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51화 (151/201)

〈 151화 〉 추해졌군.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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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추해졌군.

"저..기.."

부인들과 갇혀있던 사람들이

영지로 이동한 후 얼마 뒤,

점주의 부름에 빠져있던 상념에서 벗어났다.

"죽어."

"약속..!"

펑!

얼굴이 터져버린 탓에 점주의 목소리가 끊기자

절망과 탐욕이 공존했던 이 공간에

남은 것은 나뿐이었다.

손에 들고 있는 점주의 서류를 품에 넣고

지상으로 올라와 지하로 내려가는 길을

마법으로 막아버렸다.

서스를 맞이하기 위해

점주의 방으로 향하는 동안 마주치는 직원들을

라이거 영지로 텔레포트 시켜버리고

리아에게 통신을 넣었다.

"직원들입니다. 확인은 부인께 맡기겠습니다."

- 네.

점주의 방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한 것은

인신매매에 관한 서류를 찾는 것이었다.

서스를 향해 대단하다고 말하며

서스의 권력이 마치 자신의 권력이고 힘인 양

떠든 점주지만, 그는 꼬리에 불가했고

점주 같은 꼬리는 반드시 그것이

자신을 더 편하게 죽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고

약점이라며 증거들을 모아 둔다.

점주의 책상 아래에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에

마력을 손에 씌웠다.

빠직.

마법 처리가 된 금고는

분노로 거칠어진 나의 마력 앞에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하고 뜯겨나갔다.

제이슨이 왕이 되고 나서 시작된 인신매매.

사람을 물건처럼 수급해 오는 규모와

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

가문이나 상단의 인장 같은 것은 찍혀있지 않지만

점주가 흔적을 남기기 위해 곳곳에 적어 놓은

`서스`라는 단어들.

불법이고 잘못이며 죄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머리가

이런 것에는 잘 돌아가는지,

더 정확한 증거를 위해 남겨놓은

서스의 것으로 예상되는 물건들.

증거도 증거지만

이것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점주가 상대했던 권력자는 서스가 맞다.

하지만 서스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컸다.

아직 파실리온 가문이 남아있고,

그가 후계자든 백작이든,

파실리온 가문의 힘을 빌릴 수 있는 위치고,

이런 일이 그의 영지에서 일어났다면

서스가 끝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금의 서스는 예전의 권력도, 자금도 없는

테슬린 공작 가문의 기사일 뿐이다.

사라져버린 가문과 이미 1 동화 하나까지 파악해

라이거 가문의 재산이 된, 사라져버린 재산을

등에 업고 이 일을 벌이기에는

그가 감당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점주가 말한

`대단한 권력`이란 것이 마음에 걸렸다.

테슬린 공작 가문이 대단한 것이지

가문의 기사가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테슬린 공작 가문은 마법 가문이지

검의 가문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점주가 대단한 권력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답은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서스 또한 누군가의 꼬리다.

"쯧."

서스 뒤에 테슬린 가문이 있다는 예상이 되었지만,

확실함을 위해 그가 조금 더

숨을 쉬게 해줘야 한다는 것에 혀가 차졌다.

문을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으니

점주를 찾는 듯한 직원들이 들어왔다.

돌아앉은 채 서스의 목소리가 아닌 이들을 모두

라이거 영지로 보내기를 몇 번,

"야이 새끼야! 직원들 다 어디 갔어?

왜 이렇게 썰렁해?!"

다시는 듣고 싶지 않았던,

하지만 꼭 마지막 목소리는 내가 듣고 싶었던 이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돼지 새끼가 아니네? 너 뭐야?

누군데 그 자리에 앉아 있어?"

*

서스는 도망치듯 테슬린 공작령으로 온 이후

오늘이 가장 기분 좋은 날이었다.

무려 1억 금화가 생기는 날.

가문이 망해서 무시당했다.

몸을 의탁한 곳이 하필이면

마법 가문이라 더 무시당했다.

하지만 꿋꿋이 버텼다.

테슬린 가문과 라이거 가문은 적과 다름없었다.

