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62화 (162/201)

〈 162화 〉 왕국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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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왕국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로즈의 시선이 천천히 나에게 향했다.

"저는 왜 슬픈 걸까요..?

여왕.. 대공비.. 아니면.. 다른 왕국의 왕비.. 그

것도 아니면 대귀족의 안주인 같은 건..

이미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사라져 버린 것들이라..

완전히 사라졌기에 나오는 슬픔은 아닌 것 같아요..

또.. 지나온 시간에서 오는

후회의 슬픔도 아닌 것 같아요..

이런 말 하면 대공께서는 혀를 차실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살도 된다고 배웠고..

그렇게 사는 사람들만 있었고..

그래서.. 그때도..

지금도 그것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잠깐 스친 침묵 속에 많은 의미가 담긴 듯했다.

"지금의 상황에도..

지난 과거에도 제 슬픔의 원인 없다면..

제 슬픔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혹시.. 저분들의 죽음이 원인인가요..?

제이슨을 위해 아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라

명령하던 아버지인데요..?

언제나 동생인 제이슨이 먼저였던 어머니인데요..?

저 자신이 아닌 제 능력만 보고..

그마저도 정치적, 정략적 도구로 이용하려고 했던

두 분인데요..?"

로즈의 고개가 내가 이곳에 도착한 뒤

처음으로 떨궈졌다.

"모르겠어요.. 저는 왜 슬픈 거죠..?"

제이슨과 제퍼드, 라이와 로즈는

모두 같은 것을 잃었다.

제이슨은 더이상 왕이 아님에

분노하다 모든 것을 놓았고,

제퍼트는 자신이 왕위에 오르지 못함에 분노하다가

카시오스의 주먹에 맞았다.

라이에게는 일라인의 피가 흐를 뿐,

더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가족이란

어머니인 슈리아 일라인과

동생 릴리 일라인 뿐이라 생각했기고

그리고 왕위나 권력에 관심조차 없었기에,

잃었지만 잃지 않은 것과 같았다.

제라드와 헤이라스가 남긴 흔적이 유일하게

그들이 가장 무관심했던 대상인

로즈에게 남아버린 것 같았다.

그렇다고 로즈를 안타까워하고 미화할 생각은 없다.

자신의 저질렀던 모든 것이 후회가 없고,

그래왔고 그랬기에 그랬다는 논리는

가증스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누군가를 잃는 `슬픔`을 느낀 그녀라면

한 번의 기회를 주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었다.

물론, 기회만 줄 뿐이다.

지금의 혼란이 진정되고 생각에 여유가 생긴 그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모른다.

뒤늦게 자신을 여왕으로

만들어주지 않은 모든 것을 탓할 수 있고,

제이슨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거나,

제퍼드처럼 모든 것을 남 탓을 하거나,

술에 찌들어 산다거나, 심지어는 삶을 비관해

스스로 생을 마감을 할 수 있다.

이후에 모든 것은

그녀 스스로의 선택이고 책임일 뿐이다.

지금까지 바이올렛처럼

재능을 피울 기회를 준 이들이 아닌

다른 기회를 받은 이들의 마지막이

모두 좋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지만,

부디 그들과 다르게 살기를 바랄 뿐이다.

로즈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누구를 따라가면 될까요?"

"그대의 궁에서 대기하라."

"관대한 처분.. 감사합니다."

아담에게 홀의 통제를 맡기로

반란 건부터 처리하기 위해 접견실로 향하는데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각하!"

"부인..? 아버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에르제 곁에

마치 호위 기사처럼 아버지께서 따라오고 있었다.

"며느리가 아마 너라면

왕성에 있는 사람 누구도 믿지 못할 거라며

도와주러 가야 한다고 하더구나."

홀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했던 고민이었다.

왕실의 주 전력인 왕실 기사단은

지금 리아와 함께 회군하고 있을 것이다.

남아있는 기사들과 병사들 모두

제이슨이 왕이 되고 한번 갈아엎은 상태라

정의, 신의, 충성 이런 것들과 거리가 멀고,

관료들도 모두 능력이 아닌

아첨과 뇌물로 들어온 자들 뿐이었다.

제퍼드가 끌고 온 페이트군 덕분에

서거에 따른 혼란은 덜했지만,

제퍼드의 감금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군요! 부인 고맙소."

"곧 서부에서 쇼페라 후작과

동부로 향하던 마린다가 올 거예요.

그 둘이 오면 왕성 내부를 통제할게요."

"칠흑 기사 열과 라이거 기사 백을

며느리가 보내준다고 하더구나."

`네 기둥` 가문이라는 가문 자체에서 오는 상징성과,

마법사라는 힘으로 찍어 눌러

통제하겠다는 생각이 훌륭했다.

시녀나, 집사, 하인, 하녀들은

귀족이라는 것만으로 통제할 수 있겠지만,

지금 왕성에 있는 귀족이란 작자들은

힘의 논리밖에 통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칠흑 기사 열에 라이거 기사 백이면

남은 왕실 기사들과 페이트군을 장악하는데 충분했다.

"그럼 부탁합니다."

접견실에 들어오자 또 다른 반가운 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도 왔어요! 우리 대공님의 차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잖아요?"

"하하하 메이."

별채의 시녀에서 대공령의 시녀장이 되고,

귀족이 되어도 여전히 변함없는 메이였다.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눌 분위기도 내용도 아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는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반란 건부터 끝을 보지."

아공간에서 두 장의 문서 중 하나를

왼쪽에 앉은 제이슨과 라이에게 건네고,

남은 하나를 오른쪽에 앉은

노도우 테슬린과 키엘 테슬린에게 건넸다.

