말을 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줬다.

"후.. 그럼 용기 내 솔직히 여쭙겠습니다.

라이거 가문은 일라인 왕국에 충성하는 가문입니까?"

후작의 질문에는 분명 다른 뜻이 담겨있었다.

단순히 일라인 왕국을 건국한 `네 기둥` 가문으로써

왕국과 왕실에 충성하냐라는

근본적인 질문임과 동시에, 제국을 노리는

두 왕국과 함께 일라인 왕국 군이 되어

제국을 향할 것이냐고 묻고 있었다.

"후작. 귀족은 누구의 충성을 받습니까?"

"가신들과 기사들..그리고 영지민들이지요."

"그럼 귀족들은 누구에게 충성을 바칩니까?"

"당연히 황제 폐하.. 왕국은 왕입니다."

"후작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각 영지의 귀족들은 그 영지민들의

희망과 바람, 존경과 의지 등을

어깨와 등에 짊어지고 있는 대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귀족이 누군가에게 충성한다는 것은

자기 영지민의 모든 것을 대표로 바치는 것과 같지요.

그런데.. 후작..

영지민들이 마음으로 그린 현재와 미래가

황제라는 존재가.. 왕이라는 존재가 그리는

현재 또는 미래와 다르다면

후작께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주 쉬운 예가 지금의 대륙에 펼쳐져 있다.

멍청한 제이슨 왕도 아닌데

직접 라이거 영지까지 찾아온 후작이 모를 리 없었다.

*

마주 앉은 카온 대공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후작은 알았다.

제국의 땅을 무대로 곧 전쟁이 일어난다.

제국은 지키기 위해, 다른 왕국들은 가지기 위해

검과 창을 적에게 겨누고

불과 물, 폭발의 마법들이 전장을 수놓을 것이다.

지키려는 제국도, 가지려는 왕국 연합도

수많은 이들이 죽을 것이다.

당연히 제일 먼저, 제일 많이 목숨을 잃은 것은

영지민들이고, 어딘가의 영지민들이었을 병사들이다.

과연 그들이 바라는 것이 제국을 위해 죽는 것일까.

과연 그들이 왕국의 영토를 넓히기 위해

힘없는 일반 백성들을 죽이는 것일까.

누가 죽고 싶고, 누가 죽이고 싶겠는가.

오로지 그들이 바라는 것은

`지극히 평범함`이었을 것이다.

권력자의 욕심을 `왕국`이라는

절대적인 힘으로 포장하고,

백성들이 바라는 `지극히 평범함`은

`대의`라는 가면을 쓴 탐욕 아래 찢겨질 것이다.

카온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도 알고 있다.

`영지민, 백성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기에 후작은 부끄러웠다.

자기 대에 와서야 제국 서부 몬스터 토벌을

동부 가문이 참여하는 것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냈지만,

그 반대의 원인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은

전사들과 병사들의 목숨이 아니라

보상과 처우였기 때문이다.

"후작께는 어려운 질문이었군요.

저는 일라인 왕국에 충성하지만 충성하지 않습니다.

왕국을 건국한 `네 기둥` 가문으로써

일라인 왕국 자체에는 충성하지만,

지금의 일라인 왕국을 이끄는 왕실에는

충성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제이슨 왕은 라이거 영지민들의 뜻을 담기에는

그릇이 너무 작습니다."

"그럼.. 왜 지지 선언을.."

"제이슨 왕을 지지한 이유는

라이거 가문의 미래와 관련된 일이라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아! 제가 선을 넘고 말았군요.. 죄송합니다."

적은 아닐지라도 아군이 아닌 이상

지나친 질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작이 급히 사과했다.

"괜찮습니다. 처음 하신 질문에 답이 되었다면

본론으로 들어가시지요."

충분히 답이 되었다.

카온 대공은 두 왕국의 움직임은 물론

테슬린 공작 가문의 움직임도 알고있다.

라이거 가문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왕국도 왕실도 아닌 영지와 영지민이다.

영지는 평화롭고, 발전했으며 영지민은

현재에 만족하고 더 나은 미래를 바란다.

즉. 라이거 가문은 제국 침략에 함께할 의사가 없다.

평화와 안전, 목숨을 소중히 생각하는 대공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꺼내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사이 대공의 입이 먼저 열렸다.

"혹시 라이거 가문이 제국을

도와 달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신 거라면..

라이거 가문은 도울 의사가 있습니다."

정말 작은 가능성으로 기대만 했던 말이

대공의 입에서 나오자

후작은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렸다.

"이런.. 아젤라."

"네. 각하."

대기 하고 있던 시녀가 후작에게 손수건을 건네주고

신속하게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후작. 저는 성자가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습니다.

또한 저는 신이 아니기에

모든 이들을 살릴 수 없습니다.

타국의 침략에 희생될 제국의 백성들?

욕심만은 왕의 명령에 출정할 수밖에 없는

두 왕국의 병사들?

자신의 권력을 위해 기사와 마법사, 병사들을

전장으로 보내는 일라인 왕실과

테슬린 공작 가문의 힘없는 이들?

안타깝고 불쌍하지만.. 제 능력 밖의 일이고..

제가 직접 나서서 지켜야 할 영지도.. 영지민도..

백성들도 아니죠.

하지만 그렇다고 멀리서 구경만 하는

저도 가문도 아닙니다."

후작은 카온 라이거라는 존재에 대해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이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군주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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