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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샤워 (106)화 (106/139)

106화

그 움직임을 따라 자지가 즈윽 물러나자 내벽이 허전함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오밀조밀 경련했다. 가장 깊숙한 곳부터 다시금 붙기 시작한 점막들은 기어코 빠져나가려는 좆의 속도를 추월해 살덩어리를 붙잡듯 빠듯하게 조여 물었다. 동시에 배 안쪽이 자아라도 가진 것처럼 꿈틀거렸다. 도무지 적응되지 않는 감각에 문서윤은 허우적거리며 우연재에게 달라붙으려 했다.

“여, 연재야. 앗, 느낌 이상……. 그, 그만 빼…….”

“후으, 그만 빼?”

엉덩이를 쥔 악력에 압박감이 느껴졌다. 손을 떼어 내면 손 모양 그대로 벌겋게 자국이 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만큼 강한 힘이었는데도 아프기는커녕 안쪽이 자극되어서인지 이 모든 순간이 기껍게만 느껴졌다.

차마 목소리를 낼 엄두가 나지 않아 문서윤은 초점도 맞지 않는 눈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벌어진 입술 사이로 색색거리는 호흡이 샜다.

“으응. 알았어.”

예쁘게 웃은 우연재가 그대로 손에서 힘을 풀었다.

푸욱!

“아아! 아! 아흐, 흐으으…….”

귀두만 남기고 빠져나간 좆이 철썩 소리와 함께 단번에 틀어박혔다. 애초에 길 따위를 낸 적이 없다는 듯 저들끼리 꽉 달라붙은 내벽이 주우욱 벌어지며 좆에 밀려 뭉그러졌다. 성기의 굵기만큼이나 커다란 귀두가 그대로 전립선을 찔렀는지 온몸에 빳빳하게 힘이 실렸다.

“하윽, 으, 읏…….”

뒤로 넘어가려는 고개를 우연재의 손이 떠받쳤다. 동시에 허리가 덜덜 떨리며 언제 경직됐냐는 듯 전신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문서윤은 우연재의 어깨에 이마를 묻었다. 뒷머리를 떠받친 손이 없었다면 그대로 침대 위로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하으, 아…….”

“씹…….”

우연재의 욕설은 끝 갈 데를 모르는 신음에 그대로 파묻혔다.

“으읏, 읏! 흐읏!”

머리를 받쳐 주는 다정한 손길과 달리 안쪽을 헤집는 좆질은 사뭇 거칠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몸을 봐줄 생각이 없다는 듯 우연재는 연신 허리를 치댔다. 격렬한 움직임을 따라 머리가 흐물흐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문서윤은 제 손톱이 우연재의 등을 긁는 것도 모른 채 신음을 막기 위해 입술을 벌렸다.

“문서윤, 하, 더 세게 물어야지.”

간신히 고개를 움직여 벌어진 입술을 우연재의 어깨 위로 뭉개자 입술 안쪽의 점막을 통해 헐벗은 피부가 느껴졌다. 세게 문다고 물었는데도 우연재는 간지럽지도 않다는 듯 소리 내어 웃었다.

“고작, 윽, 그 정도 물어서…….”

“앗! 아흐, 흐읏, 아! 여, 연재야, 흐윽, 너무, 빨……!”

“어떻게 버티려고?”

몸 전체가 들썩이자 저절로 입술이 떨어졌다. 입 안 가득 고여 있던 타액이 줄줄 흘러내리며 조금 전까지 물고 있던 피부 위로 길게 늘어졌다. 이성적인 사고가 날아간 건 물론이고 몸 전체를 뭉개는 쾌락에 더는 버티기가 힘겨웠다.

결국 문서윤은 목을 감싼 팔에 간신히 힘을 실어 우연재의 어깨를 꽉 물었다. 귓가로 낮게 웃는 소리가 떨어져 내렸다.

“하여튼 두 번 가르쳐 주면, 하아, 잘 배워…….”

“으흐읏, 으읏…….”

우연재의 어깨를 물고 있다고 해서 신음이 완전히 먹혀들어 간 건 아니었다. 오히려 몸이 맞붙으며 다시 발기하기 시작한 성기가 탄탄한 근육에 문질러졌다. 내부를 휘젓는 쾌감과 함께 좆이 굴곡 있는 근육에 비벼지자 온몸이 열에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흐물흐물 무너졌다.

끝끝내 코로 호흡하는 게 어려워져 문서윤은 헐떡이며 고개를 떼어 냈다. 동그랗게 잇자국이 남은 어깨가 흐릿한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외면하듯 시선을 내리깔자 허리 짓을 따라 꿈틀거리는 복근이 보였다. 제 정액과 프리컴에 잔뜩 젖은 근육이 희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성기가 또다시 정액을 토해 내며 구멍이 저를 파고든 살덩어리를 깨물었다.

“하아, 씹…….”

“흐으으, 읏, 아…….”

사정의 여파로 어깨가 파들파들 떨렸다. 끝 갈 데를 모르고 달아오르는 쾌락을 버티기 위해 거칠게 숨을 몰아쉬자 호흡을 따라 뱃가죽이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했다. 바짝 열 오른 몸이 배 속을 파고든 좆을 폭 감싸 안으며 게걸스레 꿈틀거렸다. 손끝은 물론이고 발끝에까지 힘이 들어가 마음처럼 몸을 지탱하기가 버거웠다.

“하윽, 윽, 흐윽……. 아아!”

우연재는 봐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 좆이 푸욱, 푹 소리를 내며 연거푸 내벽을 짓뭉갰다가 즈읏 소리와 함께 빠져나갔다.

