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1화 〉 새로운 기회의 마지막 끈일지도 모르니.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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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새로운 기회의 마지막 끈일지도 모르니.
자존심을, 우월함을 명예라 생각하는
포이든 왕국의 귀족들이 어떤 선택이 궁금하다.
"일라인 왕국과 포이든 왕국 사이에는
침입과 전쟁의 역사가 포함되어있다."
포이든 역사서에는 '침입'을
'위대한 업적을 위한 발판'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그들이 좋아하는 힘의 논리로 인해
지금부터 '위대한 업적을 위한 발판'이
'침입'이 되었다.
"당시 포이든 왕국은 강했고,
당시 일라인 왕국은 어리석었다.
잊혀진 제국이 이 대륙에서 사라진 뒤,
수많은 나라가 생겨났고,
그들은 목표는 언제나 대륙 통일이었다.
그들이 가진 목표와 꿈을
포이든 왕국이라고 가지지 말란 법은 없다."
선조들의 행동이 지금의 자신이나 가문과는
상관없다고 떠들던 이들의 눈빛이 살아나고
어깨가 펴졌다.
"또한, 당시 포이든 왕국과 가문을 위해
타국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이들은
그대들의 긍지이자 자랑이다."
"일라인 왕국을 건국한 가문 중 하나이자,
일라인 왕국의 의지를 이은 폐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억울하다고 소리치던 귀족이
벌떡 일어나 허리를 깊게 숙였다.
"허나, 거기까지만이어야 했다."
"네?"
금과 보석으로 치장된 왕좌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전쟁을 피해 도망치던 무고한 이들을 죽였다.
도망치던 이들을 쫓아가 죽였다."
내가 한 발 한 발 다가갈 수록
억울하다, 살려 달라 외치며
꿇어 앉아있던 탓에
그들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행군에 방해된다 하여 백기를 내건
마을을 불태우고,
남자에게는 포이든 병사의 군복을 입혀
같은 왕국민을 향해 창을 휘두르게 했으며,
여자들은.. 수 백 년이 지난 지금에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수치와 모욕을 당하고
주신의 품으로 돌아갔다."
유일하게 서 있는 귀족 앞에 섰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하였나?
그들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몸은 돌려 포이든 왕에게 다가갔다.
"기사와 병사들은 일라인 백성들을 무참히 죽였다.
하지만..그대들의 자랑인 카제는..
살려달라 외치는 이들에게 웃으며 검을
찔러 넣었고..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에게
침을 뱉었다."
얼굴이 엉망이 된 델타 왕자의 어깨에
발을 올렸다.
"현 시대를 사는 당시의 사람은 아무도 없다.
포이든 왕국의 비밀이자 자랑인 카제도 찾는
제국의 정보부가 그들의 후손은 찾지 못했다.
기록에만 남아있을 뿐 아무도 없다.
그리고..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진실을 말하는 자가 없었고,
당시를 부끄러워하는 자도 없었다."
밟고 있던 발을 걷고 다시 왕좌로 향했다.
"충분한 보상을..!"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몸을 돌린 순간,
내 몸에 피어나는 살기로
포이든 왕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보상? 뼛속까지 포이든 이구나.
대륙에서 가장 부유한
일테라쇼 제국의 황제에게
무슨 보상을 할 수 있지?"
"그..그.."
"나는 명부에 적힌 이들을 제국으로 불러..
거짓이라도.. 힘에 의한 억지일지라도..
포이든의 이름으로..그리고 각 가문의 이름으로
일테라쇼 제국의 백성들에게."
고개를 돌려 제국의 동부 귀족이들
모여 눈치만 보고 있는 곳을 노려봤다.
"당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가장 많은 이들이 죽었어며..
가장 많은 이들이 희생되어간
동부로 데려가 동부의 땅 곳곳에
헌화하게 하려 했다."
주신 포르테님은 분명 존재했다.
일라인 왕국을 위해 네 분의 시조님들을
주신께서 부르셨듯,
분명 주신께서는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간
이들을 위해 주신의 권능을 사용해
그들을 살피고 계실 것이다.
포이든의 핏줄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다는 기대는 어리석다.
지나온 세월만큼 다시 시간이 흐르고,
오늘의 지금이 역사에 중요한 한 획이 된다면
이들에게 진정성을 느낄 날도 오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언젠가, 분명, 누군가는, 이라는
헛된 기대를 하며 현실과 기다림에
적응하는 것보다,
공포로도 사제의 말을 직접 입에 담게 하고
힘으로라도 그들의 허리와 고개를
숙이게 하는 것이 현재를 사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한다.
