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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샤워 (70)화 (70/139)

70화

문서윤은 어정쩡한 자세로 침대에 앉았다. 우연재가 사이드 테이블 위로 무언가를 툭 올려 두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

“서윤아.”

“……응.”

목이 꺼끌꺼끌했다.

“미리 물어봐야 될 것 같아서.”

“뭘?”

“대 줘? 아니면 쑤셔 줘?”

예쁜 입술이 벌어지며 노골적인 단어들이 튀어나왔다. 갑작스레 마주한 날것의 단어들에 문서윤은 바보처럼 되물었다.

“……뭐라고?”

“대 주라고 하면 대 주고, 쑤셔 달라고 하면 쑤셔 주고.”

“아니…….”

“문서윤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섹스를 결심했을 때도 깊게 생각하지 않은 문제라 문서윤은 입술만 벌린 채 우연재를 올려다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눈동자가 저를 집요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물론 그에게도 성욕이 있었다. 우연재와 몸을 섞는 상황을 상상한 적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다 해도 구체적인 상상은 아니었다.

‘받는 사람은 아프겠지.’

영상을 찾아본 적은 없지만, 남자들이 어떤 식으로 섹스하는지는 대략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 섹스를 위해 만들어진 기관은 아니니 아플 게 분명했다. 저를 고치겠답시고 자 주겠다는 친구를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문서윤은 시트를 그러쥐며 천천히 목소리를 밀어냈다.

“쑤…… 셔 줘.”

평소에 잘 듣지 않는 단어를 들었더니, 곧장 떠오르는 대체어가 없었다.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시선을 보내던 우연재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 사이로 새어 나오는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는 언뜻 기분이 상한 것처럼 들렸다.

“알았어. 쑤셔 줄게.”

긴 손가락이 테이블 위로 던져둔 조그마한 박스를 집어 들었다. 저게 뭐지. 순간적으로 얼굴에 스친 의문을 읽어 낸 듯 우연재가 허벅지 옆으로 무릎을 올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김현승이 술 취해서 질 나쁜 장난 치겠답시고 내 코트에 넣어 뒀던 건데…….”

“…….”

“편의점 콘돔은 안 맞을 것 같고 이건 얼추 맞을 것 같아서.”

문서윤은 그제야 우연재가 집어 든 박스가 콘돔임을 알아차렸다. 자세히 보니 외국어가 쓰여 있었다.

“다행이네. 그나마 맞는 걸로 문서윤 쑤셔 줄 수 있어서.”

콘돔을 쥔 손가락이 또다시 입술을 짓눌렀다. 무릎을 대고 상체를 기울이는 자세가 곧 키스를 해 올 것만 같아 문서윤은 슬쩍 우연재의 가슴을 밀어냈다.

“키스는 ……하지 말자.”

섹스하기 위해 침실까지 온 마당에 키스를 거부하는 것도 우스웠으나 키스까지 하면 너무나 많은 걸 바라게 될 것만 같았다.

입맞춤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아니었다. 다만 너무나도 연인 간의 관계처럼 느껴질까 봐 겁이 났다. 우연재와 몸을 섞더라도 최소한의 방어선은 만들고 싶었다.

“왜?”

“그냥……. 키스는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

우연재에게 키스라는 부담을 안겨 주고 싶지도 않았다. 섹스는 적선이 될 수 있어도 키스는 적선이 되지 못할 테다.

“뭐……. 알았어.”

문서윤은 슬쩍 우연재의 눈치를 보다 침대 위로 완전히 올라섰다. 눈을 마주칠 자신이 없어 입술 근처까지만 힐금거리듯 살핀 게 전부였다.

그는 망설이다가 몸을 엎드렸다. 얼굴이 안 보이는 자세로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 탓이었다. 호기롭게 하자고 하긴 했지만, 도저히 우연재와 마주 본 채 몸을 섞을 자신이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자세가 우연재에게도 편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같은 남자 성기는 거부감이 들 테니까.

“…….”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우연재는 가늘게 웃으며 티셔츠를 벗어 던졌다. 침대 위로 올라가는 문서윤도, 엎드리는 문서윤도 무척이나 익숙해 보여 신경이 갉작였다. 그는 하얀 옆구리를 향해 서슴없이 손을 뻗으며 물었다.

“문서윤. 이 상태로 해?”

제 옷을 입어서인지 걸치고 있는 하얀색 티셔츠가 퍽 헐렁했다. 우연재는 엎드린 자세 때문에 드러난 등허리를 집요하게 응시하며 물었다. 노골적으로 옆구리를 쓰다듬자 몸을 움찔 떤 문서윤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쑤셔 달라는데 못 쑤셔 줄 것도 없었다.

저를 이용해 성욕을 배출하면, 시답잖은 새끼를 좋아하는 감정도 금세 사라질 테다. 우연재는 하얗고 부드러운 살결을 만지작거리며 미세하게 고개를 기울였다.

역시 살 빠졌네. 남자치고는 허리가 지나치게 얇았다. 한 손으로 잡아도 넉넉한 허리를 가만히 쳐다보던 그는 시선을 살짝 끌어 올렸다. 고개를 아래로 처박느라 톡 도드라진 목뼈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대로 손에 쥐면 핏줄이 불거진 제 손등만 보일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얼굴로 한참 문서윤의 목만 훑어보던 그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그 움직임을 따라 새까만 동공이 점차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가느다란 목은 물론이고 허리, 발목까지 전부 한 손에 들어올 듯했다.

