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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44화 (144/201)

〈 144화 〉 그대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은 아니지요?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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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그대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은 아니지요?

나의 도착을 알리려던 기사의 입을

손을 들어서 막았다.

- 공연을 중단하라니!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 난 가문의 상단 물건 대부분이 막혔어!

- 아니! 채소 조리법이 다 거기서 거기지!

어차피 배속에 들어갔다가

똥으로 나오는 건 같지 않습니까?

- 허허 귀족이 쓰기에는 좀 그렇군..

- 귀족이고 나발이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백작님!

왕성 대회의실 안쪽에서 새어 나오는 불만들.

대부분 왕국 북부와 중앙의 귀족들일 것이다.

일라인 왕국을 대표로

제국을 다녀온 테슬린 공작은

지금은 황제가 된 바렌 수아르의 요청을

제이슨 왕에게 전했고,

제이슨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통신을 통해

전 왕국 영주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첫째. 피오네 왕국의 전통 문양이 찍힌

모든 것들의 금지하며,

피오네 왕국의 것임을 확실히 명시한다.

피오네 왕국은 오랫동안 일부 상단을 통해

비단이나 건축 자재, 그릇, 가죽 등에

전통 문양을 찍어 일라인 왕국으로 보냈다.

일라인 왕국민들은 새로움과 신기함에

피오네 왕국에서 들어온 것들을

가치 있게 생각하며 소유하기 시작했다.

일 년이 지나고 십 년이 지나 몇십 년이 지나면서

새로움은 익숙함이 되었다.

귀족들의 드레스가

피오네 왕국의 비단으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자랑거리가 되어 사교계로 퍼져나갔다.

귀족들 다음은 당연히 평민들이었다.

피오네 왕국의 상단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비단을 가공해

평민들을 위한 비단을 내놓았고,

`비단`이란 것을 꿈으로만 생각했던 평민들에게

비단은 더이상 꿈이 아니게 되었다.

색이 조금 탁하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비단이지만

그것도 비단이란 이름을 가진 것이었고,

단 한 번의 결혼, 꿈에 그리던 것을 위해

평민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피오네 왕국의 비단, 문양, 제작 방식이

북부에 스며들고 보는 이들에게도, 입는 이들에게도

익숙해질 때쯤 피오네 왕국은

숨겨 두었던 이빨을 드러냈다.

< 일라인 왕국 북부의 전통 의상은

피오네 왕국 동북부의 전통 의상에서 온 것이며

같은 문화를 즐기는 일라인 왕국의 북부와

피오네 왕국 동북부는 하나의 핏줄이고

이는 일라인 왕국의 역사가

피오네 왕국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

조금만 생각이란 것을 할 줄 알고,

조금만 이성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주장이 억지이며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평민들은 무지했고

귀족들은 역사나 주체성과 상관없이

그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과 이권에 침묵했기에

`어쩌면` 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자리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피오네 왕국의

상징 문양들은 모두 금지 했으며

타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백성들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기 위해

상단을 통해 들어오는 피오네 왕국의 물건들에는

`피오네 왕국산` 이라는 단어를 꼭 넣어야 했다.

이를 어길 시 상단이 해체될 정도의

불이익을 받게 했다.

그리고 그 `어쩌면`에

불을 지핀 것이 바로 문화 사업이었다.

피오네 왕국 사람이 단장으로 있는 악단과 공연단은

일라인 왕국민 중 재능 있는 이들을 뽑아

< 잊혀진 제국에 불만을 품은 `네 기둥` 가문의 영웅이

서로 술잔을 나누며 맹세 후 일어 서

천년의 왕국을 건국했네. >

라는 `일라인 왕국 건국` 이라는 공연에 나오는 대사를

< 잊혀진 제국에 불만을 품은

`대륙 중부`의 `네 가문`의 후계자가

서로 술잔을 나며 맹세 후 일어 서 왕국을 건국했네. >

로 바꾸어 교육해 북부와 중앙에서 공연하게 했다.

심지어 피오네 왕실을 상징하는

머리카락 색을 한 남자 앞에 일라인 왕국의

건국 시조들이 고개를 숙이는 이 공연에

가장 열광한 것이 그 누구도 아닌

전 왕인 제라드 일라인이었다.

왕이 인정하고 좋아하는 공연.

비슷한 내용으로 각색되어

왕국 전역으로 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연하고 대중적인 공연을

둘째. 부적절한 내용의 공연을 전면 중단한다. 라는

내용으로 금지 했다.

