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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88화 (188/201)

〈 188화 〉 제국을 뵙습니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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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제국을 뵙습니다.

고기가 담긴 접시를 두 그릇째 비우고 있는 남자도

들은 이야기라 백작의 가족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셋째의 특출함을 알았는지는

자세히 몰랐지만,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웠고,

이후에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백작가를 한번 방문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주님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첫째 도련님이 후계자가 될 거라 생각했소."

"제국이 장자 계승 원칙을 따르는 것은 아니니.."

"그렇기는 하다만..

이곳은 국경과 근접해 있는 지역이잖소.

수아르 제국과 동맹관계가 있다지만

지금 우리 황제 폐하와, 수아르 황제가 죽고 나면

어찌 변할지 아무도 모르지,

그래도 수아르는 좀 낫지.. 쯧.

더 가까운 피오네 놈들은 당장 내일 국경을 넘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놈들이오.

무지한 우리가 어떤 영주에게 기대를 품겠소?"

"첫째 도련님이 가문의 피를 진하게 이었나 보군."

파레앙 가문은 기사 가문이었다.

"알고 계셨소?"

"제국의 북방을 수호하는 가문이

기사 가문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

"하하하. 아무튼! 영주님께서

셋째 도련님을 후계자로 삼겠다 했을 때

다들 내색은 안 했지만 실망했지.."

"표정을 보니 지금은 아닌 모양이군."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였소.

영주가 되기 싫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도망치는

셋째 도련님이 이 도시를 점점 바꾸고 계시지."

메튜가 내 의문을 풀어주려는 듯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고보니.. 예전보다 도로가

넓어지고 정비된 것 같소이다."

메튜의 말에 지나오며 보았던 도로의 모습이 떠올랐고,

이후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다가 그와 헤어졌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영주성을 향해 걸었다.

"완벽한 군사 도로는 아니군."

"처음부터 군사 도시를 목적으로 만든 곳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영지민들을 이주시키거나 건물을 허물지 않고

이 정도로 정비했다는 것은 대단해."

"셋째 도련님이라는 자가 궁금하군."

"폐하께서 인재를 아끼시는 건 알지만..

그자의 말대로라면 이미 이 영지의 후계자입니다."

"폴리아리스 공작도 재상이지만 대 영지의 영주야."

"공작의 영지와 성도는 가깝지 않습니까.."

"가깝다고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지."

"하하하 그것 또 그렇군요."

영주 성 앞.

날카롭게 눈을 빛낸 두 명의 기사가 우리를 가로막았다.

"멈추십시오.

이곳은 파레앙 백작님의 영주성입니다."

귀족 가문에 속한 기사는 귀족과 평민의 중간 신분이었다.

어린 여자아이, 용병에 가까운 모습의 남자,

일테라쇼 제국 평민에게 하대가 아닌

존대를 하는 기사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백작님을 뵙고자 남부에서 왔습니다."

"먼곳에서 오신다고 고생하셨지만..

절차가 있습니다.

먼저 저곳에서 신분을 확인받으시고

숙소를 적어 놓으시면 영주님께서 확인하시고

사람을 보낼 겁니다."

"저처럼 영주님을 뵙고자 하는 이들이 많습니까?"

"제가 말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저기로 가면 됩니까?"

"가시면 따로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기사가 가리킨 곳으로 가는 동안 장난기가 발동했다.

딱.

손가락을 튕기자 메튜와 바이올렛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너희 둘만 진짜 신분을 적도록."

"네. 폐하."

작은 초소 앞에 다다르자

그곳을 지키고 있던 기사가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메메메메튜 몬스 백작님과 바이올렛 마법단 단장님께

파파파레앙 가문의 기사 소비에트가 인사 올립니다!"

"나를 아는가?"

"어찌 제국의 기사인 자로서

일테라쇼 기사단의 단장님을 모를 수 있겠습니까?!"

"보통 모르지 않나요? 뵐 기회도 없었을텐데..

특히 알려지지 않은 저는 더 그렇고요."

기사는 품에서 두 장의 종이를 꺼내

메튜와 바이올렛에게 각각 건넸다.

"첫째 도련님께서 두 분을 존경하여

이렇게 두 분의 초상화를

모든 기사에게 나눠 주셨습니다."

당당하고 자랑스러워하는 기사와 달리,

메튜와 바이올렛의 얼굴은 구겨졌다.

"다? 모두에게?"

"네!"

"하.."

"후계자님의 명령도 있었습니다.

이곳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이니

`언제 적들이 쳐들어올지 모른다.

만약 황제 폐하의 군이 이곳까지 당도하기 전

영주 일가에 무슨 일이 발생하면

반드시 초상화 속 인물을 따르라.

그분들은 반드시 오실 것이고,

그분들의 이름만 알아서는 전쟁 시

더한 혼란만 있을 것이니

반드시 얼굴도 기억하라.` 라고 하셨습니다!"

메튜가 희게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자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파레앙 백작님을 뵙고 싶네.

어디에 기록하면 되는가?"

메튜에게 답하는 기사의 말에

이곳 파레앙 영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죄송하지만.. 그렇습니다."

"죄송한 거 없다. 절차이지 않으냐.

나는 신분을 속였기 때문에 이곳까지 왔지만

다른 귀족들은 저곳에서 바로 들어가는 것이냐?"

"아닙니다!

선약이 있으신 분들은 당연히 그냥 들어가지만

그렇지 않고 방문하신 분들은 귀족분들이라도

모두 이곳을 거쳐 가십니다."

"귀족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을 텐데?"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영주님께서 다시 이곳에 오시고.. 진통을 겪었죠.

