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불 (94)화 (94/348)

#94

“각시는 나랑 같이 갈까?”

재겸이 꽉 쥔 주먹을 꿈질거리며 윤태희를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

“…….”

재겸이 한 발자국 다가서더니 불시에 주먹으로 윤태희의 어깨를 때렸다. “아이고.” 윤태희가 제 어깨를 감싸며 아픈 시늉을 냈다.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이매탈의 표정 때문에 더 얄밉다.

재겸이 씩씩거리며 따졌다.

“너 이 씨발… 왜 말 안 했어?”

재겸은 윤태희가 탈을 골라 줄 때까지만 해도 별생각이 없었다. 현장에선 탈의 이름을 호칭으로 삼는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윤태희가 미리 그 사실을 알려 주었더라면 당연히 다른 탈로 바꿔 달라고 했을 거다.

“이 씹새끼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살다 살다 ‘각시’ 소리를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등골에 지렁이가 지나가듯이 간지럽고, 온몸이 배배 꼬이는 것 같다. 심각하게 남사스럽다. 하고 많은 탈 중에서 왜 하필 각시탈인지, 이유를 물었어야 했다. 필시 저를 골탕 먹이려는 속셈에서 일부러 각시탈을 골라 준 것이 분명했다.

“너 지금 나 엿 먹이냐? 너 일부러 그랬지?”

“제가요? 그럴 리가요….”

윤태희가 부채로 하관을 가린 채 시치미를 뗐다.

“혹시 우연의 일치라고 아시는지?”

윤태희가 웃음을 참으며 새빨갛게 물든 재겸의 귀를 쳐다보았다.

아, 표정을 못 봐서 아쉽네….

“웃기지 마. 제멋대로 골라 놓고 뭔 우연이야?”

“왜? 부끄러워서? 그냥 가명이라고 생각해.”

“가명 같은 소리 하네. 사내새끼한테 무슨….”

윤태희가 재겸의 말을 끊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남자, 여자 따지는 건 좀….”

촌스럽지 않나요, 라고 말하려던 윤태희가 한 걸음 뒤로 성큼 물러났다. 윤태희의 정강이를 목표로 했던 재겸의 구둣발이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걷어찼다. “그럴 수 있겠네요. 옛날 분이시니까. 이해합니다.” 공격을 무사히 피한 윤태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냉큼 뒷말을 바꿨다.

“맞아, 우연 아니야. 사실 일부러 골라 준 거야.”

조용히 웃던 윤태희가 부채를 착, 접으며 말했다.

“혹시 하회 별신굿 본 적 있어?”

뜬금없는 질문에, 재겸은 뾰로통한 얼굴로 윤태희를 바라보았다. 또 뭔 소리를 하려고… 하회 별신굿이라면야 언젠가 스승과 팔도를 돌아다니던 시절에 짧게 구경한 적이 있었다.

별신굿은 마을의 번영과 안녕을 기원하는 일종의 마을굿이다. 별신굿은 신을 특별히 모신다는 의미로서, 마을의 수호신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마을마다 다르지만 안동 하회 마을에서 행하는 별신굿의 경우엔 탈을 쓰고 한바탕 탈놀이를 벌이는데, 이때 쓰는 탈을 바로 하회탈이라고 부른다. 윤태희가 쓴 이매탈도, 재겸이 쓴 각시탈도 모두 하회탈에 속했다.

“탈놀이에서 각시는 첫째 마당의 주인공이거든.”

“그래서 뭐 어쩌라고. 그게 나랑 뭔 상관인데.”

윤태희가 빙그레 웃으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너도 주인공이잖아, 계획의 첫 단추를 끼워 줄.”

재겸이 멈칫하며 윤태희를 바라보았다. 타는 저녁놀을 등지고 선 재겸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윤태희가 옅은 볼우물을 머금고 덧붙였다.

“그리고 각시는 수호신이니까….”

탈놀이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이 각시탈을 쓴 각시광대다. 마을의 수호신, 서낭신을 상징하는 각시는 땅을 밟지 않고 무동꾼의 어깨를 타고 등장한다. 각시는 신격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탈 중에서도 가장 신성시하던 탈이 바로 이 각시탈이다.

