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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샤워 (134)화 (134/139)

4화

막 일어난 직후라 온몸이 나른함에 젖은 채였다. 저항 없이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가 미끄러졌다. 말캉말캉한 살덩어리가 뺨 안쪽의 축축한 점막을 훑더니 얌전히 놓인 혀를 감싸 쪽쪽 빨아들였다.

“흐읏.”

왜 갑자기 눈이 돌았지? 갑작스러운 행동에 당황한 것과는 별개로 뭉근한 신음이 샜다. 기분 좋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온몸의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입 안이 자극당하자 그런 듯했다.

문서윤은 우연재를 밀어내는 대신 그의 팔을 붙잡듯 몸을 지탱한 손목에 손가락을 얽었다. 동시에 혀를 빨아들이는 힘이 조금 더 강해졌다. 질척이는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고요히 내려앉았다.

“으응…….”

입술이 떨어져 나가나 싶더니 우연재가 고개를 비틀며 다시금 입 안을 파고들었다. 축축한 살덩어리가 혀의 옴폭 팬 부분을 노골적으로 짓누르고는 뱀처럼 미끄러져 얌전히 놓인 혀를 칭칭 감싸듯 빨아 당겼다.

어느새 뺨에서 물러난 손이 느긋하게 턱을 감싸더니 마침내 그 아래로 내려가 목을 쥐었다. 미칠 듯이 질주하는 심장 박동이 맞닿은 손바닥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질 것만 같았다.

문서윤은 바르작거리며 우연재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위해 애썼다. 빨리 배우겠다는 말이 그냥 한 소리는 아니었는지 우연재와 키스할 때면 늘 머릿속이 몽롱해졌다. 아직도 제 혀가 서툴게 움직이는 건 그래서일지도 모르겠다.

츕, 추웁. 혀를 빨아들이던 살덩어리가 잠깐 물러난 틈을 타 문서윤은 간신히 호흡을 들이마셨다. 키스는 같이하는데 왜 얘만 능숙해지지, 싱거운 의문이 스쳐 지나간 찰나 뾰족하게 세운 혀가 입천장을 핥듯이 문질렀다.

“흣.”

순간 신음이 새며 움칠 몸이 떨렸다.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우연재가 나지막하게 웃었다. 이어 입천장을 비벼 댄 혀가 뺨을 타고 내려가더니 습하게 젖은 점막을 핥았다. 자연스레 입 안 가득 타액이 고여 들었다.

문서윤은 미숙하게나마 혀를 움직여 멋대로 제 입을 휘젓고 있는 살덩어리를 톡 건드렸다. 동시에 커다란 손이 옷 안을 파고들어 배를 쓰다듬었다. 커다란 손이 맨살을 만지작거리는 감각에 퍼뜩 정신이 돌아와 문서윤은 황급히 우연재를 밀어냈다.

“하……. 왜.”

저를 덮치다시피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슬쩍 찌푸려진 눈썹에서는 불만이 잔뜩 묻어 나오는 중이었다. 문서윤은 그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리며 손등으로 뺨을 가렸다. 평소답지 않게 흥분으로 흐트러진 얼굴을 마주한 순간 뺨이 절로 달아오른 까닭이었다.

“갑자기 배는 왜 만져.”

“서윤아.”

우연재는 손을 물리지 않았다.

“나 지금 하고 싶은데.”

그만하라는 듯 손목을 꽉 붙잡은 손이 있어서인지 더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 상태 그대로 손가락에만 힘을 실어 맨살을 문질렀을 뿐이다.

“응?”

손은 움직이지 않았으나 손가락이 노골적인 의도를 띠고 피부를 쓸어내리자 간지러움이 몰려왔다. 문서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동자만 살짝 움직여 우연재를 올려다봤다.

우연재와의 섹스는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사귄 이후 종종 묘한 분위기가 오간 적은 있어도 그 분위기가 섹스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일부러 피한 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다고 보는 게 맞았다.

개강 후 몇 주를 너덜거리는 정신으로 보낸 바람에 미처 시간의 흐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문서윤은 우연재와 사귀고 나서야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 닥쳐왔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연애 초기라지만 시험을 완전히 놓아 버릴 정도로 무책임한 성격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우연재가 다친 상태였고, 서로에게 당장 필요한 건 정신적으로 안정을 되찾을 만한 시간이라 판단했다.

친구일 때와는 미묘하게 달라진 간질간질한 스킨십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워 그랬을지도 모르고.

문서윤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를 고집했다. 오피스텔에 있으면 우연재가 자꾸 치대 와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다 저는 기숙사로, 우연재는 오피스텔로 돌아가 잠만 자고 나오는 하루가 반복됐다.

오늘 우연재의 본가에 올 수 있었던 것도 때마침 중간고사가 마무리된 덕분이었다. 사귄 이후 처음으로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문서윤은 힐긋 시선을 내리깔았다. 허벅지 위로 두툼하게 발기한 형체가 보였다.

……그동안 참고 있었구나. 우연재가 참고 있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이제야 너무 무심하게 굴었다는 자각이 몰려왔다.

“안 내켜?”

시선이 허벅지로 향한 걸 눈치챘는지 우연재가 살살거리는 어조로 물었다. 문서윤은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저도 성욕이 있는 남자였다. 안 내키는 건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멈춰 있던 손이 약간 위로 기어올랐다.

“여기서 하긴 좀…….”

문서윤은 말을 얼버무렸다. 오피스텔도 아니고 우연재의 본가였다.

“여기가 왜.”

우연재가 뭐가 문제냐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어른들 계시잖아.”

