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화 〉방송 한달째(2) (2/143)



〈 2화 〉방송 한달째(2)

나는 느릿하게 켜지는 모니터를 바라봤다.
방은 어두웠지만 모니터는 환했다.


눈이 부실정로도.

눈이 살짝 따가워 눈을 비볐다.

조금은 나아졌나?


물로 목을 축이며 잠시 생각하는 사이 컴퓨터가 다 켜졌다.


손때 묻은 마우스를 움켜쥐고는 소리 나게 두 번 딸깍.

내 시작홈페이지는 내 채널이었고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왜...?"

의문형의 혼잣말.

나는 내 채널이름 옆에 있는 숫자를 가만히 노려봤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구독자수가 28명이었는데 한명이 빠져나가 27이 되었다.

한분 어디간거지?


영상투고도 꾸준히 하고 있고, 나름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인으로 걸려있는 구독자 10명 기념 영상을 재치고 가장 최근 투고한 영상을 눌러보자 조회수 14, 좋아요 1 싫어요 1

원래는 없었던 싫어요 하나가 유독 눈에 밟힌다.


댓글은 여전히 0.

뭐가 문제였던 걸까?
댓글이라도 남겨줬었다면 고쳐보기라도 했을 텐데.

아쉬움에 입가를 매만지며 한숨을  쉬고는 방송을 다시 켰다.

시청자 0명.


갑작스럽게 우중충해진 기분을 억지로 끌어올리며 웃어보였다.

“아! 그,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튕기는 바람에...!”

나는 누구한테 사과하고 있는 걸까.


그 작은 고민은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감에 금방 지워졌다.


“갑작스럽지만 오늘은 스컬소울은 재처 두고 아이잭을 해볼게요! 헤헤...”


이거라면 튕기진 않겠지!


실없이 웃으며 의자 밑에 잔뜩 깔려 걸리적거리는 쓰레기들을 발로 슥슥 치워냈다.

무언가 액체가 울컥 쏟아져나와 발을 적셨다.

몸을 숙여 바라보니 먹다만 치킨무였다.


기분나빠.

휴지를 돌돌말아 발을 대충 닦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방을 둘러봤다.

언젠가 청소해야지 해야지 하며 미뤄냈던 청소.


그 결과는 난장판이었다.
음식물찌꺼기와 쓰레기들, 기분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공기마저 뿌옇게 보인다.


내일은 진짜 청소 해야지 라고 생각을 하며 빠르게 스컬소울을 환불하고는 아이잭을 구입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때마침 50% 세일중.

스컬소울을 6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샀지만 아이잭은 고작해야 6000원.

“그... 이득본거죠 이러면!”

애써 밝은 목소리를 내봤다.


본래 지출되었을 금액이 다시 되돌아오고  돈으로 더  것을 샀다.

무언가 이득본 것 같아 굉장히 우쭐해지면서도, 그 과정을 떠올리자 착잡해진다.

"하아......"


뒤숭숭한 마음으로 다운로드를 눌렀다.

용량이 작은 만큼 다운로드는 금방끝날 것 같았다.


대략적으로 6분가량.

6분 동안 뭘할까.
멍때리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비록 시청자가 아무도 없지만 참된 스트리머라면 입을 쉬면 안된다.



그렇게 배웠다.

누구한테 배웠냐 하면 유튜브를 보고 배웠다.

나는 내가 배운것을 되새김질 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어젠 꽤나 따듯했는데, 오늘은 갑작스럽게 추워지네요.”

음...

내가 말했지만 흥미도 안들고, 자극적이지도 않고, 재밌지도 않다.


너무 일상적인 대화, 심지어 받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더더욱 재미없지 않은가.

시청자들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이런 말로는 붙잡아 놓을 수 없으리라.


스스로에게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2점정도.

“그으...”

잠시 침묵.

역시 자극적인게 좋겠지?

“어제 터진 사건 보신분 계신가요?”

이건 너무 어그로같다.
그리고 사실 사건 같은거 모른다.


이건 0점.


"아, 으, 어, 음, 그..."

억지로 이야기를 끌어나가려하니 막상 생각나는 말이 없네...


끙끙거리는 사이 어느새 다운로드가 끝났고, 켜지는 게임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보는 거랑 직접 하는 거랑은 다르구나.


인기 있는 스트리머를 보면 쉴  없이 재밌게 떠들던데 어떻게 그러는 걸까.

나와 같은 인간이 맞긴  걸까?
혹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내는 ai라던지...


그래, 사실 나만 빼고 방송인들은 모두 ai일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는 모두 ai의 방송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

점차 이상한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강하게 저었다.


멍청이같은 망상은 그만두자.
남에게 이야기 하기도 부끄러운 생각들.


한숨을 푹- 쉬었다.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방법중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직접 겪은 일에 과장을 섞어서 썰로 풀어내는 것인데.


나는 집밖을 나가지 않으니 썰이 생길일이 없었다.

“지어내기라도 해야 하나...?”


지어낸다한들 애초에 말을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조금 시무룩해졌지만 그래도 지금부턴 다시 녹화시간.

