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4화 〉 귀족이라 말 할 수 있는가?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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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귀족이라 말 할 수 있는가?
페이트 공작은 라이를 향해 혀를 차고는
중부 귀족들을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다들! 단단히도 착각하고 계십니다!
지금 라이 왕자님께서는
라이 전하가 아니라 권한 대행입니다!
권한 대행이 아닌 일라인 왕국의 왕일지라도
귀족들의 작위를 함부로 박탈할 수 없습니다!"
왕의 권한 중에는 왕명으로
귀족의 작위를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귀족들의 세력이 커지면서
왕권의 견제와 가문들 간의 관계를 위해
왕의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그 자리에
백작 이상 대귀족의 과반수 찬성이란 조항을 넣었다.
페이트 공작은 이 부분을 지적하며
라이가 귀족들을 무시하고 있고,
중부도 라이의 편에 선다면
왕실의 새로운 주인의 곁에서
권력과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닌,
여전히 왕실의 개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중부 귀족들에게 말하고 있는 거였다.
"이는! 천년의 역사를 왕실과 함께 이끌어 왔던
귀족들에 대한 무시입니다!"
페이트 공작의 속셈이 뻔히 눈에 보였다.
페이트 공작은 라이의 자격을 운운하며
중부 귀족들을 흔들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상황과 공작의 말은
충분히 그들을 흔들기 충분하기도 했다.
제이슨이야 처음부터
이쪽이나 저쪽이나 인정받지 못한 왕이었니
그의 실각은 상관없었고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페이트 공작 측은
당연히 제퍼드를 왕위에 올리고자 했고,
하인즈 공작 측은
지금까지는 채찍을 휘두르는 주인이었으니
이제는 순한 주인의 뒤에서 이빨을 드러내려 했다.
하지만 문제는 제퍼드는 반역의 죄로 감옥에 있고,
순한 주인일 줄 알았던 라이가
채찍이 아닌 검을 들었으며,
하필이면 제퍼드를 감옥에 가둔 것도,
라이의 검이 되어준 것도
나와 라이거 가문이라는 것이다.
중부 귀족들은 이제 생각할 것이다.
차라리 라이의 밑에서 언제 목숨이며 작위가
떨어질지 모르는 것보다
제퍼드의 밑에서 개로 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중부와 동부 귀족의 수가 서부와 남부보다 더 많으니
힘을 합쳐 제퍼드를 왕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제퍼드를 왕으로 만들면
작위는 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몇몇 중부 귀족들이 눈동자를 굴리는 걸 보니
이미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귀족들을 무시했다라.."
"대공! 대공도 마찬가지입니다!
귀족의 작위를 말 한마디로 박탈하다니!
이것이 무시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귀족.. 귀족이라.."
"네! 귀.족입니다!
네! 노예도! 천민도! 평민도 아닌!"
페이트 공작의 시선이 잠시
키엘 테슬린에게 머물렀다.
"일라인 왕국의 천년을 이끌어 왔고!
일라인 왕국의 번영을 이끌어 왔으며!
왕이 왕국의 아버지라면! 귀족은 영지의 아버지고!
왕국의 안정과 번영을 위해
왕도에서! 또는 왕국 전역에서
밤낮으로 노력하는 신분! 바로 귀족입니다!"
"그럼. 페이트 공작은 귀족으로,
그것도 대귀족으로 왕국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무엇을 했다니.. 저는..!"
"아아! 본인의 입으로 본인 자랑을 하는 것이
부끄러울 테니 내가 그대 자랑 좀 하지.
페이트 상단으로 시작해 왕실 납품의 기회를 얻었지..
당시 왕후에게 진상한 보석으로 인해
준남작도 아니고.. 남작도 아닌 자작이 되고,
왕국이 기근으로 허덕일 때
그대 선조가 전 재산을 털어
백성들을 구제해 백작으로 승작."
"대공! 제 가문의 성장과 지금이 무슨 상관입니까!?"
공작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자기 영지와 왕국의 백성들을
선조들과 자신이 평생 모든 돈보다
소중히 생각했던 그대의 선조인 백작이 죽고,
그의 아들이 작위를 이은 뒤
귀족파와 손을 잡은 결과..
페이트 가문의 여인이 왕후가 되었고..
그 이후 테슬린 가문과 함께
귀족파의 핵심 가문이 됨."
"대공!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이전까지는 영지민들에게 쓰여졌던 돈들이
귀족들을 위해 쓰이고,
풍작일 때면 영지민들과 함께하던 잔치가
풍작이기 때문에 더 거둬들인 세금으로
가문의 파티를 열고..
언제나 영지민들을 말에 귀 기울이던 것이
지금에 와서는 그들에게는 귀를 닫고,
열려있는 귀로는 귀족과
뱀, 박쥐, 벌레 같은 것들의 목소리만 들었으며
들었던 그들의 목소리에
자신의 탐욕을 더해 뚫린 입으로 떠들지."
"대공!"
괴상하게 일그러진 페이트 공작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것이 그대가 생각하는 귀족이었나?"
공작 근처에 있던
일부 동부 귀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멍청한 반란에 참여 하지 않은 것은 칭
찬해 줄만 한 일이지만..
