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혼불 (106)화 (106/348)

#106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4인용 식탁에는 세 벌의 수저가 가지런히 놓였다. 식사 준비에 여념 없던 정주는, 계란찜이 담긴 뚝배기를 식탁 중앙에 내려놓는 것을 끝으로 상차림을 마쳤다.

“재겸아. 메산아. 밥 먹자.”

정주의 부름에 침대에 뭉개져 있던 재겸이 비몽사몽 몸을 일으켰다. 잠이 덜 깬 얼굴로 식탁에 앉았더니 고개가 절로 꾸벅거렸다. 마당에 나가 있던 메산이도 다다다, 달려왔다.

“나리,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 어어….”

세 식구가 모여 앉은 식탁은 여느 때처럼 평화로웠다.

“잘 먹을게.”

웅얼거리는 인사와 함께 재겸이 느리게 숟가락을 들었다. 눈을 가물거리며 국부터 한 술 뜰 때였다. 입 안에서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다. 재겸의 미간이 구겨졌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아 있던 정주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왜 그래? 짜?”

잠기운에 뿌옇던 머릿속이 번뜩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

재겸은 잠시 그대로 말없이 굳어 있었다. 그사이, 어린이용 숟가락으로 국을 떠서 먹어 본 메산이가 “아니요? 하나도 안 짜요.” 해맑게 대답했다.

“재겸아? 무슨 문제 있어?”

“어? 아, 아니. 맛있어.”

재겸이 서둘러 말을 얼버무렸다. 국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그저 입 안에 난 상처가 아파서 그런 것뿐이라고, 사실대로 말하면 좋을 테지만….

재겸은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지난 밤, 재겸은 정신없이 종로의 밤거리를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 때까지 뛰었다. 더 이상 달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뜀박질을 멈췄다. 발길이 닿는대로 무작정 뛴 데다, 서울 지리도 모르는 재겸은 이미 한참 전에 길을 잃은 상황이었다.

그때, 텅 빈 도로에 택시 한 대가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재겸은 곧바로 택시를 불러세웠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 제법 현명한 판단이었다.

엊그제 술에 취한 윤태희를 데리고 택시를 탔던 경험이 이토록 귀중한 자산이 될 줄은 몰랐다. 택시가 앞에 멈춰 서자마자 재겸은 숨을 헉헉 몰아쉬며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뒷좌석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그에 택시 기사가 기겁을 했다. ‘무, 무슨 일이여! 괜, 괜찮아요? 경찰서로 가요?’ 땀범벅이 된 얼굴에 옷은 흙투성이요,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헉헉대고 있으니 여러모로 위험에 처했다고 착각할 만했다.

그러나 승객이 밝힌 목적지는 경찰서가 아니었다.

‘재겸아, 오늘 못 들어온다며?’

그 시각, 메산이를 재운 뒤 새벽까지 티비를 보고 있던 정주는 예상치 못한 재겸의 귀가에 깜짝 놀랐다. 첫째는 반가웠기 때문이고, 둘째는 재겸의 꼴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어디서, 얼마나 험한 일을 했길래….

‘뭐야, 너 꼴이 왜 이래?!’

‘넘어졌어. 어, 넘어져서.’

재겸은 대충 변명을 늘어놓은 뒤 기절하듯 잠에 빠졌다. 뒤늦게 긴장이 풀리며 피로가 몰려온 탓도 있었으나, 심사가 복잡할 땐 잠자는 게 최선이다. 실제로 한숨 자고 일어난 재겸은 어제보다 한결 침착해져 있었다.

마음 속에서 휘몰아치던 폭풍우도 어느덧 소강 상태였다. 정주와 메산이에게 느꼈던 괴로운 감정은 해일처럼 덮쳐 온 키스에 쓸려 나갔고, 어느새 휘발되어 멀어진 상태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덕분에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둘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멍하니 숟갈질을 하던 재겸이 음식을 떨어트렸다.

“나 양말 좀 줘.”

“뭐 달라고?”

“양말.”

“양말이 어딨어?”

밥 먹다가 갑자기 웬 양말. 정주가 두리번거릴 때였다.

“아, 아니…. 휴지. 휴지 좀.”

재겸이 횡설수설하며 말을 바꿨다.

