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기꺼워 환영이라도 하듯 구멍의 입구가 남자의 손가락을 오물거렸다. 내 의지와 달리 반응하는 몸뚱이에 경악하면서도,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묘한 자극에 성기와 유두가 더욱 단단해졌다.
손가락으로 아래를 몇 번 휘저어대던 남자가 급하게 자신의 앞섶을 풀어 성기를 꺼냈다. 팔뚝만 한 물건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뻔했으나, 그것을 막을 여력도 의욕도 느끼지 못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흘러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결국 이 남자와 섹스를 하게 되리란 것은 분명했다.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몸이 기뻐하는 것처럼 떨려왔다.
발기한 물건이 구멍의 입구에 닿았다. 저걸 안으로 넣는다는 건 고문이나 다름없다. 들어올 리가 없어.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자는 귀두를 꾹 눌러 구멍 안으로 서서히 삽입하기 시작했다. 구멍이 끝도 없이 벌어져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아, 아파…….”
아릿한 기분에 남자의 어깨를 힘주어 잡았다. 아프다고, 개새끼야. 버둥거림이 심해지자 남자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벌어진 구멍에 끼인 것처럼 어중간하게 걸려있는 성기가 부담스러웠다.
다리를 오므리고 피하려는 행동에 남자가 내 허벅지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움직이지 못하도록 허벅지를 꽉 누르고 벌어진 다리 사이를 파고들어 잠시 멈추었던 성기를 단번에 쑤셔 넣었다. 헉, 하고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안쪽 깊은 곳까지 파고든 성기의 끝부분이 내벽을 짓누르고 있음이 느껴졌다.
분명 찢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신기하게도 구멍이 찢어지는 느낌은 없었다. 한계로 벌어져 안에 틀어박힌 이물질로 인한 거북스러움과 묘한 압박감에 토기는 있었지만, 예상했던 고통은 없어서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었다.
“아…….”
치부를 맞대고 타인의 성기를 내부에 가득 품는 순간 몸에 고여 있던 열기가 발산되는 기분을 느꼈다. 이상한 해방감과 고양감은 남자가 성기를 뒤로 물렸다 다시 삽입하는 것에 더욱 켜져갔다.
“흐으, 응…….”
이때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신기한 기분이었다. 눈앞이 하얘지며 마치 다른 세상에 발을 들인 것처럼.
들썩거리는 몸을 남자에게 붙이며 아직껏 걸치고 있는 남자의 와이셔츠를 강하게 잡아 벌렸다. 단추가 떨어지고 힘없이 벌어진 남자의 셔츠를 어깨 너머로 밀어 넘겼다.
드러난 가슴에 손을 올리고 매끄럽게 쓸어보았다. 손바닥에 감기는 타인의 피부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러웠지만,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기도 했다.
“안아줘. 더 세게 안아줘.”
남자의 어깨를 끌어내려 가슴을 붙여 문지르며 내가 아닌 것처럼 중얼거렸다. 남자는 말이 없었다. 가끔 억눌린 신음만이 남자의 목소리를 대신했다.
벌어진 다리는 남자가 하체를 움직일 때마다 힘없이 흔들렸다. 내벽을 찌르고 들어오는 성기가 흉포하게 안쪽을 긁어대고 나가면, 구멍이 기껍게 성기를 붙잡아 물고 늘어졌다. 안고 있는 남자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며 반응하는 것을 나는 닿아있는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목숨줄처럼 남자의 목에 매달려 몸을 붙였다. 닿아 문질러지는 피부로 땀이 스미고 온기가 전해지고 쾌감이 피어올랐다.
바르작거리는 움직임이 귀찮기라도 한지 남자는 목에 매달려있는 손을 떼어내 내 몸을 뒤집었다. 허리 아래로 들어온 손이 하체를 잡아당겨 엉덩이를 들어 올리게 하고, 비어있는 구멍에 다시 성기가 침입해 들어왔다.
깊어진 교합에 나는 목을 늘이며 울었고, 남자는 내 목덜미를 잡아 침대로 누르며 엉덩이 위에 올라탄 상태로 삽입을 지속했다.
