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49화 (149/201)

〈 149화 〉 모두 일억 금화에 구입하죠.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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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 모두 일억 금화에 구입하죠.

"오늘도 저희 오아시스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로 첫 번째 상품부터 보시겠습니다!"

"바로 시작하나 보네요?"

사회자가 경매의 시작을 바로 알리자

파트너 역할로 라이거 영지에서 온,

가면을 쓰고 머리카락 색과 눈동자 색은 물론

복장까지 포이든 왕국 귀족 의상으로 갈아입은

에르제가 물었다.

"오아시스라는 이 경매장은

최근에 이름을 알린 곳이라 합니다.

유명해진 계기가 다른 곳에 있겠지만

불필요한 사설 없이 빠르게 진행하는

경매 방식도 인기가 있다더군요.

지금의 존대는 라이거 가문의 가풍에 따라

부인이 된 에르제에게 예를 갖추는 존대가 아니었다.

"여긴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이에요."

첫 번째 상품이 올라오는 동안 에르제는

주변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일라인 왕국이 너무 크기에 북부의 상황을 모르고..

지금 왕국이 처한 상황을 모르는 걸까요?"

에르제의 말처럼 이 공간의 공기는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과 달랐다.

회귀를 하고 나름 치열하게 살아왔다.

페페 가문을 몰아내고 옛 라이거 영지를 찾았으며,

남부를 통합하고 서부까지 가문의 그늘로 들어왔다.

지난 삶에서는 없었고, 이번 삶에서도 없을 수 있었던

영지전과 전쟁을 경험했고,

테슬린 공작은 물론 큰 산과 같았던

제라드 왕도 쥐고 흔들었다.

영지가 넓어지고

권력 앞에서 당당해진 것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숨만 쉬어도 가문의 자금은 쌓여가고 있고,

그런 자금으로 제국의 후작을

제국의 황제로 만들었다.

빛이 있었고, 어둠이 있었다.

꽃향기가 있었고, 피비린내가 있었다.

믿음이 있었고, 배신과 음모가 있었다.

욕심이 있었고, 반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곳 오아시스 경매장에 존재하는 것은

오로지 짙은 탐욕뿐이었다.

짧은 기다림 속에 들리는 대화들 속에는

왕국에 대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적이라고 할 수 있는 포이든 왕국의 의복을 입은

에르제를 향해 누구 하나

인상을 찡그리는 이가 없었다.

포이든의 귀족처럼 보이는 여성의 옆에 앉아

말을 걸고 있는 나에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제 막 무대 위로 올라가는 보석만 있다면,

저 보석을 사기 위해 가져온 돈만 있다면,

어쩌면 물건의 경매 이후 있을

무언가의 경매를 즐길 수 있다면,

왕국의 깃발이 어떤 모양을 하든 상관없어 보였다.

"자! 바다의 숨결이라는 이 진주 목걸이!

이 목걸이는.."

첫 경매가 시작되었다.

"저 은은한 빛은 어머님께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사회자가 천연 진주라고 말한 것이 거짓말이 아닌 듯

첫 상품으로 올라온 진주 목걸이는

은은하면서 고귀한 빛을 내고 있었다.

"오백 금화."

"칠백 금화."

"칠백! 칠백 금화가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천 금화."

자기가 금액을 부르고도 깜짝 놀란 에르제가

나를 바라봤다.

"하하하 어머니께서 좋아하시겠네요.

우리가 가진 초청장으로 늦은 밤에 있을 경매에도

참석할 수 있지만, 추천인 신분이라

우리의 재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후 에르제는 아버지에게 어울리겠다며 하나,

프레시아에게 어울리겠다며

또 다른 하나를 더 손에 넣었다.

나도 장인, 장모님들에게 어울리는 상품들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자! 이제! 마지막 두 상품만 남겨 놓이었습니다!

네네! 왜 마지막에 올라왔는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오늘을 화려하게 마무리하게 해 줄 그 첫 번째!"

