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4화 〉 정말 죽고 싶은 거야?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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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정말 죽고 싶은 거야?
스칼렛에게서 모든 것을 들은 에르제가
찻잔을 내리며 물었다.
"죽여 달라고 했니?"
"네.."
"정말 죽고 싶은 거야?"
스칼렛의 입에서 나온 내용들이라면
그녀는 수많은 죄명이 적용되어 원
하지 않아도 결론은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다.
"네..?"
"그래.. 내 앞에 있는 너의 모습이
지금과 달랐다면 죽여달라 말하기 전에
이미 죽어있겠지.."
모든 근본적인 문제는 스칼렛에게 명령을 내린
포이든 왕국의 귀족과 왕자에게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앞에서는 입도 벙긋 못하면서
뒤에는 아직도 일라인 왕국을 생각하는
일부 일테라쇼 제국의 귀족들,
더 정확히는 일부 동부 귀족들의 정보를
왕자 측에 넘긴 것이 스칼렛이었다.
황성 시녀들과 집사들을 상대로
두 황후에 대해 제일 먼저 떠든 것도 스칼렛이고,
황후의 동향을 파악해
보고 하려 한 것도 스칼렛이다.
만약 그들의 계획이 성공해
두 황후 중 한 명이 주신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동부의 일부 귀족들에 의해 내란이 일어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두 황후 사이가 갈라지게 될지라도
모든 공은 포이든 왕국의 왕자의 것이 될 것이고,
결국 스칼렛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죽음`이다.
"하지만 스칼렛.
네가 포이든 왕국으로 넘긴 동부 귀족들의 정보는
이미 파악하고 있었고,
그들을 내치고 그 지역을 관리할
다른 귀족을 찾는 중이었어."
즉. 스칼렛은 조만간 귀족에서
평민으로 강등될 이들의 정보였다.
"덕분에 화근은 남기지 않아도 되는구나."
이번 일을 통해 일부 동부 귀족들은
포이든 왕국의 왕자와 손을 잡으면서
평민으로도 살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두 황후 사이의 반목이라.. 포이든 왕국은
참으로 우리를 가볍게 여기는 여기는구나."
"두 왕후분들 사이는 좋아도..
황자가 태어나면 달라질 것이고..
두분의 생각과는 달리.. 귀족들은 줄은 설거라고.."
"스칼렛.
여기는 포이든 왕국도, 피오네 왕국도,
수아르 제국도 아닌 일테라쇼 제국이란다."
"그게..무슨.."
"제국은 줄은 잘 선다고 살아남는 곳이 아니야.
제국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권리와 부,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황후에 줄을 서야 하고,
어느 황자나 황녀의 손을 잡아야 하는지
생각할 시간도 없을 거니까."
에르제의 말에 스칼렛은 무언가를 떠 올렸다.
"사교계.."
스칼렛이 넘긴 정보 중에는
포섭한 제국 귀족이 파티에 참여해
얻어온 정보도 있었다.
하지만 사교계는 끼리끼리의 모임이라
스칼렛의 귀에 들어온 정보라고는
제국의 중요한 동향이 아닌,
오로지 제국에 대한 불평불만 뿐이었던 것이다.
스칼렛은 이제야 왜 그런 정보들만
들어왔는지 깨달았다.
"두 황후의 반목?
그런 제국에서 황후가
여유롭게 서로를 비난한 시간이 있을 것 같니?
우리는 고상하게 앉아서 차나 마시고
귀족들의 아부나 받을 시간이 없단다."
군이 기사와 병사들만 있다고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기사와 병사들을 입히고 먹이는 것부터,
창과 검, 방패와 갑옷까지 이 모든 비용의 결제가
에르제의 손에서 이루어진다.
정치와 정책 또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좋은 의견을 내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다.
치안, 호위, 경계의 보호 시행되는 것이 대부분이고,
이는 리아가 결정할 사항이었다.
카온은 두 황후에게 큰 권한을 주고,
동시에 큰 책임을 함께 넘기면서
둘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물론 두 황후가 서로를 잘 이해하고 배려했기 때문에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왕자는 반목을 계획하기 전에
왜 제국에 황후가 두 명이며,
황후의 서열이 정해지지 않았는지부터 생각했어야 해."
"아.."
위에서 내려온 명령,
그 명령에 따른 스칼렛.
벌써 세 개의 큰 계획 중 두 개가
헛짓거리였다는 것을 알았다.
"황후 제거라..
이런 계획을 짠 이들이 가장 쉽다고 생각한 방법이겠지?
네가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마.. 제거가 첫 번째 목표이고
나머지 것들은 부수적인 것들이었을 거야."
스칼렛의 눈에 들어온 에르제의 표정에서는
공포나 두려움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은은한 미소를 머물고 말을 이었다.
"참으로 포이든 다운 생각인 것 같아.
다른 왕족이나 귀부인들과 달리
밖으로 나가는 일이 많으니
그런 쉬운 계획에 박수를 보냈겠지?
하지만 이것이 가장 어렵다는 건 몰랐겠지."
에르제는 목걸이와 귀걸이,
그리고 반지를 한 번씩 쓰다듬었다.
"난 언제나 이것들과 함께한단다.
목걸이와 반지는 물리적,
마법적 공격뿐만 아니라 독까지 방어해주고
나에게 어떤 위해가 가해지면
이 귀걸이가 폐하께 신호를 보내지."
"폐하께..직접.."
"폐하께서 주신 이 장신구만 믿는 게 아니란다.
오히려 다른 것을 더 믿지.
바로.. 아담.
너도 황궁에서 일하고 정보를 수집했을 테니
들어 봤을 거야."
"네.."
