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50화 (150/201)

〈 150화 〉 이름이 서스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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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이름이 서스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저것들 잡아!"

일단은 대화로 풀어보려는 우리와 달리

점주는 그럴 생각이 없었는지

험악한 인상의 남자들에게 소리쳤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뭐야!?"

"다리가 왜 이래?"

"뭐? 이것들이!"

본인이라도 나서보려 했던 용기는 가상했지만,

그도 다른 이와 다르지 않았다.

아이스 체인 마법에서 벗어나려는 점주를 향해

에르제가 성큼성큼 걸어갔다.

짝!

찰진 소리가 울려 퍼지고 놀람과 당황에

점주가 멍하게 에르제를 바라보다가

인상을 와락 구겼다.

"누구야? 너희 뭐 하는 놈들이야?

감히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아?!

목숨이라도 붙어서 이곳을 나가고 싶으면

이 괴상한 것을 멈추는 게 좋을 거야!"

점주의 같잖은 협박에

에르제가 다시 한번 손을 올리려는 순간

그녀의 손을 말렸다.

"부인. 손이 더러워지십니다."

"화가 가라앉지 않아요.."

"부인의 손만 더러워질 뿐입니다."

아공간에서 포션 몇 병을 꺼내 에르제에게 건넸다.

"부인의 몫까지 제가 할 테니

저 사람들을 돌봐 주시겠습니까?"

"이놈들! 당장 나를 풀지 못할까!

내가 누군지 알아!? 너희 같은 놈들이 감히!"

가슴과 목, 얼굴만 얼지 않은 주제에

소리치는 점주를 보고는

에르제가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다.

"돌아가면 리아님께 훈련이라도 받아야겠어요."

분한 와중에도 포션을 소중히 안은 에르제가

사람들을 향해 뛰어갔다.

"내가 누군지 알아? 어? 아니!

내가 죽어도 너희들 얼굴 본 이들이 한둘이 아니야!

저것들 구출하고 싶어? 영웅이라도 되어보려고?

저것들 데리고 나간다고 살아남을 것 같아?

내 뒤에..!"

"내 뒤에 뭐?"

".."

"이제 뭔가 영양가 있는 말이 나올 것 같아

기다렸는데.. 왜 입을 닫는 거지?"

그가 우세했거나,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면 하지 못했을 말을

아이스 체인이 점점 올라오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 그의 본능이 내뱉었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던

아이스 체인의 움직임이 멈췄다.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아냐고?

당연히 알고 있으니까 이 자리에 있겠지.

네가 누군지는 관심없어.

도마뱀이 살기 위해 자른 꼬리가

썩어가든 뭔가의 먹이가 되든 내 관심 밖이거든.

그리고.. 내 얼굴을 몇이나 보든 상관없어.

그들이 죽어서 이곳을 나가든,

치안대에 끌려서 나거든 둘 중 하나일 테니까."

"푸하하하하 간이 부었구나!?"

고개를 뒤로 젖히고 웃던 점주가

웃음을 멈추고 입을 다시 열었다.

"네놈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살아서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저 계집이랑 저것들 데리고? 무사히?

치안대? 하하하 멍청한 놈!

선량하게 살아서 세상을 너무 모르는 거 아냐?

그래! 눈치챘겠지만! 내 뒤에 너 따위는 감

히 바라보지도 못하는 권력이 있어!

이딴 치졸한 짓을 하는 너 따위는

그분이 검 한 번 휘두르면 먼지처럼 사라질 거야!

그런 힘을 가진! 그런 권력을 가진 분이

이 일을 하면서 치안대를 그냥 뒀을 것 같아?"

딱!

아직 내가 듣고 싶은 말이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소리치는 그도 자신의 처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잠시 멈췄던 마법을 진행시켰다.

"적어도 머리가 있는 놈이면

이제는 괴상한 짓이 아닌 마법이란 것을 알았겠지?

