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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79화 (179/201)

〈 179화 〉 고작 델타 왕자의 목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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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고작 델타 왕자의 목숨이 아니다.

칠흑 기사단의 오러가 닿는 곳에 있던

모든 이들이 무릎을 꿇었다.

감히 흥미로 더 가까이 다가왔던 자들은

숨을 헐떡이며 쓰러졌고,

포이든 왕국의 귀족이나 상류층을 태운

마차를 끌던 말들이 두려움에 미쳐 날뛰거나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무고한 백성들?

아니다.

이곳에 머물렀던 단 이틀 동안,

일테라쇼 제국의 의복을 입었다는 것만으로

꿇어앉아 있는 이들, 괴로움에 헐떡이는 이들,

도망치는 이들의 무시와

하찮게 보는 시선을 수없이 느꼈다.

모든 것이 귀족 때문이다?

힘이 없기에 어쩔 수 없었다.

아니다. 변명이고 구차함일 뿐이다.

미쳐 날뛰는 말 때문에

옷과 머리카락이 엉망이 된 저 귀족은

옛 일라인 왕국과 옛 카이젠 제국,

심지어는 동맹관계인 피오네 왕국의 사람들을

노예로 삼고 있고,

그 모습을 보고 기겁하며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도망치는 저 평민은

우연히도 어제 야쿠 조직원을 만났을 때,

눈치만 보다가 같은 모습으로 도망치던 남자였다.

자신들을 우월한 존재라 여기며,

자신보다 우월하지 못한 존재에 대해서는

죄의식이 없는 이들.

그런 민족이 사는 곳이 바로 포이든 왕국이었다.

우월하기에 `자유`가 보장되고,

우월하기에 `억압`이 당연시되는 왕국.

그래서 일부러 보여줬다.

왕부터 귀족, 평민들이 생각하는

자신들의 우월함이 얼마나 가치 없는 것인지.

마차가 지나가자 오러의 기운에 벗어난 이들이

우리를 향해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그런 그들을 향해 칠흑 기사 중 누군가가

말 머리를 돌렸고,

온갖 욕설을 내뱉던 자들의 외침이 멈췄다.

딱 그 정도의 인간이란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아담."

마차 창문 너머로 아담을 불렀다.

"네. 폐하."

"왕성 입구에 왕세자가 나와 있는가?"

"입구에 귀족처럼 보이는 이들과

얼굴이 엉망이 된 한 명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은 보이지만..

어제 술집에서 본 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자페이 가문의 후계자는 누군가에게

굽신거리고 있습니다."

"수아르 제국 황제께 전하라.

왕성 입구에서 기다렸다고 왕세자의 등을 밟고

성안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충!"

아담의 기운이 마차에서 멀어졌다.

"리아. 아무래도 포이든은

말로서 상대할 곳이 아닌가 봐."

"원래부터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흠.. 그래. 어차피 힘을 누를 생각은 했지만..

그 계기가 두 황후가 되니.. 마음이 편치 않아.

본의 아니게 두 황후의 불행을

내가 이용하는 것 같아서 말이지."

맞은 편에 앉아 있던 리아가 옆으로 와

나의 손을 잡았다.

"폐하. 불행은 걱정하던 일이 벌어져야

비로소 불행인 겁니다.

에르제 황후 아래 제국이 자랑하는 정보 조직과

대륙 최고의 두뇌인 나폴레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폐하께서 저에게 검을 겨누시지 않는다면

저를 죽일 자는 자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이는 불행과 걱정이 아니라 기회일 뿐입니다."

"그럼. 두 황후께서 만들어 주신 기회를

잘 이용하겠지?"

"제 주군이시라면."

이내 마차가 멈춰서고 수아르 황제가 탄 마차가 있는

앞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렸다.

`수아르 제국의 황제 폐하께..`

`진짜 수아르 황제가 동행하고 있을 줄이야..`

"폐하."

카시오스가 열어 주는 문을 통해 내가 내리자

뚝 하고 모든 소리가 멈췄다.

