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소년이 눈을 떴을 때는 어두컴컴한 물속이었다.
과거의 기억 속에서는 몇 날 며칠을 보냈으나, 현실에서는 아주 찰나의 순간일 뿐이었다. 눈을 뜨자마자 뼛속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이 눈, 코, 입에 마구 들이쳤다. 와중에 귀가 엄청나게 아팠다. 남생이가 재겸을 깨우려고 재겸의 귓불을 힘껏 깨문 탓이었다.
재겸이 돌아간 과거는 묘정이 자신을 배신하기 전까지의 기억이었다. 과거 속에서 재겸은 묘정이 자신의 원수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나, 남생이가 귀를 깨문 덕분에 과거의 기억으로 가라앉았던 의식에 틈이 생겼다.
미세한 틈을 비집고 들어온 것은 메산이였다. 현실의 메산이가 눈앞에 나타나면서 그 위화감으로 인해 무엇인가 잘못되었음을 알았고,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이후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었다. 그렇게 재겸은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되었다.
“주인님! 정신이 드십니까요?”
재겸의 귀를 문 채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유남생이 다급하게 말을 붙였다. 재겸은 힘겹게 얼굴을 감싸쥐었다. 물 속이었지만 재겸은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알았다.
지금 이 순간 재겸을 무너트린 것은, 현실로 돌아온 것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었다. 남생이는 말했었다. 그 누구라도 행복한 기억 속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원치 않을 거라고. 그 말대로였다. 재겸은 저를 깨운 남생이가 고마우면서도 원망스러웠다. 이상하리만치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서, 재겸은 물속에서 형태 없는 눈물을 흘렸다.
만약 이대로 깨어나지 못했다면 나는 어떻게 됐을까. 뭘 해도 죽지 못하는 나는 아마도 이 호수에 평생 갇혀서 영원히 살겠지. 원수이기 전에 나의 스승이었던 묘정과 함께….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찰나의 순간 재겸은 생각했었다. 모든 것을 잊은 채로 행복했던 순간만을 기억하며 영영 허상 속에 갇혀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그래도 정말 상관없을 것 같다고.
여기서 이대로 모든 것을 끝낼 수만 있다면 재겸은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영영 깨어나지 않는다면 모를까, 죽지 않는 이상에야 언제 또 이번처럼 과거로 가라앉았다가 깨어나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 말인즉슨 남생이에 의해 깨어났던 조금 전과 같이 ‘과거가 깨지는 순간’을 또 겪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묘정이 저를 버렸다는 사실이 생생하게 되감기는 순간 재겸은 현실로 돌아왔다.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나락으로 처박히는 상실감. 이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고통이었다.
“주인님! 또다시 과거의 수마에 빠지기 전에 어서 벗어나셔야 합니다요!”
재겸은 모자란 숨을 쥐어짜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묘정은 나를 버렸다. 묘정은 내 원수다. 묘정은 더는 이 세상에 없다.
그래, 나의 마지막마저 당신에게 뺏길 수는 없다. 나는 모든 것을 내 손으로 끝내야 한다. 적어도 죽음만은 내가 움켜쥘 것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잠들어선 안 된다.
나를 버리고 떠난 당신을, 이번엔 내가 버리고 떠날 것이다. 한때 당신은 내 인생의 전부였지만, 지금은 아니야. 왜냐하면, 이제 나한테는 정주와 메산이가 있으니까…….
다시 묘정에게 붙잡히기 전에, 미래에 일어날 좋은 일을 떠올려 묘정을 지워야 했다.
재겸은 미래에 바라는 좋은 일을 상상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은 정주, 메산이를 붙잡아 보기로 했다. 당장은 묘정을 밀어내고 싶었다.
재겸은 정주 메산이와 함께했던 행복한 순간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바로 어제 일이 떠올랐다.
***
어젯밤 세 식구는 마당에서 고구마를 구워 먹었다.
정주는 목장갑을 끼고 모닥불을 피우는 사이, 재겸은 메산이와 함께 마루 데크에 앉아서 감자, 고구마, 쪼갠 옥수수를 은색 포일에 쌌다. 그걸 정주에게 건네주면 정주는 커다란 집게로 장작을 뒤적여가며 포일을 끼워 넣었다.
