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부터 시작하는 군주 생활-193화 (193/201)

〈 193화 〉 일테라쇼의 모든 것에게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문‍피‍‎‎아‍‍ 공‎‎‎‎유방‎‎에‍‎‎‍서 ‎‎‍작업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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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 일테라쇼의 모든 것에게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관문을 지나 도시 안으로 들어가자

불빛과 사람들이 보였다.

"정식으로 인사 올리겠습니다.

이 카샤미의 영주 스마드 카샤미가

일테라쇼 제국의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무슨 짓이지?"

죽음을 각오했다며 떠들던 자다.

피오네 군이 성벽 바로 앞까지 왔어도

각오와 달리 영주성에서 나오지 않던 자다.

돌벽을 이용해 어떻게 더 명예롭게 죽을지 고

민하던 자다.

그런 그가 허리를 숙이며 나름의 예를 올리고 있다.

"폐하의 넓고도 깊은 생각을

이 늙은이가 헤아리지 못하고 오해한 점.."

"오해하지 않았다."

손을 하늘로 뻗자 새가 한 마리 날아와 앉았다.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리던 새는

영주의 얼굴을 향해 부리를 벌렸다.

[[ 카샤미 말인가? 하하하.

반역도 누군가 들어주고

신경 써야 반역이 되는 것이다.

위대하신 전하 아래 우리 귀족이 있고!

귀족 아래 부유한 평민들이 있으며!

그 이하는 모두 벌레다!

하하하. 벌레도 우리 발에 밟히기 전

살려달라고 나름 외치겠지!

하지만 어쩌겠는가! 벌레의 외침은

너무나 작고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하하하. 그러고 보니!

벌레의 외침을 들은 일테라쇼도 벌레구나. 하하하 ]]

미쳐버린 기사 단장의 모습과 그의 음성이

새가 보여주는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일테라쇼 제국도,

그 제국을 다스리는 나도 벌레가 아니라

그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대의 거 같잖은 수작질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럼 어찌 저희를.."

"너희를 도왔다고? 전혀.

나는 내 앞길을 막는 것들을 치웠을 뿐이고,

감히 제국을 우습게 보는 것을 벌했을 뿐이다.

나의 검과 나의 마법,

나의 손과 발이 움직인 이유에는

너와 이 도시 따위는 없다."

영주의 표정이 천천히 변하기 시작하더니

눈은 표독스러워지고 입으로는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역시.

일테라쇼는 일라인을 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일라인의 것들은 믿으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두 팔을 벌리며 뒤돌아선 영주는

모여든 영지민들을 향해 외쳤다.

"보아라! 결국 우리에게 남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아! 불쌍한 영지민들이여!

아! 힘없는 카샤미여!

자유를 향한 우리의 외침은 벌레의 지저귐이요,

우리의 처절한 몸부림은 파닥거림일 뿐이었네!

구원이라 믿었던 이들에게도 버림받은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하나밖에 없음이라."

짝짝짝.

나는 영주의 뒤통수를 향해 손뼉을 쳤다.

"그런 눈물겨운 연기로 영지민들을 선동했나?"

"선동이라니!"

"이봐. 영감.

영주라는 말도 아까우니 이제부터 영감이라 부르지.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목숨을 건다고 하지 않았나?"

잠시 나를 노려보던 영주는

다시 영지민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병을 들어라!"

자신도 품속에서 작은 병을 꺼내

검을 겨누듯 내 앞으로 내밀었다.

"일테라쇼 제국의 황제가 죽으라고 명하고 있다!

우리는 자유를 갈망하다

일테라쇼 제국 황제에 의해 죽은 이들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고!

우리의 각오는 훗날 다시 평가받을 것이다!"

기다려 주었다.

영주가 당당히 저 병에 든 것을 마실 시간을 내어주었다.

"왜 마시지 않지?

그대가 마셔야 그대를 따르는 영지민들도

너를 따라갈 게 아닌가."

딱!

손가락을 튕기자

도시 전체를 감싸듯 얼음 창이 생겨났다.

"살..려줘.."

"엄마.."

"살고 싶어.."

"죽고 싶지 않아.."

영주의 명령에 각자 하나씩 병을 꺼내 들었지만

마차 마실 용기가 없던 영지민들은

뚝 떨어진 기온과 서슬 퍼런 얼음 창을 보자

애원하기 시작했다.

"사일런스."

