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제 손으로 만진 게 아닌데도 치덕거리는 감촉에 구멍이 젖어 있다는 게 느껴졌다. 콘돔을 쓰지 않은 데다 심지어 안에 쌌으니 젖는 게 당연한데도 익숙하지 않은 감각에 절로 발가락을 꼼지락거리게 됐다.
“흐으…….”
딱딱한 살덩어리가 그 위를 문질렀다. 뜻을 알아들은 구멍이 절로 뻐끔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문서윤은 반사적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어느새 반쯤 발기한 제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우연재의 팔이 재차 배를 감싸더니 등을 찔러 대던 좆이 느릿하게 구멍을 벌리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흐, 아!”
손에 잡혀 있던 시트가 구겨졌다. 아무리 한 번 했다지만 적응하기 어려운 크기였다. 그것만으로도 견디기가 벅찬데 배를 더듬던 손이 위로 올라와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꼿꼿하게 선 유두가 자극당하자 절로 몸이 움츠러들며 벌어진 안쪽이 성기를 우물우물 집어삼켰다.
“하…….”
우연재가 목덜미에 입술을 붙여 맨살결을 빨아들이자 목 뒤쪽으로부터 소름이 번져 나갔다. 뒤이어 엉덩이가 허벅지 근육에 부딪히는 마찰음과 함께 꾸물꾸물 들어오던 좆이 완전히 처박혔다. 내벽이 열기에 잠식되듯 파르르 경련했다.
“으읏, 응…….”
문서윤은 간신히 팔을 뻗어 손에 딸려 온 시트에 얼굴을 묻었다. 옆으로 누운 자세라 전보다 삽입이 깊어진 것만 같았다. 등은 우연재의 가슴에, 엉덩이는 탄탄한 근육에 밀착된 자세였다. 두꺼운 허벅지가 벌어진 사이를 파고들자 공중으로 붕 뜬 다리가 그 허벅지 위로 걸쳐지다시피 했다.
“방금까지, 하, 쑤셔서 그런가…….”
“하으, 으, 읏!”
“부드럽네…….”
확실히 처음보다는 부드러운 삽입이었다. 내벽이 찐득찐득하게 달라붙으며 안으로 들어찬 성기를 끈적하게 압박했다. 우연재가 손가락 사이로 끼운 젖꼭지를 다소 세게 비틀었다.
“으응…….”
통증보다는 아릿한 쾌감이 훨씬 거대했다. 문서윤은 입술을 깨물며 시트에 완전히 고개를 파묻었다. 내벽에 들어찬 정액 때문인지 쭈우웁 소리를 내며 물러간 성기가 푸욱 안쪽을 짓이기며 들어찼다. 배에 고인 열기가 순식간에 전신으로 퍼져 나가며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휘저었다. 거기에 더해 가슴까지 자극당하자 문서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손끝이 톡 튀어나온 젖꼭지를 꾸욱 누르더니 그 주변으로 내려가 판판한 가슴을 꼬집듯 잡아당겼다. 찌릿한 쾌감이 튀어 오르며 어깨가 덜덜 떨렸다.
“하으, 으, 하…….”
문서윤은 간신히 숨을 들이마셨다. 온몸이 예민하게 달아오른 상태에서 우연재의 체향까지 코끝으로 스며들자 흥분이 삽시간에 몸집을 불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함께 자던 침대라는 사실이 자각되자 미묘한 배덕감이 들끓었다.
우연재의 방은 늘 마음을 졸이던 장소였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상상을 한 적은 없지만, 혹시라도 꿈에 나올까 봐 걱정한 장면이 현실로 덧씌워지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간질거림이 전신을 엄습했다.
여섯 살 때부터 드나든 집이었다. 침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꿉친구와, 그것도 그가 자란 공간에서 몸을 섞고 있단 사실이 실감 나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우연재와 함께 누워 잠들고는 했던 공간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우연재의 침실을 떠올리면 익숙하다는 감상밖에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다른 감상이 끼얹어질 것만 같아 뺨이 달아올랐다.