`부적절한 내용`에 들어가는 해당 사항은

프레시아가 정리해 제국에 전달하고,

제국이 다시 일라인 왕실에 전했다.

마지막으로 셋째. 모든 타국의 식자재와 조리법에는

그 나라의 이름을 적어 구분한다. 를 발표했다

대회의실 문 안에서 들리는 누군가의 말처럼

모든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면

소화된 찌꺼기가 밖으로 나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음식 또한

문화이며 예술이고, 전통이며 역사다.

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즐기는 것이 아닌

근본 없는 억지에서 나오는 주장을 내 세우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범죄와 다름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피오네 왕국식 음식과

식자재 모두를 금지하고 싶었지만

의복의 개성과 선택에 자유를 주었듯

먹는 것에도 선택과 자유를 주었고,

대신 원산지 표기를 확실히 하고,

비슷한 조리법의 경우에는

`일라인 식 어떤 요리`, `피오네 식 무슨 요리` 라는

표기법을 작성하게 해

적어도 제대로 알고 먹을 수 있게 했다.

"카온 라이거 대공작님 드십니다!"

대기하고 있던 기사에게 눈짓하자

목을 가다듬은 그가 안쪽을 향해 외쳤다.

문이 열리는 순간 찾아온 침묵.

잠시 나를 향했던 귀족들의 눈빛에

많은 것이 담겨 있었다.

자급자족만으로도 성장한 영지.

교역이 활성화되고 더욱 성장한 영지.

농업과 상업은 물론, 교육까지 발달한 영지.

신분이 아닌 능력이 인정받는 영지.

그래서 인재들이 넘쳐나는 영지.

마탑과 손을 잡고 새로운 것들이 태어나는 영지.

모략과 정치질, 피와 비명이 쌓여 이뤄진

세대교체가 아닌,

인정과 배려, 믿음이 바탕이 되어 오른

대공작의 작위.

대공작 아래, 한 명의 대공비가 중심이 된

강력한 군대와,

다른 한 명의 대공비가 중심이 된 가신단.

나와 라이거 가문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에는

자기 영지와의 비교에서는 질투와,

지금의 일라인 왕국 상황에

홀로 영향을 받지 않는 것에서 오는 원망이 가득했다.

제이슨 왕이 자리인 상석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에 앉자

이내 테슬린 공작과 제이슨 왕이 입장했다.

"북부 귀족들의 요청에 따른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테슬린 공작의 말에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었다.

동맹의 대가로 받은 제국의 조건.

예전 같았으면 힘없는 북부 귀족들은

왕의 공표에 불만이 있더라도 따랐을 것이다.

어떤 정책이 나와도 휘둘리던 북부 귀족들이

이렇게 불만을 표현하고, 이 불만을 받아들여

회의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제이슨 왕이 있었다.

"전하! 공표하신 내용을

지금이라도 거두어들이셔야 합니다!"

"맞습니다! 전하!

왕국 북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사옵니다!"

북부 귀족들의 말이 이어질수록

제라드의 표정이 일그러져갔다.

"그만! 나라고 좋아서 그랬겠는가!"

제이슨이 노골적으로

테슬린 공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선대 왕과! 왕국의 대귀족! 그리고!

왕국의 중심이라는 그대들 같은 귀족들이 무능하여!

아직도 당시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기사들을 전사라 부르는 그 대단하신 제국을

손에 넣은 더 대단하신 황제께 고개를 숙이고

받아온 조건이다!

동맹의 시작이 서로 황가와 왕가의 인장을

주고받는 것이 아닌!

황제가! 내건! 조건의 공표와 시행이었단 말이다!"

"전하. 이미 벌어진 일이며

비록 전하께서 행하신 일이 아니지만

피오네 왕국에 관한 일은 왕실의 책임이 큽니다."

"공작!"

"전하께서는 방법이 있으십니까?

제국의 조건을 무시하고 제국의 도움 없이

피오네와 포이든의 협공을 막을 방법이 있으십니까?

그대들은 방법이 있는가?"

"공작! 감히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것인가!?

왕명이다! 공작은 입을 닫아라!

앞으로 모든 회의는 내가 주관할 것이며!

귀족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내가 결정할 것이다!"

터져 나오는 한숨과 웃음을 겨우겨우 참았다.

"가치 있는 의견을 말하도록!"