씩씩하게 나가자.

우중충하고 시무룩한 스트리머는 아무도 좋아해주지 않는다!


“오늘할 게임은 아이잭!”

조금 고어스러운 것이 개인적으로는 싫었지만 분명 잘만든 게임이었고 많은 사랑을 받는 게임이었다.

그러니 벌써 5번째 시리즈까지 나오지.

살짝 걱정했지만 스컬소울과는 다르게 렉이 걸리지 않는다

컴퓨터또한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이정도는 그래도 돌아가는구나.


괜히 으쓱해졌다.

내 컴퓨터도 아직은 고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또한 고물이 아니었다.

"히히, 다른 말 없이 바로 시작할게요!"


엔터.

방의 유일한 빛이었던 모니터가 잠시 암전되자 한치 앞도 분간할  없는 어둠이 찾아왔다.

"아…"

아주 잠깐이었지만 당황해서 내뱉은 소리.


이내 화면이 다시 밝아지며 스토리를 유추할 수 있게 해주는 주인공의 그림일기가 지나갔다.


요약해보면 새어머니가 이상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죽었다는 내용.

흔하디 흔한 게임 내용, 별건 없었지만 살짝 신물이 올라왔다.

"윽…"

억지로 되삼키고는 화면에 집중.

그림일기의 그림은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단순한 그림이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불쾌함이 크게 다가왔다.

검은색, 붉은색, 주황색. 단 3가지로 이루어진 소름끼치는 그림이 갑작스럽게 확대되었고 난 짧은 비명을 질렀다.


"힉! 조, 조금 무섭네요?"

애써 강한 모습 보이고 싶어 조금이라고 말했지만 많이 무섭다.
고어요소가 있다는 것만 알았지 이런걸 보여줄 줄은 몰랐는데.

확대된 그림은 이내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어두운, 익숙하게 봐왔던 게임화면이 자리했다.


"아니…"

다른 스트리머들은 이런거 안봤는데 어째서?


의아함과 의미모를 소름에 ESC눌러 옵션을 천천히 확인해보자 스토리 스킵이라는 검정색 박스에 체크표시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런게 있었네…"


스킵 기능을 체크하려다 멈칫.


다들 이걸 키고 하는거 같던데, 오히려 끄고하면 신박하지 않을까?

다들 이 게임을 내기 용도, 단순 클리어용도로 하던데…


나는 조금 다르게, 스토리를 진지하게 보는 거다.
막연하게 떠오른 생각이 꽤나 좋은  같았다.


"잠시, 잠시만요!"


0명의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이게임의 스토리를 파고든 사람이 있나 싶어 검색해보자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오랜만에 설렌다.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희망.

"해외에는 있을지 몰라도 최소한 국내에서 아이잭의 스토리를 상세하게 파고든 사람은 없다는거지…"

아니면 단순히 누군가 이미 했지만 영상을 안올린 것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정도면 할만할꺼 같은데?"


조금, 아니 많이 무섭긴하지만 못참을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답은 정해져있는 것과 마찬가지.


방제목을 '[리에라]아이잭 스토리 감상!'으로 바꿔 적고는 소름끼치는 그림일기를 다시보기 위해 게임을 껐다 켰다.

할 수 있는 것은 바로바로 해야한다.
뒤늦게 후회해봤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으니까.


나는 물을 한모금 마시고는 목을 풀었다.

"이제 시작할게요! 자 오늘 할 게임은 아이잭!"


오랜만에 두근두근.
방송 처음  때와 같은 심장박동.

상기된 볼을 양손으로 비비적 거리고는 게임을 시작하자 때 마침 시청자 한명이 들어왔다.

와!


무슨 이야기를 꺼낼까.
역시 처음에는 '안녕하세요'가 무난 하겠지?

아니면 어서오세요?


어떻게 인사할까 고민하는 사이 시청자가 채팅 하나를 올리고는.


-이거 이미 드재가 먼저 했는데 창의성도 없이 남의 컨텐츠 뺏어서 쓰는거 안부끄럽나? ㅉㅉ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곧바로 나가버렸다.

다시 시청자 0.


"으음……"


조금은 아프다.

욱신거리는 가슴을 쓰다듬고는 심호흡했다.
무시하자, 좋은쪽으로 생각하자.

벌써 3명이 봤다.

어제에 비하면 엄청난 성적아닌가?
아플 이유가 어디있단 말인가?

오히려 좋아해야 마땅했다.

...

생긋.

억지 미소를 지어보이는 순간, 새로운 시청자들이 들어왔다.

한명, 두명, 그리고 세명.

"어...?"

갑자기?

-미안합니다!

몰려들어온 시청자도 당황스러운데 영문을   없는 사과까지.

방을 잘못 들어오기라도 한 것 일까?
그렇다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세명에서 그치지 않았다.

일곱, 여덟명.

그리고   없는 사과.

-내가 미안해!!!!!
-용서해줘!

나는 그 모습에 입을 살짝 벌리고는 얼빠진 소리를 낼  밖에 없었다.

"엑...?"

도대체 무슨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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