"이 땅에 일라인 왕국이 망하고 제국이 건국되었어.
모든 이들이 제국을 찬양하고 황족을 존경할까?
아니, 세상이 수십, 수백 번 바뀌고,
이 땅이 주인이 그보다 더 많이 바뀌어도,
모두가 칭송하는 성군이 제국을 다스려도
누군가는 소리치지.
이제 막 땅의 주인이 바뀐 지금.
나는 왜 안심하고 어디든 갈 수 있을까?
왜 나에게는 아무런 일이 없을까?"
"아.."
"왜 리아 황후님은 혼자 다니는데
머리카락 한 올 상하지 않을까?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나는 남작 가문 영애라
철부지처럼 돌아다니는 것이고,
리아 황후님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고 있다고.
아마 그들이 조금만 더 눈에 보이는 것 믿고,
들리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면
암살이나 제거 같은 말은 하지 않았을 거야.
믿지 않겠지.
리아 황후님이 어떤 과정을 거처
칠흑 기사단을 이끄는 단장이 되었는지.
인정하기 싫은 것은 믿지 않고, 여
자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일테라쇼 제국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내려다보려는 그들이니 그럴 수밖에.
그것이 자기 목을 조르는지도 모르고 말이야.
스칼렛의 몸에 힘이 쭉 빠졌다.
죽기를 각오하고 에르제를 찾아온 마음마저
꺾여버렸다.
처음부터 실패가 예정된 계획이었다.
계획은 포이든 왕국의 왕자와 그의 추종자들이 짰지만
이 계획의 모든 이점은 모두
일테라쇼 제국이 가지는 일이었다.
"다시 물을게.
지금도 죽여 달라고 청할 거니?"
"제가 죄인이라는 건 변함이 없습니다.."
"내가 묻는 것은
너에게 죄가 있고, 없고가 아니라
죽고 싶은지 살고 싶은지야."
스칼렛은 자신이 지은 죄가 무엇이고
그 대가가 무엇일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솔직히 살고 싶었다.
목숨만 살려주면 뭐든 다하겠다는
그런 살고자 함이 아니었다.
노예가 아닌,
누군가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도구가 아닌
스칼렛으로 살고 싶었다.
이기적이라도 살고 싶었다.
스칼렛은 에르제의 마지막 물음에서
본능에 무릎을 꿇었다.
"살고.. 싶습니다.."
에르제는 그녀의 본능을 느꼈다.
그리고 그 본능의 목소리에 응해
카온처럼 그녀에게도 한 번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스칼렛.
나와 리아 황후님은 삼일 뒤 건강상의 이유로
동부 휴양 도시인 올반으로 갈 예정이다."
"네?"
"그날 황제 폐하께서는
수아르 제국의 황제와의 협의 때문에
자유 도시로 떠날 예정이지.
황제 폐하께서는 안전을 이유로 칠흑 기사단을
우리에게 동행하려 했지만
우리가 편히 쉬고 싶다고 청해
각각 호위 3명만 데리고 올반으로 간다."
"설마.."
"이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
이것이 네가 죗값을 치르는 일이다."
에르제가 본 스칼렛의 눈물과 말은
모두 진실이었다.
하지만 에르제 본인도 신이 아닌 사람이라
`기회`라는 이름으로 스칼렛을 시험하고 있었다.
스칼렛의 마음이 진심이든,
거짓이든 그 결과는 같았기에.
이틀 뒤 밤.
제국의 성도에서 올반으로 가는 길목에
복면을 쓴 십여 명의 남자들이
어둠과 하나가 되어 숨어있었다.
"대장. 이 정보가 확실합니까?"
"내가 어떻게 알아?"
"아무리 생각해도 미치지 않고서야!
황후씩이나 되는 년들이
고작 호위 6명을 데리고 이동할 것 같지 않은데.."
"우리는 생각하지 않는다.
위에서 내려온 명령만 따를 뿐이지."
"뭐. 그렇죠. 저 같은 놈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위에서 충분히 확인한 정보겠죠."
"형님. 매일 나무에 단검만 던지지 말고
외부 소식 좀 들으면서 사십시오!"
"이 새끼가!"
"제국의 두 황후는 황성에서 노는 것보다
밖에서 노는 걸 더 좋아 한답니다."
"귀족이?"
"아이고.. 형님.. 한 년은 평민 출신 기사고
한 년은 가난한 남작 가문 아닙니까?"
"은발의 여자는 건드리지 마라.
소문과 정보대로라면 그 년은 익스퍼트다.
그 년은 나와 4 다시 3번이 상대한다."
"오호! 대장. 그리고요?"
"발정 난 개새끼들..
너희들이 맡은 년은 너희가 알아서 해.
난 유들유들한 살결은 관심없다."
"하여간 대장도 특이하다니까."
포이든 왕국의 비밀 단체 `카제`.
카제 4조의 대장을 맡은
4 다시 1번의 눈은 살인과 여인을 품을 생각에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에게는 꿈이 있었다.
못 먹어서 삐쩍 마르고 냄새나는 여자가 아닌,
귀족, 그것도 고위 귀족을 품어 보는 것.
고위 귀족 중에서도 검술로 다져진
몸매를 가진 여인을 품어 보는 것.
그런 여자가 검을 들고 앵앵거리다가
자신에 배 아래에 깔려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는 것.
어느 상단의 여식을 겁탈하려다 잡혀와
마음껏 여자를 품을 수 있다는 말에 들어온 카제.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 곧 다가왔다.
"쉿! 도착 10분 전 신호다!"
다른 카제들은 각자의 무기로 손을 가져갔고
4 다시 1은 복면 속 입술을 혀로 한번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