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47화 (147/201)

〈 147화 〉 말속에 숨은 깜찍한 생각도 듣고 싶은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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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말속에 숨은 깜찍한 생각도 듣고 싶은데?

순식간에 나와 남작을 제외한 모든 것이

도시의 풍경에서 시골을 풍경으로 바뀌었다.

"각.각하.. 여긴.."

"그대의 영지를 보고 이렇게 놀라시면.."

"그것에 놀란 게 아니라.. 설..설..마.."

"최측근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헉. 절대! 함구하겠습니다."

"어서 가시지요."

"네. 각하."

남작의 저택으로 향하면서

카르엘 영지의 풍경을 감상했다.

농업이 영지의 근간이라고 말해 주듯

쪽으로 농경지가 펼쳐져 있었다.

"대공령에 비하는 너무 초라한 곳이라.."

"초라하다라.. 그렇군요.

힘든 시절 라이거 영지의 농경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물을 끌어오는 시설도..

농민들이 들고 있는 농기구도 낡았군요.."

살짝 발걸음이 늦어진 남작의 속도에 맞춰

나도 발을 조금 느리게 움직였다.

"하지만 땅을 일구는 저 남자도,

아비에서 수건을 가져다주려고 뛰어가는 저 아이도,

그런 아이가 넘어질까 급히 뒤따라 뛰는 저 여인도..

그때의 우리와 다르게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군요."

"각하.."

"저들의 행복한 미소에 가려져

농지의 규모와 시설이 초라하다는 것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는 제가 해야지요.

중부와 가까운 북부지만.. 그래도 북부 영지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까요."

20여 분 후 카르엘 저택에 도착했다.

영주가 생황하는 하는 곳이

영주성이 아닌 저택이라는 것은 카르엘 가문이

얼마나 힘이 없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마차가 아닌 걸어서 저택으로 돌아온 가주의 모습에

몇몇은 하던 일을 멈추고 예를 올렸고,

몇몇은 저택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저택으로 뛰어 들어간 이들이 알려 준 것인지

저택의 문이 열리자 남작의 부인으로 보이는 여인과

아들로 예상되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손을 꼭 잡은 여자아이 한 명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여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남작의 몸을 살피는 여인의 모습.

"아버지! 마차는 어쩌시고.. 몸은 괜찮으신 겁니까?!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마차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남작의 안위를 걱정하는 아들.

조금 신기한 모습이라면

남작의 모습을 빠르게 훑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작이 아닌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아이였다.

"괜찮소. 부인.

예정보다 빨리 온 것이 부인을 걱정하게 했구려.."

텔레포트에 무감각해진 나는 이제는

남작 가족들의 걱정이 어디서 나왔는지 깨달았다.

"괜찮아요. 당신만 무사하면..

어머! 손님이.. 이럴 어째.."

남편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여인의 눈에

이제야 내가 들어 온 것 같았다.

"가족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저는 카온 라이거라 합니다."

"분명 남편과 같이 계신 것을 봤는데..

걱정이 앞에서 인사도..  인..사도.. 누구시라고요..?"

"카온 라이거입니다."

"히익!"

이름을 다시 말해 준 대상은 부인이었는데

반응은 옆에 있던 남작의 아들에게서 먼저 나왔다.

쿵.

"카르엘 가문의 후계자 미리노 카르엘이

`네 기둥` 가문 중 하나이시며

일라인 왕국의 대공작이신

카온 라이거님께 예를 올립니다!"

아들에 이어 정신을 차린 부인도

바닥에 엎드리려 하자 이를 말렸다.

미리노 카르엘의 행동은

갑작스럽게 일어난 것이라 말릴 수 없었지만

부인은 아니었다.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후계자께서도 일어서시지요."

어색한 상황을 정리해 준 사람은 남작이 아니라

남작의 손녀였다.

"대공 각하.

부족함 많은 카르엘 영지를 찾아 주셔서 영광입니다.

각하의 존안을 알지 못해

먼저 예를 올리지 않음을 용서하소서.

카르엘 가문의 여식. 멜로아 카르엘이

왕국의 시작을 알린 `네 기둥` 가문의 후손이시며

남부와 서부를 아우르는 주인이신

카온 라이거 대공작님께 예를 올립니다."