"이제 조금 있으면 본격적인 경매가 이루어지겠네요."

에르제는 진짜 목적을 위해

다시 마음을 다잡는 것 같았지만

나는 마지막이라며 올라온 상품이 보이는 순간

아쉬움이 남았다.

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가족이 된 이들을 위해 돈을 썼다.

하지만,진작 두 부인을 위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의 목적을 잊은 것은 아니었으나

늦은 밤에 열리는 경매가 아닌 경매들에는

불법이 없었기에 두 부인을 위해

뭔가 선물하고 싶었다.

"부인들을 위한 것은 하나도 없군요."

한숨을 쉬는 내 앞에 에르제가

익숙한 글씨가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 카온님. 카온님은 분명 경매장에서

돈을 써서 물건을 구입할 일이 있다면,

우리를 위한 것들을 구입하려 하시겠지요.

카온님의 뜻을 마음 약하신 에르제님께서

말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정당한 물건이고 그것이 우리를 위해 쓰고자

생각하시면 그 자금을 구출할 이들을 위해

사용해 주세요. >

"허.."

에르제의 입이 나의 귓가로 다가왔다.

"우린 라이거 가문의 안주인이니까요."

에르제가 나에게서 멀어지는 순간

젊은 남자가 다가왔다.

"행복해 보이는 두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두 분의 주인을 기다리는 물건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남자의 안내를 받아 이동하면서

귓가에 울렸던 말에 답하듯

에르제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오늘 가장 많은 경매를 받아 가신 두 분이기에

저희 점주님께서 직접 물건과 함께

새로운 즐거움에 대해 안내해 드릴 겁니다."

직원이 말한 `새로운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잠시 뒤.

웃기게도 예상했던 것과 같은 모습의 남자가

뒤뚱거리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와하하하 뵙게 되고!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늘 낙찰받으신 상품은.."

"그깟 것들 따위는 마차에 대충 실어 놓으면 돼."

"하하하 역시!

괜히 이로나 자작님께서 추천하신 분들입니다!"

우리 손에 쥐어진 초청장의 원래 주인이

동부에서 큰 상단을 운영하는 이로나 자작이었다.

북부로의 상행을 준비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던 자작은 때마침 찾아온 페트로에게

인심 쓰듯 초청장을 팔았다.

"아직 새로운 즐거움이 열리기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어떻게..

식사라도 하시겠습니까?"

가족들에게 선물한다는 의미가 더해졌지만,

진짜 목적은 이런 대접을 해 줄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혹시 그 물건들을 먼저 볼 수는 없는가?"

"아이고! 저도 그러고 싶지만,

경매장에는 경매장의 법이 있습니다.

경매장이 왜 경매장이겠습니까? 하하"

툭.

품에서 꺼내는 척했지만

아공간에서 금화 주머니 하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이래도 안 되겠는가?"

금화 천 개가 들어있는 주머니.

페트로의 정보에 따르면

인신매매 당한 이들이 팔려 가는 금액이

평균 오백 금화라고 했었다.

사람에게 가격을 매기는 것도 화가 가는데

그 가격조차 첫 번째 상품의

첫 번째 금액밖에 되지 않는 것에 더 화가나

말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이건.. 물건의 가격입니까? 아니면.."

당장 저 번들거리는 돼지의 목을 쳐버리고 싶었지만

증거를 눈으로 확인하고 손으로 확보한 뒤,

그 이후를 위해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어머! 저는 고작 그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을 위해

바다 건너온 것이 아닌걸요."

적절하게 끼어든 에르제가 고마웠다.

그리고 사람을 물건으로 칭하지 않으면서

점주라는 작자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듯한

말을 하는 그녀가 현명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화끈한 나라에서 오셔서 그런지

시원시원하네요! 좋습니다! 아리따운 부인을 위해

점주의 권한을 사용해 보지요!

어디 가서 말하기도 힘들겠지만

그래도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하하"

자리에서 일어서려던 점주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새로운 즐거움에 준비되지 않는 미래의 즐거움이

섞여 있는데 괜찮겠습니까?"

