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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53화 (153/201)

〈 153화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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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아는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제이슨 왕의 마나를 잠시 느껴 보았다.

예전에 바이올렛의 수련을 도와주던

카온이 떠 올랐다.

`바이. 영약은 오러나 마나를 늘려주는 데 도움이 돼.`

`정말요? 영약은 어떻게 구하는 건가요?`

`하하하 원한다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

하지만 바이. 영약으로 키운 마나는

손질하지 않은 검과 같아서

영약을 통해 흡수한 마나를 다스리지 못하면

지금까지 네가 쌓은 마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좋지 않은 영향요?`

`영약을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경지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마나의 증폭만을 목표로 영약을 먹는 것은

얕은 물웅덩이에 돌이 던져지는 것과 같고,

반죽이 덜 된 밀가루로 빵을 만드는 것과 같지.`

`아! 반죽이 덜 된 밀가루라는 말에 이해했어요!`

바이올렛과 달리

이미 역한 느낌의 오러를 경험한 적 있는 리아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며 물었다.

`주군. 탁한 느낌의 오러를 경험한 적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로 한때 라이거 가문의

후계자로 불렸던 호리페가 있었다.

그리고 페페 가문과의 전쟁 당시

몇몇 기사들에게도 탁한 기운을 느꼈었다.

`그래도 호리페는 영약을 먹고

나름의 수련이라는 것을 했으니까.

적어도 호리페는 영약만 믿고 날뛰는 놈은 아니었지.

힘이 `탁하다`는 것은

그 힘을 가진자의 마음에는 비롯된 것이고,

힘의 농도는 그의 수련 양에 따라 달라져.

맛있는 빵이 가진 재료 다 때려 박고,

높은 온도에서 빠르게 굽는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잖아?`

자신을 향해 소리치며 내뿜은

제이슨 왕의 마나가 딱 그 느낌이었다.

반죽만 덜된 것이 아니라,

부피를 키우고 향긋함만 더하기 위해 온갖 재료를

개량 없이 다 쏟아 넣어

본연의 맛과 색, 크기가 다 사라지고

덩치만 키운 빵 같은 마나.

덩치가 큰 주제에 겁은 많은지

주인의 명령에도 자신을 삼키지 못하는 마나가

우습기도 하고, 주인을 잘 못 만난 것에

불쌍하기도 했다.

오러 사용자인 자신은 마나를 흡수할 수 없다.

그리고 마나가 오러고, 자신이 마나 사용자이더라도

이 탁한 힘을 흡수할 생각도 없었다.

흡수하지 못하면 흩어버려야 한다.

마스터의 기운으로

마나들을 찍어 누르면 그만이지만,

주군의 명령에 죽는 길임을 알면서도

검을 들고 돌진해오는 기사들이 있듯,

겁도 없이 반항하는 마나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런 건방진 마나를 달래줄 인내심은

없다고 판단한 리아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왜? 살려달라고 말하려고?

익스퍼트라고 하더니 별거 없군!

역시 너의 실력은 과장된 것이었어!

그래도 꼴에 익스퍼트고, 꼴에 대공비라

참아 보려 했는데 안되는가?

살고 싶으면 손을 드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꿇고 기어야 할 것이야!"

"밖에 기다리는 분이 오신 것 같군요."

이번에도 제이슨이 기대하던 말과 행동이 아니었다.

문이 벌컥 열리고 테슬린 공작이 들어오자마자

손을 휘젓는 리아 라이거의 모습이 보였다.

리아의 손짓 한 번에 감쪽같이 사라진 자신의 기운에

제이슨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에 의해 수많은 영약을 먹었다.

왕국에서 구할 수 없는 것들은

타국에서 구해와서 먹었다.

그 덕분인지 3서클까지 빠르게 경지가 상승했지만,

그 이후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서클의 경지보다 왕세자의 자리가 중요했고,

왕이 된다면 오러나 마나를 다루는 자들을

아래에 둘 수 있기에 크기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카온의 등장 이후 다시 영약을 찾았다.

왕이 된 이후 모든 음식을

마나에 관련된 것들을 바꾸고

술도 독하지만 마나를 품은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으로 바꿔다.

결과, 제이슨의 심장에는 하나의 서클이 더 생겼다.

3서클에서 4서클로 가기 위해서는

수련과 깨달음이 필요하던

궁정 마법사의 말은 거짓이었다.

4서클에 오른 것은 테슬린 공작이 알았지만

그가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 것을 모른 채

공작의 입에서 수련과 깨달음이 나오지 않자

감히 왕인 자신에게 거짓을 고했다는 이유로

궁정 마법사의 목을 베었다.