나를 향해 몸을 돌린 수아르 황제 너머로

포이든 왕국 귀족들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자페이 가문의 후계자와 그 옆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는 나이 든 귀족.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열 명 남짓의 귀족들.

두 명의 황제와 포이든 왕국의 귀족들이 모인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 엉망이 된 남자가 손발이 묶여 꿇어있는

이질적인 모습.

하지만 포이든 왕국의 국왕은 물론,

현재 왕국의 모든 것을 손에 쥐고 있는

왕세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마차 문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아.."

"미모가.."

"일테라쇼 제국의 황후가 저 정도 일 줄이야.."

꾹 하고 닫혔던 그들의 입이

리아의 등장과 함께 다시 열렸다.

"포이든의 귀족들은 예의를 모르는군.

감시 왕국의 미천한 귀족 주제에

제국의 황후를 똑바로 보다니."

"큼.."

"이런.."

"처음 뵌 일테라쇼 제국의 황후께서

너무나 아름다워

잠시 저희가 넋을 잃었나 봅니다.

대 제국의 황제께서는 노여움을 푸시지요."

포이든 귀족 중에 가장 눈여겨보던

자페이 가문 후계자의 옆에 있던

나이 든 귀족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아.. 귀족인가? 포이든 왕국의 귀족이란 자가

이 정도일 줄이야.."

"폐하.. 무슨 말씀이신지.."

"처음 본 포이든 왕국의 귀족이

너무나 예의 없고 멍청해서

잠시 나의 속 마음이 나온 모양이군.

이해하던지, 노여워하든지 알아서 하시게."

"폐하! 이분은!"

옆에 있던 이베르 자페이가 끼어들었다.

"포이든 왕국에서야 `분`이지 나에게는 똑같은

포이든 왕국의 귀족일 뿐이다.

아니지.. 감히 귀족 나부랭이 주제에

나의 앞을 가로막고, 입을 열라고 허락하지 않았는데

소개 없이, 이 자가 말했듯,

대 제국 황제에 대한 예의도 없이

입을 연 곧 목이 떨어져 나갈 자일 뿐이지."

"폐하! 이분은 포이든 왕국의 원로회 수장이신

자게우 소페아르 대공이십니다!"

"자페이.. 그만하거라.

내가 괜히 우리 귀족들을 감싸려다

예의를 잊은 것은 맞으니.

허허.. 인사가 늦었습니다.

포이든 왕국의 원로회에 한자리를 맡은

자게우 소페아르라 합니다."

말과 태도, 눈빛 그 어느 곳에서도

예의를 찾아볼 수 없었다.

"허나.. 폐하.."

눈빛을 죽이고 인자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가려는 그를 지나쳐

이베르 자페이 앞에 섰다.

"어제 상석에 앉아 있던 왕세자가 아니라고 한 자가

감히 내 말을 전하지 않은 것 같구나. 아베르 자페이."

"아닙니다!

보십시오! 저자!

저자가 바로 모든 일에 원흉인 델타 왕자입니다!

폐하께서 원하셨던 대로"

"자페이! 그만 입을 놀리거라!"

"하..하지만 대공.."

"내가 원했던 대로?"

소페아르 대공을 무시하고 이베르에게 물었다.

"그..그것이.. 네!

폐하께서 원하셨던 대로 왕성 입구에서

폐하와 황후폐하를 맞이했으며..

죄인인 텔타 왕자를 폐하 앞에 데리고 왔습니다.

감히 일테라쇼 제국에 혼란을 일으키고..!"

"그만."

"폐하! 국가 간의 문제는 제가.."

이베르의 입이 닫히자 소페아르가 끼어들었다.

"아.. 시끄러워.."

딱!

손가락을 튕기자 모든 이들의 움직임 멈췄다.

눈을 부릅뜬 채 입만 뻥긋거리는 대공을

한번 바라고는 다시 이베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 이제 조용하네. 그렇지 이베르?

내가 원했던 대로라..

