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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샤워 (72)화 (72/139)

72화

“하으으, 읏…….”

눈으로 본 게 아니라 확신할 수는 없으나 문서윤과 딱 어울리는 크기인 듯했다. 우연재는 대딸을 하듯 적당한 양감의 성기를 손바닥 안에서 굴렸다. 피부만큼이나 보들보들한 성기가 딱딱하게 힘을 받기 시작했다. 문서윤이 제지하려는 듯 손을 뻗었으나 손목을 낚아채기도 전에 자세가 무너졌다.

“아!”

우연재는 조금 전까지 성기를 쥐고 있던 손을 가져와 관찰하는 시선으로 훑어 내렸다. 미끈거리는 감촉이 느껴지더라니, 진득한 정액이 손가락에 거미줄처럼 엉켜들었다.

진짜 뒤로만 갔네. 설마 했더니 구멍이 쑤셔지기만 해도 가는 모양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해 댔길래 이렇게 잘 느끼지.

막연하게만 생각해 오던 장면이 문서윤과 몸을 섞을수록 구체화됐다. 별것 아닌 자극에 발갛게 물드는 하얀 피부도, 우는 듯한 신음 소리도, 흥분에 절어 달달 떨리는 몸도 우연재로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이걸 숱하게 본 새끼도 있겠지. 문서윤을 서슴없이 만져 댔을 손길이 떠올라 형체 없는 짜증이 치솟았다. 더불어 새카만 불쾌함이 매끈한 피부를 붙든 손등 위로 힘줄을 돋게 만들었다.

우연재는 천천히 허리를 뒤로 뺐다. 즈으읏 빠져나온 성기가 하얀 로션에 젖어 번들거렸다.

딸려 나오듯 성기 주변을 촘촘히 감싼 피부를 매만지자 맞닿은 손바닥을 통해 엉덩이가 움찔거리는 감각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우연재는 하, 헛웃음을 내뱉으며 귀두만 남겨 놓고 빠져나온 좆을 거칠게 처박았다.

퍽!

“아흐으읏!”

“내가, 읏, 서툴러서.”

한 번 끝까지 뚫어 둔 덕분인지 처음 길을 낼 때보다는 수월했다. 사납게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철퍽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서윤에게서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말랑거리는 안쪽이 잔뜩 익어 짓무른 과일처럼 달게만 느껴졌다.

“문서윤, ……하.”

우연재는 입꼬리를 비틀며 허리 짓의 속도를 높였다.

“만족 못 시키면, 윽, 어떡하지…….”

“으응, 읏, 흐으, 아, 아아, 아!”

“걱정했는데.”

계속해서 치받자 엉덩이 쪽 피부가 등과 마찬가지로 발갛게 물들었다. 우연재는 손자국이 남은 하얀 엉덩이를 집요하게 내려다보며 습관처럼 혀를 깨물었다. 피 맛은 익숙했다.

퍽, 퍽, 퍼억! 움직이는 속도가 점차 빨라졌다. 살과 살이 부딪치는 쿨쩍거리는 마찰음에 찔걱이는 야릇한 소리가 섞여 들기 시작했다. 진득하게 열기를 띤 내벽은 성기가 빠져나갈 때는 꿈틀거리듯 따라오다 안을 쑤셔 박을 때는 쪽쪽거리며 달라붙었다.

“후으, 씹…….”

우연재는 새삼스럽게도 제가 성적으로 흥분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문서윤의 안을 쑤셔 대면 쑤셔 댈수록 제어할 길 없는 흥분이 직격으로 뇌리에 꽂혀 드는 느낌이었다. 지칠 줄 모르고 달라붙는 안쪽이 성기 위로 툭 불거진 혈관 모양 그대로 길을 트는 것만 같았다.

“우, 우연재……. 흐, 읏!”

한 손에 들어오는 허리가 덜덜 경련했다. 살 좀 찌워야 될 것 같은데. 우연재는 부러 상체를 숙이며 문서윤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아흑, 윽!”

“으응, 왜.”

짓누르듯 힘을 싣자 문서윤이 간신히 고개를 돌렸다. 유순한 눈꼬리가 눈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자, 잠깐만, 흐읏, 으! 나, 쌀, 쌀 것 같…….”

그마저도 버티기 힘들었는지 고개가 금세 아래로 떨어졌다. 우연재는 가느다란 목덜미에 입술을 묻으며 또다시 성기를 움켜쥐었다.

“싸.”

“아니이, 그만, 아흣, 읏! 만지지, 아, 앗!”

“나도, 하아, 쌀 테니까…….”

느릿하게 손을 움직이자 꿀렁이는 감각이 느껴졌다. 우연재는 손아귀에 든 성기가 사정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심술을 부리듯 허리를 쳐 댔다. 안쪽을 쑤실 때마다 질퍽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흐으, 으읏, 응…….”

사정의 여파로 내벽이 극렬하게 꿈틀거리며 좆을 물어 댔다. 엉덩이를 잡은 손은 물론이고 턱과 온몸에 힘이 실리며 핏줄이 곤두섰다. 우연재는 이를 악문 채 일부러 도톰하게 튀어나온 내벽을 문질렀다. 순식간에 사정감이 치솟으며 전신의 신경이 바짝 곤두섰다.

“큿…….”

“흐으으, 아으, 으, 아아…….”

팽팽하게 발기한 성기가 정액을 뱉어 내는 순간까지도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 짓을 반복하자 문서윤이 울음을 터뜨리는 듯한 신음을 내뱉었다. 허리가 잘게 튀어 오르며 엉덩이가 움칠거렸다.

“하아……. 좋았어?”

