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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바이스-131화 (13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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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과는 다르게 그의 입에서 빨리는 성기는 주어지는 자극에 홀려 벌떡거렸다. 아담해서 빨기가 여유로운지 권이강은 내 성기를 입에 넣어 빨고 핥고 혀로 장난치듯 굴리다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힘주어 빨아들인 상태로 요도구에 혀끝을 찔러 넣기도 하고 입술로 앙앙 물기도 했다.

장난치듯 여유로운 그의 모습에 끓어오르던 흥분과 잠시 느낀 사랑스러움이 사라지려 했다.

“장난칠 거면 비켜.”

발로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불퉁하게 말하자, 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성심성의껏 빨아주고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 상처받지.”

“입으로 별 지랄을 다 떨고 있으면서 성심성의?”

“이런 걸 테크닉이라고 하지.”

가뜩이나 테크닉에 지적을 받은 상태인지라 부아가 치밀었다. 빌어먹을 테크닉.

“테크닉은 좆이나 까라고 하세요.”

“이미 둘 다 까고 있는데.”

훤히 드러난 자신의 성기를 손으로 잡아 흔들며 권이강이 매끄럽게 대꾸했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잘 받아치지. 분한 마음에 욕설을 중얼거렸다.

“서비스해준다며. 내가 즐길 수 있도록 얌전히 누워있어야지.”

내가 말한 건 이런 서비스가 아닌데! 반박을 하려 했지만 농밀해진 혀의 움직임에 나오던 목소리가 목구멍으로 쑥 들어갔다.

허벅지를 벌리고 드러난 비부에 손가락이 닿았다. 흘러내린 타액이 고여 있는 주름을 손끝이 느리게 문질러 비벼댔다.

쉽게 젖은 구멍은 타인의 손길에도 무방비했다. 제약 없이 파고드는 손가락을 익숙하게 받아 삼키며, 그 손가락이 움직여 누르는 곳마다 율동적으로 반응해댔다. 앞쪽은 진득한 혀 놀림에, 뒤쪽은 익숙한 손가락의 움직임에 몸뚱이가 속절없이 녹아내렸다.

테크닉이고 뭐고, 익숙한 남자의 품 안에서 페로몬에 취해 권이강이 원하는 만큼 귀를 즐겁게 해줄 신음을 토해냈다.

∞ ∞ ∞

―왜 말도 없이 혼자 움직여.

“같이 움직일 필요까진 없잖아. 확실해지면 그때 같이 오면 되지.”

타박하는 목소리에 조금의 반성도 없이 대꾸해줬다.

“중간에 사람 시켜서 납치라도 할까 봐? 이 환한 대낮에? 것두 병원에서?”

드라마 너무 많이 본 거 아냐? 낄낄거리며 웃자 권이강이 한숨을 내쉬었다.

―없던 일도 아니다. 그걸 아니까 더 조심해야지.

그렇게 말을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아, 진짜. 우리 집 양반들은 왜 상상하기 어려운,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일을 하고 난리야. 사람 인생 스펙터클해지게.

“괜찮아. 이 기사님이 같이 와줬어.”

―그 집에서 붙여준 기사랑 같이 움직여? 그게 말이 돼?

“괜찮다니까. 이 기사님은 막 나 팔아먹고 그럴 사람 아니야. 그죠?”

떨떠름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있던 이경진이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 긍정을 표했다. 이 사람은 지금 날 팔아먹고 어쩌고 하기보다 이 장소에서 느끼는 부담감 때문에 정신을 차리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결과만 듣고 얼른 갈 거야. 결과야 어쨌든 오늘은 집에 빨리 와. 칼퇴근해.”

―기다리고 있어. 지금 내가 갈 테니까.

“올 필요 없다니까. 들어가서 상담받으면 끝나는데, 너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더 오래 걸리겠다. 오지 말고 퇴근이나 일찍 해. 내 배 속에 뭐가 있는지 그때 알려줄 거니까.”

집에 갈 때 회충약을 받아 갈지, 임신 수첩을 받아 갈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낄낄거리며 권이강을 잔뜩 놀려먹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

“이 기사님!”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잔뜩 긴장한 이경진을 어이없게 바라보았다.

“이 기사님이 왜 긴장을 해요? 애 아빠 될 걱정을 해야 하는 건 권이강인데.”

“그래도, 혹시라도 임신이면…….”

“에이, 설마. 그게 뭐 그렇게 쉽게 되는 건가. 얘기 들어보니까 오메가 임신 확률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라더만.”

“그래도 도련님은 나이도 어리고, 또 발정기도 몇 번이나 같이 보내셔서 확률이 그리 낮지만은 않을 겁니다.”

“……그래요?”

그건 또 몰랐네. 그래도 권이강하고 떡 치며 같이 보낸 시간이 거의 네 달인데. 진짜 임신을 했으면 배가 막 남산만 하게 부풀어야 정상 아니야? 임신을 했다고 생각하기엔 징조가 너무 없잖아. 평평한 배를 문지르며 고개를 내저었다.

“차수경 님.”

“네.”

“진료실 들어오세요.”

“이 기사님은 여기 있어요. 얼른 갔다 올게요.”

대기실에 이경진을 남겨두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병원 진료실답지 않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풍경이 본능적인 긴장감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차수경 님?”

“네.”

책상을 가운데 두고 의사와 마주 앉았다. 컴퓨터 모니터로 차트를 살피던 의사가 내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요즘 몸 상태가 어떠세요. 예전과 특별하게 달라진 점이 있나요?”

그렇게 물으셔봤자 내가 차수경의 몸으로 들어온 게 반년도 안 되었는데. 어떤 게 오메가로서 정상인지, 특별하게 달라진 점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안단 말인가.

“음, ……글쎄요.”