“그래서 그걸로 골랐지.”

윤태희는 재겸에게 가장 귀한 탈을 골라 준 것이었다. 윤태희가 덧붙인 말에 재겸은 어쩐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잠시 옅어졌던 감각이 다시 되살아난다. 등골에 지렁이가 지나가는 것 같은, 그런 간질거림이었다.

각시의 두 뺨에 어린 홍조를 해질녘의 역광이 뒤덮었다.

***

짓다 만 빌딩 내부는 썰렁하고도 음산했다.

완공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가 중단된 이유는 의문의 추락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달에만 네 건의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업체 측은 원인 파악을 위해 시찰에 나섰다.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안전상의 문제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친 인부들은 안전 교육을 철저히 받은 상태였으며 경력을 보유한 숙련된 기술자들이었다.

다친 인부들의 말에 따르면, 마치 누군가가 난간 쪽으로 몸을 강하게 밀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불길한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는데도 당최 그 원인을 알 수가 없으니, 남은 인부들은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불길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쯤이었다. 철야 작업을 나섰던 인부들 가운데 몇 명이 희끄무레한 뭔가를 봤다,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하며 괴이한 소리를 한 것이다. 건설 현장을 이탈하는 인부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결국 공사는 잠정 중단되었다. 그 소식은 암행부의 귀까지 흘러 들어가게 되었고, 상황실을 거쳐 축역부 제1팀 나자에게 이관되었다.

각시와 이매는 나란히 건물 입구로 진입했다.

“냄새나.”

재겸이 미간을 구기며 투덜거렸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축축한 악취가 났다. 몸을 감싸오는 공기가 서늘하고 무거웠다. 주변을 둘러보던 윤태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음기가 강하고 불쾌해. 아마 흉신터인 모양인데….”

그러자 경력직 신입이 작게 소근거렸다.

“보나 마나 지박령이야.”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윤 수석은 얌전히 동의를 표했다.

흉신터는 흔히 말하는 ‘명당’이라는 풍수와는 정반대로,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터를 말했다. 대다수의 흉신터에는 지박령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박령은 원한을 가진 악귀로 한 장소에 그대로 못 박혀 흉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우선은 지박령을 찾아내는 게 먼저다. 재겸은 귀감을 활짝 열고 어두컴컴한 계단을 올랐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멘트 조각이 자박자박 밟히는 소리가 났다. 공사가 중단된 흔적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윤태희가 넥타이 자락을 슬쩍 매만지더니, 그대로 입술에 갖다 댔다.

“어때요, 뭐 좀 보여요?”

무전 겸용으로 제작된 특수 넥타이핀에서 팀원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1층 아무것도 없습니다.”, “3층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무전을 주고받는 윤태희를 보며 재겸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별안간 고개를 내려 제 넥타이를 살펴보았다. 왜 나는 저거 없냐….

윤태희가 핀에 음성을 불어넣었다.

“한 번씩 더 확인해 보고, 이상 없으면 위로 올라오세요.”

지시를 마친 윤태희가 무전을 껐다. 그때, 뚱하게 서 있던 재겸이 뭔가를 떠올렸는지 후다닥 윤태희에게 달라붙었다. 윤태희가 어리둥절한 눈으로 재겸을 바라보았다. 재겸이 그대로 윤태희의 목덜미를 확 잡아당겼다.

“야, 다 들린 거 아니야?”

숨결이 섞인 귓속말에 윤태희가 순간 멈칫했다.

“…뭐가?”

윤태희가 멍하니 묻자 재겸이 다시 손을 뻗어 아까처럼 목을 끌어당겼다. 윤태희가 살짝 무릎을 굽히고 재겸 쪽으로 상체를 기울여 주었다.

“아까 밖에서 우리가 한 얘기 있잖아, 각시 얘기랑. 그리고 내가 너한테 반말한 거랑 다 들은 거 아니야?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잖아….”

윤태희가 고개를 돌려 말없이 재겸을 바라보았다. 탈 너머로 보이는 눈빛이 심각했다. 각시와 이매가 서로를 마주 보았다. 시선이 정확하게 맞물렸다.