“하으, 흐…….”

침대에 처박히다시피 한 뺨을 쥐어 묻자 문서윤이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발그스름하게 달아오른 뺨과 멍하니 풀린 눈가가 퍽 외설적이었다. 우연재는 퉁퉁 부어오른 입술을 만지작거리다 몸을 물렸다.

성기를 빼내자 뻐끔거리는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벌름거리던 구멍이 서서히 좁아지는 과정을 빤히 바라보며 콘돔을 잡아당겼다.

우연재는 정액이 든 콘돔을 침대 아래로 대충 던져 놓은 뒤 다시금 문서윤에게로 집중했다. 옷을 완전히 벗기지 않은 탓에 속옷과 트레이닝복이 무릎에 걸려 있었다. 손쉽게 한 팔로 양다리를 잡아챈 그는 문서윤의 몸을 가뿐하게 뒤집으며 걸리적거리는 옷을 벗겨 냈다.

“흐으, 왜…….”

문서윤이 바들바들 떨리는 팔을 움직여 티셔츠로 아래쪽을 가렸다. 우연재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헛웃음을 내뱉었다.

“문서윤. 섹스까지 했는데 이제 와서 낯가려?”

“아니, 읏, 보기 싫을 것 같…….”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곧게 뻗은 눈썹이 슬쩍 찌푸려졌다. 좆이야 제게도 달려 있는데 이게 뭐라고 가리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연재는 억지로 손을 치워 내는 대신 힘 없이 벌어진 다리 사이를 파고들며 콘돔을 향해 팔을 뻗었다.

“더, 읏, 더 하게?”

헐떡이던 문서윤이 가까스로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입술을 달싹였다. 그마저도 힘이 없는지 눈매가 금세 헝클어졌다.

“문서윤한테 아다 주기로 했으니까…….”

우연재는 빨갛게 쓸린 무릎에 입술을 내리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느슨히 올라가는 입술이 어딘가 사납게 느껴졌다.

“이왕 주는 거 확실히 줘야지.”

* * *

고개를 살짝 젖히자 부드러운 소파가 목을 떠받쳤다. 문서윤은 눈동자를 아래로 떨어트려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했다. 엔딩 크레딧이 느릿하게 올라가고 있었다. 우연재와 함께 먹은 피자는 언제 그런 음식을 먹었냐는 듯 박스는 물론 냄새까지 깔끔하게 자취를 감춘 뒤였다.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누리는 소박한 사치에 나른함이 더해지자 잠이 몰려왔다. 반쯤은 졸다시피 하며 멍하니 엔딩 크레딧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뺨에 차가운 감각이 닿았다. 송골송골 맺힌 냉기에 문서윤은 화들짝 놀라 어깨를 움츠렸다. 고개를 돌리자 키득거리는 얼굴로 서 있는 우연재가 보였다.

“졸려?”

손에 들린 건 탄산음료였다. 아무도 마시지 않는 음료가 늘 냉장고에 차 있는 건 가끔 집을 찾곤 하는 손님 때문일 테다. 손님보다는 객식구에 가까운가, 문서윤은 싱거운 생각을 하며 탄산음료를 받아 들었다.

“응, 조금. 방금도 졸았나 봐. 너 가까이 오는 것도 몰랐어. 몇 시야?”

“1시.”

“잘 시간 지났다…….”

시험이 끝난 후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건 우연재의 집에 왔기 때문이다. 아마 곧바로 집에 들어갔다면 아버지와 숨 막히는 저녁 식사를 하며 시험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채점 결과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만족을 모르는 분이셨다.

공부하기로 한 사람은 나니까 어쩔 수 없지. 1년만 지나면 열아홉이니,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온 신경을 기울여도 모자랐다.

“그럼 그거 마시지 말고 가서 자. 어쩐지 양치질까지 했는데 찾더라.”

“잠결이었나 봐. 가서 자야겠다.”

문서윤은 자연스럽게 음료수를 넘겨주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발걸음이 향한 곳은 우연재의 침실이었다. 침대의 주인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는데도 먼저 침대를 차지한 그는 이불 안으로 꼬물꼬물 기어들어 갔다.

‘우연재 냄새 난다.’

그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잔뜩 쏟아지던 잠기운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의식하지 말고 곧장 잠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란 게 문제였다.

“하…….”

언제 졸았냐는 듯 별안간 또랑또랑해진 정신에 문서윤은 한숨을 내쉬며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다. 체향이 더 깊게 들어오니 이런 식으로 코를 묻는 건 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열 오른 뺨을 들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했다. 차라리 빨리 이 냄새에 익숙해지는 편이 좋았다. 후각은 금방 적응하니, 조금만 견디면 이 체향도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오늘처럼 시험이 끝나는 날은 우연재의 집에서 자는 게 연례행사였다. 고등학생이 됐다고 갑자기 발길을 끊는 것도 이상해 어영부영 따라오다 보니 중학생 때 시작된 루틴이 어느덧 5년째 이어지는 중이었다. 우연재의 침대에서 자는 게 어색하지는 않지만, 가끔은 지금처럼 예기치 못하게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리고는 했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문서윤이 우연재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 열여섯의 여름이었다. 단순히 풋사랑이라 치부한 감정이 풋내 나는 감정이 아님을 깨달은 건 열일곱의 겨울이었고.

기준은 간단했다. 우연재를 성적으로 의식하느냐 아니냐였다.

열여덟의 1학기 중간고사가 오늘 막 끝났으니, 그날 이후 우연재의 침대에 누운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같은 자리에 누워서인지 몇 달 전의 수치스러운 기억이 떠올라 문서윤은 괜스레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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