언젠가 반드시 두 가문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고

그 분쟁이 전쟁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서스는 카온의 목 하나만 원했다.

카온만 죽일 수 있다면

어느 가문이 전쟁에서 승리하든 상관없었다.

라이거 가문이 승리하면

카온이라는 목적을 이뤘으니 자결하면 그만이고,

테슬린 가문이 승이라면

목적도 영광도 함께 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예상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파실리온 가문의 후계자이던 시절,

주기적으로 먹던 영약은 기사인

서스에게까지 내려오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카온보다 부족한 실력을

늘릴 기회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두 가문 사이가 변하고

카온이 백작위를 이은 것이 아닌,

무려 대공작이 되었다.

결국, 서스는 검을 버렸다.

대신 검을 수련하는 만큼

있지도 않은 꼬리를 흔들었다.

이미 정점에서 내려올 날만 기다리는 공작 대신

정점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후계자인

아폴론 테슬린이게 충성했다.

그는 모범적인 후계자의 가면을 쓴

사악하고 잔인한 자였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입을 놀리고 꼬리를 흔들었다.

그래야 그의 마음이 열리고,

열리는 만큼 약점을 쥘 수 있기에.

제이슨이 왕이 되고 공작은 자기 영지인 동부가 아닌

성도에 머물렀다.

공작의 부재를 이용해 테슬린 가문을

조금씩 손에 넣는 아폴론은 역시나 사악했다.

그런 아폴론이 어느 날 자신을 불러서 한 말은

충격이었다.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 중,

나쁜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서스 자신도

`이건 아니야`라고 생각한 일을

아폴론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

개는 주인을 물 수 없다.

참지 못하고 이를 드러냈다가는 죽는 것이 개였다.

어느 순간부터 카온에 대한 복수심을 접은

개가 된 서스는 주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고 주인이 어깨를 두드려 준 순간

이제는 개가 아닌 꼬리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늦었다.

그리고 얼마 후, 늦었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한 명 두 명 잡혀 오고, 그들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두둑해지는 주머니가 좋았다.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만큼 죄책감이 사라져갔다.

가문이 망하고 나서부터 만지지 못했던 것들이

다시 손에 들어왔다.

검 대신 금화를 쥐고,

근육 대신 살이 붙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젠가 아폴론 테슬린이 물었다.

`네놈의 목표가 카온의 목 아니었던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복수한답시고 날뛰면

이 돈이나 여자들과 끝 아닙니까?

복수한다고 나섰다가 죽는 것보다

이것들과 함께하는 게 좋습니다.`

`네놈 답군.`

서스는 그렇게 자신다운 것이 찾았고,

그렇게 살기로 했다.

포이든 왕국에서 자신을 더욱 자신답게 살게 해 줄

호구가 찾아왔다.

무려 1억 금화였다.

경매장 점주의 연락을 받고

품었던 여자에게 돈을 던져주고 뛰쳐나왔다.

도착한 경매장의 분위기가 이상해

1억 금화의 호구와 같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잠시 잊고,

과거의 자신이라면 입에 담지도 않았을 말을 내뱉으며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자신을 반긴 것은 걷는 곳마다

기름이 흐를 것 같은 돼지 점주가 아니었다.

마치 자신이 이곳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앉아 있는 어떤 남자였다.

이곳에서만큼은 적어도 자신이 왕이었다.

왕 노릇을 하는 왕이지만 그래도 왕은 왕이었다.

감히 왕이 왔음에도

등을 보이는 이에게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그가 천천히 자세를 바로 했다.

*

"추해졌군."

몇 년 만에 서스를 본 내 첫 번째 감상이었다.

지난 삶에서 비록 탁한 색의 오러였지만,

소드 마스터에 오른 인물이었다.

회귀 후의 삶에서도 가문이 망하기 전

익스퍼트를 앞둔 그였다.

그런 서스에게서

소드 나이트의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호리페 라이거를 따르던

제 2 기사단의 단원을 보는 것 같았다.

