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46화 (146/201)

〈 146화 〉 나를 더 화나게 했어.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146. 나를 더 화나게 했어.

대회의실을 문을 나선 후

시원함과 답답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시원함은 하고 싶은 말은 다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했고,

제이슨의 멍청한 머리에서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계획을 막았다는 것이다.

반면, 왕의 멍청함과 어이없음이 나를 답답하게 했다.

과연 진짜 문제를 깨달았냐는 의문이 생겼다.

제이슨 왕은 물론

테슬린 공작과 귀족들은 모르겠지만

라이거 가문의 자금과 기술로 황좌의 주인이 바뀐

지금의 제국은 라이거 가문과

동맹 이상으로 우호적이다.

두 왕국은 싸우기도 전에 꼬리를 말았고,

제국은 두 왕국의 욕심을 알고 있다.

이는 즉, 대회의실에서 나온 침략이나 전쟁 같은 일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긴.. 우리가 제국과 손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왕국 전역이 전쟁통이 되는 것도 예상해야 했었지..

그나저나.. 지금의 왕국이 검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피오네의 속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려나..?"

`아마 모를 수도 있다.` 라는 결론이

내 답답함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제이슨은 술에 독이 들었다는 것을

죽기 직전에야 알 놈이긴 하지.. 쯧."

왕성을 벗어나기 직전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렸다.

"대공 각하! 잠시만.. 잠시만 시간을 좀.."

"아셔 카르엘 남작님."

"`님`이라니요! 각하!"

"네. 대공작과 남작은 작위로는 차이가 있지요.

하지만 카르엘 가문의 역사와 가치라면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각하.."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말이라기보다..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부탁 말입니까?"

"왕국의 귀족 중에..

유일하게 각하께서만 역사의 중요성을 알고 계십니다.

네. 역사란 기억처럼 잊혀지기 쉬운 것이지요.

그래서 더 잘 지켜지고 올바르게 전해져야 합니다."

잘 지켜지지 않고, 올바르게 전달되지 않아서,

그 주체가 왕과 귀족들이라서

역사의 뿌리가 흔들리다 못해

뽑힐 지경까지 온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후로 언제까지 일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가문의 이름이 귀족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관심을 받게 될 겁니다."

내가 회의장에서 역사, 전통, 문화 이런 것들을

아무리 떠들어도 오늘 참석한 귀족 중에

몇이나 관심을 가질지 모르지만

귀족이란 족속들은 분위기에 휩쓸리기 쉽고,

좋아하는 이들이라 남작의 말처럼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관심을 가질 것이다.

"하지만.. 저희 가문은..

천년의 역사를 지킬 힘이 없습니다.."

"아.."

남작의 말에 그가 할 부탁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무엇으로부터 천년의 역사를 지킬 것인가.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지킬 것인가.

사치와 향락에 빠져 멸망한 잊혀진 제국도

천 권에 가까운 역사서로 남아있다.

하지만 남작이 말하는 지키고자 하는 것은

건국과 명망의 과정이 적힌 역사서가 아니라,

변질하고 변형된 형태로 후대에 전해질 역사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것은 자랑스러운 대로,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대로 진실로 남아있는 역사,

부끄러움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으며,

부끄러움을 반성하고 이겨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반성과 교훈이 담긴 역사를 지키고 싶은 것이다.

누구로부터.

진실의 역사를 지우고

거짓을 기록할 수 있는 누군가로부터.

진실이 거짓이 되어야 하고,

거짓이 진실이 되어야만 하는 누군가로부터.

권력으로 `네 기둥` 가문으로 흑마법사 가문으로 만들고,

돈으로 소드 마스터를 마법사로 변경해

적을 수 있는 누군가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자금도, 권력도, 힘도, 세력이 없는

잊혀진 역사의 가문이 이런 식으로 세상에 나왔기에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죄송합니다."

나의 행동과 말에 카르엘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각하! 어찌 저 같은 놈에게 고개를.."

"아닙니다. 저의 불찰입니다.

카르엘 가문은 라이거 가문이 지켜드리겠습니다."

내 사과의 의미를 이해한 남작이 허리를 깊게 숙였다.

"허리를 펴세요. 남작님.

우선 카르엘 영지부터 가야겠군요."

지금 당장 지켜야 하는 것이

일라인 왕국의 역사서만이 아니었다.