10살이나 되었을까 한 아이의 완벽함에

할 말을 잃어버렸다.

아이의 아버지는 나의 이름을 듣고

머릿속에서 내가 누군지 확인되자마자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고

남작은 함께하는 내내 고개를 제대로 들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 10살 남짓한 여자아이는

할아버지의 안위를 빠르게 살핀 후

함께 온 나를 파악하려 했다.

나의 존재가 아이에게

어떤 판단을 주었는지는 모르지만

완벽한 예로 나를 맞이 했다.

"반갑습니다. 멜로아 카르엘 영애."

"각하.. 말씀을.."

"남작께서는 훌륭한 손녀를,

후계자께서는 자랑스러운 딸을 두셨습니다.

영애께서 대귀족의 자제들은 물론

귀족들도 본받아야 하는 예를 올렸는데

제가 어찌 어리다고 하대할 수 있겠습니까.

라이거 가문과 카르엘 가문이 더욱 가까워지고

저와 영애 사이에 친분이 쌓이면

신분에서 오는 하대가 아니라

친분에서 오는 친근함이 오고 가겠지요."

"각하. 각하를 맞이할 만큼

접견실이 아직 준비되어있지 않아

잠시 손님방에 머물러 주실 수 있겠습니까?"

"멜로아!"

남작이 손녀에게 조금 언성을 높인 이유는

하위 가문이 상위 가문의 손님을 맞이 할 때

기다리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후계자까지 나서려는 순간

내가 먼저 멜로아에게 물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제가 생각한 영애는

영애를 판단하는 것에

나이는 숫자일 뿐인 영애입니다.

그런 영애가 귀족의 예법에 어긋난

발언을 한 이유가 있겠지요.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이렇게 이유를 물어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치마 끝을 살짝 올리며 감사를 표하는 멜로아는

더이상 나에게 아이가 아니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나를 어디든 안내해

자리에 앉게 하고, 차를 내오지 않는 것은

청난 무례였다.

하지만 홀로 도도하게 반짝이는 멜로아를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고,

저 작은 입에서 나올 말이 기대되었다.

"`역사`라는 것밖에 남지 않은 이 카르엘 가문에

전하의 발표 이후 처음으로 손님이 방문했습니다.

이는 발표된 내용과 가문이

어떤 식으로든 상관있으며,

손님의 목적은 카르엘을 이용하거나,

거래하거나 도움을 주는 것이겠지요."

"그냥 우연히 방문한 것일 수 있지 않은가?"

"물론 세상에는 우연이라는 것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와 대공 각하 사이에

우연이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순간 이 아이도 회귀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것이 내포된 말이었다.

"만에 하나 두 분의 만남이 우연일지라도

이곳에 함께 오신 것은 우연이 아닌

목적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그 목적이 거래든, 협박이든, 도움이든, 회유든,

일방적인 우리 가문의 요청이든,

가문대 가문, 사람대 사람으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대화의 주체인 가문의 사람으로서

또 다른 대화의 주체인 가문의 각하께

정돈되지 않는 접견실로 안내하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나를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 더?"

"네. 각하.

접견실과 다르게 손님방은

꾸준히 관리하고 있던 곳입니다.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진실을 숨기고

각하께서 접견실로 향하는 동안

허겁지겁 정리하는 것보다 솔직하게 양해를 구하고

부족하나마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네..?"

"영애의 말속에 숨은 깜찍한 생각도 듣고 싶은데?"

"그.. 그것이.."

처음으로 보이는 아이다운 행동이 귀여웠다.

"대귀족을 상대하는 힘없는 가문의 주인인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도우려는 의도는 아니고?"

멜로아의 말에서 나온 협박이나 회유 같은

목적은 아니지만,

어쨌든 목적이 있어 온 것은 분명했다.

목적을 가지고 방문한 나는

할아버지의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하는 존재였고,

아버지의 무릎을 꿇게 만드는 존재였다.