각이 졌던 어깨는 둥글어졌으며,

갑옷이 아닌 그의 뱃살이 검 끝을 막아 줄 것 같았다.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아닌

기름으로 번들거리는 머리카락이

`추해졌다.`라는 감상의 마침표를 찍었다.

"카..온..라이거?"

그가 품고 있던 오러도 사라지고,

그의 모습 어디에도 검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네..네놈이 어떻게.. 설마..!"

"북부에 있는 어떤 가문이 다스리는 영지에 속한

어떤 마을에서 남자 한 명이 사라졌어.

정비된 길조차 나 있지 않는 그 마을은

한 번씩 오는 상단에 의지하는 곳이지.

영주라도 정신이 박혀있는 자였다면

좀 나았을지 모르지만..

멍청한 영주였고 지금은 한창 정신없을 영주지.

아무튼, 그런 마을에서 남자가 사라진 거야."

"무..무슨 말을.."

"과정이야 어떻게 되었든

나는 그 흔적을 찾았고 이곳에 왔어.

그리고 사라졌다는 남자의 이름이 적힌 서류를

이곳에서 발견했지.

그 마을에서 사라진 남자는 여기에 없어.

그러니 그의 이름 옆에 적힌 곳에서

그 옆에 적혀있는 놈과 같이 있겠지 않을까?"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군."

헛웃음이 나왔다.

되지도 않는 발뺌하는 서스의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나는 그가 나라는 존재를 확인한 순간

미친 듯이 달려들 줄 알았다.

일어나지 않은 일임에도 회귀 전 기억에

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나와 달리,

서스는 현실에서 자신의 가문을 망하게 했고,

남부 지배자의 야망을 접게 했던 나에게

분노하는 대신 `이번 일`에 관해서만

발뺌하고 있었다.

"네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네 손에 들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발뺌하고 꼬리를 자르려는 서스의 모습에

그가 파실리온이라는 성을 달고 있을 때가 생각났다.

무식한 머리로 똑똑한 척하고,

잘난 것 하나 없으면서 잘난 척 하던 그때의 모습이.

"그래. 너는 계속 몰라야 할 거야.

그래야 네가 숨을 쉬는 시간이 늘어날 테니까.

내 영지로 데려가서

내가 직접 심문을 할 때도 몰라야 하고,

계속 모른척하는 너를 왕실로 데리고 가도

몰라야 할 거야."

검을 수련하는 대신 뻔뻔함을 수련했는지

라이거라는 말이 나와도 흔들리지 않던 눈빛이

왕실이란 단어에 살짝 흔들렸다.

나는 그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서스의 뒤에 테슬린 가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예상했다.

가문의 명령으로 꼬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왕실로 끌려가는 것에 눈빛이 흔들리는 대신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 맞았다.

왕성에 머물며 멍청한 제이슨을 쥐고 흔드는 공작이

서스의 방패가 아니란 말이었다.

그럼 남은 것은 한 명 뿐이었다.

열심히 일라인 왕국의 왕관을 노리며

자리를 비운 공작 대신,

그 틈을 이용한 그의 아들 아폴론.

왕의 자리를 노리는 아버지와

아버지의 자리를 노리는 아들이라.

테슬린 가문의 핏줄답다는 생각에

또 한 번 헛웃음이 나왔다.

찔러보기 위해 던진 말일뿐

서스를 왕실에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서스의 눈빛이 흔들리지 않았다면

그에게서 테슬린이란 말과 증거가 나오는 순간

전생과 현생의 분노의 끈을 끊기 위해

그의 목을 베었을 것이다.

생각이 달려졌다.

모든 것을 확보하고

제이슨과 테슬린 공작 앞에 데리고 갈 것이다.

몇 달 전 제이슨의 일그러진 얼굴을 봤고,

이제는 테슬린 공작의 그런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파실리온의 핏줄들이

그들만 있는 곳에서 프레시아를 욕보였고,

서스가 무너진 라이거 성에서 나의 목을 베었다면,

그 원한의 대가로 파실리온 핏줄의 마지막이자

본인인 서스의 목을 왕국의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벤다는 것은 나의 회귀 전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죄인의 최후일 뿐이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복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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