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방송 한달째(1)
어두운 방, 4평 남짓할까?
방은 악취가 풍겼다.
쓰레기가 뒹군다.
다 마신 콜라병과 과자봉지.
배달시켜먹고 남은 쓰레기와 봉투가 무질서했다.
싱크대에는 중국집 그릇이 설거지도 안 된 채 널부러져 있었는데, 음식물 찌꺼기가 불쾌하게 느껴진다.
그런 방의 주인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쓰레기들을 발로 치우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딸깍, 딸깍.
마우스의 소음.
방의 주인은 ‘큼큼‘목을 가다듬고는 14만원 짜리 마이크에 해맑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리하!”
좋은 목소리임은 틀림없지만 일부러 그런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는 듯이 특유의 어색함이 느껴진다.
방의 주인은 인터넷 방송인이었다.
-
오늘은 몇 명이나 올까.
스트리머 닉네임 ‘리에라’를 뜻 하는 ‘리’ 그리고 하이를 뜻하는 ‘하’
합쳐서 ‘리에라 하이‘.
애써 해맑은 목소리로 외치고는 우측 하단에 사람모양을 바라보았다.
0
아직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
어제는 분명 6명이나 들어왔었다.
오늘도 내가 열심히만 하면 3명쯤은 들어와주지 않을까?
나는 수돗물을 컵에 받아와 옆에 두고는 목을 축였다.
스트리머는 목이 생명이라고 하지 않던가.
혼자 낄낄 웃고는 0이라는 숫자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할 게임은 스컬소울입니다!”
1
아! 한명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노잼
0
아, 나갔다.
뭐가 노잼이라는 걸까.
고개를 갸웃, 해보았지만 잘 모르겠다.
“어쨌든 시작이 좋은 편이네!“
어제는 40분이 돼서야 1명이 들어오지 않았던가!
물론 금방 나갔지만 들어왔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것이다.
컴퓨터 사양이 그닥 좋은 편이 아니라 스컬소울의 모든 옵션을 하~최하 로 맞추자 굉장히 형편없어졌다.
2020년대가 아니라 2000년에 발매된 것 같은 그래픽.
나는 설정을 끝마치고는 흘깃 채팅창을 바라봤다.
“요즘 이 게임이 유행이라면서요?”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방에 홀로 웃으며 손을 짝! 소리 나게 마주쳤다.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 조금 무리해서 샀습니다!”
조금 버벅 거리긴 하는데 플레이하는 것에는 지장 없다.
재수 없으면 블루스크린이 뜨겠지만... 그러지 않기를 바라야지.
“자, 시작해요!”
4평의 쓰레기 방에 내 목소리가 울린다.
조금 추워서 옷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그래도 추운가?
“씁...”
뒤를 바라보자 살짝 변색된 침대위에 대충 던져놓은 외투가 보인다.
저거라도 입고 할까?
결정은 빨랐다.
그래, 입자.
“저, 죄송한데 너무 추워서 옷좀 입고 올게요!”
아무도 없긴 하지만 형식적으로 양해를 구하고는 잽싸게 옷을 가지러 가자 누군가 들어왔다.
1
-뭐하는 방임?
시청자다!
“아앗! 저, 저 끄윽...스컬소울합니다!”
빈 채팅창에 채팅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급하게 달려오다 발가락으로 의자다리를 차버려 알싸한 고통이 올라왔지만 그게 문제인가!
시청자가 들어왔는데!
-목소리 왜그럼?
“하으...급하게 오느라 발가락을 부딧쳐서...”
-님 여자임?
“어, 네! 여자는 맞는데...”
-개꼴리네
“네...?”
-010-2xxx-xxxx 전화해.
“그으... 저...”
눈을 질끈 감고 tpRmsska04의 아이디를 강퇴 시켰다.
소중한 오늘의 두 번째 시청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
“그, 다시 다시!”
유튜브에 올리려면 이런부분은 빼야한다.
“음...어... 자! 오늘 할 게임은 스컬소울입니다!”
다행히 게임은 시작하지 않았으니 편집하면 되겠지.
벌써 시청자가 둘이나 들어왔다.
확실히 운이 좋은 날이 틀림없다.
“남들은 모두 최상옵션으로 게임을 하니까, 저는 조금 특별하게 최하옵션으로 돌려봅니다!”
사양이 안 될 뿐이지만 말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으윽! 좀, 좀 기괴한 거 같기도 하고...!”
조금 과장되게, 조금 더 우스꽝스럽게.
말의 높낮이를 확실히 구분해가며 현실에서도 몸짓을 해간다.
나름대로 여러 인기방송들을 봐가며 연습한 행위.
“저는 웨어울프로 시작할게요! 특성은… 아무것도 없음으로…하고, 스탯은 이대로 갑시다!"
흐흥-
"그으… 이게임이 그렇게 어렵다면서요? 걱정되는데… 그래도 이미 시작한거 켠왕한번 해보죠!"
호응해주는 사람하나 없지만 나는 당차게 외치고는 엔터를 꾹 눌렀고 이내 컴퓨터의 본체가 과부하 걸린 듯이 커다란 소음을 일으켰다.
설마 안되는 건가?
가슴졸이고 있자 그건 아니라는 듯 로딩화면으로 넘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간지러운 손목을 긁었다.
"으음, 조금 느리네…"
남들은 길어봤자 6초정도면 로딩이 끝나던데 40초가 넘어가는데도 로딩바가 70퍼센트 언저리다.
"이거 망한거 같은데요…?"
멋쩍게 웃었다.
플레이 시간 9분하고도18, 19초.
2시간은 커녕 1시간도 지나지 않았기에 환불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1스테이지까진 가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76, 82, 83, 89.
잠시 멈추더니 96, 99, 이내 100 퍼센트.
로딩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번들리는 본체의 소음.
그리고 팍! 그와동시에 "앗"
그렇게도 보기 싫었던 블루스크린이 내 눈앞에 나타났다.
"넌 눈치도 없냐"
웅얼거리듯 내뱉는 불평.
그리고 손을 뻗어 컴퓨터를 재부팅하기 시작했다.
"이래서야 신작게임은 안되겠는데"
손톱을 잘근거리며 물어뜯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컴퓨터를 바꿔야하나?"
통장의 잔액은 600만원, 좋은 사양의 컴퓨터를 사라고 한다면 못 살것도 없지만 이 돈은 그렇게 막써도 되는 돈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생활비를 까먹는건 아니야…"
600만원의 돈은 내 생명과 다를 바 없었다.
고사양 컴퓨터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다만 절대 싼 가격은 아니겠지.
"지금 내 컴퓨터사양으로 할만한 인기게임이 있나?"
쓰레기더미에 묻혀있던 핸드폰을 더듬거리며 찾아내고는 켜보자 배터리표시가 붉게 물들어 숫자 13을 표시했다.
"아씨…"
충전기의 방향이 잘못된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던 모양.
피복이 벗겨진 충전기의 선을 잡고 이리저리 움직여보자 핸드폰에서 '띠링' 충전소리가 들렸다.
"아, 됐다."
요금이 밀렸다는 메세지를 치워버리고는 옆방 와이파이를 이용해 검색해보자 저사양 인디게임이 하나 눈에 밟혔다.
꽤나 많은 인기 스트리머들이 했고 아직도 하고 있는 로그라이크류 게임.
"이거다!"
이거라면 내 컴퓨터로도 충분히 돌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