이베르. 난 분명 왕세자가 왕성 입구에서

나와 황후를 맞이하라 하였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왕세자가 보이지 않고

웬 날파리 한 마리가 계속 윙윙거리고 있구나."

"꿇어라."

뫼비우스 고리의 기운을 담은 나의 명령이 아니었다.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리아가

마스터의 기운을 담아 짧게 말했다.

툭. 쿵. 철컥!

수아르 황제 일행과 칠흑 기사단을 제외한

포이든 왕국의 귀족과 기사들,

왕성 앞에서 모든 포이든 왕국 백성들의 무릎이

일제히 꿇렸다.

"그래.. 계속 뭔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이거였군.

그대들의 목과 무릎이 너무 뻣뻣했다는 거."

딱.

"푸핫!"

"컥!"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기자

대공과 이베르의 숨이 터져 나왔다.

"폐하! 어찌하여!"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대공.

어찌하여 이렇게 무례하냐고?

늘.. 그대들은 그랬지.

자기 잘못은 서류를 조작하고

언론과 역사를 조작해 가면서까지

정당화하고 다른 이들의 잘못은 무례하다고 외치는..

나는 분명. 왕세자가 왕성 입구로 나와서

맞이하라고 하였다."

"일국의 왕세자입니다!"

"그리고 직접 나와서 벌할 이들은 벌하고,

보상할 것은 보상하라고 하였다."

"델타 왕자를 폐하께 바쳤고!

보상에 관한 것은 제가 전권을 위임받았습니다!"

아직도 무엇이 잘못인지 모르는 대공에게

한발 다가갔다.

"그대가 왕세자인가?"

"그건.."

"나는. 왕세자에게. 명했다.

그리고 내가 바라는 것은

고작 델타 왕자의 목숨이 아니다.

내가 벌레 한 마리 죽이고자

바다 건너 이곳까지 왔다고 생각하는가?"

"그..그럼.."

"왕세자의 등이 왕성의 문을 넘는 발판이 된다면 그때,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해주지."

"폐하! 어찌.."

*

소페아르 대공은 정신이 없었다.

어젯밤. 귀족들을 등에 업고 혼자 잘난 척 하며 날뛰던

왕세자가 찾아와 도움을 요청 할 때까지만 해도

포이든 왕국이 다시 원로회의 손에

넘어 올 거라 믿었다.

왕국과 왕세자가 직면한 문제 또한 별거 아니었다.

멍청하면서 야망만 큰 델타 왕자가

결국 대형 사고를 쳤고,

두 황후를 끔찍이도 생각한다는

제국의 황제가 직접 찾아왔다.

고작 여자 때문에 황제의 체면도 벗어던지고

적국이라 할 수 있는 곳에 홀로 온 황제.

새파랗게 어린 제국의 황제가 우스웠다.

문제의 원인인 델타 왕자를 보상과 함께 던져주고

살살 구슬려 원로회와 손잡게 한다.

이것이 소페아르 대공이 생각한

포이든 왕국을 손을 넣고, 일테라쇼 제국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날이 밝자 모든 것이 자기 생각과 달랐다.

다른 이도 아닌 수아르 제국 황제의 호위를 받으며

일테라쇼 제국 황제가 나타났다.

어둠 같은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내뿜는 기운에

포이든 왕국 백성들이 무릎을 꿇었다.

마차가 지나가는 내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처박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 아니라 공포였다.

직접 만난 어린 황제는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지배하는 자였고,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황후는

말 한마디로 세상을 멈추게 하는 자였다.

이곳은 포이든 왕국이고,

함부로 날뛰다가는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끝까지 내뱉지 못한 것은 천운이었다.

겁먹은 왕세자에게 알아서 하겠다며

알현실에서 기다리게 할 게 아니었다.

제국의 황제 입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들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델타 왕자의 무모함이,

왕세자의 무능함이,

자신의 오만함이 한 인간의 강력한 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자페이.. 왕세자를 모셔와라."

대공은 하늘을 바라봤다.

수 백 년 간 이어져 온

포이든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날로 기록될

오늘의 하늘은 무심하게도 너무나 푸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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