“…….”

“…….”

잠시 말없이 눈을 두어번 끔뻑거리던 정주는,

“메산아. 가서 바가지에 찬물 좀 받아 가지고 와.”

“니예?”

“나리께 냉수 마찰 한 번 씨원하게 시켜드려라.”

정신이 번쩍 들 법한 처방전을 내렸다. 나사가 빠진 사람에겐 냉수 마찰이 제격이다. 메산이가 정말로 물을 찌끄릴세라, 재겸이 서둘러 수습했다.

“잠이 덜 깼나 봐, 말이… 말이 잘못 나갔어.”

그냥 말실수였다. 재겸이 중얼거리며 몸을 반쯤 일으켰다. 직접 티슈를 뽑아서 식탁을 닦으니, 정주가 눈을 가늘게 좁히며 재겸을 바라보았다.

“아, 뭘 봐. 밥이나 먹어.”

괜히 핀잔을 툭 건넨 뒤, 재겸은 곧바로 시선을 내렸다. 된장국에 밥을 풍덩 말았다. 정주는 때로 눈치가 귀신같이 빨라서 대하기에 껄끄럽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멍해? 이상한데.”

“졸려서 그렇다고, 이상하긴 뭐가….”

뾰족하게 대꾸하던 재겸이 멈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나도, 나도 네가 이상해.’

꿈결처럼 목소리 하나가 맴돌았던 탓이다.

“…….”

정주의 말대로였다. 하룻밤 사이에 제법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긴 했지만, 재겸은 여전히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 침착하고 차분해 보여도 머릿속은 몹시 산만하고 어지러운 상태였다. 폭풍우가 물러간 자리로 태풍이 왔다.

그리고 재겸은 지금 태풍의 눈 속에 있었다.

태어나서 누군가와 입을 맞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행위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그보다 더 충격인 것은 그 상대가 윤태희라는 것이다. 윤태희나 나나 똑같은 남자인데, 윤태희와 입을 맞췄다는 건… 재겸의 상식 선에서는 천지개벽에 버금갈 정도의 크나큰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입을 맞추는 건 예나 지금이나 남녀 사이에, 그것도 정인 사이에서나 하는 일이 아닌가? 그런데 남자끼리 입을 맞춘다? 단언컨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다… 라고, 재겸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남자끼리 붙어먹는 경우야 오래 전부터 암암리에 있어온 일이다.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그걸 모를까? 요즘 말로는 뭐라고 하는지 모르지만, 예전엔 그걸 남색(男色)이라고 했다. 언젠가 거처를 옮기며 살았을 적에 어느 고을의 현감이 남색과 주사에 빠져 파직을 당한 일이 있었고, 궁궐의 내시들끼리 눈이 맞는 경우도 꽤 있다고 들었다. 또, 어느 주막집은 비역쟁이 소굴이라고 소문이 자자하여 그 앞으로는 지나다니지도 않았다.

어쨌든, 요지는 어디까지나 남의 얘기였다는 거다.

여태 살면서 사내놈과 입술을 문대는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론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건 안다. 돈만 쥐어 주면 나랏님 밥상도 받아 볼 수 있는 시대니까.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는 해도, 그럼에도 불변하는 이치는 있는 법이다. 허구헌 날 드라마만 볼 때도 남녀끼리 입을 맞추지, 남자 둘이 입을 맞추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혹시, 윤태희는 남색가인 걸까….

재겸의 낯빛이 아주 심각해졌다. 뭐, 윤태희는 워낙에 희한한 놈이니 남색을 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입을 맞춘 이유가 그 때문이라면, 윤태희가 저한테 별스런 마음이라도 품고 있단 말인가? 그건 그거대로 아귀가 맞지 않았다. 툭하면 싸우고, 두들겨 패기만 했는데?

윤태희는 도대체 나한테 왜 입을 맞춘 걸까….

“아, 맞다! 재겸아, 나 어제 권순철 감독한테 연락 왔었다?”

그때, 정주가 밥을 먹다 말고 들뜬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와, 전화하면서도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서 손이 막 덜덜 떨리는 거 있지? 목소리부터 포스 장난 아냐. 빠르면 다음 달부터 바로 촬영 들어간다는데,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고. 이번주 금요일에 만나기로 했어.”