일라인 왕국의 천년을 묵묵히 지키고 있던 가문과

가주들의 의지를 따라 주는 가문의 사람들,

그리고 그 가문을 믿고 따르는

영지민들까지 지켜야 했다.

다행히 카르엘 영지가

나폴레이의 고향과 멀지 않는 곳이었고,

스치듯 한번 머물렀던 곳이라

텔레포트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텔레포트로 카르엘 영지로 갈 것이며,

이는 마법이 아닌 아티펙트라고 둘러 말하려는 순간

뒤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또 다른 이가 있었다.

"그대의 짓인가?"

"공작. 대회의실에서 말과 행동을 묻는 것이라면

무슨 짓인가? 라고 물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제국의 조건에 그대의 생각이 개입했냐고 묻는 걸세.

처음에는 이 왕국에

제국의 색을 칠하기 위한 작업이라 생각했어.

그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예상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라

두 왕국의 침략에 제국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생각했지."

"그렇군. 그런데 그것과 내가 무슨 상관이지?"

"당연히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회의에 참석해

북부 귀족들을 피오네 왕국의 귀족이니 사신이니 하며

그들을 꾸짖고 제국이 제시한 조건의 정당성을 말했지."

테슬린 공작이 북부 귀족들이나 제

이슨 왕과 뜻을 같이하지 않다고 해서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릇됨을 알고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덧칠하는 북부 귀족들과

무엇이 문제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정치에 접목하려는 공작 중

누가 더 심각할까.

"공작. 제국의 새로운 황제를 만나고 온 것도 그대이고,

제국의 뜻을 왕에게 전달한 것도 그대며,

의논한 결과를 발표한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제이슨 왕이지..

그 전에.. 제국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도

내가 아닌 그대와 왕실이야.

다시 그 전에.. 피오네와 포이든..

두 왕국 사이에서 이리저리 휘둘렸던 것도

내가 아닌 그대와 왕실이지."

"그래서 제국과 손을.."

"또한, 지금은 황제가 바뀌었다지만,

고작 왕국의 귀족이

황제가 주체하는 연회를 망치기도 했지.

그뿐일까? 신성국이 신성치 못해 망했다지만,

신성국은 제국의 또 다른 돈 줄이었는데

그걸 내가 차지하면서 제국과의 교역은

라이거 영지와 달리 아직 열리지 않았어."

"음.."

"너무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해서 잊은 모양인데..

내가 두 왕국을 싫어한다고 해서

제국을 좋아하는 거 아니야.

아니.. 솔직히 말하면 관심 없다고 할까?

제국의 주인이 누구든..

그 주인 된 사람이 내 앞에 있는 공작이라도 상관없어.

왜? 내 영지민들이 사는 내 영지가 아니니까."

자신과 나눴던 대화와 상반되는 성격의 말이 나오자

남작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럼.. 그대의 말처럼

그대의 가문이나 영지와 상관없는 제국의 조건에

힘을 실어 준 이유는 북부 귀족들이

그대를 이용하려 했기 때문인가?"

정말 답답하고 한탄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베로니카 후작의 그릇된 사상 속에는 적어도

'누군가'를 위한다는 생각이 들어있었다.

하지만 이 왕국에서 부와 명예, 권력, 명성이라면

둘째라면 서러울 테슬린 공작조차

`누구를 위함`이 없었다.

세상에는 올바른 논리는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 대표였던 베로니카 후작도

그토록 원했던 여성의 인권이 자신과 추종자들의

선을 넘은 행동과 말에 의해

더 힘들어 지고 나서야 고개를 떨궜다.

이런 이들에게는 똑같은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들을 이해시키기 쉽다.

자기들만의 논리와 주장으로

일라인 왕국의 역사와 문화가 피오네 왕국에

뿌리를 둔 것이라 말하는 똑같은 원리를

테슬린 공작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

"공작. 테슬린 가문의 마법이 원래는

라이거 가문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소?"

"대공! 그 무슨 개소리인가!

감히 테슬린 가문 앞에서 마법을 논하고!

그 마법이 뭐? 라이거 가문에서 왔다?

그대의 생각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수작질인가?!

`네 기둥` 가문의 가주라는 자가! 자신의 가문을 위해

말도 안 되는 거짓을 입에 담는 것인가?"

대 귀족의 품위를 찾을 수 없는 단어가 나왔고

흥분한 그의 말에는 두서가 없었다.