어려서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서클의 상승에 수련과 깨달음이

어떤 관계가 있냐는 물음에

테슬린 공작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수련과 깨달음`은

마법 가문을 유지하기 위한,

마법과 영약을 더욱 많이 차지하기 위한,

그래서 자신의 자리를 노리기 위한

테슬린 가문의 계략이라고 단정한 제이슨은

그날 친정 가문의 비밀이라 입을 열지 못했지만

그래도 아들을 위해 온갖 영약을 구해주신 어머니에게

엄청난 보물을 선물로 보냈다.

카온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영약만이 답이었다.

아직 카온을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없었지만

오늘 찾아온 자는 카온이 아닌 그의 여기사였다.

`전하의 마나량은 이미 5서클을 넘어섰습니다.

익스퍼트의 기사 따위, 그가 검에 오러를 담기 전에

전하의 마나로 찍어 누르면 그만입니다.`

리아의 만나기 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간

새 궁중 마법사가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 역시 마법을 우습게 여기며

동기의 목을 벤 원망에,

덩치만 컸지 날이 무딘 검으로는

수천, 수만 번 담금질한 검을 이길 수 없다는

진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제이슨은 자신 있었다.

카온의 기사다.

카온보다 아래다.

기사의 명예와 권력이 아닌

남자의 품에 들어간 여자일 뿐이다.

그래서 제이슨은 리아의 무례함에

망설임 없이 기운을 내뿜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짓 한 번에 모든 것이 부정당했다.

"전하! 어찌 마나의 기운을..!"

"공작! 나의 마나가.. 나의 기운이.."

공작은 말해주었지만 믿지 않았던 진실의 결과에

충격받은 제이슨의 모습에 혀를 찼다.

하지만 어제까지 벌레 보듯 자신을 대하던

제이슨의 어리광을 받아줄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깊지 않고 크기만 하던 제이슨의 마나를

손짓 하나로 소멸시킨 라이거 대공비의

기분을 풀어줘야 했다.

"테슬린 가문의 가주.."

탁.

공작은 아공간에서 휴대구를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자기 인사를 끊는

대공비의 모습에 자존심이 상했지만

이를 따질 수 없었다.

"이제 대공께서 심문을 시작했을 겁니다.

공작께서 늦지 않게 오셔서 다행이네요.

일단 앉으시지요."

공작은 리아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가 알고 있던 검을 휘두르는 여기사가 아니었다.

"심문이라.. 했습니까..?"

"공작! 지금 그것이 중요하게 아닙니다!

저년이! 저년이! 저를 무시했단 말입니다!

감히 평민 주제에 대공비가 되었다고

저를 무시했단 말입니다!"

마나의 소멸에 놀란 주제에 그것이 부끄러웠던지

권위를 내세워 소리치는 제이슨이

한심한 테슬린 공작이었다.

공작의 물음도, 왕의 발악도 신경 쓰지 않은 리아가

조금 전부터 신호를 보내는 휴대구를 눌렀다.

- 넌 다 가졌잖아!

돈도, 명예도! 작위도! 다 가졌잖아!

"한때는 파실리온이라는 성을 가졌던

서스의 목소리입니다."

리아의 짧은 설명에 테슬린 공작의 표정이 흔들렸다.

테슬린의 이상함을 감지한 제이슨도

잠시 리아에 대한 분노를 접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 그대가 파실리온이던 시절..

그대는 금방 말한 것들을 다 가지지 않았었나?

카온의 목소리가 휴대구 너머로 들리자

이번에는 제이슨이 움찔거렸다.

- 남부에서 페페 가문보다 부유한 가문은

파실리온 하나뿐이었지. 남부의 대표라는 명예와

그런 가문의 후계자라는 지위도 너의 것이었어.

- 망했잖아! 너에게! 라이거 가문에게 망했잖아!

- 가문이 망한 충격이 너의 기억을 바꾼 것인가?

라이거 가문을 향한 탐욕이

그대의 가문을 망하게 한 것이야.

라이거 가문은 예전에도..

지금도 건드리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아.

- 결과! 어쨌든 결과는 우리의 가문이

세상에서 지워진 것이야!

- 그래. 이렇게 나나, 나의 가문에 원망이 깊다면

복수를 위해 검을 휘두를 시간도 없었을 텐데?

- 복수? 하! 그래! 한때는 복수를 꿈꿨지!

유일하게 네 놈의 가문을 누를 수 있는

테슬린 가문에서 그 꿈을 꿨었지!

서스가 테슬린 가문의 기사가 된 것을 모르는

제이슨의 시선이 점점 심각해지는 공작에게 향했다.

- 공작이 그 멍청한 제이슨과 손을 잡고!

네 놈이 대공이 된 순간!

꿈? 그래! 진짜 꿈이 되어버렸어!