차근차근 그 크기를 가늠하던 우연재는 설핏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를 잡든 한 손에 들어오는 문서윤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으나 한편으로는 위험할지도 모르겠다는 감상이 들었다.

제가 아닌 문서윤이.

우연재는 목을 한 손에 쥐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기 위해 다시금 시선을 움직였다. 문서윤이 어깨를 움츠리자 티셔츠가 조금 더 앞쪽으로 쏠리며 하얀 피부와 곧게 뻗은 등을 여실히 드러냈다.

다른 새끼도 이 꼴을 봤겠지, 무의식적으로 엄습한 생각에 순식간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날카로운 이가 지그시 혀끝을 깨물었다. 만지작거릴 때마다 움찔거리는 허리에서 손을 떼어 낸 그는 트레이닝복으로 손을 뻗었다.

문서윤에게는 헐렁할 정도로 큰 옷이 손쉽게 끌러졌다. 갑자기 옷을 벗길 줄 몰랐던지 하얀 허벅지가 움찔 떨렸다. 우연재는 그 모습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관찰하며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긴장 때문인지 기대감 때문인지 검은색 속옷과는 대비되는 하얀 허벅지에 팽팽하게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

우연재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속옷까지 내렸다. 시트에 뭉개진 회색 트레이닝복 위로 검은색 속옷이 툭 떨어졌다. 그는 눈꺼풀을 내리깐 채 콘돔 박스를 뜯었다.

사실 우연재는 섹스라는 행위에 큰 관심이 없었다. 신체 건강한 남자이니 아침마다 발기하긴 했지만, 성적인 부분에 지대한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었다. 자위를 할 때도 굳이 야동 같은 추잡한 영상을 찾아보지 않았다.

하나 그렇다 해도 남자끼리 어떤 식으로 하는지는 대충이나마 알고 있었다.

“젤 없어서 로션으로 적셔야 할 것 같은데.”

“……괜찮아. 해, 그냥.”

넓힐 때도 콘돔 써야 하나. 청결을 생각하면 그게 맞긴 했으나, 문서윤이 제대로 느끼는 지점을 찾기 위해선 얇은 막도 없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우연재는 엄지로는 엉덩이 안쪽을, 나머지 손가락으로는 바깥쪽을 쥔 뒤 그대로 양옆을 향해 벌렸다.

살이 끌어당기는 방향을 따라 벌어지자 그 사이로 조그마한 구멍이 보였다. 피부가 지나치게 하얘 옅은 분홍색 색소가 눈에 띌 정도였다. 우연재는 엄지에 조금 더 힘을 실으며 제 성기와 구멍의 크기를 가늠했다. 실상 가늠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아무리 늘려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뭐, 들어가니까 하는 거겠지. 한 손으로 능숙하게 로션 뚜껑을 연 그는 한눈에 봐도 좁아 보이는 구멍 위로 그 안에 든 액체를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읏.”

“차가워?”

문서윤이 도망가듯이 엉덩이를 앞쪽으로 움직였다. 그제야 발갛게 달아오른 피부가 보였다.

“아냐, 그냥…… 해.”

손가락도 들어가기 여의치 않아 보였다. 우연재는 슬쩍 미간을 좁히며 검지로 구멍 위를 덧그렸다. 손톱을 깔끔하고 단정하게 깎는 편이라 다행이었다. 그는 흠뻑 쏟아부은 로션을 오밀조밀한 주름 주변에 집중적으로 문지르다 손가락 끝에 힘을 실어 넣었다. 미끌미끌한 제형 덕분에 생각보다 수월한 삽입이 이어졌다.

“……흣.”

“아파?”

“아, 아니.”

힐긋 시선을 올리자 고개를 젓는 문서윤이 시야에 들어왔다. 우연재는 서늘하게 가라앉은 시선을 다시 가져왔다. 촉촉하고 뜨거운 내벽이 손가락을 압박하듯이 조여 왔다.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생경한 감각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내벽을 밀어내듯 진득하게 달라붙는 안쪽을 꾸욱 짓눌렀다. 왼손에 잡힌 엉덩이가 그때마다 움칠 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기분 묘하네. 우연재는 뼈마디를 압박하는 조임을 만끽하며 손가락을 하나 더 집어넣었다. 과하게 뻑뻑했으나 하나만 넣었을 때보다는 확실히 안쪽을 넓히기가 수월했다.

“흐, 윽.”

“아프면 말해.”

“안 아파…….”

흐느끼는 신음이 섞여 평소처럼 곧바로 문서윤의 상태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우연재는 얼굴도 보이지 않는 이를 향해 가늠하는 시선을 보내다가 대답이 끝나자마자 손목을 반 바퀴 정도 돌렸다. 왕복 운동을 하듯 느리게 쑤석이다 가위질을 하듯 손가락을 양옆으로 벌리자 꾸물꾸물 따라오던 내벽들이 조금쯤 늘어난 것 같기도 했다.

“흐윽.”

그는 손가락을 한 마디 정도만 걸리도록 물린 뒤 그 상태 그대로 힘을 실어 최대한 구멍을 늘렸다. 그럭저럭 늘어난 틈에 다른 손가락이 들어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읏, 윽.”

“내 자지 넣으려면 하나 더 받아먹어야 돼.”

“괘, 괜찮…… 읏.”

윤활제가 더 있어야 하나. 우연재는 엉덩이를 잡고 있던 손을 놓고는 로션을 조금 더 쏟아 냈다. 손가락 세 개를 끝까지 삼킨 구멍 덕분에 안쪽으로 들어가지 못한 로션이 흘러내리며 손 우물에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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