잠적 이후 의도치 않게 반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 정주였다. 정주가 매 끼니마다 이것저것 쉴틈없이 요리를 해 대는 이유는, 사실은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뭐라도 일을 만들어 내는 것에 가까웠다. 예정보다 복귀가 훨씬 빨라질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정주는 설레임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 잘됐네.”

정주는 조잘조잘 신나게 수다를 떨어 댔으나 근심에 사로잡혀 있는 재겸에겐 흡사 소 귀에 경 읽기였다. 정주는 시끄럽고,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마음은 복잡스럽고,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억지로 밥을 씹고는 있으나 맛이 느껴지질 않았다. 게다가 평생 먹고 말하는 용도로만 써 온 입이다. 자꾸만 어제 그 감각이 덧씌워져서, 새삼 밥알이 굴러다니는 느낌이 생경했다.

재겸은 결국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야. 그, 있잖아.”

재겸은 일단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 그걸 요즘 말로 뭐라고 하지?”

“어? 뭐가?”

“입… 입술 문대는 거.”

지나가는 투로, 딴청을 피우듯이 날아든 질문이었다. 정주가 눈을 두어 번 끔뻑거렸다.

“응? 입술 문대는 거?”

잠시 생각에 빠졌던 정주가 아, 하더니 해맑은 표정으로 대답을 내놨다.

“립밤?”

재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아… 립밤….”

립밤? 그렇다면 윤태희는 나한테 립밤을 한 건가? 곰곰이 단어를 곱씹어 볼수록 재겸의 표정이 긴가민가해졌다. 뭔가 아닌 것 같았다. 텔레비전에서 몇 번 들어 봄직한 말이었으나, 어렴풋한 어감만 뇌리에 남아 있었다. 그렇게 옹골진 느낌이 아니라 훨씬 쉽고, 소리가 새는 느낌이었는데….

“아냐, 그거 말고.”

“아니라고? 음. 립 케어?”

“그건 또 뭐야. 아니야.”

“뭔데. 뭐지? 립스틱?”

정주는 계속 헛다리를 짚어 대니, 재겸은 몹시 답답해졌다.

“아, 아니, 그거 말고! 그, 있잖아. 티비 드라마에 가끔 나오는 거! 그, 남자랑 여자랑, 서로 얼굴 부여잡고, 입술 가지고 별에 별 지랄을!”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것에 성질이 난 재겸이 언성을 높였다. 그에 숟가락을 입에 물었던 정주가 “음! 으음!” 하더니, 알겠다는 듯이 허공에 손을 휘둘렀다. 정주가 음식을 꿀꺽 삼키며 목소리를 냈다.

“아! 키스?!”

“그래! 그거!”

간신히 정답이었다. 재겸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속시원해했다. 물어본 사람이나, 답한 사람이나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처럼 통쾌했다. 정주가 환해진 얼굴로 엉덩이를 들썩이며 “아, 난 또 뭐라고~” 뿌듯해했다.

둘을 따라서 덩달아 신난 메산이도 손뼉을 짝짝 칠 때였다.

“잠깐. 근데 그건 왜?”

정주가 낯빛을 싹 바꾸며 물었다.

“어…?”

“키스가 왜. 뭐.”

설마 재겸이 물어본 단어가 키스일 줄은, 정주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껏 한번도 관심을 보인 적이 없는 분야였다. 재겸과 정주가 함께 티비 드라마를 볼 때, 간혹 키스를 하는 장면이 나올 적이면 정주는 꺅꺅거리며 오도방정을 떨어 댔지만 재겸은 시종일관 심드렁하기만 했다.

정주가 갑자기 정색을 하자, 재겸이 말을 더듬었다.

“그, 그냥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지.”

싱거운 변명에 정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재겸을 바라보았다.

“아침밥 먹다가? 아무 일도 없는데 갑자기?”

저 여우 새끼는 하여간에, 지멋대로 꼬리를 붙였다 뗐다 하는 놈이다…. 하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어제 일을 사실대로 말할 수야 없는 노릇이었다.

“아니, 그… 어, 어제 길 지나가는데. 누가 길에서 그걸 하더라고.”

