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화
속옷과 함께 헐렁한 트레이닝복이 금세 벗겨졌다.
“읏…….”
성기 끝에서 방울방울 솟은 프리컴이 타액처럼 주욱 늘어졌다. 수치심에 절로 다리가 오므라들었으나 우연재의 몸이 가로막고 있어 완전히 그러모으기란 불가능했다.
“흐으…….”
문서윤은 헐떡거리면서도 힐긋 그의 눈치를 살폈다. 지난번이야 처음이었고, 시작을 뒤로 했으니 괜찮았겠지만, 오늘은 아닐지도 몰랐다. 아무리 제게 꼴렸다고 해도 발기한 성기를 보면 성적 욕구가 가실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도 우연재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뻗어 침대 위를 굴러다니던 물건을 주워 들었다. 문서윤은 그제야 발치에 닿았던 물건이 둥글둥글하고 기다랗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생긴 건 화장품 같은데, 우연재가 쓰는 물건은 아니었다.
“뭐, 읏, 뭐야?”
“젤.”
“아…….”
저런 것도 있구나. 섹스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적이 없어 저런 물건이 있는 줄도 몰랐다.
“처음 보나 보네.”
우연재가 슬쩍 인상을 찌푸리며 손바닥 위로 젤을 짜냈다. 통을 꾸욱 누르는 손등 위로 핏줄이 불거지더니 그 손이 허벅지 뒤쪽을 감싸 위로 밀어 눌렀다. 간신히 모은 다리가 맥없이 벌어졌다.
“읏.”
민망해할 틈도 없이 아래쪽에 차가운 느낌이 닿았다. 우연재가 젤이 잔뜩 고인 손바닥을 넓게 펴더니 통째로 아래쪽을 감싸듯 문지른 것이다. 구멍은 물론 회음부 전체가 치덕치덕한 젤에 젖어 번들거렸다. 몸이 긴장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손가락 하나가 곧바로 안쪽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흐읏…….”
익숙하지 않은 이물감에 문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젤의 힘을 빌려 들어온 손가락이 어떤 식으로 내벽을 파고들어 꾸물거리는지 훤히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긴장한 것치고는 몸에 열이 오른 데다 젤 덕분에 그리 아프지는 않았다.
견딜 만한 상태를 귀신같이 눈치챘는지 우연재가 비스듬히 웃었다. 어쩐지 짜증이 섞인 듯한 미소였다. 꼬물거리는 내벽을 부드럽게 짓누르던 손가락은 느릿하게 빠져나가는 듯하다가 검지가 합세해 안쪽을 들쑤셨다. 두껍고 긴 손가락들이 교차하듯 벌어지며 비좁은 안쪽을 넓혔다.
“하으, 으, 흐으…….”
하나는 그럭저럭 견딜 만했는데 두 개를 넣자 확실히 버거웠다. 무엇보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딱딱한 손가락들 때문에 기분이 이상했다. 위험한 순간이 오롯이 우연재의 손에 달린 기분이었다.
“하…….”
마찬가지로 벅찼는지 한숨을 내쉰 우연재가 젤을 들어 아예 구멍 위로 짜냈다. 달아오른 체온 위로 차가운 액체가 닿자 구멍이 옴찔옴찔 손가락을 조여 물었다.
“흣!”
아래가 절로 꿈틀거리는 게 느껴져 문서윤은 반사적으로 배에 힘을 실었다. 자연스레 내벽이 조여들며 안으로 들어찬 손가락을 꽈악 압박했다. 부드러운 손가락은 물론 딱딱한 손톱까지 고스란히 느껴지는 착각이 일어 문서윤은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뱉었다.
감각을 받아들이는 건 분명 뇌일 텐데, 자극이 지독하게 심한 탓인지 머리가 아닌 구멍 안쪽의 속살이 전신을 지배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잘 조이네, 문서윤…….”
“아아, 앗, 아!”