“하아, 아, 흐읏…….”

힘이 들어 색색거리는 호흡을 느꼈는지 움직임이 다소 느려지기는 했다. 덕분에 문서윤은 흐릿하게나마 제 상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질질 흘린 게 언제였냐는 듯 성기는 다시 발기하기 시작했고, 구멍은 꼬물거리며 내벽을 들쑤시는 좆을 쭈우웁 삼켜 대는 중이었다.

“흐읏, 으…….”

문서윤은 또다시 우연재의 어깨에 이마를 기댔다. 끝없이 솟아오르는 성욕 위로 술기운까지 더해지자 머리가 뜨거워지며 뺨으로 열이 올랐다. 뜨겁게 데운 와인에 풍덩 빠져 익사하는 기분이었다.

우연재에게 섹스를 조른 이유를 스스로도 알 수가 없었다. 기일이라 슬퍼서인지, 아니면 감정을 들켰다는 데서 오는 자괴감 때문인지, 그도 아니면 말 그대로 제 짝사랑은 성욕과 다를 바 없어서인지 도무지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였다.

그나마 다행인 게 있다면 울어도 우연재가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으리라는 사실이었다. 섹스에 동반된 생리적인 눈물이라고 생각할 테다. 혹은 날이 날이니만큼 슬퍼서라 여기거나.

문서윤은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 든 속눈썹을 깜박였다. 동그란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니 미끄러지듯 흘러내려 마침내 우연재의 허벅지에까지 스며들었다. 커다란 손이 또다시 머리카락 사이를 파고들었다.

“하아, 그만할까?”

“아니, 읏……. 계속, 흑, 할래.”

어깨에 기댄 채 고개를 젓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맨피부 위로 흐드러졌다.

제어를 벗어난 호흡도, 끊임없이 안을 찔러 대는 좆도 전부 버거웠지만, 지금은 그저 아무렇게나 휩쓸리고 싶었다. 차라리 내내 섹스를 하다 기절하듯이 잠드는 게 나았다.

“하으, 아…….”

문서윤은 그제야 충동적으로 섹스를 제안한 이유를 깨달았다.

섹스는 쉽게 말해 도피처였다. 몸은 물론이고 정신까지 흐트러뜨리는 쾌락에 휩쓸려 꿰뚫는 대로 꿰뚫리고, 흔드는 대로 흔들리다 보면 모든 게 괜찮아질 것만 같았다.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머리를 비울 수 있다는 사실이 못내 좋았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이대로 그만둬도 불면에 시달릴 게 자명했다. 벌써 잡념이 머릿속을 집어삼키려 하는데, 우울한 생각은 더 이상 그만하고 싶었다.

“흐으, 연재야…….”

“응.”

“좋으니까…….”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끝에 힘이 실리는 게 느껴졌다. 어쩌면 착각일지도 몰랐다.

“계속, 읏, 할래.”

문서윤은 서툴게 허리를 움직였다. 씨발, 머리 위로 짓씹는 듯한 욕설과 함께 나지막한 한숨이 쏟아졌다. 너무 밝혀서 질렸나, 지레 놀라 바들바들 떨리는 고개를 간신히 들어 올린 순간 몸이 또다시 위로 들리더니 사납게 빠져나간 성기가 ‘퍽!’ 하고 내벽을 짓뭉갰다.

“아흐읏! 아, 아!”

흔들리는 와중에도 어깨를 붙잡고 있던 덕분에 우연재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였다. 딱딱하게 굳은 눈꼬리가 살짝 찡그려지더니 관자놀이 옆으로 핏줄이 불거졌다. 뺨이 씰룩거린 탓일까, 턱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그를 따라 입술이 비죽이 올라갔다.

마침내 비틀린 입술 사이로 사나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좋아?”

“흐윽, 윽…….”

금세 허리가 무너졌다. 문서윤은 우연재에게 완전히 안긴 채 속절없이 흔들리기만 했다.

“문서윤, 하아, 좋냐고.”

“으응. 읏, 흐으…….”

잠깐 멈춘 눈물이 투둑 툭 떨어지기 시작했다. 문서윤은 순응밖에 모르는 아이처럼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 해야, 읏, 신음인지 아닌지, 알, 거, 아냐…….”

“좋아아, 하으, 흐, 좋아, 아! 아아!”

눈물이 재차 톡 떨어지며 열 오른 뺨을 적셨다.

“연재야아, 흐윽, 아흑! 윽, 하아, 좋, 아…….”

문서윤은 초라한 고백을 건넸다. 우연재가 제 감정을 눈치챈 상황에서도, 섹스를 핑계 삼아야 간신히 내뱉을 수 있는 단어였다.

좋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포기가 안 되는 마음이 있는 모양이었다.

영원한 감정이 아니라는 명제를 알면서도, 언젠가 빛이 바래 사라지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성욕으로 치부될 감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도 좋았다.

“하아, 씨발……. 애 탈진시키겠네.”

퍽, 퍼억! 거친 허리 짓이 연신 이어지더니 우연재가 고개를 살짝 내려 머리카락에 입을 맞춰 왔다. 뒤이어 말랑말랑한 입술이 귓가에 닿더니 허리를 쥐고 있던 손이 뺨으로 올라와 얼굴을 들게 만들었다.

“문서윤.”

“하으읏, 흐으…….”

눈물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우연재의 표정을 읽어 내기가 어려웠다.

계속해서 솟아나는 눈물에 시야가 밝아질 리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문서윤은 눈을 깜박였다. 속눈썹에 매달린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려 우연재의 손가락 사이로 자취를 감췄다.

“오늘따라 물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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