삽입이 거칠고 빨라질수록 성기가 출입하는 구멍은 뜨겁게 달아올라 간지러웠고, 나는 남자에게 닿고 싶은 욕구를 채우지 못하고 뜨거운 몸을 침대에 문질러야 했다.
“흐으, 나쁜 새끼야…….”
이렇게 누르고 강간하듯 하면 좋냐. 나는 울음과 함께 서러움을 토해냈고, 한참이나 홀로 삽입을 하던 남자가 잡고 있던 목을 놓아주었다. 나는 빠르게 몸을 뒤틀었고 다시 남자를 향해 누워 손을 벌렸다.
몸을 세우고 나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동자는 흥분으로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 나 역시 흐르는 눈물로 인해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한참이나 뻗어있던 팔 안에 남자의 몸이 안겨왔다. 흥분으로 뜨거워진 몸뚱이를 끌어안고 나는 허리를 들어 남자에게 바짝 몸을 붙였다.
귓가로 울리는 남자의 신음, 토해지는 뜨거운 숨결, 허리와 엉덩이를 끌어안은 큼지막한 손, 그리고 엉덩이 사이를 빠르게 들락거리는 성기.
그 모든 것들에 익숙하지 않으면서도 이것이 내가 원하던 것임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지금 나를 구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 유일한 사람, 유일한 행위였다.
나는 내게 남겨진 유일한 것처럼 남자를 끌어안았고, 남자 역시 놓치면 안 되는 것처럼 두르고 있는 팔에 힘을 주었다. 우리는 한 몸이 되어 연신 하체를 움직였고, 끌어안고 있는 손으로 타인의 피부를 쓸었다.
내벽을 짓누르는 성기에 자극당하며 나는 사타구니를 남자의 복부에 비벼댔다. 꼿꼿하게 머리를 들어 올린 성기 끝에서 나온 프리컴이 남자의 배를 적셨다.
이제까지 이렇게 사정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나. 성기를 잡아 문지르고 흔들면서도 항상 찝찝하고 번거롭다는 생각만 해왔지, 이렇게까지 흥분으로 미치기 직전의 기분을 느낀 적은 없었다.
뒤를 쑤셔대는 남자의 성기를 욕심껏 조이며 신음을 흘리자, 남자는 배에 힘을 주어 힘껏 내 성기를 짓눌렀다. 눌려 문질리는 압박감에 성기가 찔끔 정액을 토해냈다. 그 어떤 예고도 신호도 없는 사정이었다.
남자의 어깨를 틀어쥐고 있던 나는 뻣뻣하게 몸을 굳히며 소리 없이 입술만 벙긋거렸고, 남자는 한껏 조인 구멍을 힘으로 밀고 들어오며 성기를 파묻었다.
“아, 아아…….”
단어가 되지 못한 신음만을 무력하게 흘려보내자, 잠시 성기를 묻은 상태로 숨을 고르던 남자가 내 한쪽 다리를 들어 어깨에 걸쳤다.
색색거리는 거친 숨결이 목덜미로 쏟아져 내렸다. 입술을 꽉 깨물고 턱에 바짝 힘을 주어 무언가를 참아낸 남자가 이윽고 하체를 뒤로 물렸다.
남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달큼한 향기가 더욱 짙어졌다.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을 정도로 무력해진 몸이 남자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렸다.
진득하게 달라붙는 속살이 남자의 성기를 감싸고, 빠져나갈 때는 아쉽다는 듯 따라붙고 파고들 때는 기껍게 받아 삼켰다. 살아있는 생물처럼 움직이는 아래의 반응에 당황하면서도 나는 찔러 올리듯 위아래로 움직이는 남자의 성기에 의해 다시 자극받으며 몸을 들썩거렸다.
바늘로 찌르고 불로 지지는 통증은 어느새 사라졌지만, 덩달아 이성마저 사라진 기분이었다. 난생처음 보는 남자와 알몸으로 뒹굴면서도 나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듯 남자를 껴안고 쾌감에 흐느꼈다.
∞ ∞ ∞
“흣…….”
