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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샤워 (88)화 (88/139)

88화

“아아! 아! 아흐, 으, 으응…….”

그러잖아도 튀어 오른 흥분이 몸을 자글자글 끓게 만들던 차였다. 순식간에 고개가 젖혀지며 한 손에 잡힌 허리가 경련하듯 바들바들 떨렸다. 눈앞이 간헐적으로 점멸하듯 흔들렸다. 끝 갈 데를 모르고 치솟은 열락에 문서윤은 짧게 숨을 멈췄다 몰아 내쉬길 반복했다. 발가락까지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며 온몸이 경직됐다.

“흐윽, 읏, 흐으읏…….”

사정했음을 깨달은 건 우연재가 배를 건드렸을 때였다.

“하으, 으, 하지 마. 아, 아!”

“하, 가슴도 잘 느끼고, 뒤로도 잘 가고…….”

치덕치덕한 느낌이 그 위로 달라붙었다. 사정한 정액을 배 위로 문지르는 우연재의 손장난 때문이었다. 동시에 뱃가죽 아래에서 꿈틀거리던 좆이 압박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마나 손을 탔길래.”

지나친 쾌감에 말뜻은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목소리 끝에 섞인 짜증스러움은 분명히 읽어 낼 수 있었다. 정확한 표정을 확인하기 위해 간신히 눈을 뜬 순간 쭈우웁 빠져나간 성기가 거센 허리 짓과 함께 안을 쑤석였다. 퍼억! 맨살끼리 맞부딪히는 소리가 너른 침실을 울렸다.

“아으, 읏, 흐으……. 지, 지금 안, 안 돼, 아, 아!”

사정의 여파에 젖어 있던 몸이 전립선을 찔러 대는 좆질에 또다시 흥분으로 치달았다. 머리가 새하얗게 질리며 백치처럼 텅 비는 것만 같았다. 당장 느낄 수 있는 감각은 전신을 관통하는 쾌락이 전부였다.

“문서윤. 하아……. 힘 좀 빼.”

“하으, 으, 읏!”

본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인지 우연재가 아예 팔로 상체를 지탱하듯 허리를 굽혔다. 자연스레 맞닿은 엉덩이가 더 붕 떠오르며 삽입이 깊어졌다. 거리가 가까워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문서윤은 맥없이 흔들리면서도 오롯이 우연재만을 응시했다. 몇 시간 전에 친 카덴차가 머릿속을 뛰어다니는 것처럼 정신이 여기저기로 튀어 올랐다. 일순 새까만 눈동자가 가느다랗게 벼려진 눈매에 폭 가려졌다.

“씹…….”

욕설을 짓씹은 우연재가 손을 뻗어 입술을 짓눌렀다. 가쁜 호흡과 야릇한 신음을 내뱉느라 반쯤 벌어진 입술이었다. 얇은 피부에 둘러싸인 살덩어리를 집요하게 만지작거리던 손가락은 마침내 잇새를 지나 입 안으로 침범했다.

“으읏, 응, 흐으읏, 아흑, 아!”

퍽, 퍽, 퍼억! 성기가 빠져나갔다 들어올 때마다 질퍽거리는 느낌과 함께 구멍 밖으로 끈적끈적하게 녹은 젤이 흘러내렸다. 마찬가지로 입에서는 타액이 줄줄 샜다.

문서윤은 우연재가 제 혀를 만지게 내버려 둔 채 얼굴 옆을 짚고 있는 그의 팔에 손가락을 얽었다. 무엇이라도 붙잡지 않으면 도저히 버틸 수가 없을 것만 같았다.

“하아…….”

혀의 중심부를 가차 없이 짓누른 손가락이 입술 쪽으로 미끄러지며 혀 끄트머리를 매만졌다. 코로 숨을 쉬지 못하는 상황에서 혀까지 만져지자 호흡을 조절하기가 버거웠다. 문서윤은 우연재의 손목을 긁었다.

“소온, 읏. 흐읏, 으응…….”

“왜애. 만지고 싶은데.”

선홍색 살덩어리의 끝을 연신 매만지던 손가락이 뺨 안쪽으로 미끄러졌다. 딱딱한 피부가 축축하고 여린 살점을 뭉근하게 문지르자 간지러움이 더해지며 뺨으로까지 열이 올랐다. 입에서 느껴지는 성감에 반사적으로 아래를 조였는지 허리 짓이 점차 치받듯 거세졌다.