인고의 기다림 끝에 고구마가 익었다. 고구마를 반으로 가르자 김이 모락모락 솟아오르며 포슬포슬한 단면이 나왔다. 메산이가 우아. 눈을 휘둥그레 떴다.
재겸은 뜨거운 고구마를 후후 불어가며 껍질을 벗겼다. 반쯤 껍질을 벗기자 아주 먹음직스러운 상태가 되었다. 재겸은 메산이에게 고구마를 건넸다.
“자, 받아.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건만, 간식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침만 꼴깍꼴깍 삼키고 있던 메산이는 몹시 신이 난 얼굴로 고구마를 덥석 받아들었다.
하뜨뜨! 하뜨뜨!
메산이는 현란한 스텝으로 탭댄스를 추다가, 결국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고구마를 놓쳤다. 아주 잠깐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메산이는 몇 초간 돌처럼 굳어 있다가 허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정주와 재겸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
짧은 정적이 지나고, 재겸은 아주 오래간만에 크게 웃었다. 하하하! 정주는 웃다가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상체를 뒤로 젖히고 호쾌하게 웃어대던 재겸이 말했다.
“얌마. 내가 뜨거우니까 조심하랬지.”
“니엥….”
메산이가 시무룩한 얼굴로 떨어진 고구마를 내려다보았다. 고구마는 땅바닥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처럼 철푸덕 뭉개져 있었다. 소생이 어려워 보였다.
“그건 아침에 새들 먹으라고 두고. 새 걸로 까줄게.”
재겸은 비식비식 웃음을 흘리며 고구마 껍질을 벗겼다. 조금 전에 메산이가 보여준 다급한 춤사위와 허망한 표정이 잊히질 않아서 자꾸 웃음이 났다.
“옜다.”
메산이가 이번엔 조심조심 고구마를 손에 쥐었다. 뜨거운 고구마를 호호, 불어가며 열심히 먹었다. 재겸은 불 피우느라 고생한 정주에게도 고구마를 까서 건넸다. 어느새 재겸의 손가락에는 시꺼먼 숯검댕이가 묻어 있었다.
까매진 손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 한구석에서 장난기가 솟아올랐다.
“맛있냐?”
재겸은 일부러 질문을 던지며 메산이의 코를 슬쩍 잡아당겼다. 아무것도 모르는 메산이는 코가 까매진 채로 해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코에 꼭 구두약을 발라둔 것 같았다. 재겸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괜히 딴청을 피울 때였다.
“아휴. 재겸아, 애 얼굴이 이게 뭐야?”
메산이의 얼굴을 본 정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푹 쉬었다.
“철 좀 들자 진짜. 메산이 이리 와. 닦아줄게.”
정주의 부름에 메산이가 어리둥절하여 다가왔다. 정색하며 메산이를 부른 정주는, 손에 끼고 있던 목장갑으로 메산이의 얼굴을 슥슥 문질러 주었다. 그러나 메산이의 얼굴은 깨끗해지기는커녕 더욱 지저분해졌다. 정주가 일부러 숯가루가 잔뜩 묻은 쪽으로 메산이의 얼굴을 닦아주었기 때문이었다.
어느새 메산이의 얼굴은 숫제 아기 호랑이가 되었다….
연기자의 재능은 이럴 때 써먹는 것이다. 정주가 인중을 아래로 잡아당기며 은밀한 시선으로 재겸을 힐끔 쳐다보았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둘은 웃음을 참느라 킁, 하고 동시에 코를 먹었다. 철딱서니 없는 보호자 두 명은 애를 놀려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왜 그러셰요?”
메산이가 똘망똘망한 눈으로 물었다.
“와, 오늘 하늘 참 맑다. 저 별 좀 봐~”
그러자 정주가 못 들은 척, 우수에 젖은 눈을 했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던 재겸은 무릎을 짚으며 고개를 숙였다. 입술을 깨물며 웃음을 깍 참았다. 메산이의 얼굴보다도 저 여우 자식이 뻔뻔하게 연기를 하는 게 더 웃겼다.