대귀족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막을 힘이 없다는 것과

정돈되지 않은 접견실로 안내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물론 나야 지금 이 자리에서 서서

서로의 목적을 밝히고 결론 짓든,

저택 마당에서 회의를 하든, 적이 아닌

내가 품어야 할 카르엘 가문이기에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생각일 뿐이고

나와 라이거 가문을 아직 잘 모르는

이들이 생각하는 귀족의 기준은 다를 것이다.

갑작스럽게 방문해 놓고

접대가 소홀하다고 역정을 내는 것이 귀족이다.

무려 왕 바로 아래, 공작의 바로 위인 대공작이

준남작을 제외한 최하위 작위인 남작 가문을 찾아왔다.

급하게 안내된 접견실은 당연히

대공령의 접견실 보다 떨어지고,

내어오는 차나 집사와 시녀들의 수준도 떨어질 것이다.

과연 목적을 가지고 찾아온 상위 귀족이

자신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것과

이 남작 가문의 상황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넘어갈까?

이 또한 약점으로 이용할 것이고 멜로아의 말처럼

가문대 가문, 사람대 사람으로서의 대화가 아닌

상위 귀족의 일방적인 대화가 될 가능성이 컸다.

이런 계산이 선 멜로아는

자신의 똑똑함으로 시간과 관심을 끌었고

어린 나이를 무기로 당당하게 무례를 저질렀다.

만약 내가 여기서 화를 낸다면

먼저 고개를 숙이다 못해 허리까지 굽힌

저 어린아이만도 못한 상위 귀족이 되는 것이었다.

자신이 가진 장점과 가문의 단점까지

모두 이용한 멜로아에게 한발 다가갔다.

"이 또한 각하께 무례가 되었다면 벌하여 주십시오."

다시 10살이라는 숫자를 벗어던진 멜로아.

"하하하 벌이라니! 나는 영애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

내가 말을 놓는 것을 허락해 주겠는가?"

"이미 익숙해졌습니다."

"하하하 그렇군.

나도 모르게 영애에게 말을 놓고 있었어. 하하하

이런! 저 시녀가 그대의 답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구나."

"접견실이 준비되었습니다.

저의 무례함이 기다림이 되었고,

그 기다림에 잠시나마

각하를 웃게 해드려 다행입니다."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듯

한발 물러나 예를 올리는 멜로아의 모습에

또 한 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안내된 접견실은 소박하지만 고풍스러웠다.

"멜로아 영애는

이런 접견실을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남작."

"아이의 무례를 용서하소서."

남작이 직접 자신의 방에서 가져온

팔찌 하나를 나에게 건네는 것을 시작으로

천년의 역사와 카르엘 가문의 안전을 위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테슬린 가문의 시조인 피토 테슬린님이 제작하고

테슬린 가문에서 보관하다가

일라인 왕국의 3대 왕에게 헌상했다는

아공간 팔찌.

카르엘 가문의 가보지만,

가난한 가문의 가주가 착용하고 다니기에 위험하고,

혹시라도 팔찌를 착용한 가주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가보는 물론,

천년의 역사까지 잃게 될 것을 걱정해

남작의 방에 숨겨 놓았던 팔찌 속에는

일라인 왕국이 시작되기 전부터

제이슨이 제국의 뜻이며,

나의 뜻을 공표한 시점까지 기록된 역사가

보관되어있었다.

"카르엘 가문의 가보입니다.

각하께서 보관해 주셨으면 합니다."

남작이 건네는 팔찌를 아공간에 넣고

마법 처리된 종이를 꺼내 내용을 적은 뒤

라이거 가문의 인장을 찍어 남작에게 건넸다.

"이건.."

"카르엘 영지와 저택에

라이거 기사단과 병사들을 배치할 생각입니다.

당연히 남작님과 가족들의 호위도 포함됩니다.

무장하고 찾아오는 이들은

익스퍼트 경지의 호위들이 상대할 수 있지만

대화하자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무력을 행사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들에게 이 증서를 보여주시고

저를 찾아오라 하십시오."

남작에게 건네준 증서.

카르엘 가문에서 보관하고 있던

모든 일라인 왕국의 역사는 라이거 가문이 인계받아

보관하고 있다는 내용의 증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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