왼쪽에 건넨 문서는 왕의 권한 모두를

라이에게 이양한다는 내용의 문서였고,

오른쪽에 건넨 문서는

반란의 종식과 사후처리에 관한 문서였다.

읽지도 않고 문서에 서명에

가문의 인장까지 찍은 테슬린 두 명과 달리

제이슨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전장에서 키웠던 개들에게 물린 이후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굴더니

지금에 와서는 쉽게 손이 움직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한마디라도 던지면 화를 낼까?

아니면 구차한 변명이라도 할까?

아니면 잘못했다고 믿지도 못할 용서를 구할까?

그런 기회도 주지 않을 생각으로

메이의 정성이 가득 들어간 차를 마셨다.

스윽..스윽..

<제이슨 일라인>

그가 이번 생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글자는

바로 자신의 이름이었다.

제이슨에게 건네받은 문서에 라이가 서명하고

다시 제이슨이 왕실의 인장을 찍은 후,

그 인장을 라이에게 넘김으로써

반란에 관한 모든 것이 끝났다.

"권한 대리."

"네. 각하.

지금 즉시 왕국의 모든 귀족을 소집하겠습니다."

눈치 빠른 메이 접견실 문을 살짝 열자

대기하고 있던 라이거 기사들이 들어와

제이슨을 데리고 나갔다.

아버지에게 부탁했던 대로

아버지와 교대한 카시오스에게

노도우 테슬린의 감시를,

두 명의 라이거 기사에게는

각각 라이와 키엘을 호위를 맡기고

다시 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담. 왕성 장악은 끝났지만

아버지는 로자이 왕비와 제퍼드를,

카시오시는 노도우 테슬린을 감시하고 있다.

홀의 경계는 라이거 기사들에게 맡기고

아버지를 대신해 두 사람의 감시를 맡아라."

"충!"

이로써 당분간 왕성의 모든 결정권은

아버지가 가지게 될 것이다.

넓은 홀에 내 발걸음 소리만 울렸다.

그 소리마저 끝이 나자 세상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다 짊어지고 떠난 것이 아니라

다 남겨놓고 떠나셨군요.

참으로 이기적이십니다..

세상에 남겨놓은 것들이 많아

주신의 품으로 가는 길 내내 뒤를 돌아보시겠지요.

궁금해하실 것 같아 알려드리겠습니다."

두 관을 마주 보고 앉았다.

"두 분의 죽음에 슬퍼한 사람은

로즈 일라인 하나뿐이었습니다.

왕비께서 가장 사랑했던 제이슨은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더군요..

두 분에게는 어떤 아들이고,

어떤 왕자였지 모르겠지만..

제퍼드는 두 분의 죽음을 이용해 왕이 되려했지요."

아공간에서 술 한 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아마 당장은 로즈만 살아남을 겁니다.

두 분이 남겨놓고 간 죄 모두에

제이슨 본인의 죄까지 더해지겠죠.

제퍼드는 죄명은 반역일 겁니다."

제라드와 헤이라스가 살아서 모든 죄를 안고 갔다면

제이슨도 어쩌면 목숨까지는 보전했을지 모른다.

제퍼드도 왕성에 페이트군을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조금 더 오래 살았을지 모른다.

"혹시 놀라서 잠시 걸음을 멈추셨습니까?

그 정도 양심은 남아있었으면 좋겠군요.."

탁.

뚜껑을 딴 술병 하나를 제라드의 관 앞에 놓았다.

"너무 억울해하지 말라고

한가지 비밀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한번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페페 가문이라는 변명거리는 있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멍청한 삶을 살다가

아버지도.. 어머니도.. 동생 프레시아도 잃고..

광산에 노예로 끌려가 지금의 두 분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야 나왔죠.

세상으로 나온 나를 맞이한 것은

잿더미가 된 영지와 무너진 영주성..

그리고 그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파실리온 가문의 서스 였습니다."

아공간에서 다른 술병을 꺼내 뚜껑을 열어

헤이라스의 관 앞에 놓았다.

"네.. 파실리온 가문에 의해 라이거 가문이 멸문하고

파실리온 가문의 가주에 의해 제 목이 떨어졌죠..

죽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멍청했는지..

죽고 나서야 들렸습니다.. 멍청한 저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스러웠는지.."

나를 위한 술병의 뚜껑도 열었다.

"그리고 만났습니다.."

네 분의 시조님들을.

"그리고 배웠습니다.."

무엇이 소중하고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힘을 써야 하는지.

"그리고 은혜를 입었습니다.."

시조님의 희생을.

"그리고 돌아왔습니다.."

시조님들의 희생의 대가로.

"이런 제가 드리는 처음이자 마지막 충언입니다..

가시는 길에 들리는

원망과 분노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가시는 동안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에

눈을 돌리지 마십시오.

가시는 길에 내는 피비린내에 코를 막지 마십시오.

그 모든 것을 떨쳐내고자, 벗어나고자

외치지 마십시오..

원래 두 분께서 짊어지고 떠나야 한 죄의 대가에

남기고 떠난 죄가 더해진 것이니.."

단번에 술병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면 혹시 압니까..

때마침 그분들이 천 번의 환생을 끝내고 돌아오셨고..

때마침 두 분의 마음이 닿을지.."

다시 홀에는 나의 발걸음 소리만 울렸다.

문손잡이를 잡은 채 뒤돌아 마지막 말을 남겼다.

"두 분께서 만약 다시 시간을 거슬러 돌아온다면..

그때는.. 저처럼 `네 기둥` 가문을

손에 넣어야만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아닌..

`네 기둥` 가문이 서로 손을 맞잡고

천년에 천년의 역사를 더 하는

왕국을 만드시길 바랍니다.."

그들이 죽이었기에 할 수 있는 희망의 말을 끝으로

홀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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