셋은 마루에 나란히 앉아서 고구마를 먹으며 선선한 밤공기를 만끽했다. 재겸이 허벅다리를 탁탁 두들겼다. 메산이가 재겸의 다리 위로 올라와 앉았다. 재겸의 품 안에 들어앉아 짧은 다리를 동동 구르며 열심히 고구마를 먹던 메산이가 입을 열었다.
“근데요, 나리. 윤 도령님은 아직도 편찮으신가요?”
대충 다 나은 것 같다고 재겸은 대답했다. 메산이가 다행이라는 얼굴로 활짝 웃었다.
“또 편찮으시면 제가 낫게 해드릴게요.”
재겸은 안고 있던 메산이를 힐끔 내려다보았다.
“너 걔가 마음에 드나 보다?”
“네에….”
“걔가 왜 좋은데?”
“잘 모르겠어요….”
메산이가 쑥스러운 듯이 손을 꿈지럭거리며 말했다.
“나리께서는 윤 도령님이 싫으세요?”
기습적인 질문에 재겸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아니. 싫진 않아.”
“그럼 넌 태희 씨 뭐가 좋은데?”
옥수수를 한 알씩 손으로 떼어 먹던 정주가 물었다.
“내가 언제 좋댔냐? 싫진 않다고 했지.”
“에이, 또 뺀다. 좋은 부분이 하나는 있을 거 아냐.”
정주가 장난스레 말하며 재겸에게 어깨를 부딪쳤다. 재겸은 말없이 머나먼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눈을 두어 번 깜빡거리자 별빛이 짧게 흔들렸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재겸이 불현듯 입을 달싹였다.
“걔가 향기로워서 좋아.”
정주가 멈칫하며 재겸을 바라볼 때였다. 밤하늘에 박힌 별을 바라보던 재겸이 미간을 모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걔한테 향기가 났어. 걔가 오면 늘 향기가 나. 그래서 걔가 옆에 있으면 나도 계속 향기로워. 향기로운 애랑 같이 있으니까….”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정주의 표정이 점점 오묘해졌다.
“…….”
시선을 느낀 재겸이 시큰둥하게 물었다.
“왜?”
정주가 작게 움찔하며 어색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 아, 아냐….”
보통 이럴 때는 좋은 냄새가 난다거나 그 사람 향수 냄새가 좋다고 말하지 않나? 근데 그걸 사람이 향기롭다는 식으로 표현해 버리니 같은 말이라도 낯설게 들렸다. 향기로워서 좋다니. 전혀 예상치 못한 단순하고도 직관적인 대답이었다.
뭐지. 기분 탓인가. 이런 건 뭔가 조금….
“간지럽네.”
정주가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릴 때였다. 메산이가 밤하늘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을 꺼냈다.
“어! 저기 별똥별이 떨어져요!”
“와! 진짜네!”
“그러네.”
메산이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오늘은 모처럼 세 식구가 하루종일 붙어 지냈던 터라, 메산이는 몹시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그런 데다가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서 맛있는 고구마도 먹고, 귀한 별똥별까지 보게 되니 아주 기뻤다. 메산이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매일매일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정주도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치? 오늘 좀 괜찮은 하루였어.”
재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고구마를 야금야금 갉아 먹는 메산이의 머리통 위에 턱을 얹고, 머나먼 밤하늘을 바라봤을 뿐이다.
매일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재겸은 이 마음을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렸다. 물론, 묘정이 떠나고 나서 그 기나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느냐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오늘처럼 아무 생각 없이 웃었던 적이 몇 번 있었다.
우울하고 막막한 인생 속에서도 별똥별은 떨어진다.
지치고 피로한 불멸 속에도 빛나는 면면이 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모래사막을 걷는 듯한 이 지겨운 삶 속에서도, 작은 유리 알갱이를 흩뿌려놓은 것처럼 점점이 반짝이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여태 재겸이 느껴 온 감정은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살짝 비껴간, ‘내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이었다.