"이곳 사람들은 생선을 조리해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죠?

하지만 저는 조리된 생선보다

갓 잡은 생선을 먹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나도 상관없다."

"하하하 이런 분들을 이제야 알게 되다니!

포르테님께서도 무심하셨습니다. 하하하"

앞장서서 우리를 안내하던 점주가

직원과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에르제가 팔뚝을 콕콕 찔렀다.

"저 잘했나요?"

나에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

"저보다 낫더군요.

부인께서 오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 혼자 왔거나 리아 부인과 같이 왔다면..

지금 머리 위가 복도의 천장이 아니라

하늘이었을 겁니다."

"헤헤 기쁘네요."

지하로 내려가기 전 우리를 노려보는

문지기들의 눈빛이 흉흉했지만 가소로울 뿐이었다.

"자! 여깁니다! 하하하"

점주가 자랑이라도 하듯 문을 여는 순간,

뫼비우스 고리를 돌리지 않고는 분노로

터져 나오려는 마력을 다스리기 힘들었다.

철창 속에서 가축보다 못한 상태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갇혀있는 사람들과

그 맞은 편에서 건장한 남자들이 뿌리는 물로

씻고 있는 사람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모두를 상징하는 말 그대로의 사람들.

"야! 멈춰! 그리고 너! 테이블과 의자 가져와!"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린 점주가 웃으며 돌아봤다.

"누추한 곳이지만 혜택이 있는 곳이죠!

왼쪽은 오늘 나갈 물건이고

오른쪽은 다음 주에 나갈 물건들입니다!

귀한 손님들께는 죄송하지만..

왼쪽의 저 갈색 머리 여자와 키가

제일 큰 남자는 주문을 받은 물건이라.. 하하"

우리의 존재가 구원자가 아님을 확인한

사람들의 눈빛이 죽거나 사나워졌다.

"저들이 날뛸 거라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야! 가져와!"

점주가 외치자 남자 하나가

허겁지겁 주먹만 한 도구를 가져왔다.

"이게 바로! 종속 마법이 새겨진 인장입니다!

주인의 말이 곧 법이고 목숨이 되는 마법이지요! 하하

아! 그리고 다른 손님들보다 먼저 물건들을 보시고,

먼저 고를 수 있는 혜택을 드렸으니,

귀인들께서 고르시는 물건은 경매가 아니라

고정 가격임을 알려드립니다."

점주의 말에서 이곳에 들어온 `손님`이

우리가 처음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우리가 처음인 듯 말했으면서 아닌 모양이군."

"우리도 손님을 판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처구니없는 말에 어이가 없어 웃은 피식거림을

긍정이라 생각했는지 환하게 웃으며

점주가 박수를 짝하고 쳤다.

걱정된 마음에 고개를 돌리자

에르제가 차갑게 식은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될까요?"

그녀를 알게 된 이후부터 대공비에 오른 지금까지,

돈에 대해서는 욕심이 없던 에르제였다.

리아와 합심해 대공비 앞으로 나오는

돈까지 줄인 이가 에르제였다.

그런 에르제가 처음으로 나에게

돈에 관해 묻고 있었다.

나는 대답 대신 잠시 빼놓고 있던

라이거 가문의 가주 인장이 박힌 반지를 건넸다.

"얼마든."

손에 쥔 반지를 부숴버릴 듯 꽉 쥔

에르제의 입이 다시 열렸다.

"모두 일억 금화에 구입하죠."

툭.

무엇이 적혀있는지 모르지만,

점주가 들고 있던 서류가 떨어지는 소리를 시작으로

모두의 절망과 몇몇의 즐거움이 공존했던 공간에

적막이 흘렀다.

"얼..얼마요..?"

"일억 금화! 너 말고! 윗 대가리 데려와!"

점주의 떨리는 물음에 답한 에르제의 외침에

절망이 뒤섞인 공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그 틈 속으로 빠르게 나의 마력을 퍼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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