“흣!”
시트에 고개를 파묻어서인지 우연재의 체향이 한층 짙어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차라리 빠르게 박으면 정신없이 헐떡이느라 의식하지 못할 것 같은데, 우연재가 느리게 치대 오는 바람에 모든 감각이 선명하게 날을 세웠다.
“문서윤.”
“흐읏, 읏, 아아…….”
“얼굴 보여 줘.”
우연재가 팔꿈치를 세워 상체를 조금 더 일으키자 삽입이 한층 깊어졌다. 가슴에서 떨어져 나간 손이 뺨을 쥐어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자연스레 눈이 마주쳤다. 곧바로 얼굴을 내린 우연재가 입술을 깨물었다.
문서윤은 먼저 그 입술 사이를 파고들었다. 우연재가 제게 하던 행위를 따라 하듯 혀를 감싸 쪽쪽 빨아들이자 축축한 살덩어리들이 진득하게 엉켜 들었다. 길게 빠져나간 좆이 철퍽거리며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내벽을 짓뭉갰다. 꼼지락거리는 안쪽은 제멋대로 구는 성기를 혀처럼 쭈웁 쭙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
신음은 당연하게도 우연재의 입술 사이로 먹혀들었다.
“하읏, 으응…….”
머릿속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그러잖아도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는데 우연재의 살냄새까지 짙어지자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웠다. 문서윤은 숨이 밭아질 때가 되어서야 입술을 떼어 냈다. 버티지 못하고 곧장 고개를 처박자 벌어진 입술 사이로 타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지독한 쾌감에 시야가 잔뜩 흐트러졌다.
“아흐, 읏, 좋아…….”
의식할 새도 없이 마음을 가득 메운 단어가 흘러나왔다.
“하아, 좋아?”
우연재가 배를 누르며 물었다. 안 그래도 좆과 정액으로 배 속이 꽉 찬 상태였다. 그 위를 누르는 힘에 덜컥 겁이 나 저도 모르게 손이 뻗어 나갔다.
“아흑, 누르지, 마아…….”
“좋다며.”
우연재는 일부러 허리를 느릿하게 돌리며 뇌까렸다. 제 체액으로 축축하게 젖은 내벽이 생좆을 물어 대는 감각은 선명하기 그지없었다. 가느다란 목덜미에 입술을 내리며 도톰하게 부어오른 살점을 짓뭉개듯 문질거리자 문서윤이 또다시 바들바들 떨며 바르작거렸다.
“아니, 흐윽, 읏…….”
“싫어?”
그는 심술을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또다시 문서윤이 느끼는 곳을 직격으로 찌르며 물었다. 쩍쩍 달라붙은 안쪽이 그때마다 잘게 경련했다. 그와 함께 한 품에 완전히 끌어안긴 몸이 가냘프게 흔들렸다.
“하으, 으, 아아…….”
배를 압박하는 손을 밀어내려 애쓰는 힘은 솜털처럼 가볍기만 했다. 안 될 걸 알면서도 버둥거리는 게 귀여워 우연재는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싫은데, 하, 사정했어?”
예쁘게 호선을 그리던 입술은 오래가지 않았다. 좆을 쩝쩝 물어 대는 구멍에 우연재는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악물었다. 다정하게 달래는 목소리와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는 내벽이 도톰하게 부어오른 걸 알면서도 좆을 푹푹 밀어 넣었다. 끝에 끝까지 문서윤을 몰아붙일 작정이었다.
애인이 놀라지 않도록 적당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문서윤을 완전히 얻은 후에 하는 섹스라 그런지, 아니면 본가의 제 침실에서 하는 섹스라 그런지 이성이 아닌 본성이 통제권을 앗아 갔다.
“하으으, 흐으, 섹스도, 좋은, 데에…….”