웅성거림도, 애원의 목소리도,

아이의 울음소리도 모두 사라졌다.

"나는 살려달라는 소리를 싫어한다.

지금껏 나에게 살려달라 했던 이 중에

진짜 살려줘야 했던 건,

에르제 황후 한 명 뿐이거든.

나머지는..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전에

죽을 짓을 멈춰야 했던 이들 뿐이었다."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돌리자

얼음 창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들의 울음과 애원은 더욱 싫어한다.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왜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

그 상황을 만든 부모들과 어른들,

사회가 더욱 싫어지기에

아이들의 눈물과 울음은 싫다."

자식을 품에 감싸는 부모들,

소중한 이를 지키고자

온몸으로 얼음 창을 맞셔려는 이들,

소중한 이의 손을 붙들고 도망치려는 이들,

혼자만 살겠다고 다른 이들을 밀치고 있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브레이크"

도시의 소리뿐만 아니라 모든 행동이 멈췄다.

"잔인하십니다!"

유일하게 소리와 행동에

자유를 얻은 영주가 소리를 질렀다.

"잔인하다?

먼저 죽음을 각오한 것은 그대와 저들이다.

그대의 뛰어난 연기에 감명받은 이들이,

그대의 명령에도 죽지 못하니,

내가 스스로 죽는 수고스러움을

덜어 주려 하는 것인데 잔인하다?"

"그..그건.."

"그리고. 죽이려고 하는 나는 잔인한 것이고..

죽음을 강요하고 그들에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 병을 나눠준 그대는 잔인하지 않은가?

하찮은 이유로 자기 영지민을 죽이려 했던 그대가

잔인하다고 나를 가르치려 들면 안되지 않은가?"

"그..그때는..!"

"아. 그때는 죽음을 각오할 만큼

절박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무엇이 아니지?

내가 아직도 그대들의 구원자로 보이는가?

그대가 분명 말하였다.

일라인의 것들은 믿으면 안 된다고.

맞다. 나는 일라인 왕국을 건국한

`네 기둥` 가문의 후손이다."

수많은 왕국들이 들어섰다 사라진 후 세워진

피오네 왕국에서 옛 왕국들의

핏줄이나 후손을 자처하는 것은

자신의 신분과 명예를 깎는 일이라 여겼다.

이런 사상을 가진 이 앞에서,

그것도 피오네 영토 내에서

당당히 망국의 후손임을 자처하는 내 모습에

영주의 눈이 커졌다.

"저. 부모가 보이는가?"

얼음 창을 상대로 아이라도 살려보겠다는

작은 희망을 품고 아이를 온몸으로 감싼 채

움직임이 멈춘 부부를 가리켰다.

"저 소년이 보이는가?"

이번에는 반대로 부모를 지키기 위해

작은 몸으로 창을 맞서고 있는

소년 쪽으로 손을 뻗었다.

"저런 자들에게 죽음을 강요했는가?"

"폐하가 아니었으면 어차피 죽을 목숨입니다!

왕국을 우리를 반역이라 칭했습니다!"

"아직도 떳떳하군. 캔슬."

영지민들에게 걸었던 모든 마법을 해제시켰다.

허공을 향해 손을 휘졌자,

하늘을 날던, 어딘가에 앉아있던,

또는 아직도 무언가를 지켜보던 새들이

영지민들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부리를 열고

똑같은 영상을 내보이기 시작했다.

[[ `영주님. 진짜 모두를 죽일 생각입니까?`

`집사. 왜 이제 와서 두려운가?`

`허나.. 지금 상황이..`

`그래. 상황이 바뀌었지.

제국의 황제가 우리를 죽이러 온

왕국 군을 상대하고 있으니.

하지만 집사. 고작 3명이야.

황제가 마스터고, 대 마법사가 옆에 있다지만

수만의 군을 상대할 정도는 아니야.

결국 황제는 돌아갈 것이고,

우리는 왕국 군을 맞이해해야.`

`그래도.. 혹시..`

`그래.. 그 혹시 때문에

저 병을 영지민들에 나눠주라고 한 거야.

진짜 만약 이 도시로 들어오는 자가 황제라면..

한 번쯤 대화를 나눠 볼 가치가 있지.`

`대화 말입니까?`

`어차피 왕국은 우리를 버렸어.

황제가 이대로 돌아가면

우린 또 다른 왕국 군을 상대할 수밖에 없지.

황제가 인정이 많다고 하더군.