“으읏, 으, 흣!”

문서윤은 울음을 터뜨리듯 신음했다. 입 안을 파고든 손가락에 신경을 쏟을 만한 정신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철퍽거리는 소리를 내며 배 안쪽을 찔러 대는 좆에 이성이 완전히 날아간 기분이었다. 온몸이 실온에 녹은 버터처럼 물컹해지더니 뇌가 흐물흐물 문드러졌다. 우연재의 손목을 쥐고 있던 손에서도 서서히 힘이 풀려나갔다.

“후으……. 씨발.”

“아흐, 으, 읏!”

빨라질 수 없으리라 생각한 허리 짓이 한층 더 빨라졌다. 이제는 완전히 말랑하게 풀려 버린 내벽이 안을 짓쑤시는 자지를 부드럽게 받아먹었다. 커다란 좆을 물고 있는 엉덩이는 물론 몸 전체가 벌벌 떨렸다.

길게 빠져나간 성기가 도톰하게 부어오른 곳을 직격하듯 퍽 소리를 내며 처박혔다.

“아아! 아흐으, 으으, 으, 아아…….”

“하아…….”

입술을 만지작거리던 손가락이 천천히 물러났다. 뒤이어 우연재가 목덜미에 입술을 내리더니 느리게 허리를 치댔다. 문서윤은 그제야 그 역시 사정했음을 눈치챘다.

“하으, 흐, 읏…….”

저는 말할 것도 없었다. 허리가 바짝 오른 성감을 주체하지 못하고 작살에 꿰인 물고기처럼 펄떡거렸다. 그는 연신 헐떡이며 밭은 호흡으로 숨을 골랐다.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이 또다시 입술을 만지작거렸으나 밀어낼 힘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

“으읏, 흐으, 아…….”

몇 번이나 더 허리를 치대던 우연재가 느릿하게 물러나고 나서야 안을 꽉 메우고 있던 성기가 주우욱 빠져나갔다. 구멍이 바들거리듯 움칠움칠 수축했다.

“하…….”

간신히 눈을 깜박이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대충 쓸어 넘기는 우연재가 보였다. 콘돔을 벗겨 낸 그가 평소답지 않게 체액이 덕지덕지 묻은 물건을 침대 바닥에 대충 던져 놓았다. 아니, 저번에도 그랬나. 과거를 더듬고 싶었으나 머리가 생각하기를 거부했다. 당장 숨을 쉬라는 명령을 내리기에도 바쁜 듯했다.

“또, 흐읏, 또, 할 거야?”

경련하는 배를 보기 민망해 간신히 시선을 들어 올린 찰나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새 콘돔을 뜯고 있는 우연재가 보였다.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언제 무섭게 집중한 얼굴이었냐는 듯 느슨하게 웃은 그가 발기한 성기에 콘돔을 씌우며 샐샐거렸다.

“한 번으로 끝내면 아쉽지. 문서윤이 언제 또 써먹어 줄 줄 알고.”

“하으, 으…….”

발기한 좆이 뻐끔거리는 구멍 위를 노골적으로 문지르는 게 느껴졌다. 문서윤은 본능적으로 다리에 힘을 실었다. 침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엎드리려는 순간 아래를 찔러 대던 성기가 푹 구멍을 쑤시며 들어찼다.

“아읏, 읏!”

반 정도 기울어진 몸이 완전히 뒤집힌 것과 동시였다. 배 속이 얼얼해지는가 싶더니 고여 있던 흥분이 순식간에 치솟아 발끝을 곱아들게 만들었다.

“흐읏, 우, 우연재…….”

“응.”

주욱 빠져나간 성기가 재차 퍽 소리를 내며 안을 찔러 댔다. 저를 부르는 소리에 우연재가 몸을 숙였다. 침대에 엎드린 몸을 완전히 깔아뭉개다시피 한 자세였다.

“너, 흐읏, 읏…….”

“으응. 나 왜.”

“왜, 왜 이렇게……. 아, 무거, 워. 흑!”