반란으로 인해 왕국이 혼란스러워지고,
또 이로 인해 두 왕국의 침략까지 생각한 것은
칭찬해 줄 만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페이트 공작이 말했듯
그대들을 아버지라 여기는 영지민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 귀족인가?
자식을 버리는 사람을 아버지라 말할 수 있으며,
그런 아버지를 귀족이라 말할 수 있는가?"
페이트 공작의 시작이 상인이었다는 것에 놀라고,
동부 귀족들이 도망갔다는 것에 한 번 더 놀라는
중부 귀족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왕국의 귀족이면서 페이트 가문이
상인으로부터 시작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던가?
영지에 있는 시간보다
성도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은 중부 귀족.
그대들 스스로 말하는 중앙 귀족이면서
반란 후 왕국의 정세도 모르고,
동부 귀족들이 영지와 영지민들 버리고
돈과 보석은 물론, 미련이 남았는지
영지의 증서를 가지고 도망가려 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가?"
페이트 공작처럼 중간에 끼어들 용기도 없는
이들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왕국의 역사가 천년이나 되니 그대들 가문이 왜
성도 주변 중부에 자리했는지 잊었는가?
설마 그대 가문의 뿌리를 잊었단 말인가?"
중부 귀족들의 뿌리는
왕성에 실무를 담당하는 관료들이 많았다.
그들이 왕실과 왕국을 위해 노력한 결과
작위를 수여 받았으며,
인재들을 놓치기 싫었던 왕들이
성도 주변에 영지를 하나씩 내리며
중부 귀족이라는 세력이 형성되었던 거였다.
이는 왕들이 그들의 능력을 높이 사,
왕성에서 일하면서도 충분히 자기 영지를
돌볼 수 있다고 판단해 내려진 결과였다.
하지만 대가 거듭되면서 중부 귀족들은
영지는 가문의 배를 불려주는 수단으로,
왕성에서의 인정은 자신의 위신을 높여주는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왕국에서 가장 번성했던 중부가 지금에 와서는
가장 번성이 늦은 지역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왕성의 업무와 영지 관리..
두 가지가 버겁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대들이 귀족이라면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남은 하나에 등을 돌리는 것이 아닌!
한쪽 귀와 한쪽 눈은! 아니! 적어도 한쪽 귀만큼은!
그대들을 아버지라 여기는 영지민들에게
열어 뒀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대들이 걸어간 귀족의 길은 올바른 길이었나?
제라드 선왕의 눈과 귀를 막고,
가끔 선왕의 눈과 귀가 열릴 때면
그가 듣고 싶었던 것만,
그가 들어서 자신에게 피해가 없는 것만,
그가 들어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만 들려주었고!
그가 눈에 담았어야 할 왕국과 백성들이 있는 곳은
그대들의 몸으로 막아
사치와 향락만 보여주지 않았던가?
그런 것이 페이트 공작이 말한
왕국을 위해 노력하는 귀족의 모습인가?
왕실의 개라고 불리니
그대들이 진짜 개라고 생각하는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는!
먹을 것을 주면 꼬리를 흔들고
겁이라도 주면 바짝 꼬리를 말아 버리는!
무서운 주인에게는 배를 보이고
순한 주인에게는 이빨을 드러내는!
그대들은 개인가 사람인가?
동물인지 사람인지 분간도 못 하는 것들을
귀족이라 말 할 수 있는가?"
"대공! 말이 심하십니다!"
"사람 말을 하는 걸 보니, 사람이군.
그럼 귀족은 못되더라도
사람은 되어야 하지 않겠나?"
"대공!"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는 동부 일부 귀족과
자신과 가족들만 살고자
영지와 영지민들 버리고 도망치면서도
영지 증서는 버리지 못했던 또 다른 동부 귀족,
그리고 자기 영지가 어떻게 되고, 영
지민들이 어떻게 되어도 왕과 왕실을
향해 꼬리를 흔들면서 이빨을 드러낼
기회만 엿보고 있는 중부 귀족 다음은
북부 귀족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비어있는
북부 귀족들의 자리로 이동했다.
"그래도 왕실의 개들은
일라인 왕국에 꼬리를 흔들기라도 하지..
일라인 왕국의 귀족이면서
피오네 왕국의 사상과 문화에 찌들어
그들에게 꼬리를 흔들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그들을 대변하면서 그들의 사상이 우월하다 외치며
일라인 왕국의 역사와 문화를
그들에게서 왔다고 주장해가며
일라인 왕국의 백성들에게 그들의 것들을 가르치는
이 북부 귀족들은 어떻게 봐야 하지?"
북부 귀족들을 위해 마련된
의자 중 하나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페이트 공작.
그대의 피가 피오네 왕국의
변방 귀족에게서 왔다고 하더군.
그리고 하인즈 공작.
그대가 먹고, 입고, 쓰는 모든 것의 뿌리가
피오네 왕국 평민들의 것이라 하더군.
피오네의 귀족, 피오네의 백성이 되고 싶거든..