특히 아이들에게 약하다고 해.

어차피 죽음을 각오한 거..

영지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거래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그..그렇습니까?`

`집사. 상황이 바뀌었다고

우리가 처음에 나눴던 대화를 잊은 건 아니겠지?

둘 다 얼마 남지 않은 생명..

이대로 변방의 영주와 집사로

죽을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대도 나도 성을 물려줄 자식이 없어.

참 박복하기도 하지..쯧.

때마침 왕국은 쇄국정책을 펼쳤고,

우리는 역사에 이름을 남길 기회를 잡았지.

얼마나 더 살고, 얼마나 더 부귀영화를 누리겠나.

역사에 이름 하나 남기면 잘 산 것이지.`

`그럼.. 이 독은..`

`혹시 모르지 않는가.

일테라쇼 제국 황제와 손을 잡고

영지민들에게 자유를 찾아준 영주로 기록될지..

아니면.. 원래대로 자유를 향해 소리치다

영지민들과 함께 죽어간 영주로 기록될지..

그것도 아니면..

잔인한 일테라쇼 황제의 포이든 정복의 첫 희생자로서

여성들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자결을 명하고 함께 죽은 영주로 기록될지..

무엇이 되었든, 나와 자네의 이름을

대륙 역사에 새길 기회인 건 맞아.` ]]

퍽!

새의 부리가 닫히자마자

어디선가 날아든 돌멩이에 맞은

영주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실드"

또다시 날아오는 돌멩이를 보고

영주에게 보호 마법을 걸었다.

"왜 방해하시는 겁니까?!

우리는 속았습니다!

저 늙은 여우의 말에 속았단 말입니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극단이구나."

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의 머리 위에 얼음 창이 생겨났다.

"너희들도 죽음을 각오했던 것이 아니었던가?"

"소..속았습니다!"

"속았다라..

그대들의 허영심을 속았음에 감춘 것은 아니고?

그대들은 창을 들기에 앞서 가족이나

저 어린아이들에게 대한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영주의 연극에 감명받아 모두가 영주의 연극에 동참한

극단의 연기자 1일뿐이다.

부서지지 않은 벽에 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고..

그때가 되어서야 주변이 보였던가?

아이를 감싸는 부모?

지금이라도 아이를 살리겠다는 마음이 갸륵하다고

칭찬이라고 할 줄 알았더냐?

지금에 와서야 소중한 이들을 지키겠다고 나선 이들을

용감하다 할 줄 알았더냐?

처음부터 잘못이었다.

처음부터 너희들은 목숨을 너무 가볍게 여겼다.

그 가볍게 여긴 이유가 하필이면

이름 하나 역사에 남기겠다고

수천의 영지민을 이용한 영주에게 감동해,

그의 이름 뒤에 모두 합쳐

`영지민들`로 기록되고자 하는 허영심이었다.

속은 것이 아니라 그대들도

가족들과 아이들에게 영주와 같은 존재였을 뿐이다."

들었던 무언가를 손에서 떨구고,

고개를 숙이는 영지민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피오네의 모든 것을 믿지 않는다.

무심하다 들 수 있겠지만

피오네의 것이라면 갓 태어난 것들도 믿지 않는다.

너희들 머리 위에 있는 얼음 창으로 모두를 죽여도

나는 그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을 것이다.

허나. 살려 주겠다.

살아서 일테라쇼 제국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아라."

"아..!"

어딘가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지금에서야 내가 단순히 자신들의

목숨을 쥐고 있는 자가 아니라,

일라인 왕국의 의지를 이은

일테라쇼 제국의 황제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자유라 했던가..?

그대들에게는 일상이 되어 몰랐겠지만,

그대들이 누리고 있던 피오네 왕국의 자유 속에는

일라인 왕국과 왕국민들에게 대한

무시가 있었고, 일라인의 것은 모두

피오네에서 온 것이란 생각이 깔려 있었다.

그런 자유를 원하며 목숨까지 걸었다는 그대들이

내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지 상상이라도 가는가?

자유.. 곧 그대들이 그토록 원하는 자유가

주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자유를 만끼하는 그대들은

일테라쇼의 모든 것에게 고개를 숙이게 될 것이다."

포이든이 수 백 년 간 입에 담지 않던 사과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

이제 피오네가 수 백 년 간 우리를 깔보고

업신여기던 눈빛을 거두고

우리를 상국으로 모여서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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