“나가셨는데. 늦게 들어오실 거 뻔하고.”

집에서 일하는 분들 핑계를 댈 수도 있었으나 하필 다들 안 계셔서 그마저도 어려웠다. 계시더라도 우연재의 성격을 잘 아시는 분들이라 2층으로 올라오는 일은 극히 드물어 어울리지 않는 핑계이기는 했다.

“난 문서윤이 내 침대에서 우는 꼴 보고 싶은데.”

망설임을 눈치챘는지 우연재가 샐샐 웃으며 손을 뻗었다.

“변태야?”

“더한 짓 해 줘?”

“읏.”

언제 손목을 쥔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슬금슬금 기어 올라온 손이 가슴을 건드렸다. 문서윤은 움찔 어깨를 떨며 우연재를 노려보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키득거린 그가 고개를 내려 입을 맞추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잘할게.”

문서윤은 입술을 달싹였다. 반쯤 일어나기 시작한 스스로의 성기가 느껴졌다. 얼마나 쾌락에 떨 수 있는지 잘 아는 건 차치하고서라도, 우연재가 아양을 떨듯 대놓고 조르자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공간이라 그런지 속된 말로 꼴리는 기분이 들었다.

얘 갑자기 눈 돈 것도 그래서였나. 우연재에게 변태 운운하긴 했지만, 저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

이런 거 다 들어주면 안 되는데, 문서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숨과 함께 우연재의 뒷머리를 끌어당겨 입술을 핥았다. 입술과 입술이 맞붙자 새까만 눈동자밖에 보이지 않는데도 그 안에 서린 만족한 기색을 읽어 낼 수 있었다.

“만세 해.”

그대로 손에 힘을 실은 우연재가 손쉽게 티셔츠를 벗겨 낸 뒤 느긋하게 허리를 일으켰다. 이상하게 벌써 호흡이 모자란 느낌이 들어 문서윤은 숨을 고르기 위해 애쓰며 우연재를 응시했다. 그가 시선을 내리깐 채 입고 있던 티셔츠를 거리낌 없이 벗어 던졌다. 옷이 한데 뭉쳐져 침대 위를 뒹굴었다.

문서윤은 팔꿈치를 세워 어정쩡하게 상체를 세웠다. 이 상태로 바지는 어떻게 벗지, 고민하고 있는데 우연재가 손을 댈 틈도 없이 다리 사이를 파고들더니 입을 맞춰 왔다. 자연스레 자세가 무너지며 머리가 침대에 닿은 순간 커다란 손이 바지 안쪽을 파고들었다.

“읏.”

신음이 새는 게 민망해 반사적으로 얼굴을 가리려 했으나 그 허우적거림은 손쉽게 무위로 돌아갔다. 우연재가 키스에 집중하라는 듯 이를 세워 약하게 입술을 긁은 탓이었다. 결국 문서윤은 갈 길을 잃고 어색하게 공중으로 뜬 팔을 우연재의 목에 걸었다.

“흐읏, 으응…….”

타액에 젖은 살덩어리들끼리 뭉개지며 질척한 울림이 귓가에 내려앉았다. 한창 키스에 집중하고 있자 속옷 안으로 들어온 손이 엉덩이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문서윤은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어른들께 예의를 차리기 위해 단정한 옷을 입고 왔으나 배웅 인사를 드린 뒤에는 우연재의 옷으로 갈아입은 차였다. 헐렁할 정도로 넉넉한 바지 덕분인지 맨살을 따라 내려가는 손길은 막힘 없이 매끄럽기만 했다. 이내 길게 뻗은 손가락이 구멍을 건드렸다.

젤 없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우연재가 천천히 고개를 떼어 냈다.

“나 하고 싶었던 거 있는데.”

문서윤은 영문을 몰라 눈만 깜박였다. 구멍 주변을 쓸어내리던 손가락이 살짝 옆으로 비껴가 엉덩이를 꽉 쥐었다.

“봐줄 거야?”

해도 되냐는 것도 아니고 봐줄 거냐는 건 또 무슨 의미지. 언뜻 의아했으나 별거 아니겠지 싶어 문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키스 하나에 전신이 흥분으로 달아오른 상태였다. 우연재가 뭘 하든 기꺼울 테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우연재가 제게 해가 될 일을 할 리가 없었다.

“무르지 마.”

“뭘 물러…… 읏.”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던 손이 빠져나가더니 우연재가 순식간에 바지와 속옷을 벗겨 냈다. 맨피부는 물론 반쯤 발기한 성기가 공기에 노출되자 다리가 움찔 떨렸다. 반사적으로 성기를 가리기 위해 손을 내리려는 찰나 우연재가 양 허벅지 뒤쪽을 손바닥으로 받치더니 그대로 밀어 올렸다.

삽시간에 벌어진 다리 사이로 눈이 마주쳤다.

뭐지, 이상하게 불길한 느낌이 들어 버둥거리려는데 우연재가 사르르 눈웃음을 쳐 댔다.

“우연재, 너 뭐 하려고 그러는…… 흣!”

무릎이 침대에 닿을 정도로 허리가 붕 떠오른 자세였다. 예쁘게 웃은 우연재가 그대로 고개를 내렸다. 이어 구멍 위로 축축하고 부드러운 살덩어리가 닿았다.

이게 뭐지. 문서윤은 한 박자 늦게야 우연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너 미쳤……. 읏, 핥지, 마!”

손가락과 달리 물렁물렁하고 뜨거운 무언가가 뒤쪽을 핥기 시작했다.

혀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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