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72화 (172/201)

〈 172화 〉 제국의 약점에 대해서 말해 줘.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h‎‎t‍tp‎‎s‍‎‎:‎‎‍/‍/‎‎‍t‎‎.‍‍m‎‎e‍/‎‎‍N‎‎o‍‎‎‎‎v‍e‍l‍‍P‍o‎‎‎‎r‍t‎‎a‎‎l

172. 제국의 약점에 대해서 말해 줘.

포이든 왕국 성도.

다른 술집들이 이제 막

영업을 알리는 푯말을 걸고 있을 때,

이곳은 영업을 종료하는 푯말을 내 걸었다.

허름한 건물과 삐뚤어진 간판.

사람들은 영업 종료가 아닌

폐업이라 걸어 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수군거리고 지나갔다.

누가 봐도 망하기 직전의 술집 건물의 지하.

지하의 모습은 이제 막 달이 뜨기 시작한 밖과는

완전히 달랐다.

화려한 불빛과 시끄러운 음악 소리,

가득 메운 술 냄새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

그리고 남자들의 욕설과

여자들의 교태가 끊임없는 이곳.

하지만 이 모든 소리와 냄새들을

차단하는 방이 있었고,

그 방에는 주인이 존재했다.

"델타 왕자님. 무슨 고민이 있으십니까?"

"새것을 채워."

델타 왕자.

델타 포이든 왕자이자

왕위 계승권 순위가 낮아

공작도 아닌 백작의 작위와 함께

왕국 북부 끝 영지를 하사받은 인물이 입을 열자

델타에게 질문을 던졌던 남자가 벌떡 일어나

바닥에 엎으려 헐떡이는 여자를 우

악스럽게 끌어 밖으로 보내버리며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에게

`교체`라는 짧은 말만 남기고 다시 문을 닫았다.

"왕자님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여자를 보내다니..

이곳 주인을 바꿔야겠습니다."

"됐다."

델타는 조금 전 품에 안겨있던 여자에게 꽤 만족했다.

그를 만족하게 하지 못한 것은

여자가 아니라 다른 것들이었다.

델타가 `후계`에 대해 자세히 알기도 전에

이미 왕국은 후계자가 정해져 있었다.

그 후계자는 왕과 왕후의 첫째 아들이라

정통성은 완벽했다.

제4 왕비의 아들.

위로 왕자가 5명, 왕녀가 3명 있지만,

왕녀는 후계자가 될 수 없기에

후계 순위 6번째가 되었다.

게다가 왕세자비의 몸에서 왕세손까지 나왔으니

6번째라는 후계 순위도 이제는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젠장. 전쟁을 하냐마냐 하는 시점에

그 짓거리나 하고.. 새끼까지.."

델타 왕자의 추종자들이 `그 짓거리`와

`새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 없었다.

"이번 일테라쇼 제국의 건방짐을 찬성하실 때는

우리 왕국의 왕세자가 맞나 싶었습니다."

델타는 그때가 생각났는지 표정을 구겼다.

"미친 새끼.. 왕세자가 될 때도

그렇게나 귀족들에게 꼬리를 흔들었다니."

"그렇게 말입니다.

적통 1 왕자가 자존심도 없었나 봅니다."

"이봐.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국에 꼬리를 흔들고 있는 거 아니겠나."

반쪽이지만 같은 핏줄을 타고난 형제,

다음 대 왕국을 이끌어갈

왕세자에 대한 비난의 말이 쏟아지자

델타의 표정이 풀렸다.

문이 열리고 새로운 여자들이 들어와

자리에 앉았음에도 왕국과 왕세자에 대한

험담이 멈추지 않았다.

델타는 다시 들리기 시작한

주변의 야릇한 소리에 귀를 닫고

술잔만 매만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왕국을 이끌만한 사람은

자신밖에 없었다.

아버지, 현재의 왕은 백성들을 물론,

가족들에게도 신임을 잃었다.