"가족 단위가 모여 집단을 형성하고,
집단이 모여 마을을 일궜으며,
집단이 권력이 되어 세력을 만들었고,
세력은 다시 국가가 되었다.
지금까지의 국가는 조금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고,
조금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전쟁을 일으켰지만,
앞으로는 영토를 넓히는 대신
경쟁력을 높여야 시대가 올 것이다.
서로 무분별하게 경쟁하고, 빼앗고,
탐하던 시대는 끝이 났다.
국가 간에 더 긴밀하고 복잡한 동맹과
협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왕좌에 앉아 다리를 꼬며 말을 이었다.
"나는 분명 포이든 왕국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 기회를 차버린 것은 그대들이다.
나 카온 라이거 일테라쇼가 감히
예견하건데, 이 왕국은 분명 도태될 것이다."
모든 이들을 쓱 둘러보고는 씨익 웃었다.
"시대가 너희를 그렇게 만들지 못한다면..
내가 살아있는 한, 내가 죽으면
황족의 사명으로 남겨 반드시
너희를 말려 죽일 것이다.
그대들이, 그대들의 후손이 존재하지 않는 날!
희생된 이들의 피눈물 자국이 지워질 것이다."
나의 눈빛을 이해한 아담이
저벅저벅 걸어가 델타 왕자를 달랑 들었다.
"폐하!"
밖으로 나가려던 나 앞을 포이든 왕이 막아섰다.
"카이젠 제국 연회 때 그대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군."
한심하다는 뜻을 오해했는지
포이든 왕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옛 일라인 백성들과 옛 카이젠 제국의 백성들,
수아르 제국의 백성들을 모두 찾아라.
살아 있는 자들, 죽은 자들,
한 명도 남김없이 기록하며 살아있는 이들과 함께
일테라쇼 제국으로 보내라.
왕실의 장부, 카제의 기록,
포이든 왕국 귀족들의 이중장부까지 다
찾아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마지막에 와서야 머리를 바닥에 처박은
그대에게 주는 마지막 자비이자
어쩌면 새로운 기회의 마지막 끈일지도 모르니."
"피..피오네 왕국은.."
"조만간 그대와 같은 모습으로
만나게 될 자가 다스리는 왕국 따위,
내 알 바 아니다."
알현실 밖으로 나오자 리아와 수아르 황제가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아르 제국의 백성들을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서부터 들었지 모르겠지만,
나오기 전 마지막 말은 들은 것 같았다.
"형제의 백성이라면 제 백성이기도 합니다."
*
포이든 왕국으로 끌려가
노예의 삶을 살고 있던 이들과,
유골이라도 찾을 수 있었던 이들은 유골이,
그조차도 찾기 힘든 이들은
살아있었음 확인할 수 있는 흔적들이
계속해서 일테라쇼 제국의 성도로
들어오고 있던 그 시각.
피오네 왕은 홀로 앉아 술잔을 매만지고 있었다.
"포이든 그 머저리와 같은 모습으로 만나?
허! 어린 것이 오만하구나.."
피오네 왕은 라이거 가문처럼
내실을 다지기로 결심하고 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예전에는 라이거 영지였고,
지금은 성도인 '필라' 백성들의 신임과 충성이
라이거 가문과 카온에 향했듯,
피오네 왕국 백성들의 마음을 왕실로 향하게
하기 위해, 왕실에 관한 것들을 성행하게 하고,
그런 내용을들 언론에 뿌려 왕실의
위대함을 알렸다.
모두가 잘사는 필라의 모습에
모두를 잘살게 하기 위해
많이 가진 자들에게서 더 많은 세금은 걷어
없는 자들에게 나눠줬다.
그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수확과
균등한 분배를 위해
많은 농경지를 왕실의 관리하에 두었다.
"젠장! 내 생각이 더 옳았어!"
하지만 실패했다.
평민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이미 답을 정해 놓고 회의며 질문을 하는
그의 정책들의 실패는 당연하였다.
"카온..카온.."
이를 갈며 카온을 불러 봤지만
피오네 왕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 젠장!"
쨍그랑!
술잔이 산산조각이 나는 소리가 크게
들렸음에도 왕의 안위를 걱정해 들어오는
이는 없었다.
"젠장! 젠장!"
피오네 왕은 자신에게 세 가지 선택지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고개를 숙이느냐,
고개를 숙이고 손을 잡아 줄 것을 기도하며
손을 내미느냐,
서로 검과 창을 맞대느냐.
마음으로는 세 번째는 외치면서
머리와 손은 두 번째를 선택하는 자신이 싫어
포이든 왕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