허리 짓에 절로 등이 파들파들 전율했다. 문서윤은 매달리듯이 손에 잡히는 시트를 아무렇게나 그러쥐었다. 몸을 압박하듯 눌러 대는 무게에 숨이 막혔다.

지금껏 우연재를 무겁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이 무게를 감당하기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습관처럼 허리가 끌어당겨질 때도, 품에 안길 때도, 어깨에 기대 오는 무언가가 있을 때도 여태 느껴 본 적 없던 무게였다.

순간 문서윤은 그제야 우연재가 저를 봐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온전한 제 무게를 느끼지 못하도록.

그러니까, 그건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선이었다.

“무거워?”

우연재가 피식 웃었다. 얼굴을 볼 수 없어 확신할 수는 없으나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끌어 올린 표정일 것 같았다. 뒤에서 뻗어 나온 손이 턱을 잡아채더니 검지가 입술을 짓눌렀다. 목소리는 귓가에 바로 꽂혀 드는데 고개를 돌릴 힘이 없어 표정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아흣!”

얌전히 굴던 우연재가 돌연 허리를 치대기 시작했다. 잠깐 숨을 고를 시간을 준 것뿐이라는 듯 좆이 거칠게 안쪽을 쑤셔 댔다. 익숙하지 않은 쾌감이 전신을 쾅쾅 때려 박자 시야가 잔뜩 흔들리며 채 다물지 못한 입에서는 타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하으, 아, 아!”

기대 오는 무게 때문인지 삽입이 더 깊어진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엎드린 자세에서 몸까지 꽈악 짓눌리자 성기가 부드러운 이불 위로 뭉개지며 간질거리는 자극이 찾아왔다.

“흐읏, 으응…….”

몸 전체가 난폭한 허리 짓에 휘둘렸다. 전신을 절절 끓게 만드는 쾌감에 문서윤은 신음을 내뱉는 것 외에는 그 무엇도 해내지 못했다. 뺨을 감싸듯 뻗어 나온 손은 밭은 호흡을 내뱉느라 벌어진 입술을 집요하리만치 매만졌다.

“흐윽, 아아…….”

미처 삼키지 못한 타액이 손가락을 타고 줄줄 흘러내릴 텐데도 우연재는 조금도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후으…….”

지치지도 않는지 연신 허리를 처박을 뿐이었다.

“아흐, 읏, 으응, 아! 아!”

푸욱! 자비 없이 들어온 성기에 엉덩이 근육이 꿈틀거렸다. 머리끝까지 쾌감이 치솟아 푹 고개를 숙이자 돌연 아래를 치대는 속도가 바뀌었다. 우연재가 허리 짓을 늦추더니 느끼는 곳을 느릿하게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으, 흐…….”

차라리 쾅쾅 때리는 쾌감이라면 조금 전처럼 휩쓸리기라도 할 텐데, 거센 쾌감에 뒤이어진 잔잔하고 느릿한 자극에 도리어 온몸이 덜덜 떨렸다. 미칠 것만 같았다.

문서윤은 반사적으로 시트를 쥔 손에 힘을 실었다.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팔을 앞쪽으로 뻗었을 때였다.

“아!”

처량하게 떨리는 손목이 핏줄이 불거진 손에 붙잡혔다. 우연재가 팔을 뻗어 손목을 옭아맨 것이다. 구속구에 묶이기라도 한 것처럼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문서윤.”

흥분에 절어 낮아진 목소리가 그르렁거리듯 머리 위로 떨어졌다.

“나한테서, 하, 도망가지 마.”

“하으, 으, 아!”

“응?”

“읏, 안, 안 가, 아아, 아흐으…….”

문서윤은 헐떡이면서도 기어코 대답을 내놓았다. 우연재가 자꾸만 도망 운운하는 이유를 알 수 없으나 뭐가 됐든 제가 먼저 그를 저버리는 일은 없을 테다.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우연재가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살냄새라도 맡듯 집요한 호흡이 훤히 드러난 살결 위로 쏟아졌다.

“하읏, 흐으으……. 아, 아앗, 아!”

이어지는 허리 짓에 문서윤은 속절없이 쾌락에 빠져들었다. 눈을 깜박이자 간신히 고여 있던 눈물이 툭, 떨어지며 어딘가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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