"전하. 두 왕국의 침략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이슨이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의견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말의 끝남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북부 귀족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네. 전하. 먼저 포이든 왕국은

바다를 건너올 수 밖에 없습니다.

이는 상륙을 막으면 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우리 일라인 왕국에는 두 개의 마법 가문이 존재하고

지금의 마탑은 예전과 다릅니다.

하지만 포이든 왕국이 해상 국가이기에

전함의 구축은 뛰어날지라도

그 나라의 마법은 점점 뒤처지고 있습니다.

전하께서 왕명으로 두 마법 가문과 마탑에

전함을 막을 수 있는 마법 병기 개발을 명하시고

이를 해안에 배치하면

그들은 왕국에 발을 내딛기 전 수장 당할 것입니다."

두 개의 마법 가문이라면

찢어 죽일 눈빛으로 말하는 귀족을 노려보는

테슬린 공작의 가문과

왕실의 개인 아비게일 가문을 말하는 것이었다.

테슬린 가문은 이 사태의 책임이 있으니

왕의 명에 따를 가능성이 있고,

아비게일 가문은 왕실의 개이니

제이슨이 명하면 당연히 따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것에 있었다.

첫째 마법 병기를 개발할 마탑은

일라인 왕국에 없다.

존재했던 마탑은 라이거 가문이

대공령이 되기 전에 이전했고,

이제는 완전히 대공령 소속 마탑이 되었다.

두 번째는 포이든 왕국이

어디로 침입할지 그들만 알고 있다.

예상 지점 또한 왕국의 동부와 남부 일부가 포함된

해안선이라 선정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마법 병기를 개발하기 위한 자금이 없다.

이를 하나하나 따지고 싶었지만

일단 어디까지 가나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피오네 왕국 또한 전하의 명 하나면 해결됩니다."

"나의 명?"

"네. 전하. 피오네 왕국의 국경은 일라인 왕국의

서부와 북부 일부를 맞대고 있습니다."

"그렇지."

제이슨의 `그렇지`라는 답에서

귀족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그의 말이 아닌

왕실과 일부 귀족들의 말임을 알 수 있었다.

"전하의 은혜로 그 넓은 영지를 유지한 채

대공작이라는 작위를 받았습니다.

공국이든, 공국에 가까운 영지든

그 영지 또한 전하께서 내려주신 영지이며,

일라인 왕국의 영토입니다.

때마침 북부에는 대공령이 된

신성국도 영토도 있지요.

왕가 다음으로 가장 고귀하고 높은 신분인

라이거 가문에게 피오네 왕국의 침범을 막으라는

명예로운 명을 내리시는 것이 어떨까 하옵니다.

그들은 왕국을 넘어 대륙 최강의 군이 있으니

충분히 막고도 남을 것입니다."

살짝 고개를 숙이고 말을 이어갔던 귀족이

고개를 들었다.

"전하. 우리 일라인 왕국은 충분한 전력이 있습니다.

두 왕국의 침략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하."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듯

그가 자리에 앉자 맞은 편에서

유난히 고개를 끄덕이던 다른 귀족이 일어났다.

"전하. 신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살짝 입꼬리가 올라간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필바도 자작의 의견은 두 왕국이 침략했을 때를

대비해 아주 좋은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허나. 전쟁이 꼭 일어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제국의 주인이 동부 야만인들을 바뀐 것만으로

겁을 먹은 두 왕국입니다.

진짜 만에 하나 일어날 준비를 하시되,

전하께서 우리에게도 이러한 병력이 있다!

우리는 이런 것들을 개발 중이다! 라고

발표만 하시어도 겁 많은 두 왕국은

감히 전하께서 다스리는 이 왕국을

넘보지 못할 것입니다!

네. 평화로웠던 대륙은

제국까지 포함에 살얼음판이 되겠지요.

하지만 피오네 왕국이 움직이는 순간

피 맛을 본 제국 또한 방어가 약해진

피오네 왕국을 노릴 것이고,

포이든 왕국도 피오네 왕국의 욕심을 아는 이상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즉. 전하의 당당함이! 전하의 명이!

이 왕국을 수호하게 될 것입니다!"

"좋아! 지금 이 자리에서 명을..!"

"하하하하 푸하하하"

더이상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테슬린 공작.

설마 그대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은 아니지요?"

말없이 고개를 돌리는 그의 모습에

더욱 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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