할 말이 있는지 문서윤이 손을 밀어내길 포기하고는 손등을 쳐 댔다. 너무 몰아붙였나. 우연재는 천천히 허리를 물렸다. 안쪽을 가득 채우고 있던 정액이 좆을 따라 빠져나오며 시트 위로 뚝뚝 흘러내렸다.
우연재는 귀두만 남겨 둔 채 상체를 살짝 세워 문서윤을 훑어 내렸다. 이쪽을 흘겨보는 눈꼬리에서 눈물이 톡 쏟아졌다.
“네가, 읏, 좋다고.”
그제야 문서윤의 말뜻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다.
문서윤은 왜 이렇게 예쁘지.
“서윤아.”
숨을 고르느라 대답하기도 벅찬지 문서윤이 대답 대신 눈만 깜박거렸다. 잔뜩 고여 있던 눈물이 또다시 뺨을 타고 떨어졌다.
“나도 좋아.”
우연재는 진심으로 고백했다.
자각이 늦었을 뿐, 그는 문서윤을 좋아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문서윤 외에는 좋아하는 게 없었다.
“그러니까…….”
“아흐으! 아!”
언제 좆을 물렸냐는 듯 우연재는 문서윤을 꽉 끌어안은 채 거세게 허리를 치대기 시작했다. 퍽, 퍼억! 살이 부딪치는 소리는 문서윤의 신음을 깔아뭉갤 정도로 거칠고 사나웠다.
“앞으로도, 후으, 내 옆에만 있어.”
머리가 도는 느낌이었다. 우연재는 문서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그를 껴안은 팔에 힘을 실으며 하얀 목덜미에 연신 입술을 내렸다.
언뜻 지금은 완전히 자취를 감춘 악몽이 떠올랐다. 꿈에서 문서윤을 범하고 또 범하던 순간이었다.
“하아…….”
“연재, 흐윽, 읏, 좋아, 아, 아, 아아!”
역시 그쪽보다는 이쪽이 나았다. 잔뜩 흐트러지는 신음도, 제 품에 안긴 채 사랑스럽게 떨리는 몸도,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도, 좋다고 말하는 고백도 악몽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우연재는 자신을 괴롭히던 악몽이 저를 구성한 본질임을 모르지 않았다. 문서윤을 고립시키고 싶은 욕구처럼, 제멋대로 휘두르고 싶은 욕구도 있을 테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죽은 눈으로 멍하니 흔들리는 것보단 지금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쾌감에 젖어 우는 쪽이 좋았다.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섹스에도 보통의 방법이 있겠지.
하지만 문서윤 역시 처음이라면 제 마음대로 길들여도 이상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할 테다.
우연재는 문서윤을 그렇게 학습시킬 생각이었다.
종종 들곤 하는 하나뿐인 소꿉친구이자 애인을 통제하고 싶다는 거뭇거뭇한 욕망은 섹스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하으윽, 으으, 아…….”
우연재는 굳이 제 욕심을 숨기려 애쓰지 않았다. 그저 마음껏, 가감 없이 문서윤을 탐닉할 뿐이었다.
퍽, 퍼억! 말랑말랑한 속살을 끊임없이 짓쑤시는 소리가 들려오길 몇 번, 우연재는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구멍 사이로 질질 흘러나온 정액 때문인지 징그럽게 생긴 성기가 하얗고 조그마한 엉덩이 사이를 파고들 때마다 허연 거품이 일었다.
우연재는 정신없이 헐떡이는 숨을 따라 파들거리는 목덜미를 깨물었다.
“흐으으, 읏, 하아, 하…….”
자연스레 올라간 손이 다시금 발갛게 물든 뺨을 낚아챘다. 우연재는 가쁘게 흩어지는 숨마저 모조리 집어삼켰다.
“으응…….”
문서윤은 이번에도 순순히 그의 고집을 받아 주었다.
“하아, 씹…….”
우연재는 그렇게 문서윤의 모든 것을 갈취하며 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