우연재가 손목에 힘을 싣더니 끝마디만 걸리도록 빼낸 손가락들을 빠르게 쑤셔 넣었다. 근처에 잔뜩 흘러내린 젤이 그 움직임을 따라 내벽 안으로 들어차며 철퍽이는 소리를 만들어 냈다. 거친 왕복 운동과 함께 안으로 들어온 검지와 중지가 가위질을 하듯 내벽을 넓히자 손끝이 점막을 밀어내는 느낌이 생생하게 와닿았다.
“하…….”
우연재는 재차 한숨을 내쉬었다. 몇 번 쑤신 게 다인데 벌써부터 느끼는지 아래 깔린 몸이 발발 떨리고 있었다. 안쪽을 잔뜩 휘저은 손가락들을 또다시 끝마디만 걸리도록 빼내 양옆으로 벌리자 좁은 구멍이 빠끔 벌어졌다. 그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약지를 집어넣었다.
“으읏, 읏, 응!”
뜨겁게 달아오른 점막이 손가락을 빨아들이듯 오물거렸다. 그는 안쪽을 넓히는 데만 집중하며 문서윤은 살폈다. 하얀 몸 여기저기가 불긋하게 달아오른 채였다. 일부러 짓씹어 잇자국을 만들어 낸 쇄골이 눈에 띄었다.
“우연, 재애……. 흐윽, 윽…….”
버티기 버거웠는지 문서윤이 팔을 허우적거렸다. 아래를 쑤시는 제 손목을 낚아채고 싶은데 힘이 빠져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모양새였다. 우연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구멍을 쑤셔 댔다. 손목을 움직일 때마다 젤이 들어찼다 흘러나오길 반복하며 철퍽철퍽 외설적인 소리를 자아냈다.
기어코 네 번째 손가락을 넣었을 때였다.
“하윽, 읏, 아!”
꼿꼿하게 발기한 성기가 정액을 토해 냈다. 체모 자체가 거의 없다시피 한 데다 젖꼭지만큼이나 색소가 발그스름한 성기는 사정하는 순간까지 단정함을 자랑했다. 하. 우연재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고작 손가락으로 쑤셔 주는 걸로 쌌어?”
“흐윽, 윽, 아, 아니…….”
사정감에 몸이 달달 떨리며 생리적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문서윤은 당황해 고개를 젓기만 했다. 아래쪽을 쑤실 때부터 흥분이 몰려오긴 했지만, 설마하니 벌써 사정하리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사정한 몸이 경련하듯 부들거리자 내벽이 손가락들을 씹어 대듯 끈적하게 달라붙으며 딱딱한 뼈에 감싸인 피부를 감쳐물었다.
“벌써 싸면, 하……. 앞으로 어떻게 버티려고?”
“흐으으으…….”
배 안쪽을 꽉 채우던 손가락들이 빠져나가자 구멍이 뻐끔거렸다. 다리를 모을 만한 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순간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툭 떨어지며 시야가 밝아졌다. 네모난 박스를 뜯고 있는 우연재가 그 밝아진 시야 안으로 들어찼다.
“뭐, 흐, 뭔데에…….”
“콘돔.”
지난번에 봤던 콘돔과는 다른 제품인지 박스 색깔부터가 달랐다.
한 손으로 박스를 연 우연재가 잇새로 콘돔을 뜯더니 익숙하게 성기에 씌우기 시작했다. 곧 뜨겁고 매끈매끈한 감촉이 움찔거리는 구멍 위로 닿았다. 무언가를 기대하듯 구멍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했다.
“너랑 씹질 하고 나서 찾아봤는데…….”
“흐읏, 으, 아…….”
“딜도에도 콘돔 씌워야 한다더라.”
곧 딱딱하게 발기한 성기가 구멍을 벌렸다. 움찔거리던 아래가 귀두 모양을 따라 천천히 벌어지는 게 느껴졌다. 문서윤은 헐떡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너무나도 거대해 우연재가 하는 말은 귓가에 닿지 못했다.
“남자끼리라…….”