그래서 남 얘기인 척 둘러대기로 했다.

“아아, 그랬어? 그래서 놀란 거구나?”

“어. 어….”

“요즘은 길거리에서도 많이들 쪽쪽거리지.”

“그렇, 그렇군. 세상 참. 말세다….”

재겸이 아무렇지 않은 척, 뻣뻣하게 대꾸했다.

“난 또, 갑자기 왜 그러나 했네.”

정주 자신이야 현대 문화에 익숙하고, 연애도 몇 번 해 봤고, 연기하다 보면 키스 신 찍을 일도 간간히 있었으니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재겸 입장이라면 놀랄 만했다. 옛날 사람 눈에는 영 낯선 광경이겠지 싶다.

앞으로 바깥 생활을 하다 보면 그쯤은 자주 보게 될 것이었다. 왜 오늘따라 저리 멍한가 했다. 실제로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 거였어? 오래 살긴 했어도 가끔씩 저래 귀엽지….

어쩐지 흐뭇해진 표정으로, 정주가 물컵을 들어 올릴 때였다.

“근, 근데 둘 다 남자였어.”

정주가 와장창 물을 뱉었다. 푸흡, 콜록, 물을 마시다 거하게 사레가 들렸다. 얼굴까지 시뻘게져서 켁켁거리자, 메산이가 티슈 한 장을 뽑아 주었다.

“뭐? 둘 다 남자였다고?”

그런 거라면 놀랄 만했다. 정주 자신도 약간 놀랐으니까. 와… 이 나라가 언제 그렇게 개방적인 나라가 됐지? 이 나라도 진보를 하긴 하는구나… 정주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재차 물었다.

“진짜? 사람들 지나다니는 길 한복판에서?”

“길… 길은 아니고. 어디 공원에서.”

“길이나 공원이나. 대박, 그런 거면 놀랄 만하네.”

정주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같은 남자끼린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

재겸이 시선을 내리며 참담하게 말을 흐렸다.

“그러면 안 될 이유도 없지. 뭐 어때.”

정주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꾸했다. 순간적으로 당황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길에서 키스를 했다는 그 대담한 상황에 놀란 것이지, 남자 둘이 키스를 했다는 그 자체에 놀란 건 아니었다. 그에 정주는 딱히 거부감이 없었다. 주변 환경 탓이 컸다. 아무래도 이쪽 업계 특성상 보고 들은 것도 많고, 동성끼리 연애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아 본 적도 있었다.

“네가 기분 나빠하고, 싫어하는 것도 이해는 돼.”

너그러운 정주의 말에, 재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재겸의 관념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일 것이다. “그냥 이런 사람도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최고야. 너도 편하고.” 정주는 적당히 재겸의 눈높이에 맞춰서 물렁물렁 넘어가는 쪽을 택했다.

“근데 바깥에 나가서는 같은 남자끼리 기분 나쁘다, 싫다, 이런 말은 하면 안 돼. 알았지? 이제는 세상이 많이 변해 가지고, 그런 소리는 입 밖에 꺼내면 아주! 못난 사람 취급 받아요!”

정주가 노파심에 주절주절 말을 덧붙였다. “그런 못난 소리는 집에 와서 나한테만 해. 나는 괜찮으니까. 엉? 알았지? 알았냐구! 왜 대답을 안 해!” 정주가 찡얼거리자, 내내 말이 없던 재겸이 결국은 벌컥 신경질을 냈다.

“아, 알았다고! 그리고, 말이나 지어내지마.”

“왜 갑자기 짜증… 내가 무슨 말을 지어냈다구….”

순간 깨갱한 정주가 소심하게 궁시렁대자, 재겸이 툭 쏘아붙였다.

“내가 언제 싫댔냐?”

“응? 뭐라고…?”

“내가 언제 기분 나빴다고 했어?”

“그야….”

옛날 사고방식으로는, 당연히 기분 나빠할 줄 알았지….

“그럼, 기분 안 나빴어?”

정주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자 재겸은 깊게 한숨을 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나쁘지.” 정주가 황당해할 때였다.

“기분이 나빠야 되는데 안 나빠서, 그게 기분이 나빠.”

재겸이 그 말을 흘리듯 남겨 놓고 마당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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