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느긋하게 손목을 물렸다가 철퍽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쑤셔 넣었을 때였다.
“흣!”
문서윤이 바르작거렸다. 우연재는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리며 재차 손가락을 움직였다. 중지 끄트머리에 도톰하게 솟아오른 내벽이 만져졌다. 정 중앙도 아닌 손가락 끄트머리에 간신히 닿는 위치였다.
“으읏, 응…….”
“문서윤. 여기 좋아?”
“아! 아흣!”
일부러 심술을 부리듯 느릿하게 문지르자 허리가 얕게 튀어 올랐다. 그러잖아도 발갛게 물든 피부가 한층 더 붉게 변하며 하얀 몸 위로 얼룩덜룩한 자국을 만들어 냈다.
“좋은가 보네…….”
우연재는 비죽이 웃으며 억지로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하나도 버겁게 물던 내벽이 기어코 손가락을 네 개나 집어삼켰다. 손목을 털듯 잘게 움직이자 쿨쩍이는 마찰음과 함께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으, 흐, 으, 읏!”
지나치게 감도가 좋았다. 우연재는 헛웃음인지 실소인지 모를 웃음소리를 나지막하게 터뜨리며 손가락을 물렸다. 안쪽을 쑤셨던 로션 덩어리들이 손가락과 함께 빠져나오며 뻐끔거리는 구멍에서 질질 흘러내렸다.
“하.”
이번에는 확실히 헛웃음이었다. 다른 새끼들은 이딴 식으로 싸질렀으려나. 우연재는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끌어 내렸다. 커다란 살덩어리는 시각적 효과 때문인지 반쯤 발기한 상태였다.
자위를 할 때마다 막연히 떠올리곤 하는 이미지들이 있었다. 하얀 피부, 가느다란 목선, 기다란 손가락, 뭐 그런 것들. 우연재는 시트를 꼭 쥐고 있는 하얗고 기다란 손가락을 쳐다보며 느릿하게 성기를 흔들었다. 문서윤이 어떤 얼굴로 신음을 내뱉고 있는지 궁금했으나 얼굴을 보여 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침대 위로 대충 던져둔 콘돔을 집어 든 그는 잇새로 포장을 뜯어냈다. 술에 잔뜩 취한 김현승이 낄낄거리며 코트 주머니에 넣어 둔 콘돔이었다. ‘우연재. 넌 이 사이즈 쓸 수 있지 않냐?’ 비슷한 말을 한 것 같은데 쓸데없는 기억이라 정확하지는 않았다.
한심한 표정과 함께 곧장 버리려던 물건이었다. 보이는 장소에서 버리면 김현승이 다시금 주워 올 게 뻔해 귀찮아 내버려 뒀더니,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날이 올 줄은 미처 몰랐다.
콘돔을 직접 만지는 건 처음이었으나 직관적인 디자인 덕분에 씌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럭저럭 맞을 것 같다는 예상이 대강이나마 맞아떨어졌다. 약간 작은 감이 없지 않아 있었으나 못 쓸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완전히 발기한 성기를 움찔거리는 구멍 위로 가져다 댔다. 묵직하게 닿는 양감이 느껴졌는지 금세 곱아든 구멍이 저를 찔러 대는 살덩어리를 거부하듯 조금 더 수축했다.
“서윤아.”
우연재는 짐짓 다정한 어조로 문서윤을 불렀다. 어르는 목소리에 문서윤이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쳐다보는 눈가가 발갰다.
어릴 때부터 우는 모습을 보아 왔으니 어떤 얼굴로 우는지 전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순전한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흥분에 젖어 발개진 눈매를 마주하는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제가 모르던 문서윤을 마주한 순간이라 자각하자마자 미묘한 고양감이 뇌리를 직격했다.
“처음이니까 서툴러도 봐줘.”
“우연재. 자, 잠깐만.”
“응.”
그제야 제게 삽입할 자지를 본 듯 문서윤이 뺨을 찡그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너, 너무 큰 것 같…….”
“아, 다른 새끼는 작았어? 그럼 그 새끼가 못 쑤신 데까지 쑤실 수 있겠다, 그치.”
일부러 성기를 뻐끔거리는 구멍 위에 비비며 말하자 문서윤이 흣,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였다. 진짜 잘 느끼네. 사람 짜증 나게.
“친구 아다도 떼 주는데 못 쑤신 데까지 쑤셔 줘야지…….”
장골을 붙잡은 뒤 허리에 힘을 싣자 구멍이 간신히 벌어지며 귀두를 삼켜 대기 시작했다. 우연재는 인상을 찌푸렸다. 수월하게 들어가리라 예상한 건 아니지만, 좁아도 너무 좁았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으, 흐…….”
“그만해?”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꺼내자 문서윤이 고개를 저었다. 엎드린 팔에 힘을 실었는지 어깨가 애처롭게 꿈틀거렸다. 우연재는 바들바들 떨리는 등을 내려다보며 재차 허리에 힘을 실었다. 손가락 네 개로 쑤신 보람이 있는지 꾸역꾸역 벌어진 구멍이 성기를 빨아들이듯 조여 왔다.
“으윽, 읏.”
“하…….”
간신히 귀두를 삼킨 구멍 주변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성기를 빼내듯 몸을 살짝 뒤로 물리자 주변의 얇은 피부가 좆에 달라붙듯이 슬쩍 딸려 왔다. 우연재는 턱에 힘을 실으며 얕게 빼낸 성기를 퍽 소리가 나도록 밀어 넣었다.
“아읏! 아!”
안을 들쑤시는 살덩어리가 빠져나가는 줄 알고 안심했는지 잠시간 긴장이 풀린 몸은 불시에 들어차는 성기를 밀어내지 못했다. 귀두를 완전히 삼킨 내벽이 성기를 반 정도 문 채 마구 경련했다.