“하으, 으, 아!”
찢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달리 구멍은 귀두를 삼키려 안달이 난 것처럼 입을 벌렸다.
“후으, 피임은, 읏, 필요 없어도…….”
“아흐으, 으, 너무, 커어…….”
“깨끗하게 써야 할 거 아냐. 그치이.”
허리를 붙잡는 손이 느껴졌다. 간신히 들어온 귀두가 반 정도만 말랑말랑하게 풀린 내벽을 꿰뚫었다. 문서윤은 밭은 숨을 들이마시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자연스레 엉덩이 사이를 파고든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거의 다 들어온 게 아닐까 생각한 저를 비웃듯 끄트머리만 간신히 삼킨 것 같았다.
“너, 흑, 왜 이렇게…… 커?”
“새삼스럽네?”
“하으, 앗, 다, 다 안 들어갈 것 같…… 으응!”
“후으, 쑤시면, 다 들어가.”
문서윤은 반사적으로 우연재의 손목을 쥐었다. 그의 성기를 제대로 보는 건 지금이 처음이었다. 첫 섹스는 후배위였으니 볼 수가 없었고, 그 후에는 정신없이 흔들리느라 무언가를 자세히 관찰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엉덩이를 파고든 좆은 제 안에 들어갔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저걸 꾸역꾸역 집어넣으면 배가 터져 죽을지도 몰랐다.
“여, 연재야. 안 될 것 같, 아!”
순간 성기가 밀려들었다. 밀려들었다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손가락이 빠져나가자마자 좁아 들기 시작한 내벽이 꿈틀꿈틀 벌어지는 순간이 선명했다. 찌릿한 감각이 허리를 타고 올라 목덜미를 관통했다.
“왜애.”
우연재가 눈꼬리를 접으며 말꼬리를 늘였다. 무의식적으로 성을 빼고 이름만 불렀더니 일부러 어릴 때 말투를 쓰는 게 분명했다.
“아흐, 으, 앗!”
“저번에도, 하, 잘 받아먹었잖아.”
보고 싶지 않아도 타인의 성기를 보게 되는 때가 있다. 군대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공용 욕실을 쓰다 보면 굳이 시선을 내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타인의 일부가 시야에 들어오는 경우가 생기고는 했다. 다른 이의 성기를 평가할 생각은 없기에 딱히 어떠한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지만, 그때의 기억을 토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했다.
우연재는 지나치게 컸다. 아무리 성기가 체격에 비례한다 해도 정말 지나쳤다.
“아, 아니. 아닌 것 같, 아! 아흐으! 읏!”
“문서윤 좋아 죽던데…….”
도무지 사람의 몸에 들어갈 수 없을 것 같은 좆이 안쪽을 쿡 찔러 댔다. 젤이 질퍽거리는 느낌과 함께 딱딱하고 뜨거운 살덩어리가 배를 들쑤셨다. 순간 몸 어딘가를 건드렸는지 미지근하게 가라앉던 흥분이 확 튀어 올랐다.
막 불길이 시작된 것처럼 걷잡을 수 없는 쾌감이 몰아닥치며 허리가 비틀렸다.
“흐읏!”
“후으, 씹, 기억 못 하면, 하, 존나, 아쉬울 것 같네?”
“아, 모, 모르겠…….”
문서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허리가 붕 뜬 자세에도 우연재의 좆이 얼마나 남았는지 또렷하게 보였다. 이 정도면 다 들어왔겠지, 하고 마음을 간신히 달랜 게 무색하게도 흉포하게 선 살덩어리는 고작해야 반 정도가 들어온 모양새였다.
“기억도 못 하면서, 읏, 하자고 하는 거 덥석 물었어?”
“아흐, 흐으…….”
“몸이, 후우, 어지간히 달기는 했나 봐.”
신경질적으로 웃은 우연재가 허리를 붙든 손에 힘을 실었다. 동시에 커다란 좆이 푸욱 소리를 내며 틀어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