그에게 부인이란 후손을 잉태하는 도구일 뿐이고,

아들은 태어난 순서에 맞게

한계가 정해진 것에 불가했으며,

딸은 왕실의 우호 세력을 만들게 해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왕실 여인들끼리의 암투도,

왕자들끼리의 세력 싸움도 당연하다 여기어

품에 안는 대신,

절벽으로 밀어버리는 것이 아버지였다.

그렇게나 가족이 아닌

왕국을 생각했으면 운영이라도 잘해야지

대륙 진출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전쟁 준비를 하다가

카이젠 제국이 망하고 수아르 제국이

그 자리를 차지하자마자 바로 꼬리를 말았다.

일라인 왕국에 반란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그토록 지금이 기회라고 소리쳤지만

결국 꼬리를 말다 못해 흔드는 것을 택했다.

꼬리를 말고, 꼬리를 흔드는 개답게

일테라쇼 황제의 엎드린 명령에

엎드리다 못해 배라도 보여줄 줄 알았더니

꼴에 자존심은 있는지 흔들던 꼬리가 멈췄다.

이때 누워서 배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왕세자는 역시나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그 다운 모습을 보였다.

자신에게 백작의 작위와

북부 끝 작은 영지를 내려야 한다고

떠들던 다른 왕자들도

자질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었다.

많게는 조카뻘, 적게는 동생뻘에게

검술이면 검술, 학식이면 학식에서

모두 밀리는데 말해 뭐하겠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왕의 자리는 자신의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왕의 자리에 앉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반란?

자신의 군과 추종자들의 군을 합쳐도

후계자와 그를 따르는 귀족들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민심?

왕실에 대한 민심은 이미 바닥이고,

바닥을 치는 민심을 끌어올릴 수는 있으나

그때가 되면 이미 지금의 아버지 나이쯤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머! 거긴 약한 부분이라.."

순간 새로 들어온 여자 중 한 명의 목소리가

닫았던 귀를 뚫고 들어왔다.

"그만!"

델타의 단 한마디에

방안의 모든 움직임과 소리가 멈췄다.

"금방 약한 부분 운운한 년이 누구냐?"

추종자 중 한 명의 품에 안겨있던 여자가

바닥에 엎드렸다.

"소..소인이 실언했습니다!

제..제발 목숨만은.."

"약한 부분이라.. 약한 부분.. 그래..

왕실도, 귀족도 찍소리 못하고,

백성들도 나를 존경할 방법이 있었구나..

허! 왜 그 생각은 하지 못했지?

아아.. 이게 다 촌구석에 박혀있어서 그래..

역시.. 남자는 큰물에 있어야

몸도 머리도 풀리는 법이야.."

혼자만 이해할 수 있는 말을 끝낸 델타의 고개가

바닥에 엎드려 덜덜 떨고 있는 여자에게 향했다.

"이름."

"안.안.안제리라입니다.."

델타가 추종자 중 한 명에게 눈빛을 보내자

그가 벽에 세워 두었던 검집에서 검을 꺼냈다.

"살..살려주시요.. 제발.."

"그거 말고."

델타가 엎드려 살려 달라고 빌었던 이들에게

검의 날카로움 말고 준 것이 없었기에

이해하지 못한 추종자들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 모습에 짜증이 난 델타가

한숨을 내뱉으려는 순간,

추종자 중 가장 어리고 서열이 낮은 한 명이

품에서 금화 주머니를 꺼내

여자에게 던졌다.

모여 있는 이들 중 가장 하찮은 존재의 돌발 행동.

자존심이 상해, 건방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델타의 심기를 거슬릴까,

또는 목이 떨어질 그가 안타까워

몇몇이 나서려 할 때,

그들보다 델타의 입이 먼저 열렸다.

"이름."

"하세 가문의 미토세이라 합니다."

미토세이는 왕자가 자신의 가문과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이름을 물어봐 준다는 것이

더 없는 영광이었다.

"미토세이라.. 그렇군.

안제리라."

"네? 네!"

"네년의 이름을 기억하겠다.

미토세이가 준 돈은 생각을 뚫어준 대가니 가져가고,

훗날, 내가 왕좌의 않거든 나를 찾아오라."