지나치게 좁은 안쪽을 파고들자 압박하는 힘에 좆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우연재는 낮게 욕설을 지껄이며 땀에 젖어 드는 머리카락을 성의 없이 쓸어 넘겼다. 하얀 엉덩이를 반 정도 파고든 검붉은 좆을 쳐다보다 힐긋 시선을 끌어 올리자 가냘프게 떨리는 허리가 보였다.
“서윤아, 하, 끊어지겠어…….”
“읏, 너무, 깊, 어서, 흑…….”
우연재는 문서윤을 완전히 덮치듯 허리를 숙였다. 자연스레 삽입이 깊어지자 하얀 몸이 자지러지듯 움칠거렸다.
“아앗, 앗, 흐읏.”
“씹…….”
축축한 점막이 성기를 물어 대는 감각과는 별개로 과한 압박에 숨이 막혔다. 우연재는 한 팔로 몸을 지탱한 채 다른 손으로는 문서윤의 뺨을 잡아챘다. 고개를 돌리게 하자 축축하게 젖은 눈가가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붉게 변한 뺨과 눈매가 모두 흐물흐물 흩어진 채였다.
“하으, 흐…….”
“아직 읏, 반밖에 안 들어갔는데.”
부어오른 입술에 손가락을 집어넣자 입이 벌어지며 타액이 뚜욱 뚝 떨어졌다. 우연재는 다른 이의 타액이 묻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입 안으로 손가락을 넣어 말캉한 혀를 짓눌렀다. 좆을 감싼 내벽만큼이나 축축하고 뜨거웠다.
“후으, 다 넣어도 돼?”
알려 주지도 않은 걸 배워 온 게 퍽 짜증스러웠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섹스는 우연재 제가 문서윤에게 가르쳐 줄 수 없는 문제였다. 이성도 아닌 동성 사이에 섹스를 가르친다는 생각을 해 봤을 리가 없었다.
‘남자한테 발정하는 거 일찍 알았으면 달랐으려나.’
이제 와 그런 가정을 해 봤자,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중요한 건 섹스를 아는 문서윤과 달리 우연재 저는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제가 처음으로 섹스를 배운다면 그 상대는 문서윤이어야만 했다.
처음을 알려 주지 못했으니 그 처음을 주는 것으로 만족할 생각이었다.
“응?”
혀에서 떼어 낸 손가락을 입술 안쪽의 연약한 살로 옮기자 미세하게 오돌토돌한 자국이 느껴졌다. 이가 씹어 댄 듯한 느낌이었다.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냄새나는 오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거대한 불쾌함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엄습했다. 그와 함께 새까맣게 물든 머리가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입술을 만져 대는 손길 때문인지 문서윤은 목소리를 내는 대신 고개만 끄덕였다.
“하긴, 아다 주기로 했으니까, 읏, 끝까지 쑤셔 넣어야지.”
우연재는 문서윤의 입술을 빠는 대신 뺨을 놔주며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익숙한 체향이 살냄새 때문인지 한층 진하게 느껴졌다. 티셔츠를 미리 벗길 걸 그랬나. 아쉬움이 몰려왔다.
상체를 지탱하지 않은 손이 앞으로 흘러내린 티셔츠 안쪽을 파고들었다. 더듬거리듯 손을 움직이자 부드러운 피부와 함께 톡 튀어나온 젖꼭지가 그 끝에 걸렸다.
“하으, 왜에…….”
“좆질만 할까, 그럼?”
말랑말랑한 돌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그는 젖꼭지를 꼬집으며 남은 성기를 밀어 넣었다. 살과 살이 치덕하게 맞붙으며 철썩이는 소리와 함께 푸욱, 비좁은 내벽을 벌리고 들어가는 감각이 생생했다.
“하으윽, 아, 흐으, 읏.”
느끼는 듯한 신음이 길게 이어졌다. 문서윤을 잘 안다고 생각해 왔는데, 완전히 처음 들어 보는 목소리였다.
“씨…… 발.”
우연재는 짙은 살냄새를 풍겨 대는 목덜미에 코를 묻은 채 또다시 욕설을 뇌까렸다. 경련하는 안쪽이 고스란히 느껴지자 머릿속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는 손에 잡힌 부드러운 피부를 그러쥐며 톡 튀어나온 돌기를 손톱 끝으로 긁듯이 쓸어내렸다. 가슴으로도 느끼는지 아래 깔린 몸이 벌벌 떨렸다.
“문서윤, 읏, 존나 잘 느끼네……?”
뒤로 느끼는 것도, 가슴으로 느끼는 것도 힘들다고 들은 것 같은데 꼭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면 문서윤이 유독 예민한 거거나.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이 만져졌을지 생각하자 상상만으로도 머릿속이 뒤죽박죽 들끓었다.
“후…….”
우연재는 목덜미를 약하게 씹은 뒤 느릿하게 허리를 일으켰다. 조그마한 움직임도 자극으로 받아들이는 듯 문서윤이 앓는 소리를 냈다.
“으읏, 흐……. 우연, 재. 좋, 아, 흑…….”
“좋아? 다행이네, 좋아서.”
허리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우연재는 엉덩이를 잡아 양쪽으로 벌렸다. 손가락도 받아먹지 못할 것 같던 구멍이 좆을 잘도 삼켜 대고 있었다. 조금 더 쑤셔 넣듯 몸을 밀어붙이며 아래쪽으로 손을 뻗자 말랑말랑한 성기가 만져졌다.
“아, 만지지, 읏!”
엄지로 선단을 뭉근하게 누르자 미끈거리는 감촉이 스며들었다.
“뒤로만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