"그대도 알지 않는가!?

그대 가문의 시조 필립 라이거님은

다른 시조님들의 도움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필립님께서 사용하신 마법은 모두

피토님에게 배운 것들이었다!"

하지만 진실이 나왔다.

"그대의 뿌리가 흔들린 것도 아닌

고작 한 명에 의해 의심받은 기분이 어떤가?"

"무..슨.."

"만약.. `네 기둥` 가문의 명예와

라이거 가문이 가진 자금력, 정보력,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진 대공작이라는 작위를 이용해

내가 말한 거짓을 퍼뜨린다면 어떨 것 같은가?

지금 어머니의 젖을 먹고 있는 아기들이 어른이 되고

그 아기의 아기가 태어날 때 즘이면

라이거 가문의 시조는

검을 기반으로 한 마법 사용자가 아닌

마법 가문의 가주지만 검의 경지 또한 뛰어난

영웅이 되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대공!"

"그렇지. 그렇게 화를 당연히 내야 하지.

그래서 내가 제국의 조건에 힘을 실어 준 것이야.

당해보지 않고 이렇게 말한 것만으로

그대를 화나게 했던 일이 바로!

그대와 나! 제이슨과 쇼페라 가문이 세운

왕국에서 일어나고 있어!

그대가 가지고 싶은 왕관도!

제이슨이 쓰고 있는 왕관도!

나라가 있어야만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 왜 모르는가!

잊혀진 제국이나 신성국처럼 누군가의 검과 창,

마법에 의해 멸망해야 나라를 잃는 것인가?

백성들이 입고 먹는 것에

`일라인`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는 순간!

백성들이 보고 듣는 것에

`일라인`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지는 순간!

힘에 의한 멸망이 아니라

정신적인 멸망이 오는 걸 왜 모른단 말인가!"

내가 한발 다가갈 수록 공작은 한발 멀어져갔다.

"내가 어떤 작위를 가지고 있고! 어디에 살고 있으며!

돈은 얼마나 있고! 검의 경지가 어떤지 이전에!

이 지랄 같은 왕국의 한 사람으로서!

피오네의 그 같잖은 수작질에 화가 났어!"

내 감정에 민감한 마력이 오랜만에 날뛰기 시작해

급히 뫼비우스의 고리를 돌렸다.

"나를 더 화나게 한 것이 무엇인 줄 아는가?

피오네 왕국을 대국으로 모셨던 선왕과!

선왕이 남겨준 독버섯이

먹을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도 모르고

자기 손에 들어 온 것이라면 놓치기 싫고!

독이 가득한 것이라도

더 가지고 싶어 하는 지금의 왕!

자신의 금고와 배만 부르면 상관없다는 북부 귀족들!

그리고 왕국을 이끄는 대귀족이면서

무지한 것도 모자라! 그 무지함에 권력의 갑옷을 입혀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그대 같은 귀족들이

나를 더 화나게 했어.

제국이 이 왕국에 뭘 꾸미고 있든!

그 빌미를 제공한 것은 그대와 왕실이기에

그대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지만..

그대가 피오네 왕국의 속국이 된

이곳의 왕관을 쓰기 싫다면

제국 덕분에 멸망의 시간을 번 지금!

북부와 중앙의 상황을 객.관.적.이고,

편.협.되.지.않은 시선으로 봐야 할 거야."

"그게.. 무슨.."

"그대가 제이슨이에게 꼬리를 흔드는 모습에

그대가 야심을 버렸을 거로 내가 생각했을 것 같은가?

생각할 것이 많을 테니 자리를 피해 주지.

멍청한 왕이 그에 어울리는

멍청한 소리를 하는 바람에

눈에 보이는 것을 물론, 보이지 않는 것까지

잃을 위기에 처한 가문을 도와야 하거든."

왕성 관문을 통과한 남작은 생각이 많아 보였다.

"가장 큰 걱정이 왕국의 혼란이겠지요?"

"묻고 싶은 것은 많으나.. 참아 여쭤보지 못하겠고..

제가 알기에는 너무 무겁기도 하고..

하지만 영지와 영지민은 걱정이 되고..하하."

"백성들의 삶에 위협이 되는 혼란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아셔님과 카르엘 가문이 기록하는 역사는

건국의 역사와 맞먹는

가치 있는 기록이 될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는 남작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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