자세한 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지금은 하나의 절차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라인 왕국 시절 작위와 영지를 잃었던 자가

백작으로 승작되어 돌아왔다.

영주의 곁에 붙어 이득을 취해보려는 자들이

몰려왔을 것이다.

피오네 왕국에서 흘러 들어온 자들에게 당했고,

그자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소리치다

조국에 버림받았다.

파레앙 백작은 검이 아니라

세치 혀를 경계하고 있던 거였다.

영주성 근처에 숙소를 잡고 잠시 쉬고 있는데

백작 가문의 사람이 찾아왔다.

"파레앙 백작 가문의 집사 조쉬가

메튜 몬스 백작님과

바이올렛 마법단 단장님을 뵙습니다.

영주님께서 두 분을 바로 뵙고자 하십니다."

파레앙 영지의 영주성.

조금의 사치도 없는,

어떻게 보면 적막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이었다.

"파레앙 백작 부인께서는

사치를 엄하게 다스리는 분이라

다른 귀족 가문과 달리 꾸밈이 없어

다소 마음에 들지 않으실 겁니다."

"아니. 오히려 아주 마음에 든다.

내 성에 온 것처럼 편안하군."

"몬스 백작님.

미천한 제가 한마디 올려도 되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메류를 향해 집사가 허리를 굽혔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으나 저의 주군께서는

몬스 백작님의 방문을 아시자마자 역정을 내셨습니다..

영주님도, 미천한 저도

몬스 백작님을 모르는 것이 아닌 바,

필시 뭔가 오해가 있을 겁니다.

부디 주군의 노여움을 곡하지 마시고

제국과 남부의 창과 방패인 몬스 백작님과

제국 북부 수호자이신 주군께서

등을 돌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자가 단순히 가문의 집사 노릇만

하고 있지 않은 것은 분명했다.

영주가 화가 난 이유를 분명 알고 있는 그는

노련한 책사였다.

"그대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감사합니다."

집사의 노크와 함께 문이 열리자 노성이 터져 나왔다.

"몬스 백작!

그대가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아버님! 셋째가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했잖아요!"

"조금 전까지 이유라도 들어보고

화내시겠다 해놓고 이무슨.."

당장이라고 검을 들고 덤비려는 파레앙 백작을

말하는 거로 보아 첫째 아들인 것 같은 남자와,

머리를 쓸어 넘기는 여자가 말리고 있었고,

메튜나 바이올렛이 아닌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귀를 잡혀 끌려가던 셋째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후.. 그래.. 몬스 백작.

그대는 지금 황제 폐하를 모시고 있어야 하지 않은가?"

바이올렛까지 함께 이동한 것까지는 몰랐겠지만,

나와 메튜가 전쟁을 대비하기 위해

피오네 왕국으로 향했다는 것은

북부의 귀족인 파레앙 백작뿐만 아니라

제국의 모든 귀족이 알고 있었다.

그래야 간신이 충신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발톱을 드러낸 자가 움직일 테니까.

나는 마치 메튜를 대신해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폐하께서는 마스터이신데.."

"어린 기사여! 그런 생각은

검과 오러를 배우고 있는 지금 버리는 것이 좋겠구나.

마스터이기 전에 사람이고, 사람의 눈은 앞에 달렸지

뒤통수와 등에 달린 것이 아니다."

"폐하의 몸은 강철보다 단단하지 않습니까?"

"강철보다 단단하다는 미스릴도

두드리다 보면 깨지기 마련이다.

하물며 진짜 강철도 아닌 사람의 몸이..

하.. 지금 내가 뭐 하고 있는 건지..

몬스 백작! 폐하를 홀로 적지에 두고

이곳에 오신 연유가 무엇인가?

혹시 모를 지원을 위해 준비하는 군은

그대의 통신 하나면 언제든

피오네를 향해 달려갈 터인데!"

이 와중에 벌떡 일어난 채

어떠한 움직임도 없던 셋째가

한발 한발 내 앞으로 다가왔다.

"빅스?"

빅스 파레앙.

상인이 찔러주는 사과에 잘 먹겠다고 소리쳤던

파레앙 가문의 셋째이자 후계자의 이름이었다.

한발 앞까지 다가온 빅스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일테라쇼 제국에 영광을.

파레앙 가문의 셋째 빅스 파레앙이

제국을 뵙습니다."

나를 제국의 황제도,

제국의 태양이나 빛으로 표현하지 않고,

제국 그 자체로 말한 그를 내려다보았다.

"마스터의 마법을 뚫는 눈을 가진 것인가?"

"몸속에 한 줌의 오러나 마나가 없는 제가

어찌 그런 큰 능력을 갖췄겠습니까? 단지.."

빅스의 시선이 메튜 옆에 있는

바이올렛에게 닿았다.

"바이올렛 단장께서는 마법단을 맡으시고

딱 세 곳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내십니다.

마법단의 마법 수련장, 마탑,

그리고 폐하께서 계신 곳이지요.

이곳은 마법단과 마탑이 있는 황도가 아닙니다.

답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 폐하께서 계신다는 답 하나 밖에요.

그리고 그 답에 가장 가까운 인물의 눈빛이

감히 우리 같은 이들은 가지지 못하는

눈빛을 지니셨고요."

"일어나라."

빅스가 천천히 일어나는 동안

내 모습도 천천히 원래의 모습으로 변했다.

급히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리려는 파레앙 백작과

그의 자식들을 손을 들어 말린 뒤

백작을 향해 입을 열었다.

"백작."

"하명하십시오. 폐하."

"출입소에 적힌 내 이름이 진져인데.. 괜찮은가?"

"네?"

"큽!"

"풉!"

메튜와 바이올렛이 고개를 돌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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