공작과 제이슨의 몸에서 동시에 기운이 방출되었다.

리아가 에르제가 디자인한 드레스가

더러워질 것 같은 기분에 그들의 기운을 지웠다.

- 꿈에서 깨어나야 하지 않겠어?

꿈에서 깨니까 현실이 보이더군.

현실을 살기 위해서는 돈과 권력이 필요하더군.

- 그래서 생각한 것이 고작 그런 것이었나?

- 그래! 고작 그런 것들을 이용해 돈을 벌었어.

돈이란 참 달콤해.

돈이 있으니 그리웠던 음식도 먹고,

잠시 손을 떠났던 것들도 다시 돌아오더군.

- 고작 그런 것이라..

너에게는 사람이 고작인가?

공작이 답을 요구하듯 리아를 바라보았지만

리아는 계속 들어보면 알 것이라는 듯

시선을 휴대구로 향했다.

- 귀족이 아닌 모든 것들은

귀족을 위해 살아가고 존재해.

노예들은 귀족들을 위해 일을 하고,

평민들은 귀족들을 위해 세금을 내지.

모든 것은 귀족을 위해서야.

북부가 힘들어졌다지?

그래서 북부 평민들은

귀족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어!

그들의 의무가 뭐야?

귀족에 충성하고 봉사하는 거잖아!

그래서 내가 그들이 의무를 다할 수 있게 했어!

"대공비! 지금 이게 무슨 말입니까?"

제법 공작의 목소리가 컸음에도

카온의 말에 의해 묻혀버렸고,

공작의 답은 리아가 아닌

휴대구 너머의 카온의 질문과 서스의 입에서 나왔다.

- 그래서 네 놈이 말하는 의무를 위해

그들을 인신매매하고, 네 놈이 말하는 의무를

이행시켜줄 귀족들에게 팔았나?

- 그래! 그것들은 의무를 수행하고!

귀족들은 책임감을 가졌지!

한 끼도 잘 먹지 못하는 이들이 배를 채웠어!

- 누구를 위해?

- 당연히 이 왕국의 주인인 귀족들을 위해서지!

서스의 말에 리아, 공작, 제이슨의 표정이

동시에 변했다.

왕국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제이슨,

왕국을 이끌어가는 것은 귀족이지만

그 귀족들의 정점인 왕에 오르고 싶은 테슬린 공작.

비슷한 의미로 표정이 일그러진 둘과 달리,

왕국을 이끌어가는 것은 왕과 귀족들이지만

그 힘은 백성들에게서 나온다고 생각하는 리아는

다른 의미로 미간을 좁혔다.

-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서

왜 하필이면 북부의 백성이지? 네 놈이 있는 동부도

네 놈이 말하는 의무를 행할 자들이 넘치잖아.

- 그.. 그것은..

- 동부에 세금을 내는 백성들은

의무를 다하고 있으니까?

북부는 혼란의 상태고,

그들은 동부에 세금을 내는 자들이 아니니까?

- 그래! 그거야! 그리고!

너와는 상관없잖아! 네가 말했듯!

남부는 건드리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문제가 생겨도 북부와 동부의 일이야!

네가 관심을 가질 일이 아니고!

내가 너에게 이런 짓을 당할 일이 아니라고!

- 제이슨 전하. 동부에서 북부 백성들을 상대로

인신매매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 제이슨.. 전하? 야! 카온! 설마..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이슨은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돌아가지 않는 머리는 오로지

`동부`라는 단어와 `인신매매` 라는 단어,

그리고 카온이 자신에게 `의사를 묻고 있음`에

꽂혀 있었다.

카온과 라이거 가문은

자신에게 있어 분명한 적이지만

건드리지 않으면 물지 않는 멀리 있는 맹수였다.

하지만 테슬린 공작은

바로 곁에서 혀를 날름거리는 독사였다.

동부에서 일어나 인신매매.

동부를 대표하는 테슬린 공작 가문.

동부로 돌아가지 않고 왕성에 머무는 공작을

다시 동부로 보내고 이 죄를 묻는다면,

혼란에 빠진 북부 백성들의 민심을 얻는 것과 동시에

테슬린 공작의 기를 누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왕국의 귀족다운 일을 했군.

그자를 이곳으로 보내게."

- 서스를 왕성으로 데리고 가는 것은 문제없으나,

이자의 처벌을 저에게 맡겨 줄 수 있겠습니까?

카온의 정중한 태토에 우쭐해진 제이슨이

흔쾌히 허락하는 순간.

누군가는 설마 했던, 누군가의 손에는

더 날카로운 검을 쥐게 해 줄 말이

서서의 입에서 나왔다.

- 모든 것이 아폴론 그자가 시킨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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