왕좌라는 말에 추종자의 눈이 커졌다.

"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가 봐. 너희들도 다 나가."

델타가 손짓하자 여자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방안에는 추종자들만 남았다.

"술도 치워."

술병과 안주들이 사라지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자.. 질문."

추종자들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해도 피곤해진다.

"일테라쇼 황제의 약점이 뭐지?"

"정통성이 없습니다!"

"쯧."

라이거 가문이 어떤 가문이고,

일라인 왕국이 어떤 가문들에 의해

건국되었는지 모르고 정통성 운운하는

추종자를 향해 델타를 혀를 찼다.

"라이거 가문이 옛 일라인 왕국의 남부와

서부의 민심은 장악했을지 모르나,

다른 지역은 아닙니다.

어린 계집을 중부, 망한 왕국의 후손을 북부,

어디서 굴러다니던 놈에게 동부를 맡겼으니

민심은커녕 운영하기도 힘들 겁니다."

어린 여자가 뭘 할 수 있으며,

망한 왕국의 왕자에 권위가 어디 있고,

평민으로 살던 놈이 귀족과 정치에 대해 뭘 알겠는가.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지만

델타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고,

그 일을 진행 시키기 위해

쓸만한 인재를 찾고 있을 뿐이었다.

"두 황후가 아닐까 합니다."

"하하하 역시 멍청한 형님을 택한 가문과 달리

나를 택할 만큼 똑똑하군!"

소소리 백작 가문의 후계자인 조인 소소리가

감사의 인사를 표하듯 고개를 숙였다.

"설명을."

"네. 왕자님.

두 황후는 황제의 약점임과 동시에

제국의 약점이기도 합니다.

먼저 황제의 약점 부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카온과 리아, 에르제는

정치적 정략 결혼이 아닌 연애 결혼에 가까웠다.

한 명은 고작 남작 가문의 영애이고,

한 명은 평민이다.

그 평민이 익스퍼트라는 소문이 있지만

확인된 바 없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작 영애와 평민을 황후로 앉혔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사랑이 깊고 애틋하다는 뜻이다.

만약 그 둘 중 한 명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카온의 정신적 충격이 클 것이다.

"그렇지. 정략 결혼한 정실부인이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데

애첩이 죽으면 세상이 떠나가라

장례를 치러주는 것이 귀족 사내들이니."

둘 중 한 명에 문제를 안겨주기도 쉽다.

수아르 제국과 다른 왕국의

황후, 왕비들처럼 궁 안에 처박혀

차나 마시며 보석과 드레스를 고르는 것이 아닌,

고작 호위 기사 몇만 대동하고 밖으로 나다닌다.

"그래. 웃긴 년들이지.

여자가 무슨 정치고, 여자가 무슨 기사야.

덕분에 기회가 왔지만."

"왕자님. 하지만 호위의 실력도 대단하다 들었지만..

리아인가.. 그 황후 자체도 익스퍼트의 실력자라고.."

"쯧. 또 멍청한 소리를 할 거면 입을 닫아!

치안대가 있다고 범죄가 안 일어나?

법이 있다고 범죄자가 사라져?

호위가 있다고 안 죽어?

그럼 지금까지 포이든의 핏줄들은 다 살아있게?

익스퍼트? 허!

세상에 익스퍼트가 그년 하나뿐이야?

같은 익스퍼라면 당연히 남자가 위지!"

"네! 네! 맞습니다! 제가 실언을.."

"쯧. 계속해.

아! 그런 면에서는 황제의 동생도 이용할 수 있겠군."

"네. 왕자님.

하지만 동생과 부인은 다르고,

그 부인은 황후이죠.

이 점이 제국의 약점에도 포함되는 것이니

더 큰 물고기가 될 겁니다."

"그래. 그래! 이왕 낚으려면 대어를 낚아야지! 암!

이제 이 멍청한 것들에게

제국의 약점에 대해서 말해 줘."

"네. 왕자님."

유난히 어깨가 올라간

조인 소소리를 보면 델타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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