낮게 목을 울리며 몸을 굳힌 남자는 구멍 안에 뜨거운 것을 쏟아내고서야 내게서 몸을 떼어냈다. 이것이 남자의 첫 번째 사정이 아닌 탓에, 구멍 안에 싸지른 것이 허벅지를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구멍을 벌름거리자 울컥, 하고 살짝 덩어리진 액체가 빠져나오는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좆같았다.
얼마나 물고 빨고 뒹굴었는지 땀과 정액으로 범벅이 된 몸은 끈적거렸다. 횟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을 했고, 나보다는 덜 하지만 남자도 서너 번은 너끈히 싸지른 것 같다. 밤에 들어온 탓에 몰랐지만, 커튼이 걷힌 창으로 이제는 해가 비치고 있었다.
와, 섹스가 이런 거였구나.
난생처음 경험해본 섹스는 상상 이상이었다. 이렇게 진 빠지는 짓을 매일 하는 연놈들은 몸이 철근으로 되어있나. 본능만 남은 놈들이라고 욕했던 나를 일차적으로 반성했고, 하는 게 좆질밖에 없는 놈들이 의외로 체력이 좋은 놈들이었구나 하고 뒤늦게 감탄했다.
“씨발, 빌어먹을 오메가 페로몬.”
내 옆에 몸을 누이고 있던 남자에게서 갑작스레 욕설이 흘러나왔다.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어 힐끗 시선만 움직여 남자를 보자, 실컷 싸지른 주제에 뭐가 불만인지 인상을 쓰고 있는 얼굴이 보였다.
“같이 붙어먹은 주제에 왜 갑자기 오메가 탓이야? 개처럼 들러붙어서 씹질 하던 새끼는 어디 갔어?”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며 지난밤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진짜 기분 잡치게 만드는 놈이다. 살짝 감정을 담아 남자의 말에 대한 오류를 지적하자, 누워있던 남자가 몸을 벌떡 몸을 일으켜 앉았다.
“뭐?”
“그렇잖아. 끌고 와서 덮친 건 그쪽이었다고. 한 번이었으면 뭐, 실수라고 쳐. 실수라고 해도 웃기겠지만, 너그럽게 넘어가줄 수는 있어. 그런데 해가 뜰 때까지 밤새도록 쑤셔놓고 이제 와서 내 욕을 하는 건 웃기잖아.”
나는 그냥 도와달라고만 했는데, 여기로 끌고 들어와서 떡 치려고 했던 건 그쪽이라고. 내가 응해줬으니 섹스지, 아니었으면 강간이야. 범죄자 될 뻔한 걸 구해줬더니 뭐라는 거야, 이 새끼는.
나는 코웃음을 치며 조심조심 몸을 뒤집어 엎드렸다. 사실 일어나 앉고 싶었는데 허리를 살짝 들어 올리는 순간 무리라고 판단되어 생각을 빠르게 바꾸었다.
그나저나 어젯밤은 왜 그랬지. 갑자기 몸이 아프더니, 그렇게 아프면 병원에 갔어야 하는데 또 눈 뒤집혀서 처음 보는 남자랑 떡을 치질 않나, 그랬더니 또 아픈 게 사라지고.
지치기는 했지만 어제의 고통은 어느 정도 사라졌고 이성도 돌아와서 차분하게 생각할 여유를 되찾았다.
마치 물뽕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 해본 적은 없지만 약 빠는 놈들이 말해준 기분과 비슷하기도 했다. 특히나 남자와의 접촉으로 느껴지던 쾌감. 흥분제라도 먹은 것처럼, 내 몸이 아닌 다른 몸에 들어와 있기라도 하듯 통제가 되지 않았었다. 사실 이 몸도 내 몸이 아니긴 하지만 아무튼.
데이트 강간 약이라도 먹었나. 먹었다면 그걸 먹인 새끼는 누구일까. 어제 먹은 거라고는 집에서 먹은 밥 뒤에 모임 자리에서 마셨던 술 몇 잔뿐인데. 거기 직원이 술에 타서 줬나.
“그걸 내 탓으로 돌리겠다? 발정기가 오면 얌전히 집에 처박혀 있어야지, 밖에 나와서 알파를 꼬드겨놓고? 그 속셈이 뭔지 짐작은 가는군.”
“발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