그리고 그 마법이 점점

너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도 눈치챘을 거야.

네가 쓸데없는 말을 계속하는 바람에

평생 걸을 수 없게 되었지만..

죽기 직전이라도 네 입에서

내가 원하는 말이 나오면 살아는 있을 거야."

"내가 입을 열 것 같아?"

"상관없어. 점주가 보이지 않고 경매가 열리지 않으면

그 대단하신 너의 뒷배가 직접 오겠지."

눈을 부릅뜬 점주를 무시하고 에르제에게 다가갔다.

"부인 도와드릴 건 없습니까?"

"다행히 포션을 이용할 만큼 다치신 분들은 없어요."

다행이란 말과 달리 에르제의 목소리는 좋지 않았다.

점주와 그 일당들이 아닌,

이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큰 상처가 없는 이유가

너무나도 화가 나고 슬펐기 때문이었다.

마구잡이로 납치해 왔다.

그리고 물건을 선별하듯

여러 가지 이유로 선별되었다.

어떠한 목적으로 선별되었든 사지가 멀쩡해야 하고,

탐욕에 찌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상처가 있으면 안 되었다.

"다행입니다. 부인께서 리아 부인께 연락해 주십시오.

아무래도 뭔가를 먹기에는 좋지 않군요."

내 뜻을 이해한 에르제가 휴대구를 드는 모습을 보고

점주와 달리 마법은 한 번 풀지도,

느리게 진행되게 하지도 않았던

남자들에게 몸을 돌렸다.

이제 막 아이스 체인이 목을 감고 있는 점주와 달리

사람들에게 물을 뿌리고, 철창을 관리하다가

점주의 외침과 동시에 움직이려 했던 남자들은

이미 얼음 속에 완전히 갇힌 상태였다.

에르제의 보호 아래서 안정을 찾아가던 사람들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대들은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손가락과 손가락이 마주하면서 소리가 나면

얼음에 갇힌 이들은 피 한 방울 바닥에 흐르지 않고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경험이 있는 자라도 보기 힘든 모습을

그들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딱!

쩌억. 쩌억.

얼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스르륵.

소리와 함께 생겨난 금의 가지를 타고 수십, 수백,

수천, 수만의 금들이 뻗어나가다

더 이상 가지를 뻗칠 곳이 없어지자

셀 수 없는 수의 얼음 가루가 되어 흘러내렸다.

스르륵.

스르륵.

"히익!"

내가 만들어낸 마법의 끝을 알리는 소리가 아닌

사람의 입에 나오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제 곧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겠군."

다시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절규하듯 외치는

점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말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딱!

이제 막 입으로 진입하라던 아이스 체인의

움직임이 멈추고, 어깨와 양쪽 팔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럼 이제 네 뒤에 있는

그 대단하신 분이 누군지 말해 볼까?

아니. 그냥 말하지 마.

넌 그냥 내가 말하는 대로 전달하고

그 대단하신 분을 이곳으로 오게 하면 돼."

나는 배후가 누가되었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점주가 아주 작은 희망의 불씨를 가지고

통신을 넣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네! 네! 그럼.. 살려는.."

"너 하기 나름 아닐까?"

점주가 떨어뜨린 서류의 뒷면에

그가 해야 할 말을 적어 건넸다.

"휴대구가.. 상위 품에 있습니다.."

처음에 움직이지 못하게

발을 얼린 뒤 팔을 얼린 이유,

지금은 어깨와 팔만 풀어준 이유는

휴대구 때문이었다.

허리까지 내려간 아이스 체인을 확인한 점주가

품에서 휴대구를 꺼내 누군가에게 신호를 넣었다.

- 뭐야?

어디선가 들어 본 듯한 목소리가

휴대구 너머로 들렸다.

그 목소리가 익숙한 것이 나뿐만이 아닌 듯

리아와 통신을 마친 에르제가

미간을 좁히고 다가왔다.

"목소리가.."

"쉿."