“…….”

왜 말을 안 해? 재겸이 눈에 힘을 주며 무언으로 대답을 채근했다. 잠시 침묵하던 윤태희가 재겸이 이마에 툭, 가볍게 박치기를 했다. 나무로 만든 탈과 탈이 부딪치며 달그락 소리가 났다. “뭐. 뭐야?” 지레 놀란 재겸이 한 걸음 뒤로 성큼 물러섰다가 탈의 이마 부분을 매만졌다.

“아까는… 꺼 놔서 괜찮아.”

대답은 한참 만에 흘러나왔다.

***

뿔뿔이 흩어져 빌딩 내부를 샅샅이 찾아봤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눈에 띄는 건 없었다. 귀신의 자취를 발견하지 못한 나자들은 윤태희의 지시대로 한 곳에 집합했다. 바깥에 어둠이 내리니 건물 내부도 제법 깜깜해졌다.

양반탈을 쓴 표지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감상을 말했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봤을 땐 지박령인 것 같은데요.”

윤태희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른 나자들 역시 이곳이 흉신터이며 지박령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새 눈치채고 밖으로 도망친 건 아닐까요?”

취발이탈을 쓰고 있던 강이빈이 의견을 제시했다.

“근데 지박령은 한번 자리 잡은 영역에서 쉽게 못 벗어나잖아요.”

“그렇긴 한데, 활동하는 터 자체가 넓으면 가능성 있지 않아요?”

나자들이 두런거리며 대화를 주고받을 때였다. 나자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서 있던 재겸이 훽 시선을 내려 발치를 내려다보았다. 불현듯 발밑으로 무언가 기척이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틀림없이 느껴졌다.

다른 나자들은 눈치채지 못한 것인지 말을 나누기 바빴다.

“그럼 혹시 모르니 밖에 나가서 살펴볼까요?”

아니야, 지박령은 이 안에… 재겸이 입술을 달싹이려는데,

“아뇨. 지박령은 분명히 건물 안에 있어요.”

그보다 한발 빠르게 윤태희가 말을 꺼냈다. 귀감에 집중하고 있던 재겸이 고개를 들었다. 윤태희가 짝다리를 짚으며 태평한 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미약하긴 하지만 아까부터 계속 기척이 돌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 건물 자체에 녹아든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봐도 모습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뭐야, 꽤 하네… 재겸이 몸을 일으키며 눈을 끔뻑거렸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끌어내야겠죠, 좀 괴롭혀 봐요.”

말을 마친 윤태희가 부네탈을 쓰고 있던 주임 나자 고준형을 쳐다보았다. “부네야.” 그러자 고준형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옆구리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놋쇠로 된 꽹과리와 붉은 실이 달린 나무 채를 꺼냈다.

꽹과리의 출현에 나자들이 익숙하다는 듯 귀를 감쌌다.

고준형이 심호흡을 하더니 눈을 감았다. 꽹과리를 두들기며 경을 읊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금속성의 장단이 텅 빈 공간을 가득 메웠다. 흡사 낙뢰처럼 꽂혀 드는 소리에 재겸도 오만상을 쓰며 뒤늦게 귀를 틀어막았다.

고준형은 마치 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꽹과리 채를 휘둘렀다. 그러나 건물 안은 잠잠하기만 했다. 기운이 흐트러졌지만 귀신은 오기를 부리며 나오지 않았다. 몇 분이 지나도록 반응이 없었다. 윤태희가 됐다는 듯이 손을 슥 들어 올렸다.

“수고했어요. 고집이 꽤 세네….”

윤태희의 신호에 고준형이 꽹과리질을 멈췄다.

“내가 할게요.”

윤태희가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더니 바닥에 손바닥을 하나를 붙였다. 그러자 어느 순간, 갑자기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져있던 시멘트 조각이며 돌가루가 덜덜 경련하며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발밑이 알 수 없는 진동으로 흔들렸다. 마치 커다란 건물 전체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 같았다.