“근래 들어 몸이 피곤하다거나 잠이 막 쏟아지거나 하진 않으셨어요?”

“그냥 제 몸뚱이가 원래 잠이 많아서, 잘 모르겠는데.”

그나마 집 나오기 전에는 그림을 배우네 영어를 배우네 하면서 좀 움직이긴 했지만, 집을 나온 뒤로는 권이강의 아파트에서 먹고 놀기만 해서 피곤한 일도 없고 툭하면 자는 것으로 시간을 때워서 잠이 늘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랫배가 쿡쿡 쑤시거나 뻐근해지는 일은요?”

“그것도 잘…….”

“이게 확실한 증상이 있는 게 아니라 본인 몸이 평소와 좀 다르다고 미묘하게 느껴지는 거라서, 좀 늦게 알아차리는 분들이 종종 계시긴 하죠. 피검사 수치를 보니 완전 초기는 아닌 것 같고, 칠팔 주는 된 것 같네요.”

“뭐가 지나요?”

“임신이요.”

“아……?”

의사의 말에 또르르 눈동자를 굴렸다. 뭔가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그 뜻을 명확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임신하셨어요.”

멍한 내 표정이 웃겼는지 의사가 작게 웃으며 다시 한번 확인시키듯 말해주었다.

“시중에서 파는 테스트기로 확인하고 오신 거 아닌가요?”

“아닌데요.”

전 그냥 권이강이 하도 임신했다고 확신을 가져서 엿이나 먹어보라고 확인차 온 건데요, 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와, 임신이래. 그것도 내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오메가라면 남자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게 나한테 적용이 된다는 건 마치 신화 속의 용을 현실에서 보는 것과 비슷했다.

한마디로 매우 현실적이지 않은 현실이었다.

쉽사리 믿기지는 않는데, 그런데도 ‘와, 임신이래.’ 하고 헛웃음만 나오는 건 그동안 권이강이 하도 임신했다고 주입해댄 탓인지도 모르겠다. 너무 임신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졌어. 권이강이 이런 효과를 노렸다면, 너무나도 탁월한 공략이었다.

“초음파로 자세히 볼까요?”

의자에서 일어난 의사가 진료실 한쪽을 가린 커튼을 열고 손짓했다. 쭈뼛쭈뼛 다가가 침대에 눕자, 배 위에 치덕치덕 뭔가를 바르더니 기계 같은 것을 가져다 댔다.

“긴장하지 마시고, 편하게 숨 쉬세요.”

마사지를 하는 것처럼 배 위에서 기계가 움직였다. 여기 보세요, 하는 말에 상단 모니터를 살폈지만 희뿌연 배경에 하얀 물결이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했다.

“진짜…… 임신 맞아요?”

“네, 8주 차네요. 여기 아기집 보이시죠?”

그렇게 말해봤자 뭐가 뭔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까만 배경에 희뿌연 공간이 있고, 그 희뿌연 공간 속에 또 까만 덩어리가 있었다. 그 까만 덩어리 안에 희뿌연 땅콩 같은 것도 보이고.

“아기집이 자리를 잘 잡았어요. 아이도 보이고요.”

“안 보이는데요.”

아이같이 생긴 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데. 내 눈이 이상한 거야, 의사 눈이 이상한 거야?

“여기가 머리, 팔하고 다리.”

의사가 손가락으로 모양을 덧그리며 말해줬지만, 아무리 봐도 사람 새끼처럼 보이는 구석은 없었다. 의사가 나한테 사기를 칠 이유가 없으니 그냥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차라리 배 속에 소화가 안 된 땅콩이 보인다고 말하는 게 훨씬 더 믿음이 갔을 거다.

“진짜 저게 아이예요?”

“네. 이제부터 진짜 태아라고 부를 수 있어요. 완전히 사람 형체를 갖추고, 뇌세포도 완성되는 시기거든요. 대신 유산 확률이 가장 높은 시기니까 각별히 조심하셔야 합니다.”

의사 선생님 말을 듣고 있으니 조금 사람 같아 보이기도 했다. 사실 사람은 조금 억지고, 땅콩에서 조금 더 발전한 팔다리 있는 머리 큰 곰 인형 정도.

“태아 심장 소리도 들을 수 있어요. 들려드릴까요?”

“아뇨, 나중에요.”

다급하게 의사를 만류하며 손을 내저었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된 탓도 있고, 나보다 더 먼저 확신할 정도로 아이를 바란 권이강이 생각난 탓도 있었다.

“……나중에 권이강이랑 같이 와서 들을게요.”

“네, 다음에는 남편분이랑 꼭 동행하세요. 첫아이면 다들 엄청 감격스러워하시거든요.”

감격스러워하려나. 감격스러워하겠지. 내가 이렇게까지 현실에 빠르게 순응할 정도로 세뇌 비슷하게 아이 노래를 부르던 놈이니까.

“8주면 자궁이 확장되면서 아랫배가 쿡쿡 쑤시거나 뻐근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할 거예요. 쥐어짜는 것처럼 아프다거나 점점 통증이 심해지거나 하는 게 아니라면 정상적인 증상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근데, 임신했다고 치기엔 배가 안 나왔는데요.”

“아직 초기니까요. 달수 채워가면서 점점 배가 부르기 시작할 겁니다. 그리고 이어서, 소변도 자주 마려우실 거예요. 되도록 참지 마시고 바로바로 화장실 가도록 하세요. 참으면 방광염이 올 수도 있으니까.”

“네.”

그 뒤로도 의사는 몇 가지 더 주의해야 할 점을 말해주었다. 벌써부터 머리가 한계 초과를 외치고 있었다. 빠른 시일 내로 권이강과 같이 와서 아이 심장 소리도 듣고, 주의할 점도 적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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