- 걸었으면 말을 해야지 왜 말이 없어?!

"아..네! 다름이 아니라..

오후 경매에서 우리 상품을

가장 많이 낙찰받으신 분께서 어떤 요청을 하셨는데..

제 선에서 거래할 상황이 아니라.."

- 낙찰? 뭘 얼마나 사 갔다고

요청을 하고 지랄이야 지랄은!

네 놈이 결정 못 하고 통신질까지 하는 거 보면

밤 경매 때문이야?

"네.. 지금 있는 물건들을 모두 1억 금화에 사겠.."

- 뭐? 얼마?

"1억 금화입니다..

포이든 왕국으로 떠나는 배를 타야 한다고..

밤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 하하하 미친! 병신 호구가 왔구나?

지금 물건이 보자.. 20가 정도 되네!

하하하 그래! 연락 잘했다.

네 놈이 그렇게 큰 거래를 할 수 없지.

지금 그 호구분들은 잘 모시고 있지?

"네. 귀하게 대접하고 있습니다."

- 좋아! 곧 갈 테니까 기다..

이년아! 떨어지라고! 지금 나가봐야 해!

아! 미안! 바로 갈 테니까 대접 잘하고 있어!

내가 아끼는 술도 내어 줘.

통신을 마친 점주의 어서 풀어 달라는 눈빛에

깊은 한숨이 나왔다.

목소리의 주인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름."

"네?"

"금방 통화한 새끼 누구냐고.

실력이 어떻고, 권력이 어떻고

이딴 말 하지 말고 이름만 딱 말해."

"성은 모르겠고.. 서..! 헉! 이 무슨.."

리아의 텔레포트를 위해 올려 두었던 장치가

반짝이는 것과 동시에 리아가 나타났다.

"리..리아.. 라이거..? 그럼..?!"

배후를 기다리고 있는 이상,

신분을 숨길 필요도 없어졌다.

나와 에르제의 모습을 바꾸어주던 마법이 해제되었다.

"헉! 카.카카카온.. 라이거.. 대공.."

"누구냐고 물었다."

"성은 모릅니다..

이름이 서스라는 것만 알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점주의 힘없는 답이었다.

서스 파실리온.

파실리온 가문의 책사의 간곡한 부탁에

목숨만 살려서 동부 테슬린 가문으로 보냈던,

테슬린 가문과의 분쟁을 넘은 전쟁을 예상했고,

그때가 되면 다시 가졌던 희망까지 송두리째 앗아가

나락의 끝을 보여주려했던 그 서스 파실리온이었다.

"잘 되었군."

회귀 전 라이거 가문 자체를 망하게 했던

파실리온 가문은 이미 사라졌다.

하지만 회기 전 일이고, 나만이 그 기억이 있기에

그들은 모르는 것도 아닌, 있지도 않은 일이지만

나에게는 아직 끝맺지 못한 두 가지 원한이 남았다.

동생 프레시아에게 치욕을 준 파실리온 가문의 핏줄이

아직 하나 남아있다는 것과,

나의 목을 벤 이가 아직 숨을 쉬고 있다는 것.

그 두 존재는 같은 인물이었고,

나는 그를 더욱 절망 속으로 던져 넣기 위해 기다렸다.

원하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테슬린 가문과의 전쟁에서

복수심에 불타 선두에 선 서스 파실리온을

그가 품었던 복수와 희망을

목숨과 함께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싶었다.

비록 이런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반드시 끝을 봐야 했고, 그날이 오늘이 되었다.

오로지 나에게만 해당하는 분노가

회귀 전 나를 모르는 리아와 에르제에게는

지나친 잔인함이 될 수 있기에

그녀들을 향해 무거운 입을 열었다.

"저들을 부탁합니다."

그녀들은 묻지 않고

이곳에 갇혀있던 사람들과 함께 텔레포트했다.

단순히 부인이기에 가지는 믿음이 아니라

그녀들이 더욱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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