누가 이 땅의 주인이 되든
북부 귀족들의 복귀를 외치면 될 거야."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내 자리로 이동했다.
"자격?
그대들은 귀족으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영지민들을 버리고 도망가는 순간,
자신의 이익에 영지민들의 피와 살을 원하는 순간,
자신을 뿌리를 무시하고 다른 사상에 찌든 순간!
그대들은 이미 귀족으로서 자격이 없어."
"대공께는 마치
자격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페이트 공작이 주먹을 꽉 쥐고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적어도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자격이 있으시고,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이 시대가 원하는
군주의 자질을 가진 분이시지요."
한동안 닫혀있던 라이의 입이 열렸다.
약속되지 않은 상황이라 고개가 라이에게 향했다.
"먼저 대공께서는 휴대구를 개발해
왕국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셨습니다."
"라이 왕자님. 그것은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페이트 공작.
자본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했습니까?
아뇨. 지금 이 왕국의 귀족들은
자본이 있어도 할 수 없을 겁니다.
아니. 하지 않았을 겁니다.
휴대구는 백성들에게 있어서는 소식이지만
귀족들에게 있어서는 정보입니다.
얼마나 빠르고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냐.
이 또한 귀족의 힘 중 하나입니다.
마법사의 마나를 통해 작동 가능한
통신구를 얼마나 가지고 있냐가
부의 과시였고 정보를 손에 넣는 힘이었죠.
과연.. 지금의 귀족들이 자금이 있어 휴대구를 개발해
왕국 백성들이 사용할 수 있게 했을까요?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귀족들은 민심을 얻고 싶어하면서도
민심을 이용하고 또 그것을 두려워했죠.
그 두려움에 여론을 조장하고
정보를 차단, 독점했습니다.
그런데 자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요?
네.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이거 가문과 달리 그조차 독점하고,
그것을 이용해 자신의 배만 불렸겠죠."
"억측입니다!"
"과연 억측일까요?
그대들만 억측이지 수 천만 백성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회의가 있기 전 미리 협의하고 말을 맞춘 것이 아니었고
라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대공께서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왕국을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쾅!
"교역을 중단해 여러 상단과 가문을
힘들게 한 사실이 있으며!
왕성을 무력을 장악한 대공이
무슨 왕국을 생각한단 말입니까!?"
페이트 공작이 테이블을 내려치며 언성을 높였다.
"공작. 그대는 그대 가문과 영지에
수 십, 수 백의 첩자들이 숨어들고,
그대의 영지민들에게 그릇된 사상을 주입하려는
단체가 터를 잡으려 하고,
영지와 영지민들의 발전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그대의 영지에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원인을 파악해 영지전을 신청하고
들어오는 첩자들을 색출해 그들의 목을 모두 베며,
영지의 발전을 방해하는 이들을
모두 죽이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언제까지 그런 것들을 찾아내야 하며,
언제까지 방해 받아야 하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어야 합니까?"
"그..그건.."
"대공께서 모두 대공의 영지와 영지민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란 겁니다."
"그것은 라이거 영지와..!"
"제국의 조건.
그 뒤에 대공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비밀로 했지만 밝혀져도 상관없는 것이었고
라이에게도 필요하면 그 사실을 이용하라고 한 것도
나이기에 라이를 말리지 않았다.
"카르엘 가문이 가지고 있던 왕국
천 년의 역사 또한 대공께서 가지고 계십니다."
"그 조건 때문에! 북부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피오네 왕국의 사상!
문화가 왕국을 좀먹고 있다는 것은 압니다!
제국의 조건으로 그것을 바로 잡을 것이 아니라!
왕실과 귀족 간에 충분한 회의와 노력으로도
충분히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날벼락 같은 제국의 조건 때문에
사상과 문화를 떠나서! 엉망이 되었단 말입니다!"
"공작께서는 계속 `다면?" 이라 말씀 하시는군요.
그럼 제가 묻죠.
그렇다면 그때 공작과 왕국 귀족들을
무엇을 하셨습니까?"
"그..그.."
"그리고 엉망이요?
피오네 왕국에 붙은 북부 귀족들에게나 엉망이지
지금 북부는 원래의 모습을 찾고 있습니다."
"제국의 자금으로 말입니까?"
"공작.. 여기까지 말했으면 예상을 하셨서야지요.."
"설마.."
"북부 재건 자금도, 피오네의 것들이 빠지면서
문제가 되었던 것을 바로 잡는 자금도..
심지어는 한꺼번에 빠져나간 자금 때문에
왕실이 흔들리지 않게 제국에게
지원 받은 자금 모두!
라이거 가문의 돈입니다."
"그럴.. 수가.."
"그 자금을 횡령하려 한 것이 북부 귀족들이고..
떨어지는 금가루라도 얻어보려 하고 했던 것이
중부 귀족들이고.. 이런 상황들을 이용해
인신매매라는 범죄를 저질렀던 것이
테슬린 가문의 아폴론이며!
이에 동조해 반란을 일으킨 것이 동부 귀족이며!
이 와중에도 이것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손에 쥐려고 하는 것이 그대들이 입니다!"
쾅!
라이가 테이블을 치며 벌떡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