찬란하고 행복한 순간이 오면 재겸은 못 견디게 죽고 싶어졌다. 오늘의 행복함보다는 내일의 막막함이 훨씬 육중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 이 장면에서 삶이 끝나기를 바랐다.
소중하다는 감각을 만들어내는 것은 지속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을 가진 입장에서 한 모금의 물을 소중히 여길 까닭이 있겠는가.
그러나 이제 몇 달 뒤면 모든 것이 끝난다.
마지막 순간이 오면 나는 너희에게 예의를 갖출 것이다.
그동안 고마웠노라고, 너희 덕분에 살아갈 수 있었노라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건네고, 온 힘을 다해 꽉 끌어 안아줄 것이다. 이 권태롭고 불우한 인생에 빛나는 순간을 만들어준 정주와 메산이에게 나는 작별 인사를 해야만 한다. 그게 나의 마지막이어야 한다.
이 길 끝에는 꿈에 그리던 죽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 삶을 끝내기 위해서 나는 살아가야 한다. 죽기 위해 살아야 한다는 역설이 재겸의 부서진 마음을 일으켜 세웠다.
그렇게 생각하니 재겸은 처음으로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삶을 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주어지고 나서야 하루하루가 소중해졌다. 그러나 삶에 미련이 남는 것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다 보면 그릇에 담긴 음식이 점점 줄어가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수저질을 멈추지는 않는 것처럼, 재겸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아, 맞다. 재겸아. 태희 씨 초대해서 집들이 한번 하자니까? 벌써 이사한 지도 꽤 됐는데 더 늦기 전에 식사 대접해야지. 시간 언제 되시냐고 물어봤어?”
“어? 아니….”
“저번에 물어보겠다고 했잖아. 근데 왜 아직도 안 물어봤어?”
그 전까지는 윤태희와 쌈박질 중이어서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요 며칠 새 두어 번 같이 밥도 먹었고, 전과 비교하면 제법 사이가 괜찮아진 듯하니 대충 말이나 꺼내볼까.
“다음에 만나면 물어볼게.”
“내일 만나면 꼭 물어봐.”
“알았어.”
“맨날 알겠다 대답만 하지 말고. 어? 너는 맨날 말로만….”
잔소리가 이어지자, 재겸이 눈을 반쯤 감고 귀를 후비적거릴 때였다.
“아, 그래! 그러면 다음에 태희 씨 오시면 아예 바비큐 파티를 할까?”
“정주 님, 밥에큐가 뭐예요?”
“어엉, 메산아. 밥에큐란 말이지. 오늘처럼 이렇게 마당에 불 피워놓고. 고기랑 감자랑 고구마랑… 아무튼 구울 수 있는 건 죄다 굽는 거란다.”
“저, 저두요?”
“뭐? 너를 왜 구워. 너 군산삼 되고 싶어?”
“아니요….”
메산이가 웅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둘의 대화를 듣던 재겸은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렸다.
“어때, 재겸아? 다음에 태희 씨랑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는 거.”
정주가 의향을 물어오자, 재겸이 시큰둥한 얼굴로 말을 흐렸다.
“뭐….”
재겸은 딴청을 피우듯이 손에 쥔 고구마를 까는 시늉을 했다.
여기에 윤태희가 낀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근데 그날 비가 올 수도 있지 않나? 지금처럼 마당에 불을 피우려면 날이 맑아야 할 텐데. 뭐, 어쨌든….
“그러든지.”
재겸은 머나먼 밤하늘을 바라보며 윤태희가 이곳에 있는 그림을 상상했다.
며칠 뒤 윤태희를 집으로 불러서, 지금처럼 마당에 불을 피우고, 넷이서 같이 마루에 앉아서 밤하늘을 보는 것이다. 재겸이 슬쩍 웃을 때였다. 윤태희가 부드럽게 물었다.
“재밌어?”
“응.”
재겸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어?
불현듯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재겸이 고개를 훽 돌려 윤태희를 쳐다보았다. 윤태희는 비스듬히 다리를 꼬고 앉아 턱을 괴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윤태희가 빙그레 웃었다.
“나도 재밌어.”
윤태희와 함께 마당에서 밤하늘을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재겸이 기대한 ‘좋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