윤태희가 직접 나서자 방금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격정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점점 악취가 짙어졌다. 그에 나자들이 저마다 동선을 확보하며 자세를 잡았다. 귀신의 등장을 예감하고 대비하는 것이었다.

강이빈이 멀찍이 떨어져 서 있던 재겸에게 손짓을 했다.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이리 와, 누나 뒤에 붙어 있어.” 선배 나자들로선 약한 막내를 살뜰하게 챙기는 것이 당연했다. “느에.” 재겸이 잠자코 강이빈의 말을 따랐다. 보호를 해 줬으면 해 줬지, 보호받아야 할 입장은 전혀 아니었지만… 윤태희가 밖에선 힘을 드러내지 말고 정체를 모르게끔 하랬다.

그때, 표지호가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나왔다! 저기 뒤에!”

바닥에서 거대한 거머리 같은 것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악취가 진동하며 무겁고 축축한 기운이 훅 끼쳤다. 그토록 찾아 헤맸던 지박령이었다.

지박령을 발견한 재겸이 인상을 썼다. 지박령에게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불쾌한 악의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힘이 약해서 기척이 희미했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두 눈으로 보니 오히려 정반대였다. 기척을 노련하게 죽일 수 있을 만큼, 제법 강한 힘을 가진 원귀였던 모양이다.

재겸이 윤태희와 지박령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재겸을 포함한 팀원들은 뒤로 훌쩍 물러나 있는 상태였다. 윤태희 혼자 지박령과 가까운 거리에서 정면에 위치해 있었다.

“…….”

재겸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입술을 질겅거렸다. 마음 한 구석에 새싹처럼 무언가 돋아났다. 잠시 고민하던 재겸이 강이빈에게 가까이 갔다. 팔꿈치를 슬쩍 건드리고 빠르게 속삭였다.

“도,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작은 새싹, 그건 바로 걱정이었다.

면신례는 선배들이 주도하여 사건 해결을 맡는다고 들었다. 저야 어차피 이러나저러나 뒤로 빠져 있어야 하는 입장이니 그렇다고 치지만, 왜 다른 사람들까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손을 놓고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

멈칫하던 강이빈이 재차 되물었다.

“뭐? 가서 도와주라고?”

재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물론 윤태희는 제법 좋은 감투를 쓰고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다른 찌끄래기 나자들보다는 제법 괜찮은 실력을 가지고 있으리라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저와 똑같이 사슴을 봤다고 했고. 아까 전에도 건물 안에 숨어 있던 귀신의 기척을 알아차린 것도 나부랭이들 중에선 윤태희 한 명뿐이었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만, 그래도 재겸은 윤태희가 걱정되었다.

“혼, 혼자서 상대하긴 위험할 것 같은데. 만약 다치기라도 하면….”

재겸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이빈은 눈을 끔뻑거리며 재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푸하, 하고 손뼉을 치더니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탈 너머로 보이는 막내의 눈빛에서 심려가 묻어났기 때문이다. 강이빈이 돌연 손을 번쩍 들더니, 우렁찬 목소리를 냈다.

“수, 아니, 이매 쒸! 도와 드릴까요?”

강이빈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윤태희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검지를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나?” 그러자 다른 나자들도 덩달아 웃음을 터뜨렸다.

“이분 엄청나게 불안해하시는데요!”

강이빈은 손바닥을 접시처럼 눕히고 옆에 선 각시탈을 받쳐 보였다.

“아….”

외마디 소리와 함께 윤태희가 피식 웃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설마 절 걱정해 주시는 건가요?”

재겸은 윤태희가 어느 정도로 강한지 잘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재겸의 기억 속 윤태희는 언제나 저한테 얻어터지기만 했기 때문이다….

두들겨 패기 바빴던 새파란 녀석이 혼자서 위험한 원귀를 상대한다는데 아무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젠 한배를 탄 사이이니 걱정이 되는 게 당연한 거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강이빈이 웃음을 꾹 참으며 말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도움을 거절하는 말에 재겸이 미심쩍은 눈길을 보낼 때였다. 윤태희가 바지 뒷주머니에 꽂아 넣었던 쥘부채를 손에 쥐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이래 봬도 제가 좀 쓸 만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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